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69
아침이 되었다.
어젯밤 술을 먹고 나서 본관 2층 침실에서 잠을 잤다. 전에 왔을 때는 잠은 자지 않고 돌아갔기에 본가에서 자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수탉 수일의 모닝콜을 듣지 못해서 그런가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산 아래의 내 집이 그립다.
일어났으니 일단 별관에 있는 박서나에게 연락했다.
“잠자리가 바뀌어 불편하진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너무 잘 잤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후원에 먼저 나가있을 테니 메이크업 받고 나서 그곳으로 오면 될 거예요.”
-네. 알겠어요. 이따 봐요.
박서나 매니저로 따라왔기에 그녀의 상황을 체크했다. 밤새 잘 잤다니 다행이다.
폴짝! 풀쩍!
나와 함께 2층 침실에서 잠을 잤던 까미와 누리가 침대에서 뛰어 내려왔다. 여기는 우리 집이 아니니 녀석들 움직임에 주의가 필요했다.
“까미. 누리. 오늘 여기 후원에서 향수 광고 촬영을 할 거거든. 그러니 촬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놀아야 할 거야. 알았지?”
왕! 냐옹-
나는 녀석들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새벽에 본가를 방문했는지 거실에 백한성이 장흥수와 한성식과 함께 소파에 앉아서 차를 마시고 있는 상태였다.
마운틴 1호 향수.
그것에 세 사람이 의기투합했다.
명성그룹 장흥수 회장. 명성화장품 한성식 사장. 거기에 만조금융의 백한성까지. 모두 나와 연관이 있는 인물이긴 했다. 그리고 향수 광고 모델 박서나도 역시 내가 추천한 인물인 셈이다. 아무튼 다들 광고 첫날이기도 했고 본가에서 촬영을 한다는 것에 더욱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아래층으로 내려온 나는 백한성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일찍 오셨네요, 백 실장님?”
“대표님도 커피 한잔 드시죠. 방금 내린 커피라 그런지 향이 아주 좋네요.”
“그러죠.”
백한성이 내 곁에 있는 까미와 누리를 향해 아는 척 손을 흔들어 보였다.
“우리 까미와 누리. 오늘도 아주 멋진데?”
왕! 냐옹-
까미와 누리는 여기서 백한성을 만난 것에 반가운지 뽀르르 그의 주위에 다가가 아는 척을 하고는 장흥수와 한성식에게도 존재감을 과시하듯이 재롱을 떨어 댔다. 녀석들의 똥꼬발랄한 모습에 어른들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드시죠, 도련님.”
“고마워요.”
커피를 가져다준 현 실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나는 커피를 마시며 백한성과 촬영 준비에 관한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새벽부터 서둘렀으니 촬영 시간은 지장 없을 겁니다. 그리고 감독을 비롯하여 스텝들의 신상도 모두 문제없는 사람들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수고하셨어요. 역시 백 실장님이 계시니 든든하네요.”
백한성이 경호팀을 데려왔다.
장흥수가 후원을 향수 광고 촬영 장소로 허락을 했지만, 아무래도 이곳이 대기업 회장이 거주하는 저택이다 보니 보안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서 백한성이 데려온 경호팀은 감독과 스텝들의 신상 정보를 확인하는 작업을 비롯하여 이곳에서 향수 광고 촬영이 모두 끝나는 날까지 경호 업무를 맡게 될 것이다.
“박서나 씨는 별관에 있는 건가요?”
“네. 지금 별관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대표님을 박서나 씨 매니저로 소개를 해야겠군요.”
“그래서 말인데 제 신상이 드러나지 않게 다들 조심해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소파에 자리한 이들에게 당부하듯이 둘러봤고, 내 시선에 다들 알았다는 의미로 웃는 낯으로 고갤 끄덕여주었다.
“저는 먼저 후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네요.”
“그러시죠. 매니저 일을 하셔야죠. 하하.”
나는 백한성을 향해 피식 웃어주곤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먼저 후원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니 녀석들이 신이 났다.
촬영장에서 녀석들이 목줄을 매지 않은 상태로 돌아다니게 될 테니 미리 감독과 스텝들과 안면을 익히게 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했다.
‘어디 보자.’
널따란 후원의 상태였다.
뒤로는 북한산이 자리했고, 후원에 심겨진 나무와 꽃도 제법 되었기에 촬영 장소로 적격이긴 했다.
특히 연못가 정자는 꽤 운치가 있다.
역시 그곳을 촬영 지점으로 잡았는지 카메라 장비들이 준비된 상태였다.
그때 스텝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내리고 있는 사내가 보였다.
‘저 사람이 고승훈 감독?’
향수 광고를 맡은 고승훈 감독.
광고를 멋지게 잘 찍기로 꽤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인물인데, 나이는 사십 대, 다부진 체격에 인상은 좀 깐깐해 보이는 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한 가지 안 좋은 점이라면.
촬영에 완벽 주의 성향이 강해서 원하는 컷이 나올 때까지 모델을 혹사 시키는 인물로도 유명했다.
‘서나 씨가 잘 감당을 할지 모르겠군.’
박서나가 광고 모델 일은 처음이긴 해도 방송 피디를 해왔기에, 촬영장의 웬만큼 거친 분위기는 도가 텄을 테니 그나마 안심은 되었다.
하여간 국내 광고계에서 모델의 매력을 잘 살려내기로 유명한 감독이니 믿고 맡겨보는 것도 좋았다.
“안녕하세요, 고승훈 감독님!”
고승훈 감독은 나를 연예인으로 착각했는지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오늘 향수 광고 촬영은 여자 모델 단독으로 가는 씬인데… 얼굴이 낯이 익지 않는 걸로 보아 신인 연예인이신 모양인데… 아무래도 잘못 찾아오신 것 같군요.”
고승훈의 착각에 기분은 좋았다.
“저는 연예인이 아니라 박서나 씨 매니저입니다.”
“매니저? 그랬군요. 근데…”
고승훈 감독이 내 곁의 까미와 누리를 힐끗 쳐다보더니 머리 위로 단어가 떠올랐다.
[촬영 방해]하긴 예기치 못한 동물들이 촬영 장소로 사용할 후원에 나온 상황에 당황이 되었던 모양이다.
“까만 녀석은 까미. 누런 녀석은 누리라고 합니다. 사람 말을 알아듣는 녀석들이라 촬영에 방해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고승훈 감독은 내 말을 듣고도 미심쩍은 눈빛으로 까미와 누리를 쳐다봤기에 녀석들 매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까미. 누리. 여기 이분은 향수 광고 촬영을 해주실 고승훈 감독님이셔. 인사 드려.”
왕! 냐옹-
그러자 녀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승훈 감독에게로 움직였다.
왕!
그러고는 까미가 고승훈 감독을 향해 먼저 악수를 청하듯이 앞발을 내밀어 보였다.
“허어?”
고승훈 감독이 얼떨결에 까미와 악수를 나누고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냐옹!
까미가 물러나고 이번에는 누리가 다가가 고승훈 발에 인사를 나누듯이 꾹꾹이를 몇 번 해주고는 물러났다.
“까미. 누리. 감독님과 인사 끝났으면 고구마 모종 심은 곳을 한번 둘러보고 올래?”
왕! 냐옹-
내 말에 녀석들이 후다닥 사람들을 피해 후원의 가장자리로 움직였다. 전에 이곳에서 녀석들이 고구마 모종을 심은 텃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보다시피 아주 영리한 녀석들이죠. 그리고 장 회장님이 특별하게 여기는 녀석들이기도 하고요.”
살짝 장흥수 회장을 팔았다.
뭐 틀린 말도 아니니 말이다.
“와아! 쟤들 완전 귀엽다!”
“악수하자고 발 내미는 거 봤어?”
“꽤 똑똑한 강아지와 고양이네.”
“역시 재벌 회장이 특별하게 여길 만도 하네.”
스텝들이 까미와 누리에게 푹 빠진 분위기에 고승훈 감독도 그제야 웃는 얼굴로 나왔다.
“귀여운 녀석들이네요.”
“우리 까미와 누리. 나중에 방송에도 출연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촬영하는 것을 보여주고자 일부러 데려온 것도 있고요.”
까미와 누리를 이곳에 데려온 것.
향수 광고 촬영도 중요했지만 내 강아지와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민폐라는 인식을 심어줄 이유가 없었다. 아빠로서 당당하게 녀석들을 자랑하고 싶었다.
“방송에 출연 하다고요?”
“박서나 씨가 모델 일은 처음이지만 방송 피디인 거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까미와 누리. 박서나 씨가 진행하는 프로에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우리 박서나 씨. 이런 모델 일은 처음이나 촬영 현장에 대한 경험도 풍부한 사람이니,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주시면 멋진 그림을 건질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고승훈 감독처럼 자기 주장이 강한 인물에게는 좀 건방져 보일지 몰라도 겸손한 모습보다는 오히려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먹혔다. 그리고 내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해선 이런 일은 매니저로서 필수였다.
“……!”
역시 고승훈이 생각이 많은 눈으로 날 쳐다봤다.
마침 후원으로 박서나가 나왔기에 분위기를 환기 시키기엔 타이밍이 절묘했다.
“저기 박서나 씨가 오고 있네요.”
향수 광고 모델인 박서나가 등장했다.
코디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함께 했다.
‘저러고 있으니 진짜 모델 같긴 하네.’
하얀색 드레스를 걸친 박서나.
예쁜 외모임은 알고 있었지만 전문가의 손길을 받자 여신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건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이 아닌 듯싶다.
“……!”
고승훈 감독의 눈이 떨리고 있다.
이제까지 숱한 광고 모델을 봤지만 격이 달리 보였기에. 스텝들도 입을 떡 벌린 채 그녀의 미모에 감탄하고 있었다.
우르르-
그녀 뒤로 장흥수, 한성식, 백한성까지 이곳으로 나온 상태였다. 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마운틴 1호 향수 광고이다 보니 다들 기대를 갖고 광고 촬영 현장에 참석한 것이다.
스윽!
나는 피식 웃으며 고승훈 감독을 쳐다봤다.
이쯤 되면 아무리 광고계에서 유명세를 날리고 있는 감독이라도 부담이 될 터.
왕! 냐옹-
곧 촬영이 시작될 것임을 눈치챈 까미와 누리가 빠질 수 없다는 듯이 득달같이 이곳으로 달려왔다. 그러고는 녀석들은 영악하게 본가의 주인장인 장흥수 곁에 착 달라붙었다. 장흥수는 그런 녀석들을 예뻐라 쓸어주고 있었고. 경호팀이 준비한 좌석들이 촬영장 한 곳에 척척 배치가 되었다. 위에는 그늘 막도 쳐 좋았기에 촬영 관계자 외의 사람들은 다들 그곳에 자리했다.
돌아가는 분위기에 적잖이 부담감을 느낀 고승훈 감독이 박서나를 쳐다봤다.
“흠흠. 박서나 씨는 광고 촬영이 처음이실 테니 그럼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디테일 하게 촬영에 대한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독님! 잘 부탁 드려요.”
고승훈 감독의 친절한 태도에 박서나도 고분고분하게 나왔다. 일단 첫 단추는 성공적으로 잘 끼운 셈이라 볼 수 있다.
“레디! 액션!”
촬영이 시작되었다.
연못가 정자에 걸터앉은 여신 같은 박서나를 향해 조명이 쏟아지고 있었고, 메인 카메라를 비롯하여 서브 카메라들이 고승훈의 지시에 다양한 각도에서 그녀를 찍어 대고 있었지만.
고승훈 머리 위로 떠오른 단어.
같은 장면을 몇 번이고 요구하고 있었다.
완벽 주의 성향이 발동이 걸린 모양이다.
그래도 박서나가 잘 참고 감독의 요구대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성이 차지 않는지 고승훈이 고개를 저어 댔다.
“잠시 쉬었다 가죠.”
휴식 타임을 갖게 되었다.
박서나의 잔뜩 지친 모습이 걱정이 되었다.
“까미. 누리. 가서 서나 씨를 위로해줘.”
이럴 때는 나보다는 까미와 누리가 낫다.
녀석들이 박서나가 있는 정자로 올라갔다.
왕! 냐옹-
역시 예상대로 까미와 누리의 재롱에 지쳐있던 박서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녀석들을 쓸어주며 힐링이 되었는지 그녀의 표정이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정자의 정경을 바라보던 고승훈 감독.
촬영 내내 성이 차지 않아하더니.
지금 정경에 완벽이라는 단어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