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5
한편, KJ케이블 예능국 국장실.
백한성이 SB케이블 방송국 인수에 손을 댄 일.
그건 워낙 은밀하게 이루어진 일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KJ케이블 예능국 국장 나성찬.
그리고 구한말 피디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구 피디에게 거는 기대가 크네. 하반기에 개편될 프로는 구 피디가 맡아서 진행하면 될 거야.”
“정말 감사합니다, 국장님! 저를 밀어주신 은혜 반드시 충성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구한말은 앉았던 소파에서 일어나 나성찬을 향해 넙죽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박 피디에게 구 피디를 도와주라고 말은 꺼내 놓았네. 함께 잘해봐.”
나성찬의 말에 구한말의 눈빛이 비열하게 반짝였다.
“자존심 강한 박 피디가 과연 제 밑에서 일을 하려고 할까요?”
“방송 일을 때려치울 생각이 아니라면 지가 어쩌겠어?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가라앉을 거야. 그러니 박 피디가 갖고 있는 영상이나 빨리 넘겨 받기나 해.”
나성찬의 말에 구한말의 눈빛에 의문이 어렸다.
“대체 어떤 영상인데 그러죠?”
“강아지와 고양이가 나오는 영상인데 아주 기가 막히더라고. 그걸 어떻게 찾아낸 건지 몰라도 박 피디가 확실히 감은 있단 말이지.”
나성찬이 박서나를 인정하는 것에 구한말의 눈빛이 흔들렸지만, 이내 표정 관리에 나섰다.
“그럼 영상 주인과는 타협은 된 일인가요?”
“어차피 누가 연출하든 방송에 내보내주기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생각하네.”
“그럼 제가 박 피디에게 연락해서 영상을 받아 놓도록 하겠습니다.”
“하반기 개편 프로는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고 박 피디가 가져온 것으로 기획을 잡도록 해. 이 바닥에선 시청률이 깡패 아닌가?”
“맞습니다! 하하! 대박 프로가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구한말은 나성찬 국장 앞에서는 간이라도 빼줄 듯이 비굴하게 나왔지만, 국장실을 빠져나와 박서나에게 연락을 하는 그의 모습은 아주 거만하기 그지없었다.
“박 피디 나야. 나 국장에게 들었을 테니 잘 알겠지만 하반기 개편 프로 내가 맡게 되었거든. 그래서 말인데. 박 피디가 강아지와 고양이 나오는 영상을 갖고 있다면서. 그거 빨리 내게 넘기도록 해.”
-싫은데.
“뭐라고? 야! 박 피디! 너 과거 일 때문에 지금도 내게 앙금을 갖고 있는 거니? 너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진짜 쿨하지 못하게 뭐야?”
-쿨하게? 내 기획안 훔쳐서 네 거라고 구라 친 네놈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너 자꾸 삐딱하게 나오면 너만 손해야. 방송국에서 잘리기 싫음 얼른 영상 넘겨. 안 그래도 나 국장이 그걸로 기획을 다시 짜라고 해서 기분 존나 엿 같거든.”
-너야말로 나 국장에게 똑똑히 전해. 영상은 절대 넘길 수 없으니 개 수작 부리지 말라 전해. 인간말종같은 네놈이랑 함께 일을 할 바에는 차라리 방송 일을 그만두고 말겠어!
“뭐, 뭐라고? 방송 일을 그만두겠다고? 그거 진심이야?”
-내가 그만둔다니 속이 시원하냐! 이 비열한 새끼야!
박서나와 통화를 나눈 구한말.
그녀의 거친 발언에 짜증은 났지만, 한편으론 눈엣가시 같던 박서나가 방송 일을 그만두게 되면 그로선 아주 잘된 일이었다.
연출실력도 구한말보다 뛰어났고 스텝들 사이에서도 더 인기가 좋은 박서나였다.
다행히 이번에 그녀가 맡은 프로그램인 서바이벌 게임이 시청률 저조로 조기종결을 치게 되었지만, 사실 면밀히 따지고 보면 그것은 박서나의 연출에 문제가 있기보단 나성찬 국장의 안목이 문제라고 볼 수 있었다. 박서나는 그 프로를 맡기를 거부했지만 나성찬 국장의 강요로 억지로 맡은 프로였다.
그리고 그 일로 속 좁은 나성찬은 박서나를 대하는 것이 불편해지자 시청률 저조가 그녀의 능력문제로 몰아갈 의도로 하반기 개편 프로를 구한말에게 넘기게 되었다.
‘이번 기회에 더는 방송국에 붙어있지 못하도록 박서나를 찍어내는 것도 좋겠군.’
나성찬 국장은 이제 박서나에게서 돌아섰다.
그걸 이용할 생각이다.
“국장님. 박서나 피디가 영상을 절대 제게 넘겨줄 수 없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런 말씀 전하기 그렇긴 하지만…박서나 피디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국장님에게 개 수작 부리지 말라 전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박서나 피디. 하반기 개편 프로를 제가 맡은 일로 단단히 틀어진 모양인지 방송 일도 그만두겠다고 나오더군요. 이런 상황인데 어쩌죠? 박서나 피디가 방송 일을 그만두면 영상도 넘겨 받지 못할 듯싶은데요.”
구한말의 이간질에 나성찬 국장은 잔뜩 화가 났다. 당장 박서나와 통화를 해서 영상 주인을 알아내겠다고 나왔다.
구한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로선 손해 볼 것이 없었다.
나성찬 국장이 박서나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상 주인의 연락처를 알아내면 그때 그가 개입해도 될 터.
그리고 나성찬 국장이 설령 영상 주인의 연락처를 알아내지 못할 경우에는 그가 기획한 프로로 가면 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 박서나는 아웃!
나성찬 국장이 그녀에게서 돌아서 버린 이상 더는 KJ케이블에서 일하지 못할 테니 그거야 말로 구한말이 바라는 바였다.
*
웅웅-
구한말과 통화를 했던 박서나.
분이 삭이지 않아 호흡이 거칠어진 그녀는 진동음을 열심히 토해내는 핸드폰 액정을 확인하고 낯빛이 일그러졌다.
이번엔 나성찬 국장의 전화였다.
구한말 피디에게서 까미와 누리가 나오는 영상을 넘기라는 말에 그녀가 거절을 했다.
‘비열한 놈.’
보나 마나 비열한 구한말이 나성찬에게 뽀르르 연락을 해서 그녀를 씹어댔을 터.
피한다고 능사는 아니라 생각한 박서나는 나성찬과 통화를 하는 것이 싫었지만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시죠?”
-박 피디 그렇게 안 봤는데 사람이 왜 그렇게 꼬였어? 구 피디에게 영상을 넘겨줄 수 없다고 했다면서.
“네. 구 피디에게 영상을 넘겨줄 수 없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영상 주인이 저를 믿고 넘겨준 영상이거든요.”
-그렇다면 영상 주인 연락처를 지금 당장 문자로 보내. 내가 알아서 담판을 지을 테니까. 그쪽도 방송에 강아지와 고양이를 출연시키고 싶어서 영상을 박 피디에게 준 거 아냐. 그러니 꼭 박 피디가 아니더라도 그쪽에선 누가 프로를 진행하든 상관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데. 안 그래? 내 말이 틀렸어?
박서나는 나성찬의 말에 오기가 일었다.
“좋아요. 그렇게 자신한다면 영상 주인에게 연락은 해볼게요. 하지만 영상 주인이 싫다면 저도 연락처를 넘길 수 없어요.”
-알았어. 그리고 박 피디. 듣자하니 구 피디랑 일 같이 못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렇게 감정대로 나오려면 방송 일 당장 때려치워!
“그러죠. 때려 치죠 뭐.”
-뭐, 뭐라고? 박 피디! 진짜 자꾸 삐딱하게 나올 거야?
“방송 일 그만둘게요. 그러라고 이렇게 연락하신 거 아닌가요?”
*
박서나에게서 코톡이 왔다.
[박서나] 저 박서나인데요. 저희 국장이 까미와 누리 영상 문제로 강산 씨 연락처를 원해서요. 어떻게 알려드려도 될까요?안 그래도 SB케이블 방송국을 인수한 문제도 있고 향수 광고 문제도 있고 해서 그녀와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지만, 일단 그녀의 코톡 내용에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나] 괜찮으니 보내줘요.[박서나] 알겠어요.
박서나와 코톡을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KJ케이블 예능국 피디인 구한말이라고 합니다. 박서나 씨에게 강아지와 고양이 영상을 넘기신 강산 씨 맞으시죠?
박서나 말로는 국장이 내 연락처를 원했다고 들었는데 연락을 한 사람은 의외로 구한말 피디란 자였다. 하긴 국장 체면에 방송에 출연하는 문제로 직접 내게 연락을 하기는 그러하니 구한말 피디에게 연락하라고 시킨 모양이다.
대충 돌아가는 그림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나는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그런데요. 무슨 일로 연락을 하신 거죠?”
-흐음. 저로 말할 것 같으면 KJ방송국에서 다년간 연출 피디로 근무를 했고요. 그리고 올 하반기 개편 프로를 맡은 상황입니다. 실은 방송국에서 큰 기대를 갖고 있는 프로라고 보면 되는데, 거기에 강산 씨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한번 출연시킬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박서나에게 들은 말도 있긴 하지만 거만함이 느껴지는 구한말의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거부감이 일었다. 마치 방송에 까미와 누리를 출연을 시켜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라는 그런 태도가 느껴졌다. 왜 박서나가 구한말을 그토록 안 좋게 표현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럼 박서나 피디님은 어떻게 되는 거죠?”
-박 피디는 사정이 생겨서 조만간 방송 일을 그만둘 겁니다.
“그래요? 무슨 사정이 있기에 방송 일을 그만두는 거죠? 영상을 전해줄 때만 해도 전혀 그런 내색이 없으셨는데요.”
-흠흠. 그건 박 피디의 개인적인 사정이라고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것은 저도 모릅니다. 하여간 강산 씨의 강아지와 고양이가 방송에 출연하는 문제는 박 피디와는 상관없이 진행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차피 누가 연출을 하든지 방송에 강아지와 고양이를 출연만 시키면 되는 일 아닌가요?
그거야 네 생각이지.
이놈에게 까미와 누리를 맡기면 아주 애들을 잡을 놈이라는 생각이 팍팍 든다.
“그렇게 생각했다니 유감이네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박서나 피디님이 그만두신다면 제 강아지와 고양이가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없던 거로 해주세요.”
-네에? 그게 무슨 말이세요? 강아지와 고양이를 방송에 출연시키려고 영상을 준 거 아닌가요? 근데 방송에 출연을 안 하겠다고요?
“아무에게나 제 강아지와 고양이를 맡길 생각이 없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는 이딴 전화하지 마세요. KJ케이블에는 절대 출연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여, 여보…
나는 구한말과 통화가 끝나자 박서나에게 코톡을 보냈다.
[나] 서나 씨. 이따가 시간 나면 저희 집으로 좀 오실래요? 서나 씨와 상의할 일이 있어서요.[박서나] 혹시 국장님과 통화는 해보셨어요?
[나] 국장 대신 구한말 피디라는 사람이 연락을 했던데요.
[박서나] 아…그랬군요. 뭐라고 했나요?
[나] 앞으로 이딴 전화 하지 말라 했어요.
[박서나] 고마워요.ㅠㅠ
[나] 고맙긴요. 당연한 일 아닌가요? 서나 씨 믿고 까미와 누리를 방송에 출연시키려고 한 건데요.
[박서나] 감동 먹었어요. 강산 씨 덕분에 힘이 나네요. 그럼 오후 3시경에 찾아뵐게요.
*
오후가 되었다.
백한성도 집에 불렀다.
내가 만조금융의 대표라는 것은 비밀이었기에 박서나의 스카우트 문제는 나 대신에 백한성이 나서는 것이 좋았다.
박서나가 찾아왔다.
백한성은 그녀에게 SB케이블을 인수한 것을 밝혔고 박서나를 스카우트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저를 SB케이블의 예능국 총괄피디 자리로 스카우트를 하겠다고요?”
“네. 박서나 씨가 그 자리를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KJ케이블 방송국에서 하반기 개편 프로를 구한말 피디가 맡은 것으로 아는데 그 프로와 똑같은 시간대에 까미와 누리가 방송에 출연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는 일도 필요하고요.”
박서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만일 이게 꿈이 아니라면…
“네! 할게요! 구 피디 그놈을 발라버리고 말겠어요!”
주먹을 꽉 거머쥔 채 투지를 다지는 박서나의 분위기에 백한성이 나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