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80
시간이 흘러.
방송을 하루 앞둔 날.
긴장 따위 모르는 까미와 누리였지만.
그래도 내일 방송에 들어간다는 것에 오늘 하루는 녀석들이 좋아하는 야산에서 닭들과 함께 놀기로 했다.
“다 함께 산의 꼭대기까지 올라갈 거야.”
꼬꼬꼬! 꼬꼬!
닭들이 크게 흥분한 분위기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신난 기색이고.
“까미가 가장 앞에서 움직일 거야. 산행을 하는 거니 올라갈 때 속도를 잘 조절하는 것이 중요해. 우리 까미. 잘 할 수 있지?”
왕!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의미로 까미가 힘차게 짖어 댔다.
“누리는 닭들과 중간에서 움직이도록 해. 혹시 닭들이 중간에 다른 길로 빠져도 곤란할 테니 그것만 신경 써줘. 나머지 닭들은 뒤에서 내가 돌볼 테니까.”
냐옹!
고양이 누리도 알았다는 듯이 힘차게 울음소릴 흘렸다.
까미와 누리에게 할 말을 전달한 나는 마지막으로 닭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었기에 녀석들을 둘러봤다.
모두 14마리나 되는 닭들이다.
이곳 야산은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동네 뒷산처럼 보일지 모르나 야산에 형성된 결계로 인해 닭들이 제멋대로 움직였다가는 미로에 갇혀 고생을 할 수도 있다.
닭들을 산행에 끼어준 이상 모두 산의 꼭대기까지 따라왔으면 싶었고, 야산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오늘 하루는 마음껏 누리게 해주고 싶었다.
“산을 오르다가 맛나게 생긴 벌레를 발견해도 쪼아 대지 말고 참기. 흥미로운 것을 봐도 무리에서 이탈하는 행동을 삼갈 것. 그것만 잘 지켜주면 좋겠는데 어때? 다들 잘 할 수 있지?”
꼬꼬꼬! 꼬꼬!
내 말을 잘 따르겠다는 의미로 닭들이 일제히 울음소릴 흘리자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자! 그럼 출발해볼까?”
내 말에 까미가 신난다고 얼른 앞으로 나섰고, 그 뒤로 닭들이 졸졸졸 따라서 텃밭 사이에 나있는 길로 움직였다. 고양이 누리는 중간에서 닭들과 함께 움직였다.
까미도 그렇고 누리도 다른 때에 비해 함께 움직이는 닭들을 배려한 탓인지 속도가 느린 편이다.
나는 가장 뒤에서 닭들의 움직임을 쫓으면서 천천히 걸었다.
닭들의 머리 위로 떠오른 단어들.
소풍을 떠나는 아이들과도 같다.
도시락을 들지 않아도 되었다.
야산에 있는 모든 것들이 훌륭한 식량이 되어주었기에.
스윽!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청명한 아침 하늘에 눈부신 햇살이 참으로 아름다운 날이다. 무더운 8월을 무사히 지내게 해준 것도 어찌 보면 야산의 덕이 컸다.
더위를 많이 타는 닭들인데 야산으로 들어서면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과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아주 시원했다.
또한 까미와 누리에겐 야산의 연못이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흐음.”
그렇게 텃밭을 지나 야산의 초입을 이르러 얼마 움직이지 않자 그동안 닭들이 먹이활동을 했던 지점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곳의 닭들이 아무리 준영물에 속하긴 했지만 그동안 지내온 습관이 있다.
‘과연 무사히 지나가려나.’
역시 짐작대로.
몇 마리 닭들이 습관 탓인지 먹이활동을 했던 지점으로 움직이려다 고양이 누리가 발로 바닥을 치며 가지 말라 울음소릴 흘리자, 닭들이 얼른 정신을 차리고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 누리가 있으니 든든하네.’
뒤에서 닭들의 행렬을 지켜보면서 걷고 있던 나는 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확실히 까미와 누리만 데리고 산을 오르는 것에 비해서 닭들과 함께 움직이니 손도 가고 속도도 느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런 산행도 나름 의미도 있고 즐거웠다.
드디어 산의 꼭대기에 이르렀다.
한 마리도 낙오 없이 닭들도 모두 산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었다.
“자! 이곳이 산의 정상이야!”
꼬꼬꼬! 꼬꼬!
높은 곳에서 동네의 정경을 내려다본 닭들의 머리 위로 흥분된 감정들이 풍선처럼 넘실거린다.
지금 순간 만큼은.
닭들은 하늘을 나는 기분일 터.
꼬끼요오오오! 꼬끼요오오!
수탉들인 수일, 병오, 새일이 목청 것 ‘야호’를 외쳤다. 암탉들은 대신 날개를 파닥거리며 새처럼 하늘을 나는 동작을 표현하는 것으로 흥분된 감정을 표출했다.
왕! 냐옹-
닭들이 느끼는 행복한 감정에 까미와 누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은지 행복한 표정들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아무 것도 아닌 소소한 행복.
내 식구들과 이렇게 산에 올라온 것 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꼭대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음 행선지는 송이버섯 군락지다! 다들 고우!”
나는 닭들이 좋아하는 송이버섯을 먹이로 쏘기로 했다.
그리고 송이버섯은 까미와 누리도 좋아했고 나도 좋아했다.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에 까미가 가장 신이 났다.
왕!
까미가 신 난다고 앞장섰다.
닭들이 그 뒤를 따라서 움직였다.
누리는 이번에도 중간에 위치했다. 가장 뒤에서 움직이던 나는 모두에게 주의를 주듯이 말했다.
“산을 내려갈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할 거야.”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14마리나 되는 닭들이 일사불란하게 잘도 움직인다.
경사진 곳도, 나무가 무성한 곳도, 덤불이 우거진 곳도 빠릿빠릿하게 잘도 피했다.
드디어 산의 중턱.
송이버섯 군락지에 도착했다.
소나무가 우거진 주변 정경이라 솔 향기가 진하게 풍겼다. 상큼한 향기가 감도는 가운데 바닥에는 소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솔 잎들이 쌓여있어 푹신한 느낌을 준다. 군데군데 수풀 사이로 피어난 야생화도 꽤 운치가 있다.
지금부터 소풍의 핵심이다.
소풍에서 먹을 것이 빠져선 안 되는 법.
오늘의 메뉴는 바로 송이버섯이다.
일종의 보물찾기 놀이를 겸하게 될 터.
“여기가 바로 송이버섯 군락지야. 마른 솔 잎들 아래에 송이버섯이 숨어있으니 잘 찾아봐. 찾는 것은 마음껏 먹어도 좋아. 그럼 시작할까?”
송이버섯 군락지에 닭들을 풀어놓았다.
닭들의 눈알이 매의 눈처럼 반들거린다.
특히 전에 떡갈나무가 우거진 송로버섯 군락지에서 송로를 찾는 것을 도와준 경험이 있던 탓인지 수탉 수일이 가장 먼저 탐색에 나섰다.
꼬꼬꼬!
송로도 잘 찾아낸 수일답게 녀석은 금방 마른 솔 잎 사이로 숨어있던 송이버섯을 찾아냈다.
꼬꼬! 꼬꼬꼬!
수일이 송이버섯을 어떤 식으로 찾아내는지 지켜보았던 나머지 닭들도 하나둘 송이를 찾아내 부리로 콕콕 쪼아 먹기 시작했다. 혼자서 움직이는 닭들도 있고 두 마리씩 짝을 지어 움직이기도 했다. 향긋한 송이 냄새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송이 찾기에 나섰다. 녀석들도 금방 송이를 찾아냈고, 대신 닭들처럼 부리로 송이버섯을 쪼아 먹을 수 없었기에 내가 손으로 잘게 조각을 내주었다.
자연산 송이버섯이다.
날 것으로 먹어도 좋았다.
나도 채집한 송이버섯을 있는 자리에서 흙 먼지를 툭툭 털고 아작아작 씹어 먹었다.
불에 구워서 먹어도 맛이 기똥찼지만 날 것으로 먹으니 향이 더욱 진하게 풍겨 음미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다들 송이버섯으로 충분히 배를 채웠다.
넘치는 활기를 놀이로 풀기로 했다.
일반 양계장의 닭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가 키우는 닭들은 유난히 점프 놀이를 즐겼다.
“저기 바위가 좋겠다!”
송이버섯 군락지를 벗어나 조금 아래쪽으로 내려오자 점프 놀이를 즐기기에 적당한 지점을 발견했다.
커다란 바위가 있고 아래쪽은 잡초들이 푹신하게 양탄자처럼 자라있어 점프 놀이를 하기에 적당한 자리였다.
왕! 냐옹-
닭들이 즐겨하는 점프 놀이였지만 까미와 누리도 빠지지 않았다. 녀석들은 닭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즐거운 기색이다.
“어디 누가 점프를 가장 멋지게 잘 하나 볼까?”
나는 바위와 조금 떨어진 풀밭에 앉아서 녀석들의 점프 놀이를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참견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놀 테니 말이다.
차례대로 바위로 올라가서 점프 놀이를 시작했다.
멀리 점프를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멋진 자세로 착지를 하는 것도 중요했다.
처억!
가장 멀리 뛰고 착지 동작도 안정적인 까미가 일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닭들 중에서는 지하 석실 안마 침상에서 부화를 시켰던 새일이 일등을 차지했다.
그 사이에 급성장한 새일은 닭치고는 귀족 티가 물씬 났다.
수일의 몸통은 검고 붉은 깃털로 감싸여 화려함이 컸지만, 새일은 눈처럼 하얀 깃털이 마치 백조를 연상시키듯이 인상적이었다.
점프 놀이에서 보여준 수일의 동작은 용맹한 자태를 느끼게 해주었고, 새일은 우아함과 날렵함까지 갖추었다.
또한 새일은 닭 중에서 나무를 가장 잘 탔다. 높다란 나무 위에도 풀쩍 점프를 하여 뛰어오를 정도로 점프력까지 엄청났다.
이런 식이면 1년만 지나면 수일의 대장 자리를 넘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그걸 보면 칠백 년 묵은 영초주 위력이 대단하긴 했다.
“둘 다 축하한다!”
나는 까미와 새일을 축하해주었다.
두 녀석 표정이 아주 행복해 보였다.
휘리릭!
마침 불어온 바람이 주변의 꽃나무를 흔들어주어 꽃잎이 두 녀석의 머리 위로 축하하듯이 아름답게 흩날리게 되었다.
꼬꼬꼬! 꼬꼬!
아름다운 광경에.
닭들은 날개를 파닥 거리며 즐거워했다.
수탉 수일도 화려한 볏을 끄덕거리며 좋아했다.
수일은 새일이 자신을 앞지른 것에 분해하지 않았다.
새일의 아빠인 셈이기에.
자식이 잘난 것이 기쁜 기색이다.
냐옹!
고양이 누리는 발로 땅을 열심히 꾹꾹이를 했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초록색 눈알도 반달로 휘어졌다.
모두가 즐거웠다.
동물들과 함께 하는 힐링.
이것이야말로 힐링천국이 아닐까.
‘이런 모습을 방송에 보여주면 많은 사람들에게 힐링이 되긴 할 텐데.’
비록 까미가 일등을 차지하긴 했지만, 닭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공중을 도약하는 장면은 진짜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로 멋지긴 했다.
닭이지만 한순간 새처럼 보일 정도였다.
‘마음만 먹는다면 닭들이 나는 장면을 얼마든지 방송에 보낼 수 있긴 해.’
야산 대신에 다른 장소를 섭외한다면 닭들의 점프 놀이를 얼마든지 방송에 보낼 방법도 있긴 했다.
물론 닭들의 숫자가 14마리나 되었기에 모두 방송에 출연을 시키기는 그렇고. 3마리 정도면 까미와 누리와 함께 닭들을 방송에 출연을 시켜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수일, 병오, 새일까지. 이렇게 3마리가 출연해도 괜찮긴 한데.’
*
저녁이 되었다.
백한성과 내일 방송 일로 상의할 것이 있어서 잠깐 통화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엔 박서나와 코톡을 주고받았다. 그녀는 SB케이블 방송국 근처의 오피스텔을 얻어서 그곳에서 지내고 있는 중이다.
[나] 녀석들 컨디션은 아주 좋으니 걱정 마요. 오늘 야산에서 닭들과 점프 놀이를 하는 장면을 찍어왔는데 보내줄 테니 잠 안 오면 한번 봐요.
나는 야산에서 찍은 점프 놀이 영상을 박서나에게 보내주었다.
그렇게 영상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나에게서 코톡이 왔다.
[나] 그 문제는 나중에 상의하죠. ㅋ
[박서나] 내일 방청객이 얼마나 참석할까요? 그래도 방청석이 꽉 차야 분위기가 좀 살 텐데 걱정이네요ㅠㅠ
나는 박서나 걱정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백한성에게 좀 전에 들은 말이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