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6
어제 본가를 다녀왔다.
장흥수와 장기현 가족들.
다들 좋은 사람들이다.
조카 송이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내년에 본가 후원의 텃밭에서 고구마 모종을 함께 심을 것을.
그리고 한 가지 더.
올 가을에 내 텃밭의 고구마를 함께 수확할 것도 약속했다.
귀엽고 예쁜 송이를 떠올리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된다.
꼬끼요오오오!
아침이 되었다.
날이 밝은 것을 알리듯이 수탉 수일의 모닝콜이 우렁차게 울려 퍼졌고, 더불어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지만.
산속의 집이라 그리 덥지 않다.
간단하게 아침을 챙겨 먹고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뒷마당 닭장으로 나왔다.
“다들 텃밭에 나간 모양인데?”
닭장 안은 텅 빈 상태였다.
어제부터 닭장 문을 열어 놓고 닭들을 키우게 되었다. 닭들의 대장으로 임명한 수탉 수일이 책임지고 닭들과 병아리를 이끌고 텃밭으로 먹이 활동을 하러 나간 모양이다.
“까미. 누리. 아빠는 계란을 챙겨야 하니까 먼저 텃밭에 가서 놀고 있어.”
왕! 냐옹-
까미와 누리가 닭장을 벗어나자 나는 바가지를 들고 암탉들이 계란을 낳은 곳으로 향했다.
[신선한 최상급 계란]단백질을 공급해줄 중요한 계란.
텃밭에서 먹이 활동을 한 이후로 암탉들이 낳은 계란의 품질이 더욱 좋아졌다.
그리고 또 좋아진 점이 더 있다.
나는 닭들의 화장실로 지정해준 박스를 살펴봤다.
“역시 닭들이 텃밭에서 활동을 해서 그런지 박스에 쌓인 똥이 별로 많지 않네.”
나는 박스 위에 깔아 놓은 배변 종이를 거둬내고 새 것으로 교체를 해주었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청결은 필수였다. 수통의 물도 신선한 물로 채워 놓았다. 저녁에 텃밭에서 돌아온 닭들과 병아리들이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실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닭장 정리가 끝났다.
청결한 닭장 상태에 기분이 흡족했다.
닭장을 벗어나 계란을 챙긴 바가지를 집에 갖다 놓고는 텃밭으로 나왔다.
“웬일로 닭들이 죄다 한 곳에 몰려있는 거지?”
정확히는 산으로 향하는 입구.
과일 나무 근처에 닭과 병아리가 모여있다.
텃밭에 먹이 활동을 하고자 나온 닭들과 병아리들이 먹이 활동은 하지 않고 저리 한 곳에 모여서 있으니 뭔가 수상쩍다.
까미와 누리도 그곳에 함께 있다.
하지만 녀석들의 태연한 분위기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 듯싶긴 하지만, 그래도 무슨 이유가 있을 테니 나는 서둘러 그곳으로 움직였다.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내 목소리에 닭들과 병아리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봤다.
[산행] [관심] [흥미]닭들과 병아리들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
녀석들이 왜 이곳에 모여있는지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
‘다들 산에 올라가고 싶어서 여기에 모였다고?’
안 그래도 내가 키우는 닭들과 병아리가 보통 녀석들이 아니었기에 산에서 활동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닭들이 너른 산을 마구 헤집고 돌아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나중에 닭장으로 돌아갈 것도 생각을 해야 했다.
‘그렇다면 산을 올라도 되는 적당한 지점을 정해주면 되겠다.’
결정을 내린 나는 닭들과 병아리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너희들 산을 가보고 싶구나.”
꼬꼬꼬! 뺙뺙!
내 말에 닭들과 병아리들이 반색 하듯이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 닭들과 병아리들의 분위기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다짐을 받듯이 말했다.
“대신 내가 정해준 지점까지만 올라가는 거야.”
꼬꼬꼬! 뺙뺙-
닭들과 병아리가 신이 나서 내 말에 따르겠다고 나왔다.
특히 수탉 수일은 나를 따라 몇 번 산을 오른 경험을 갖고 있기에 닭들과 병아리의 들뜬 분위기에 괜히 날개를 푸드덕 거리며 흥분된 감정을 드러냈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다함께 산을 오르는 일이 재미있게 여겨지는지 흥미를 보였다.
“오늘은 산행 첫날이니까 까미가 길 안내를 해주는 것이 좋겠지. 그리고 누리는 뒤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고.”
왕! 냐옹-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선두로 까미가 앞장서서 닭들과 병아리들을 산으로 이끌었고, 후미에 고양이 누리가 천천히 따라붙었다. 나는 행렬의 가장 뒤에서 모두의 움직임을 지켜보게 되었다.
비교적 평평한 텃밭과는 달리 산은 평탄한 길이 아니었고 위로 향할수록 비탈길이 많았다. 복병처럼 바위와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사이사이 길을 방해했기에 그걸 잘 피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생각보다 잘 따라가네.’
닭들보다는 아무래도 어린 병아리가 신경이 쓰였지만 역시 장군 병아리들답게 씩씩하게 닭들을 따라 움직였다. 바위가 나타나면 풀쩍 점프를 해서 타 넘고 우거진 나무들 사이나 수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도 잘 뚫고 지나갔다.
‘여기까지.’
산의 초입을 어느 정도 벗어난 지점.
텃밭이 있는 곳을 가늠하듯이 살펴봤다.
이 정도면 닭들과 병아리가 무리 없이 텃밭까지 움직일 수 있는 거리였다. 산행 하는 맛도 즐기고, 먹이 활동을 하는 것에도 지장이 없을 지점이라 여겼다.
“까미야. 잠깐 멈춰봐!”
왕-
선두에서 앞장서서 산을 올라가던 까미가 내 말을 알아듣고는 얼른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로 인하여 닭들과 병아리들도 움직임을 멈추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분위기였다.
“이곳까지가 좋겠어. 여기라면 텃밭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다시 돌아가기도 적당할 거야.”
꼬꼬꼬! 뺙뺙-
닭들과 병아리들이 일제히 내 말을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모험을 즐겨서 재미있기는 했지만 먹이 활동을 하려면 계속 산행을 하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기에 말이다.
“산에 오르면 날이 어둡기 전에 반드시 텃밭으로 돌아가도록 할 것. 그것만 잘 지켜준다면 앞으로 산을 올라도 좋아.”
꼬꼬꼬! 뺙뺙-
닭들과 병아리들이 일제히 내 말을 잘 지키겠다는 의미인지 머리 위에 단어들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닭들의 대장인 수탉 수일의 다짐을 받았다.
“수일. 넌 대장이니 닭들과 병아리들을 잘 돌봐야 할 거야.”
꼬꼬꼬!
수탉 수일이 화려한 볏이 달린 머리통을 흔들어 보였다.
수일의 다짐까지 받았으니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터.
“자! 그럼 먹이 활동을 해도 좋다.”
산에 올라온 것에 흥분한 닭들과 병아리들이 신 난다고 주변으로 움직이면서 먹이 활동을 시작했다.
“까미. 누리. 우리는 그만 가자.”
왕! 냐옹-
나는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소나무가 우거진 송이버섯 군락지로 향했다. 점심에 송이 요리를 해 먹을 생각이다.
“아빠랑 송이버섯을 채집하자.”
왕! 냐옹-
녀석들이 송이버섯 찾기에 나섰다.
고구마 모종까지 심는 경지에 이른 녀석들이다.
땅속 깊이 숨어있는 송로를 캐내는 것은 몰라도, 얕게 숨어있는 송이를 채집하는 것은 이제 식은 죽 먹기였다. 또한 송이의 향기를 감지하는 것도 이제 도사가 되었다.
사삭! 스슥!
까미와 누리가 앞발을 이용하여 송이버섯을 채집해서는 그걸 입에 물고 내게 가져왔다.
“까미. 누리. 아주 잘 했어!”
나는 녀석들 등을 번갈아가면서 쓸어주었다.
칭찬을 받은 까미가 꼬리를 흔들어 댔고, 누리는 초록색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가서 또 찾아봐.”
나는 송이버섯 채집은 까미와 누리에게 맡기고 핸드폰을 꺼내서 녀석들 영상을 찍는 것만 했다. 요즘 들어서 녀석들 영상을 찍는 일에 재미를 붙였다. 나중에 보면 재미도 있고 녀석들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기에 말이다.
“이 정도면 되었으니 그만 내려갈까?”
추리닝 바지 주머니에 챙겨온 봉지에 까미와 누리가 채집한 송이버섯을 담았다. 시중에서 귀한 대접 받는 자연산 송이이나, 이곳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식단에 오를 수 있다. 충분히 산에서 놀아서 기분이 좋아진 까미와 누리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왕! 냐옹!
나는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을 내려왔다.
닭들이 있는 곳에 이르니 다들 먹이 활동을 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꼬꼬꼬! 꼬꼬-
신비로운 야산에서 비롯된 벌레나 풀들은 닭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어줄 터. 특히 암탉들이 낳을 계란의 질이 더욱 좋아질 테니 그 점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산에 닭들을 오를 수 있게 해준 것은 잘했어. 근데 병아리들은 어디에 있지?’
텃밭에서는 주로 암탉들을 따라다니며 먹이 활동을 했던 병아리들이 웬일로 산에 올라와서는 따로 떨어져서 먹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
‘저 녀석들이 저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병아리들이 죄다 바위에 올라가서 있었다.
그곳에 붙어있는 이끼 같은 것을 부리로 열심히 쪼아 먹고 있는데, 문제는 녀석들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병아리들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로 보아 바위에 붙어있는 거무튀튀한 이끼가 병아리들을 흥분 시키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닭들은 그런 병아리들의 행동에도 바위에 붙어있는 이끼에 별반 관심이 없어 보였다. 그걸 보면 바위에 붙어있는 이끼가 병아리들에게만 통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한번 살펴봐야겠다.’
보통 병아리들이 아니었기에 한번 바위에 붙은 물체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까미. 누리. 아빠 병아리들을 좀 확인하고 올 테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왕! 냐옹-
혼자서 가보는 것이 좋았다.
간이 배밖에 나온 병아리들이다.
까미와 누리를 마치 삼촌처럼 생각하는지 틈만 나면 놀아달라고 장난을 걸어댔기에 말이다.
게다가 까미와 누리도 지하 석실에서 나와 함께 갓 부화한 병아리를 봐서 그런지 병아리들을 대하는 태도가 닭들을 대하는 것보다는 한결 부드럽다는 것이다. 그러니 병아리들이 기어오르는 것일 테지만.
“그게 뭔데 먹고 있는 거지?”
병아리들이 내가 곁으로 다가서자 바위에 붙어있던 것들을 쪼아 먹던 동작을 멈추고 내게 설명을 하듯이 뺙뺙-거리며 쳐다봤다.
[흥분] [좋음]그러니까 저 바위에 붙어있는 것을 쪼아 먹으면 기분이 좋고 흥분된다는 의미일 터.
“내가 한번 살펴봐도 될까?”
뺙뺙-
병아리들은 까미와 누리를 대할 때와는 달리 내게는 충성을 다해야하는 주인으로 각인한 상태였기에 내 말에 바위에서 풀쩍 뛰어내려와 저만치 물러나 대기했다.
조그마한 녀석들이지만 준영물에 해당하는 병아리들인지라 군기가 빡세게 잡혔다.
“착하네. 양보해줘서 고마워.”
나는 병아리들의 행동에 칭찬을 해주고는 바위에 달라붙은 거무튀튀한 이끼를 살펴봤다. 먹어서 상관없으면 모를까 이상한 것일 경우 병아리들이 먹지 못하도록 금할 필요가 있다.
‘신기하군. 이끼에서 영초와 흡사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칠백 년 묵은 영초주를 계란에 발라서 부화를 시킨 병아리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끼에서 영초와 유사한 향기가 흘러나오자 녀석들이 이끼를 정신없이 쪼아 먹게 된 모양이다.
‘이끼 정보를 확인해보자.’
나는 거무튀튀한 이끼에 손을 대보았다.
거무튀튀한 이끼의 정체.
뜻밖에도 바위에 붙어있던 이끼가 영약으로 밝혀졌다.
‘이게 영초 향균이라고?’
만도자 장부에 기록되긴 했다.
영초 향균을 취하면 몸에 안 좋은 노폐물과 독성을 자연스럽게 걸러줘서 몸에서 항상 좋은 향기를 나게 해준다고 했다.
‘역시 준영물 병아리라 그런가.’
병아리들이 영초 향균을 찾아냈다.
닭들은 몰라도 병아리들은 칠백 년 묵은 영초와 흡사한 향기를 풍기는 이끼를 발견하자 관심을 보였을 것이다.
‘만일 마운틴 2호 향수에 이걸 첨가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