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7
만도자 장부에 기록되길.
영초 향균은 차로도 이용이 가능했다.
보기엔 거무튀튀한 이끼처럼 보이나, 영초 향균차는 선계의 선인들이 즐겨 이용한다는 차로도 유명했다. 인간계로 따지면 거의 녹차급 정도?
하여간 차를 마시면 심신을 정화 시켜 주고, 몸속의 노폐물을 빼주어 아름다운 피부를 갖게 해주고, 특히 몸에서 좋은 향기가 나게 해준다.
그런 점에서.
향수로 이용 가치가 높을 것이라 본다.
이왕 명성의 향수 사업을 도와주기로 작정했으니 세계 최고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좋을 듯싶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내가 소유한 야산에서 비롯된 것들이 세계 시장에서 얼마나 효과를 보여줄지 그것도 궁금하긴 했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영초 향균이 향수 제조에 이용해도 되는 건지 확인을 해보자.’
만도자 장부에는 향수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향이 나는 이끼이니 마운틴 2호의 향수에 첨가를 해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보창.
신력 5에 이르면서 생긴 능력.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 하여 정보창이라 칭했다.
지금까지 작물, 약초, 과일, 계란 등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재미있게도 정보창이 제공하는 정보는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하여, 내가 알고 싶어 하는 정보에 대한 파악을 하는 용도로도 제법 도움이 되었다.
스윽!
이끼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아까 나타난 정보는 기본정보.
그랬기에 또 다른 정보가 필요했다.
‘과연 병아리들이 발견한 영초 향균을 마운틴 2호 향수에 첨가를 해도 괜찮을까?’
내 생각이 어떻게 정보창에 반영이 되는 건지는 나도 모르는 일이었지만.
[향수로 제조 가능함]역시 또 다른 정보가 나타났다.
영초 향균을 마운틴 2호 향수에 첨가를 해도 좋다는 의미일 터.
‘일단 좀 뜯어서 가보자. 선계에서 선인들이 즐겨 이용하는 차라니 어떤 맛인지 궁금하지.’
어차피 향기로운 영초이니 차로 이용해도 제법 그럴싸한 차 맛이 우러날 듯싶긴 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하나.’
칠백 년 묵은 영초로 비롯된 병아리 똥의 공급은 아무래도 병아리를 다시 부화를 시켜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보니 더는 공급을 해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바위에 자생한 영초 향균이라면 생각이 달랐다.
‘영초 향균을 지속적으로 공급을 해주기만 한다면 마운틴 2호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거야.’
나는 바위에 붙은 이끼를 살펴봤다. 제법 큼지막한 바위였고 병아리들이 쪼아 먹던 윗부분 말고도 바위 옆면에도 잔뜩 이끼가 붙어있는 상태였다.
‘바위에 붙은 이끼를 모두 뜯어내면 양이 제법 되기는 하겠군.’
병아리 똥에 비해선 바위가 큼지막한 편이라 확실히 몇 배로 많은 이끼의 양이기는 했다.
그리고 만일 바위에 있는 영초 향균이 송이와 송로처럼 이끼가 계속 재생이 된다면 사시사철 영초 향균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며칠 지켜보면 답이 나올 터.’
나는 바위에 붙어있던 영초 향균을 차로 이용할 생각에 약간 뜯어내서 송이버섯을 담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이끼를 뜯어낸 곳이 움푹 패였다. 이끼가 재생이 된다면 패인 부분이 다시 채워질 것이라 여겼다.
‘내일 와서 확인해봐야겠다.’
난 병아리들을 웃으며 쳐다봤다.
내가 닭들과 병아리들을 산에 올라오게 허락한 덕분에 이렇게 영초 향균을 발견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병아리들의 공이 컸다.
“고맙다. 영초 향균을 발견하다니 정말 대단한 일을 했어.”
뺙뺙-
병아리들이 내 칭찬에 감격한 기색으로 힘차게 울어댔다.
[기쁨] [칭찬]병아리들 입장에선 그냥 신비로운 향기가 나는 이끼를 발견해서 신나게 쪼아 먹었을 뿐인데 내게 이리 칭찬을 받게 되었으니 너무 행복했다.
“근데 이끼는 그만 쪼아 먹고 다른 먹이 활동을 하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줄 수 있겠니?”
뺙뺙-
병아리들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응답을 해주었다.
어차피 이끼는 호기심에 쪼아 먹었을 뿐, 배를 채우려면 벌레를 잡아먹는 것이 좋았기에 말이다.
꼬꼬꼬! 꼬꼬-
병아리들이 암탉 쪽으로 다가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암탉들이 잡아놓은 벌레를 병아리들에게 양보를 했다. 그걸 맛있게 콕콕 쪼아 먹는 병아리들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가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을 내려오게 되었다.
*
집으로 돌아와 점심 준비를 했다.
까미와 누리가 산에서 채집한 송이버섯과 암탉들이 낳은 계란을 가지고 맛있게 점심을 해먹었다.
“후식으로 영초 향균차를 마셔봐야겠다.”
선계에서는 영초 향균을 차로 이용할 시 말려서 잘게 부숴서 사용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지만, 이렇게 산에서 갓 뜯어온 상태에서도 차로 이용이 가능했다.
“일단 차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물이 끓는 동안 이끼를 물에 씻어서 채반에 받쳐놓고는, 물이 끓으면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부어 영초 향균을 약간 집어넣고 잠시 우려낸 후에 마시면 된다.
“완성!”
색깔은 연한 녹색이 감돈다.
거무튀튀한 이끼에서 이리도 예쁜 색깔이 나오다니 신기했다.
게다가 향은 너무 좋다.
이끼로 있을 때에 비해 뜨거운 물에 우려내니 그 향이 배가 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차에 어울리는 영초 향균인 건가.
“흐음. 어디 맛을 볼까?”
차 맛은 담백한 편이나 묘하게 기분 좋은 느낌을 전해주었다.
마치 싱그러운 아침 숲속의 향기를 입안에 머금은 느낌처럼 뒷맛이 상당히 개운하게 느껴졌다.
차를 마시자 머리도 한결 맑아지는 기분도 들고 꿀잠을 자고난 것처럼 몸이 몹시 가볍게 느껴졌다.
“역시 선계의 선인들이 즐겨 마시는 영초라 그런지 보통 차와는 확실히 다르긴 하네.”
영초 향균차의 매력에 폭 빠져버렸다. 차 맛도 괜찮았지만 마시고 난 후의 여운이 너무 기분 좋고, 거기에 차에서 청아한 향기가 느껴지는 덕분에 숲속에 들어앉은 것처럼 힐링이 되는 느낌을 주었다.
“이건 향수가 아니라 차로 제조해도 사람들에게 크게 각광을 받을 수 있겠는데.”
차를 마시지 않고 실내에 퍼진 영초 향균차의 향기를 맡는 것만으로 까미와 누리도 기분이 좋은지 표정이 한결 편안해보였다.
‘이걸 향수로 이용하면?’
만일 마운틴 2호 향수에도 영초 향균이 첨가된다면 마운틴 1호 못지않은 엄청난 향수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닭들과 병아리들은 텃밭에서 조금 활동하고 나서 산으로 올라가서 먹이 활동에 나섰다.
꼬꼬꼬! 뺙뺙-
이제는 텃밭에서 산까지 영역이 확장되다보니 먹이 활동을 하는 구역이 넓어져 움직임이 더 많아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닭들과 병아리들의 활력에 더 도움이 되긴 했다.
‘과연 영초 향균이 재생이 되었을까 모르겠군.’
병아리들은 이제 바위에 자라난 영초 향균 보다는 벌레를 잡는 것에 더 관심이 쏠린 분위기였다.
나는 암탉들과 움직이는 병아리들을 잠시 살펴보다가 영초 향균이 자라난 바위로 다가가 어제 이끼를 뜯어낸 자리를 살피듯 확인해봤다.
‘정말 신기한 일이지.’
하룻밤 사이에 이끼를 뜯어냈던 자리에 거무튀튀한 이끼가 절반쯤 올라온 상태였다.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듯이 아마 내일이면 뜯어냈던 부분이 이끼로 다시 가득 채워질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식이라면 마운틴 2호의 향수에 영초 향균을 첨가하더라도 지속적으로 공급이 가능할 듯싶지.’
나는 흡족히 웃었다.
야산이 영약 보고라는 것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산에 숨겨진 보물 중의 하나를 찾아낸 기분이 들어 행복했다.
*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다.
며칠 동안 실험 결과 영초 향균은 확실하게 재생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차로 이용해도 좋은 영초 향균이었기에 내심 즐거웠다.
게다가 재생을 한 것의 영초 향균은 처음과 효력 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에 몇 번이고 뜯어내서 사용해도 상관이 없었다.
“오늘 정도면 한 사장님에게서 연락이 올 법도 한데.”
요사이 영초 향균차의 매력에 푹 빠져 오늘도 점심을 먹고 나서 바위에서 뜯어온 이끼를 가지고 차를 우려내 한잔 마시고 있는 중이다.
바로 그때였다.
웅웅-
한성식에게서 연락이 왔다.
안 그래도 연락이 올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기에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이렇게 연락을 한 것을 봐서는 뭔가 결과가 나왔다는 의미일 터.
-오늘 시간이 괜찮으면 전에 만났던 공장에서 좀 봤으면 하네.
“향수가 완성된 건가요?”
-맞네. 자네가 시향을 해봐야 정확한 판단이 설 듯싶은데. 이곳까지 와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죠. 지금 출발할 테니 근방에 도착하면 전화할게요.”
나는 서둘러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거실에서 공을 갖고 놀고 있던 까미와 누리를 곁으로 불렀다.
오늘은 파주에 있는 화장품 공장 연구실을 방문하는 일이라 녀석들을 데리고 가기엔 좀 그러했다.
내가 외출을 나가면 까미와 누리는 그동안 주로 지하 석실의 안마 침상에서 놀도록 했지만, 현재 산에서 닭들과 병아리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까미. 누리. 아빠 한 사장님 만나고 와야 하는데. 어떻게 할래? 지하 석실에 가서 있을래. 아니면 산에서 닭들과 놀고 있을래.”
녀석들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들.
[산] [산]녀석들은 지하 석실의 안마 침상도 좋기는 했지만 오늘은 산에서 놀고 싶은 모양이다.
마침 한성식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영초 향균을 가져다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잘 되었다 싶었다.
“알았어. 산에서 놀고 싶다 이거지? 그럼 나가자.”
왕! 냐옹-
나는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왔다. 녀석들은 닭들과 병아리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고, 나는 바위에 붙어있던 영초 향균을 조금 뜯어서 통에 담았다.
그걸 들고 집으로 돌아와 한성식을 만나기 위해 벤츠를 몰고 파주의 화장품 공장으로 향했다.
부르릉-
이젠 한성식에게 장흥수 아들임이 밝혀진 상황이니 굳이 헌 차를 몰고 갈 필요가 없었다.
끼이익!
화장품 공장에 도착했다.
연구실은 공장과 조금 떨어진 안쪽에 위치했기에 차에서 내려 영초 향균이 들어있는 통을 챙겨서 연구실로 향했다.
“어서 오게나.”
내가 연구실을 찾아온 것에 한성식이 웃으며 반겨주었다. 화장품 회사의 사장이었지만 하얀 가운을 걸친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연구원처럼 보였다.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은 밝았다.
연구실 안에는 한성식만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온다는 것에 비밀을 유지하고자 직원들을 모두 퇴근을 시킨 모양이다.
나는 그를 따라 테이블로 향했다.
그곳에 실험 결과물인 마운틴 1호가 될 향수 샘플이 준비된 상태였다.
향수 샘플은 모두 세 가지였다.
한성식은 내가 세 가지 샘플 중에서 하나를 골라주기를 원해서 나를 이곳에 불렀을 것이라 짐작되었다.
“이것이 바로 마운틴 1호가 될 향수들이라네. 샘플이 모두 세 가지인데 시향을 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향으로 골라주면 좋겠네.”
“그럼 혹시 제가 정한 것으로 마운틴 1호가 정해지는 건가요?”
“맞네. 부담 느끼지 말게. 실은 세 가지 샘플 중에서 어떤 것을 결정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네. 다만 향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서 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자네 의견을 참고하려는 것일세.”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한 사장님께서는 어떤 샘플이 가장 마음에 드세요?”
“그건 비밀이네. 자네와 내가 같은 샘플을 고르게 된다면 좋겠지만 아니더라도 나는 자네의 의견을 존중해줄 생각이네.”
한성식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그가 선택한 샘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