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6
박서나와 두 가지 계약을 했다.
첫 번째는 SB케이블 예능국의 총괄 피디 자리에 관한 계약이었고, 두 번째는 명성화장품 마운틴 1호 향수 광고 모델에 관한 계약이었다.
그렇게 백한성이 건넨 서류에 사인을 마친 그녀는 나에 대해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오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지만, 다행히 내가 곤란해 할 질문은 삼갔다.
그러고는 내가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는 것은 알고 있기에.
“강산 씨. 정말 고마워요. 이 은혜 절대 잊지 않을게요.”
나는 그녀의 말에 웃으며 답했다.
“너무 부담 갖지 말아요. 재능이 뛰어난 박서나 씨를 지인에게 소개를 했을 뿐인데요.”
“그래도요. 나중에 월급 받으면 한턱 단단히 쏠게요.”
“그래요. 기대하고 있을게요.”
백한성이 눈치 빠르게 서류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다.
“흐음.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저희 대표님께 박서나 씨와 계약한 건에 대해서 보고를 드려야 해서요.”
“오늘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표님께는 제 뜻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러죠.”
백한성이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씨익 웃어 보이고는, 소파에서 일어난 박서나와도 인사를 나누고는 현관을 나섰다.
백한성이 떠나고 실내에 단둘이 남게 되자 박서나가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려요. 까미와 누리를 구한말 피디가 아니라 제게 맡겨 주신 점도 그렇고…진짜 저 열심히 잘 할게요.”
“그래요. 박서나 씨라면 잘할 거라고 믿어요. 그럼 KJ케이블에 사표는 언제 내는 거죠?”
“내일 내려고요.”
“그곳에 사표를 내고 나면 방송에 들어가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한가할 테니 먼저 향수 광고를 찍는 것도 괜찮겠네요.”
“네. 그것도 좋겠네요.”
“그럼 명성화장품에는 제가 연락을 해서 빨리 스케줄을 잡도록 해볼게요. 서나 씨 매니저가 없으니 향수 광고를 찍는 동안에는 제가 매니저 역할을 맡는 것도 좋겠네요.”
“강산 씨가 제 매니저를요?”
“불편하면 거부해도 괜찮아요.”
“아, 아니에요. 염치 없는 일인지 알지만 저야 당연히 강산 씨가 도와준다면 좋죠.”
박서나는 내가 매니저를 맡아준다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한 기색이기도 했다.
“걱정 말아요. 서나 씨도 알다시피 저 백수 신세거든요. 광고 촬영하는 거 한번도 못 봤는데 재미있을 듯싶어요. 그리고 까미와 누리도 촬영 현장에 데려가면 나중에 방송 촬영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고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대신 매니저 일을 맡아주시면 수당은 확실하게 챙겨드릴게요.”
“이거 용돈도 벌고 잘 되었네요.”
매니저 일로 용돈을 번다?
내가 국내 최다 현금 부자로 통하던 만조금융의 대표라는 것을 안다면 그녀는 기절을 할 터. 하여간 한가로운 내 일상에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는 것이 즐거웠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그래요. 그리고 이건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틈틈이 차로 우려내서 마시도록 해요. 몸에서 향긋한 냄새를 나도록 해주기도 하지만 피부를 예뻐지게 해주는 차거든요.”
박서나에게 말린 영초 향균을 넣은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향수 광고 모델을 하게 될 그녀였기에 피부 관리는 매우 중요했다. 그런 점에서 영초 향균차를 마시면 명품 피부숍에서 관리를 받은 것보다 더욱 효과를 볼 터.
그러자 주머니에서 풍기는 좋은 냄새에 박서나의 안색이 환해 보였다.
“설마 아까 마신 차도 이거로 우려낸 건가요?”
“맞아요. 저번에 마신 차도 같은 차죠.”
“구하기 어려운 차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렇죠.”
“근데 저한테 이걸 줘도 괜찮아요?”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마시고 향수 광고 잘 찍으라고 주는 거니까요.”
“그래도…고마워요. 저는 준 것도 없는데 자꾸 강산 씨에게 받기만 하네요.”
“그래도 우리 까미와 누리를 위해서 방송 일을 그만두실 생각까지 했잖아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웬만한 사람이라면 쉽게 타협을 봤을 겁니다.”
“아…”
내 칭찬에 박서나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빈말이 아니었다. 구한말 피디를 직접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인성이 어떤 자인지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그런 놈에게 박서나가 밀린 것이 나 역시 불쾌했다.
“서나 씨. 이건 부담 가지라고 하는 말이 아닌데. 향수 광고도 그렇고 방송 일도 잘 될 거예요. 저는 서나 씨를 믿거든요.”
“그렇게 말해주니 용기가 나네요. 좋아요. 한번 죽기 살기로 도전해보죠! 혹시 아나요? 진짜 두 가지 모두 크게 성공을 시킬지.”
박서나가 투지를 다졌다.
다시 활기찬 모습으로 돌아온 그녀를 보니 보람을 느꼈다.
그녀가 돌아가자 테이블에 놓인 찻잔들을 주방으로 가져다 날랐다.
“근데 매니저라?”
매니저를 자처한 것은 사실 박서나 향수 광고 촬영장에 참석하고자 꺼낸 말이다.
내가 명성그룹의 장흥수 회장 아들이라는 것은 세간에 비밀이었기에 촬영장에 참석을 했다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박서나 매니저로 촬영장에 따라붙는 것이 한결 자연스러울 테니 말이다.
“박서나와 향수 광고 모델 계약은 했으니 이제는 촬영 장소를 정하는 일만 남았군.”
한성식에게 촬영 장소를 상의하고자 전화를 걸었다.
마운틴 1호 향수 광고 촬영은 실내 세트장과 실외에서의 촬영이 있을 예정이다. 실내 세트장은 이미 정해진 상태지만, 실외 촬영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다.
송로버섯을 채집한 야산.
그곳이 적당했지만 야산을 공개할 수는 없는 일.
-장 회장의 후원은 어떻겠는가?
“본가에서 촬영을 하자고요?”
-평창동 후원의 분위기라면 그림이 적당할 듯싶은데.
“그렇기는 하겠네요.”
한성식 말이 수긍 되었다.
평창동 후원은 상당히 너른 편이기도 했지만 연못도 있고 해서 운치가 있는 편이다.
그리고 후원에서 향수 광고 촬영을 하게 되면 허락을 받는 일도 수월할뿐더러 서울 안이라 멀리 이동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긴 했다.
“그럼 아버지에게 제가 연락을 드릴 테니 사흘 후에 촬영을 들어가는 것으로 하죠. 곧 장마철에 접어들 테니 그 전에 실외 촬영을 끝내 놓는 편이 좋을 테니까요.”
-맞네. 하여간 실외 촬영만 끝나면, 세트장에서의 촬영은 날씨와 상관이 없을 테니 빨리 실외부터 찍는 것이 좋겠네.
한성식과 통화가 끝나자 이번엔 장흥수 회장과 통화를 했다.
“아버지. 상의할 일이 있어서 연락 드렸어요. 마운틴 1호 향수 광고 실외 촬영을 본가의 후원에서 했으면 해서요. 혹시 불편하시면 다른 장소를 알아보고요.”
-아니다. 난 괜찮으니 필요하면 이용하도록 해라.
“그럼 사흘 후에 그곳에서 촬영 스케줄을 잡도록 할게요.”
-오냐. 향수 광고 촬영 덕분에 네가 본가를 또 방문하게 되었으니 나야 좋구나. 올 때 까미와 누리도 데려오도록 해라. 허허!
“그럴게요. 근데 박서나 씨에게는 제가 아버지 아들이란 것을 밝히지 않았으니 그냥 저를 매니저처럼 대해주셔야 할 겁니다.”
-매니저?
“향수를 찍는 동안 당분간 박서나 씨 매니저를 해주기로 했거든요.”
-하긴 연예인이 아니니 소속된 기획사가 없기는 하겠구나. 하면 명성 광고팀에 연락해서 향수 광고 촬영이 끝날 때까지 코디랑 메이크업을 맡아줄 사람을 붙여주라고 말해놓으마. 촬영팀에서 준비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줄 것이라 본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고맙죠.”
역시 재벌 회장이 아버지이니 이런 점은 좋긴 했다.
-근데 사흘 후에 촬영에 들어간다고?
“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아니다. 한 사장도 촬영장에 나올 테니 함께 술이나 마시게 휴가를 좀 내야겠구나. 그리고 너도 촬영이 끝나기까지는 본가에서 머무는 것은 어떠냐? 거기서 서울까지 오고 가기 시간도 걸릴 테니 말이구나.
“그건 한번 생각해볼게요.”
장흥수 회장과 통화가 끝났다.
실외 촬영이 며칠 걸릴지 모르나 촬영 기간까지는 본가에서 머무는 것도 괜찮을 듯싶긴 했다. 그곳이라면 별관도 있고 방은 남아돌 테니 박서나도 함께 머물도록 해도 괜찮겠단 생각은 들었다.
“그럼 닭들 문제만 남은 건가?”
까미와 누리는 본가에 데려갈 생각이나 닭들과 병아리들은 이곳에 남겨놓고 갈 생각이다.
닭장 문만 열어놓으면 알아서 다들 텃밭이나 산에 올라가 먹이 활동을 할 테니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이곳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는 있을 터.
“이장님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이장 박동수에게 아침마다 닭장을 살펴봐 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똥을 치우는 일과 물을 갈아주는 것만 해주면 될 테니 말이다.
-닭들은 걱정 말게. 내가 알아서 잘 돌볼 테니. 우리 서나를 위해서 자네가 매니저까지 맡아준다고 했다지? 향수 광고 모델도 시켜주고, 일자리도 알아봐 주고. 정말 너무 고맙네.
이장 박동수는 내게 큰절이라도 할 기세였다.
처음에는 딸 박서나가 향수 광고 모델을 하게 된 것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는 많이 놀란 눈치였다. 하여간 입이 무거운 사람이니 이곳의 닭들을 맡겨도 무방했다.
“이런? 곧 있으면 해가 지겠군. 얼른 산에 올라가서 녀석들을 데려와야겠군.”
밖으로 나왔다.
야산의 초입을 조금 지나자 닭들과 병아리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곳에 까미와 누리도 있긴 했다.
그런데 다들 모여서 뭔가를 하고 있는 분위기였기에 살그머니 기척을 죽이고 움직였다.
‘저게 대체 뭐지?’
큼지막한 바위에 닭들이 차례대로 올라가서는 날개를 퍼드득거리며 멀리 점프를 해대는 광경을 보게 된 것이다.
‘멀리뛰기?’
이제는 놀이도 만들어내는 건가.
수탉 수일을 비롯하여 암탉들과 심지어 병아리들까지. 물론 이제는 그 사이에 훌쩍 성장하여 병아리도 작은 닭에 이른 수준이긴 하지만.
그때 거기에 가세를 하듯이 닭들의 차례가 끝나자 까미와 누리까지 바위에 올라가 멀리뛰기 도전에 임했다.
왕-
냐옹-
최고 승자는 까미였다.
수탉 수일과 약간의 차이로 까미가 가장 멀리 점프를 한 것이다.
역시 영물이라 그런지 다르긴 했다. 닭들의 존경하는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까미가 신난다고 다시 바위 위에 올라갔다.
“여기 모여서 놀고 있었구나.”
나의 등장에 바위에 올라간 까미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고, 닭들도 왠지 당황한 기색이긴 했다.
[점프] [멀리] [높이]녀석들 머리 위로 떠오른 단어.
모여서 멀리뛰기를 한 것이 나쁜 짓은 아니지만 혹시 내가 걱정할 것이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다치지 않고 잘 놀면 돼.”
내 말을 들은 녀석들이 그제야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가만? 이것도 찍어볼까?’
닭들의 멀리뛰기. 아주 재미있는 영상이 될 터.
나는 핸드폰을 꺼냈다.
“자! 다시 멀리뛰기를 해볼래?”
내가 놀이를 인정해준 것에 닭들이 신이 나서 차례대로 바위에 올라가 파닥거리며 점프를 해댔다. 신비로운 야산의 벌레와 풀들을 먹은 탓인지 활기가 넘쳐흘렀다.
마지막으로 까미와 누리도 멀리뛰기에 참여했다.
“우리 까미가 1등이네?”
나의 확실한 판정에 기분이 몹시 좋아진 까미가 꼬리를 살랑거렸다.
“수탉 수일도 아주 잘했어!”
수탉 수일도 내 칭찬에 화려한 볏이 달린 머리통을 흥분하여 흔들어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