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75
펜트하우스로 올라왔다.
아무래도 카페보다는 조용히 얘기를 나누기엔 펜트하우스가 편할 듯싶었다.
물론 펜트하우스가 나의 소유라는 것은 밝히지 않았지만 조향사 존과 로라는 내 뒷배가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나다는 것을 눈치챈 기색이다.
“일단 마운틴 1호 향수의 향기를 맡아보고 나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회의 테이블에 자리한 로라의 앞에 마운틴 1호 향수 샘플을 내려놓았다.
시향지는 일부러 건네지 않았다.
마운틴 1호 향수의 향기를 맡고자 한국까지 찾아온 로라였기에 직접 그녀의 몸에 향수를 뿌려 향을 맡아보게 할 생각이다.
마운틴 1호 향수가 다른 향수와 차별화를 느끼도록 해주는 독특한 점이긴 했지만, 인체에 향수를 뿌릴 경우 마법처럼 칠백 년 묵은 영초의 향기를 더욱 신비롭게 느끼게 해줄 것이니 말이다.
“그럼 향수를 시향해 보겠습니다.”
로라는 내가 테이블에 놓은 작은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치익!
그녀가 향수를 손목에 뿌렸다.
간혹 조향사들은 향기의 변형을 고려하여 손목보다 땀이 적은 손등에 향수를 뿌리는 것을 추천하긴 하지만, 손목에 향수를 뿌리게 되면 뛰는 맥박을 통해 자연스럽게 향이 번져나갈 수 있기에 향기의 은밀함을 감지하기에 좋은 점도 있다.
“아!”
이어 향수를 뿌린 손목에 코를 가져간 로라의 눈빛이 어딘지 몽롱하게 변해갔다.
[천상의 향기]로라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
짐작대로 마운틴 1호 향수의 향기에 크게 매료된 그녀의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닐 터.
사람을 홀리는 향수이기에.
역시 그녀는 팔딱팔딱 뛰고 있는 손목의 맥박을 통해 번져 나온 마운틴 1호 향기에 홀려버린 듯이 머리 위에 자연스럽게 [홀림]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뒤를 이어.
평화로운 그녀 표정이다.
지금 그녀는 심신이 한없이 평화로워 마치 천국에 오른 것처럼 착각될 정도로 몸과 마음이 깃털처럼 가벼울 터.
그렇게 로라가 마운틴 1호 향수 시향을 하는 도중.
조향사 존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
로라를 바라보는 조향사 존의 눈빛이 격하게 일렁이고 있다.
아름다운 금발 미녀.
직접 시향을 하지 않고 로라의 손목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향기만으로도 존의 예민한 후각이 자극을 받은 모양이다.
아까 로비에서 만난 존은 로라를 대하는 기색이 사랑과는 무관했다.
그런데 지금 로라를 대하는 존의 눈빛은 사랑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마운틴 1호 향수의 향기.
나도 향수 냄새를 맡았지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존은 향기에 영향을 받았다.
존과 로라.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존재라는 의미일 터.
향수가 서로를 이어주는 역할까지?
그때 시향이 끝난 것에 로라가 나를 쳐다봤다.
“어떻게 해야 이런 향기를 내는 향수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나는 그녀의 질문에 조용히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사닐에서도 송로 향수를 만들지 않았나요?”
“맞아요. 사닐에서도 송로 향수를 만들었고 올 하반기에 출시를 목표로 잡고 있어요.”
“최상급 향수로 판정 받았겠죠.”
“그래요. 최상급 향수로 판정 받을 정도로 완벽했죠. 하지만 사닐 향수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신비로운 향기를 지금 이곳에서 느끼게 되었죠.”
로라는 조향사 존이 넙튜에 올린 마운틴 1호 향수에 관한 내용을 보고 정말 존이 느낀 것이 진짜일까 반신반의 하는 마음으로 한국을 찾아왔다.
그랬는데 그것이 진짜였다.
스윽!
로라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향수를 만들고 싶어 사닐 화장품 연구원이 된 그녀였다.
하지만 이곳에서 마운틴 1호 향기를 맡게 되자 사닐 화장품 연구원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제발 도와주세요.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향수를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바로 나의 꿈이에요.”
로라로선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로라. 당신은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인지도를 구축한 사닐 화장품의 연구원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잘나가는 위치에 속한 당신이 모든 것을 버리고 명성화장품의 연구원이 될 수 있겠어요?”
“네! 허락만 해준다면 명성화장품 연구원으로 이적할게요. 사닐과는 계약 기간도 거의 끝난 상태이니 그곳을 떠나도 문제가 될 일은 없어요. 지금 내겐 오로지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향수를 만드는 일이 중요할 뿐이에요.”
“그럼 로라. 당신이 마운틴 1호에 인생을 걸고 싶다는 말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요?”
“네!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향수를 만드는 일에 합류한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죠.”
“그렇게 향수에 집착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요?”
이미 로라의 머리 위에 떠오른 단어를 봤기에 그녀의 진심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론 그녀는 대체 왜 이렇게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향수를 만드는 것에 이리도 집착을 보이는 건지 그것이 궁금했다.
“사춘기 시절 사랑했던 남친에게 배신을 당했어요. 그가 내 절친과 몰래 양다리를 걸친 것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죠. 밤 거리를 헤매다가 문득 어디서 흘러나온 좋은 향기를 맡고 힐링을 하게 되었죠. 그때 결심했죠. 세상에서 최고로 멋진 향수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어요.”
전혀 뜻밖의 얘기이긴 했다.
아픈 과거를 딛고 훌륭하게 성장한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로라. 당신이 솔직하게 밝혔으니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요. 방금 로라가 시향한 마운틴 1호 향수는 사닐에서 만든 송로 향수보다 더욱 훌륭한 향수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운틴 1호 향수는 한정판으로 판매가 될 것이며 이미 연구단계는 끝난 상태입니다. 해서 로라 양이 명성화장품 연구원이 된다면 마운틴 2호의 향수 제작부터 합류가 가능합니다. 그래도 괜찮겠어요?”
“마운틴 1호 향수가 한정판으로 판매가 된다고요? 이유가 뭐죠?”
“마운틴 1호에 들어간 첨가제를 더는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죠.”
로라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마운틴 1호 향수를 어떤 식으로 만드는지 알고 싶었는데 더는 향수를 만들지 못한다는 말에 충격을 먹은 기색이었다.
하지만 향수에 대한 의지를 쉽게 포기하기 힘든지 그녀가 이내 눈에 힘을 주고는 나를 향해 물었다.
“그럼 마운틴 2호 향수는 1호에 비해서 어떤가요? 그것도 최고의 향수라고 자부할 수 있나요?”
“그래요. 마운틴 2호 역시 최고의 향수라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리고 참고로 마운틴 2호는 최상급 송로를 비롯하여 첨가제의 공급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죠.”
“그렇다면 이제 내 결정만이 남았군요.”
“그래요. 우리는 억지로 로라를 명성 연구원으로 끌어들일 마음은 없어요. 자유롭게 결정해요.”
“좋아요. 마운틴 2호 향수를 만드는데 합류하고 싶어요.”
로라의 대답에 나는 그녀를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계약 문제는 백한성에게 넘겼다. 그렇게 로라는 명성 소속의 연구원이 되었다.
*
마운틴 1호 향수 광고.
드디어 세간에 광고가 보도되었다.
광고 시사회에서 보여주었던 뜨거운 반응처럼, 며칠 사이에 세간의 이슈가 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광고가 되었다.
한편, 이런 현상에.
KJ케이블 예능국.
나성찬 국장과 구한말 피디.
방송국을 그만둔 박서나가 향수 광고를 찍어 세간의 이슈가 된 문제로 기분이 찝찝한 상태였다.
게다가 박서나가 SB케이블로 이적을 한 것이 나성찬 국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KJ케이블과 라이벌 구도인 SB케이블인지라 나성찬이 방해공작을 펼칠 수가 없었던 탓이다.
“구 피디. 박 피디가 SB케이블로 넘어갔다던데 소식 들었어?”
“네에. 듣긴 했습니다.”
“그곳에서도 하반기에 동물 프로를 진행할 분위기던데. 이대로 방송 진행해도 차질 없겠어?”
“걱정마세요, 국장님. 박 피디가 어쩌다 광고를 하나 찍은 모양인데 지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그래봤자 반짝 인기에 불과할 겁니다.”
“그래도 지금 돌아가는 분위기가 영 꺼림칙하단 말이지? 광고에 관심 1도 없는 우리 와이프가 박 피디 나온 광고는 아주 입을 떡 벌리고 감탄을 다 하더라고.”
나성찬 국장의 말에 구한말 피디의 코가 불쾌한 듯 실룩거렸다.
KJ케이블에서 박서나를 쫓아낸 것까지는 정말 해피 했는데 이렇게 그녀가 광고로 뒤통수를 칠 줄은 미처 몰랐다.
사실 구한말도 향수 광고를 봤다.
순간적으로 광고에 나온 박서나를 보고 가슴이 다 설렐 정도로 굉장한 광고이긴 했지만 자존심상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다.
“광고가 잘 빠진 것과 방송 프로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박 피디가 방송에 얼굴을 보일 것도 아닌데요 뭐.”
“하긴 그건 그렇지. 박 피디가 연예인도 아닌데 광고를 찍어봤자 방송에 나올 일도 없을 테고. 근데 연예인들과 동물 섭외 문제는 어떻게 잘 진행되고 있는 거야?”
“물론입니다. 하반기 개편 프로 첫날에 국민여배우로 알려진 탑급 연예인 홍세라 씨와 그녀가 키우는 강아지 찰스가 출연하기로 했습니다.”
“호오! 홍세라라면 시청률은 따 놓은 당상이겠군. 근데 홍세라가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찰스?”
“네! 명품으로 불리는 품종인데 홍세라 말로는 아주 영리한 강아지라고 칭찬이 자자하더군요.”
“그래. 느낌이 좋긴 하군. 근데 박 피디가 기획한 방송에서는 강아지와 고양이가 둘 다 나올 모양이던데. 그럼 그쪽이 더 볼거리가 풍성하지 않을까?”
“안 그래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고양이를 키우는 연예인을 한 명 더 섭외할 생각입니다. 홍세라에 비해선 인기는 좀 떨어지지만 그녀와 사이가 좋은 지원을 출연시킬 계획입니다.”
“흐음. 지원이라면 비주얼도 거의 탑급에 속하고 대중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으니 홍세라와 함께 출연시키면 그림이 좋긴 하겠군. 근데 확실하게 섭외는 된 건가?”
“오늘 중으로 그쪽 소속사에서 답을 주기로 했지만 허락할 것이라 봅니다.”
“그래. 두 사람이 출연하면 시청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물론입니다. 박 피디가 진행하는 프로는 고작 동물들만 출연하는 것에 비해 저희 쪽은 빵빵한 스타와 동물들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결코 박 피디는 저희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알았네. 나는 구 피디 자네만 믿고 있겠네. 하여간 박 피디가 여길 그만둔 것 때문에 분위기가 좀 어수선한 모양인데 그것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네. 걱정 마십시오. 이번 기회에 주제도 모르고 날 뛰는 박 피디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고 말겠습니다.”
구한말 피디의 눈에서 불꽃이 번쩍거렸다.
안 그래도 국장실로 오기 전에 다른 부서 피디들이 박서나에 관련한 내용을 가지고 얘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은 것이다.
박서나의 기획을 그가 빼돌렸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향수 광고에 나온 박서나를 열렬히 빨아 대는 꼴에 빈정이 상했다.
게다가 특히 구한말의 자존심을 건드리듯이 박서나가 빠진 예능국을 앙꼬 빠진 찐빵으로 비유를 해 댄 것에 이를 갈게 되었다.
웅웅-
마침 지원 소속사에서 연락이 왔다.
“국장님! 지원 씨도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어요!”
“그럼 박 피디를 누르는 것은 일도 아니겠군.”
나성찬 국장과 구한말 피디는 승리를 장담하는 기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