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59
집으로 돌아왔다.
한성식에게 가져다준 영초 향균은 실험을 해보고 나중에 결과를 알려주기로 했다.
어차피 당장 급한 일은 아니었다.
지금은 마운틴 1호 향수의 출시가 중요한 상황이었기에.
차고에 차를 주차하고 앞마당을 나서던 도중 장흥수 회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방금 한 사장과 통화를 나눴다. 샘플 향수가 결정되었으니 다음 주부터 마운틴 1호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하더구나. 지금 상태라면 본래 기획대로 하반기에 향수를 출시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구나.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모든 것은 산이 네 덕분이다. 네가 최상급 송로버섯도 공급해주고 거기에 첨가할 영약도 준비를 해줘서 일이 척척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저보다는 한 사장님이 공이 크죠. 제가 향수 제조에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준 점은 있지만 그렇게 매혹적인 향을 끌어내다니 정말 놀랐어요.”
-허허허! 사실 한 사장은 돈 버는 재주보다는 연구에 더 소질을 타고나긴 했지. 그리고 듣자 하니 네가 마운틴 2호에 어울리는 첨가제를 갖고 왔다고 하던데. 정확한 것은 실험을 해봐야 알겠지만 한 사장이 크게 흥분한 분위기로 보아 네가 가져온 것이 꽤 마음에 드는 모양이더구나.
장흥수와 통화가 끝나자 이번엔 백한성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초 향균을 발견하신 건가요?
역시 모르는 것이 없는 백한성이다.
하긴 명성에서 제조하려는 향수에 만조금융이 나를 대신하여 나서게 되었으니 그곳에 대한 정보가 속속들이 백한성의 귀에 전달이 될 터. 하지만 영초 향균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은 일인데 이리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가 나 못지않게 야산의 정보에 대해 빠삭하다는 의미였다.
“맞아요. 요즘 닭과 병아리들을 산에서 먹이 활동을 하도록 풀어놓았는데. 어쩌다 병아리들이 그걸 찾아냈네요.”
-선계에서는 주로 차로 이용하던 영초 향균이기도 하죠.
“그래서 저도 차로 우려내서 마셔봤는데 좋긴 하더라고요. 그리고 향이 좋은 이끼라 향수에 첨가해보라고 오늘 한 사장님에게 샘플을 건네긴 했는데 문제가 될까요?”
-어차피 야산에 속한 것들이 세상에 나온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겁니다. 대표님의 허락 없이는 누구도 야산을 함부로 들어서지 못할 테니 말이죠.
백한성 말이 뭔가 의미심장했다.
어쩌면 백한성은 야산 주변에 형성된 결계를 눈치채고 있는 듯싶었기에 물어봤다.
“백 실장님. 혹시 야산 주변에 결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세요?”
-흐음. 알고 있습니다.
“역시 그랬군요. 그럼 다른 사람이 야산에 몰래 올라갈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거죠?”
-대표님 허락 없이 야산을 오른 경우에는 결계가 길을 터주지 않을 테니 빙빙 초입에서 맴돌다가 산을 내려가게 될 겁니다.
“그럼 이장님은 나랑 산속의 연못에서 낚시도 하고 그랬는데 그건 내가 함께 했기에 괜찮았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대표님과 함께 산을 오르는 경우는 결계에 영향을 받지 않기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그럼 닭들과 병아리를 산의 초입 부근에 풀어놓았는데 그건 어떻게 되는 거죠?”
-대표님께서 닭과 병아리에게 범위를 지정해주셨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일 더 높이 산을 오른다면 산 속에서 길을 빙빙 헤매게 되겠죠.
“까미와 누리는요?”
-까미와 누리 역시 대표님과 함께 움직일 때는 상관없지만 녀석들이 몰래 산을 올라간다면 같은 상황이 비롯될 수 있을 겁니다.
닭들과 병아리들이 혹시 욕심을 부려서 산을 더 높이 올라가면 어쩌나 싶었는데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가만?’
하지만 까미와 누리를 현재 닭들과 산속에서 놀고 있으라고 풀어놓은 상태였다.
녀석들이 닭들과 병아리들이 먹이 활동을 하는 지점을 떠나 산 위로 올라갔다면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었기에.
“백 실장님. 나중에 통화하죠. 제가 한 사장님을 만나기 위해 공장을 다녀오느라 까미와 누리를 산에서 놀도록 했거든요.”
-그렇다면 빨리 가보셔야겠네요. 녀석들 성격에 분명 신난다고 산의 이곳저곳을 쑤시고 다니고자 했을 테니 어쩌면 길을 헤매고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나중에 연락할게요.”
나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동안은 야산을 오를 때 까미와 누리의 곁에 내가 있었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아직은 해가 떠있는 상태지만 곧 날이 어두워질 하늘의 분위기였다.
겉으로 보기엔 동네 뒷산처럼 평화로운 야산이나 결계가 형성된 곳이란 점에 어떤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산의 초입을 조금 지나자 암탉들을 따라다니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던 병아리들이 나를 발견하곤 반갑다는 기색으로 다가왔다.
나는 다가온 병아리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봤다.
하지만 닭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곳에는 까미와 누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수탉 수일이라면 까미와 누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수일. 혹시 까미와 누리가 어디로 갔는지 알고 있어?”
꼬꼬꼬-
수탉 수일이 내 말에 대답을 하듯이 날개 짓을 퍼득거리며 산 위를 가리켰다.
“저쪽 산 위로 갔다고?”
꼬꼬꼬-
수탉 수일이 화려한 볏이 달린 머리통을 열심히 끄덕거렸다.
“알았어. 수일. 곧 해가 질 테니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다들 텃밭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겠어.”
꼬꼬꼬-
수탉 수일에게 텃밭으로 내려가라는 말을 해주고는 나는 잽싸게 산 위로 향했다.
내가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주로 움직였던 산꼭대기를 비롯하여 송이와 송로버섯 군락지를 가봤지만 녀석들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혹시 연못에 간 건가?’
만일 연못에도 녀석들이 없다면 정말 큰일이란 생각에 불안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그러던 바로 그때였다.
참방참방! 철썩철썩!
결계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면 어쩌나 싶었던 걱정이 무색하게 연못에서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녀석이 연못에서 헤엄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녀석들에게는 결계가 통하지 않는 건가?’
아무런 탈이 없이 잘만 놀고 있는 까미와 누리를 발견하자 안도가 되었지만 한편으론 의문이 일었다.
‘혹시 까미가 선계에 두고 온 흑랑의 새끼라서?’
게다가 까미를 처음 만난 곳이 바로 연못가였기에 어쩌면 야산의 결계는 까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연못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던 까미와 누리가 나를 발견했는지 신난다고 물 밖으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서 놀고 있었어? 아빠는 그것도 모르고 한참 찾아다녔잖아.”
왕! 냐옹!
물에 빠진 생쥐와도 같은 녀석들 몰골에 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오늘의 일로 이유가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녀석들이 산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다.
‘산을 워낙 좋아하는 녀석들이라 그 점은 다행이긴 하네.’
까미와 누리가 몸을 마구 흔들어 물에 젖은 털을 털고 나자 나는 녀석들과 함께 산을 내려왔다.
하루하루가 새롭다.
병아리들이 영초 향균을 발견한 것도. 까미와 누리가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알아낸 것도. 내게는 모두 소중한 일상이다.
“와아! 진짜 아름답다!”
들판 너머로 해가 지고 있다.
산에서 먹이 활동을 했던 닭들과 병아리들은 나의 말을 따라 죄다 텃밭으로 내려온 상태였다.
까미와 누리, 그리고 닭들과 병아리들과 함께 텃밭에서 해가 지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대자연이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광경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았고 마음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꼬꼬꼬! 꼬꼬! 뺙뺙-
그렇게 잠시 나와 함께 일몰을 구경했던 닭들과 병아리들이 텃밭을 지나 뒷마당으로 대거 이동을 시작했고, 나는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로 향했다.
“오늘밤에 옥상 평상에서 옥수수를 먹으면서 별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텃밭에 심어놓은 옥수수. 이제는 수확해도 무방할 정도로 옥수수 수염이 나온 지 한참이나 된 상태였다. 옥수수 수염의 색깔이 갈변되면 따도 된다고 했으니 지금이 적기이긴 했다.
[수확해도 무방함]정보창을 확인하곤 씩 웃었다.
고구마 못지않게 간식으로 아주 맛있는 옥수수였다.
“오늘은 맛만 보는 정도로 꺾어가자.”
옥수수를 몇 개 꺾어서 까미와 누리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녀석들은 텃밭의 작물 중에서 가장 길쭉한 옥수수를 꺾어온 것에 흥미진진한 기색이다.
“아빠가 옥수수를 삶아줄게.”
일단 옥수수 껍질을 벗겨냈다.
잘 익은 노란 알맹이가 보기 좋았다.
옥수수 수염도 버릴 필요가 없다.
나중에 옥수수 수염차로 이용할 생각에 소쿠리에 펼쳐서 다용도실에 가져다 놓았다.
쏴아아-
커다란 냄비에 물을 붓고 옥수수를 집어넣었다.
이제 먹기 좋게 익기를 기다리면 끝이다.
“심심한데 커뮤니티에 접속해볼까.”
옥수수가 익기를 기다리면서 가끔 들어가던 커뮤니티에 접속을 했다. 오늘 한성식을 만나 향수 샘플을 확인하고 돌아온 상황이라 그런지 살짝 장난 끼가 발동이 걸렸다.
[졸라 멋진 남자] -병아리 똥으로 향수를 만드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죠? 괜찮다면 한번 향수를 만들어볼까 해서요.전에 공청석유와 만년화리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도움이 되었던 커뮤니티이기도 했는데, 병맛이 강한 커뮤니티라 간혹 심심할 때 접속하면 묘하게 힐링이 되곤 했다.
[나는 고자라네] 사향고양이 똥으로 루왁커피를 만든다는 말은 들었지만 병아리 똥으로 향수는 좀 에바가 아닐까 싶은데ㅠ[지랄염병] 병아리 똥ㅋㅋㅋㅋ
[구라치지마] 구린내 나는 닭새끼 똥으로 뭔 향수??
[신비의 고수] 환골탈태한 병아리라면 쌉가능!!
[졸라 구린놈] 환골탈태가 느그집 이름이냐??ㅋㅋㅋ
[무조건 니편] 개똥도 약에 쓴다는데 병아리 똥으로 사재 향수를 못 만들 이유가 없지ㅋㅋ 만들면 하나 샘플로 보내주삼!!
[아까낀 방구] 이놈 또 병 도졌네!! 개병신!!! 이런 것도 고민이라고 올리냐! 나가 죽어랏!!!
역시 격한 반응들이다.
이래서 커뮤니티를 끊지 못한다.
피식 웃고는 커뮤니티에서 빠져나왔다. 이 사람들 실제로 얼굴 한번 보고 싶다.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지.
“오호! 옥수수가 다 익었네!”
*
옥상 평상에 올라왔다.
산 아래에 위치한 집이다보니 모기가 극성일 수도 있지만 나도 그렇지만 까미와 누리는 모기에게 물릴 염려가 없다.
전에 연못에서 까미가 잡아온 만년화리를 먹고 나서 모기가 얼씬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까미. 누리. 이게 옥수수란 건데 아주 구수하니 맛이 좋을 거야.”
옥수수는 강아지와 고양이에게 줘도 상관없다. 내신 날 것이 아니라 삶은 옥수수를 한 알씩 뜯어서 주는 것이 좋다.
까미와 누리 몫은 그릇에 담아주고 내 것은 통째로 들고 하모니카를 불 듯이 뜯어먹는 것이 제 맛!
“좋다!”
검푸른 허공에 보석처럼 흩뿌려진 반짝이는 별들. 그걸 바라보며 옥수수를 뜯어먹는 맛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힐링이다.
거기에 산에서 불어오는 청량한 밤바람이 온몸을 시원하게 스치고 지나간다.
왕! 냐옹!
나와 함께 옥상의 평상에서 텃밭에서 재배한 옥수수를 맛보면서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고 있는 까미와 누리의 표정도 아주 행복해 보인다.
이런 게 바로 사는 맛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