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4
한편, 이런 분위기에.
이번엔 장흥수가 나섰다.
본의 아니게 한성식에게 송로 공급자가 나란 사실이 밝혀진 상황에 장흥수로선 아들인 나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사장. 우리 아들이 송로버섯을 공급해주는 일은 비밀로 해야만 할 걸세. 대신 송로버섯은 만조금융에서 공급을 해주는 방식으로 처리가 될 걸세. 그쪽하고 얘기가 잘 되었으니 한 사장만 비밀을 지켜주면 되네.”
한성식은 갑자기 만조금융이 튀어나온 사실에 의아함이 일었지만, 장흥수를 믿고 있어서인지 이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잘 알겠네. 사실 송로버섯을 공급해주는 사람이 누군지 알면 찾아가서 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네. 우리 딸 해숙이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네. 비밀을 꼭 지킴세!”
형수 한해숙도 그렇지만 한성식 역시 심지가 깊어 보였다. 그걸 보면 장흥수가 친구는 참 잘 두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끝나자 나는 테이블에 놓인, 천으로 묶여있던 송로 바구니를 풀었다.
스윽-
송로 바구니 옆에 작은 통을 끼어 넣어서 가져온 상태였다. 투명한 플라스틱 통이라 안에 들어있는 물체가 그대로 보이긴 했다.
거무튀튀한 물체.
그건 바로 병아리 똥이다.
칠백 년 묵은 영초.
그것이 스며든 병아리 똥.
나는 통을 한성식에게 건넸다.
“한 사장님이 직접 열어서 냄새를 맡아보세요. 그러고 나서 다시 얘기를 나누죠.”
“흐음. 알았네.”
한성식은 매우 궁금한 기색이다.
귀한 송로버섯을 공급해주는 사람이 다름 아닌 친구의 아들이라는 것도 너무 놀라운 일인데, 그가 송로 향수에 관해서 제안을 할 것이 있다면서 건넨 물건이니 분명 예사로운 물건은 아닐 테니 말이다.
“……!”
그러자 내게 통을 받아서 뚜껑을 열고서 냄새를 맡고자 코를 슬쩍 들이댔던 한성식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고 말았다.
[특별한 향기]냄새가 너무 좋았다.
아니, 좋다는 말로는 무색할 정도로 이건 너무 특별한 향기였다.
플라스틱 통에 들어있는 물체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특이한 향기를 풍기는 건지 깊은 호기심과 의문이 일었다.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린 진귀한 송로버섯의 향에 매료되어 송로 향수를 기획했던 그였지만 이건 그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송로버섯보다 한 차원 높은 향기.
선인들이 산다는 곳에 자생하는 영초의 향기가 이러할까.
한성식의 머리가 바쁘게 굴러갔다. 과연 이런 향기를 내는 식물이 뭐가 있을까.
[없다.]한성식은 좋은 향기를 내는 숱한 꽃과 약초의 종류를 떠올려봤지만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다.
“이, 이게 대체 무엇인가?”
한성식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로 보아 병아리 똥에 상당히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영초까지 생각할 줄은.’
역시 송로 향수를 기획한 인물답다는 생각에 나는 속으로 찔끔하긴 했지만, 하여간 한성식이 병아리 똥에서 특별함을 감지한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병아리 똥의 정체가 궁금해 죽겠다는 기색으로 그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탐구욕이 강한만큼 호기심 역시 강한 인물이나, 병아리 똥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는 일이다.
“궁금하시겠지만 그것에 대해서는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쉽게 구하기 힘든 특별한 영약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별한 영약.
틀린 말은 아니다.
칠백 년 묵은 영초가 스민 병아리 똥이니. 단지 병아리가 싼 똥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하긴 이렇게 특별한 향을 내는 것이라면 귀한 영약이라 해도 마땅하겠군. 내가 알고 있는 그 어떤 것도 이런 향을 내는 것은 없으니. 그렇다면 이걸 가져온 이유는…”
한성식은 내가 병아리 똥을 가져온 이유를 짐작하고 있는 눈빛이기에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 영약을 송로 향수를 만드는데 첨가를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걸 송로 향수에?”
“향기는 이미 검증은 된 듯싶은데요.”
“그야…”
“게다가 송로 향수에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도 중요하고요.”
“흐음.”
솔직히 탐이 안 날 수가 없다.
한성식은 통에 담긴 거무튀튀한 물체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송로로 향수를 만들게 된 것.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을 특별한 향수를 만들고 싶어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향수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싶었다. 그냥 몸을 치장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향수가 아니라. 사람과 더불어 숨을 쉬고 그것에 힐링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송로 향수에 집착을 했지만. 방금 맡은 향기는 송로를 뛰어넘는 향기였다.
한성식은 당장 통을 들고나가 실험을 해보고 싶어 안달이 난 기색처럼 보였다.
한성식 머리 위로 톡톡 연속으로 떠오르는 단어에 나는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역시 탐구정신이 높은 양반이라니까. 당장 병아리 똥을 송로 향수에 첨가하는 실험을 해보고 싶어 손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네.’
한성식 생각에 동조를 해주었다.
“만일 영약을 송로 향수에 첨가한다면 세상에 다시없는 특별한 향수가 탄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동조를 해주자 한성식의 낯빛이 환하게 밝아졌다.
하지만 그는 화장품회사 사장이기 이전에 연구자로서 송로 향수에 대해서도 강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 말은 인정하나 자네가 공급해줄 최상급 송로버섯으로 만든 향수도 세상에서 최고의 향수로 대접을 받을 것이라 자신할 수 있네.”
한성식 말에 기분은 좋았다.
내가 공급해줄 송로버섯으로 만든 향수를 높게 평가를 해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명성에서 송로 향수를 출시하기엔 한 가지 걸리는 일이 생겼더군요. 어쩌면 그 문제 때문에 한 사장님께서 이곳을 찾아오신 것이 아닐까 싶지만요.”
내 말을 들은 한성식 표정이 급 어둡게 변했다.
[사닐 화장품. 송로 향수.]그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
역시 한성식도 사닐 화장품에서 송로 향수를 제조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모양이다.
그래서 예정에 없던 방문을 갑자기 한 모양이고. 얼마나 몸이 닳았으면 장흥수에게 연락도 못하고 이리 허둥지둥 쫓아온 걸까.
하긴 한성식으로선 평생을 매달려온 화장품 업종이자, 이번이 은퇴 직전의 마지막 작품인 셈이니 충분히 애가 탈만도 했다.
“한 사장님께서도 알고 계신 듯싶지만, 지인을 통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사닐 화장품에서 명성과 같은 송로 향수를 만들어 올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해 아버지가 한 사장님께 말씀을 드리고자 했는데 이렇게 한 사장님이 찾아오신 거고요.”
한성식과 장흥수는 사돈지간이다.
하지만 나는 한성식을 사돈어른보다는 사장으로 호칭하기로 했다. 지금 이 자리에 한성식은 사업적인 일로 등장한 셈이니.
“맞네. 그걸 알고 찾아온 걸세.”
한성식이 힘없이 고갤 끄덕였다.
사닐이라는 높은 벽에 막혀 그의 인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는 송로 향수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할까 대책을 마련코자 이리 찾아온 것이다. 적어도 그가 아는 장흥수라면 뭔가 대안이 있을 것이라 여겼기에.
“한 사장님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만일 똑같은 송로 향수가 선을 보인다면 세상 사람들은 명성보다는 사닐의 제품에 더 환호할 것이라고. 아무리 명성의 향수가 사닐보다 더 뛰어나다고 해도 명품 브랜드를 단번에 꺾기는 역부족일 테니 말이죠. 해서 저로선 명성의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제가 가져온 영약을 첨가한 송로 향수라면 사닐을 압도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되어줄 거라고 말이죠.”
내 말에 한성식이 입을 꾹 다물고 플라스틱 통에 담긴 병아리 똥을 뚫어질 기세로 쳐다봤다.
[도전] [성공]한성식이 마음의 결정을 내린 듯이 통을 바라보는 그의 동공이 강렬하게 이글거렸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병아리 똥은 물량에 한계가 있다.
칠백 년 묵은 영초로 비롯된 병아리 똥. 갓 부화해서 처음으로 싼 똥이니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걸 또다시 준비하려면 병아리를 안마 침상에서 영초주를 발라서 부화를 시켜야만 했다.
앞으로 병아리 부화는 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나중에 생각이 바뀔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오늘 준비한 병아리 똥에 한정을 짓는 것이 좋았다.
“영약은 송로버섯과는 달리 더는 공급이 어렵습니다. 그 점을 감안하시고 준비를 하셔야 할 겁니다.”
“공급이 어렵다고? 하긴…”
“그래도 괜찮다면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한성식은 내 말에 1초의 고민도 없이 말했다.
“상관없네. 영약을 첨가한 향수는 한정판으로 판매할 생각이네.”
“한정판도 괜찮은 전략이겠네요.”
“맞네. 자네 말대로 명성의 향수를 세계가 알아주는 일이 필요하다니 그것으로 포문을 열고, 다음은 본래 기획대로 송로 향수로 선을 보일 거라네. 최상급 송로로 만든 향수라면 분명히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 믿네.”
어째 장흥수와 배포가 닮았다.
그래서 서로 친구인가 싶기도.
‘한정판이라.’
어쩌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본래 사람 심리란 것이 그렇다.
손에 넣기 어려운 것에 더 탐을 내는 법이었고, 병아리 똥이 첨가된 송로 향수라면 충분히 세상을 뒤흔들 최고의 향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한 사장님을 돕게 되어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부디 최고의 명품 향수를 만들어주십시오.”
이건 내 진심이다.
야산에서 채집한 송로버섯.
그리고 내가 부화시킨 병아리 똥.
세상에 다시없는 귀한 보물을 내주었는데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할 듯싶다.
“고맙네. 자네 덕분에 내 인생 최대의 역작을 만들어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일세.”
그러자 한성식의 열정이 넘치는 분위기에 지금까지 잠자코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던 장흥수 역시 감정이 크게 격양 된 기색이다.
“허허허! 정말 잘 되었네!”
명성그룹의 모태인 명성화장품.
그곳에서 만든 향수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사닐을 눌러주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장흥수 역시 흥분이 된 기색이 역력했다.
한성식이 다시 나를 쳐다봤다.
그의 머리 위에 갑자기 떠오른 단어로 보아,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모양이라 기대가 되었다.
“향수 명칭을 방금 정했네.”
“뭐라고 정하신 거죠?”
한성식의 눈빛이 밝게 빛났다.
그러고는 입꼬리를 올린 상태로 내 얼굴을 지그시 주시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제작할 향수는 자네의 이름으로 정할 생각이네. 세계를 상대로 선을 보일 향수이니 영어로 ‘마운틴’이 좋겠지. 어떤가?”
한성식의 충동적인 생각이긴 했지만 향수 명칭을 정하는 것은 그의 권한이다.
그리고 향수 명칭을 내 이름으로 정해지는 것이 나로서도 기쁜 일이긴 했다.
“마운틴 향수라. 영광입니다.”
내가 기쁘게 웃자 한성식은 더욱 흥이 난 기색으로 말했다.
“영약이 첨가된 송로 향수는 마운틴 1호가 될 걸세. 그리고 송로만으로 만든 향수는 마운틴 2호가 될 거고. 우리 송로 향수로 세상을 한번 멋지게 뒤흔들어보세.”
“그런 의미에서 파이팅 한번 다져볼까요?”
“허허허! 그것도 좋겠구나.”
세 사람이 손을 하나로 모았다.
다함께 마운틴 향수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우리는 힘차게 파이팅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