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86
다음날.
아침에 지하 석실을 벗어난 나는 신력이 오른 것에 대해 백한성에게 알려주었다.
-축하드립니다. 신력이 오른 이유가 마령으로 인해서라면 이번에 등장할 마령 2호도 분명 어떤 식으로든 대표님 앞에 존재감을 과시하고자 나타날지 모릅니다. 물론 마령은 대표님의 상대가 되지 못할 테지만 아직은 선주님의 힘을 완전히 복구하지 못한 상황이니 조심하셔야만 할 겁니다.
백한성은 만도자가 나를 위한 조력자로 인간계에 남겨준 존재답게 당연히 내 신력이 오른 것을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신력이 오른 것을 마령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걱정이 다분한 기색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실력이 뛰어난 정보통을 부리고 있던 백한성조차도 마령에 대해서 만큼은 자세한 정보를 모르는 눈치다.
왕! 냐옹-
집안으로 들어오자 까미와 누리가 반색하여 다가왔다. 그러다 까미는 영물답게 밤새 지하 석실에서 내가 이룬 성과를 단번에 눈치챈 기색이다.
발라당-
까미가 바닥에 몸을 까뒤집고 누워서 낑낑거리면서 애정 어린 손길을 원했다.
고양이 누리는 간혹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까미는 흔치 않은 일이기도 했다.
나도 미처 몰랐지만 내게서 흘러나온 신비로운 아우라가 선계에서 선주가 귀여워하던 흑랑의 핏줄인 까미의 충직한 본능을 자극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 우리 까미. 밤새 아빠 보고 싶었어요?”
나는 까미의 몸을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녀석이 원하는 정신적인 유대감을 충족시켜주었다.
아이가 엄마에게 안겨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까미의 지금 행동은 그것과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까미를 쓸어주고 나자 이번엔 고양이 누리가 똑같은 행동을 취했다.
준영물인 누리다.
흑랑의 핏줄은 아니지만 녀석도 내게서 풍기는 기운이 뭔가 달라진 것을 눈치채고 까미처럼 나와의 정신적인 유대감을 원했을 것이다.
동물이 인간과 다른 점.
절대 배신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누리의 몸도 쓸어주었다.
내 손길에 골골송을 흘리는 누리의 머리 위로 [영원한 충성]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까미와 누리를 진심으로 나의 소중한 식구처럼 여기고 애정을 베풀고 있지만 녀석들의 본능에는 상하관계가 명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건 녀석들의 본능 속에 새겨진 각인과도 같은 감정일 터. 아무리 나라도 그걸 억지로 제어할 수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한바탕 녀석들을 쓸어주며 정신적 유대감을 더욱 공고히 하고 나서 아침 준비에 나섰다.
신력 10에 이른 상태였지만 일상생활은 여전히 지금까지와 똑같이 유지될 테니 말이다.
먹고, 자고, 싸고. 생물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자율적인 생물활동의 주기적 변동. 즉, 바이오리듬은 인간의 몸으로 사는 동안은 영원히 계속될 터. 그 점은 까미와 누리도 마찬가지일 테고.
‘선계의 선인들은 인간과는 달리 생체리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했으니. 먹고, 자고, 싸는 문제에서 초월할 수도 있겠군. 그리고 인간처럼 수명에 연연할 필요 없이 건강한 몸으로 영원과도 같은 삶을 살게 될 테니.’
영원과도 같은 삶. 그런 삶을 산다면 행복할까.
심장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허탈한 감정.
왜 갑자기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인지 몰라도.
마치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처럼 익숙한 감정처럼 느껴진다.
‘왜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 건지 몰라도… 어쩌면 선계의 선주는 자신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긴 것은 아닐까.’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내내 머리가 명쾌하지 못했다. 마치 얽혀버린 실타래처럼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복잡했다.
‘지금의 삶에 충실하자. 그러면 뭔가 답이 보이겠지.’
복잡할 때는 쉽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요리를 마친 나는 까미와 누리를 불러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
오후가 되었다.
야산으로 놀러간 까미와 누리였는데 점심을 먹을 때가 한참 지났는데도 까미와 누리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에는 녀석들이 산속의 연못에서 헤엄치며 놀면서 은화를 잡아먹는 것으로 점심을 대신하는 일이 허다했지만 가을로 접어들면서 연못가에서 헤엄을 치는 일을 접게 되었다.
“녀석들이 아무래도 밤 따기에 재미를 붙인 모양인데.”
요즘 까미와 누리가 밤나무에 크게 집착하고 있는 상태였다. 밤 따기에 재미가 들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산속에 있는 모양이라고 여겼다.
“심심한데 녀석들이나 찾으러 가봐야겠다.”
집을 나선 나는 텃밭으로 향했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야산에서 주로 활동했던 닭들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가끔씩 텃밭에서 벌레를 잡아먹기도 했다.
옥수수를 수확했던 땅에는 얼갈이배추가 심겨져 있었다. 그곳에 유독 벌레가 많은지 닭들이 죄다 그곳에 모여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14마리나 되는 닭들이다. 그렇게 닭들이 모인 영향으로 텃밭에 풀들이 자라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긴 했다.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지만 필요 없는 풀들은 닭들이 부리로 잡아당겨 아작을 내버리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자란 닭들은 양계장에서 키우는 닭들과는 아주 많이 달랐기에 거의 준영물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지하 석실 안마침상에서 부화를 시킨 ‘새’자 돌림 닭들은 잡초를 보면 아주 경쟁적으로 처리에 나섰다.
내가 텃밭의 잡초를 제거해주면 좋겠다는 말을 한 후로 과격할 정도로 충성심을 보이는 녀석들이다. 그리고 녀석들에게 잡초 제거는 일종의 놀이처럼 여겨지는 면도 없지 않았다.
꼬꼬꼬! 꼬꼬!
텃밭에서 먹이활동을 하고 있던 닭들이 나를 발견하자 반색하여 다가와 아는 척을 했다.
닭들을 살펴봤지만 평소와 별다를 것이 없는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얼갈이배추가 자라고 있는 고랑 사이로 뿌리가 뽑혀 땅바닥에 뒹굴고 있는 잡초를 보자 나는 그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잡초를 제거해줘서 정말 고마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놀면서 하도록 해.”
나의 인사치례에 닭들이 아주 즐거운 기색이다. 특히 잡초 제거에 가장 열성인 새일은 내가 관심을 보인 것에 눈알을 반들거리며 상당히 기뻐하고 있다.
나는 일부러 새일에게 말을 걸었다.
“새일. 까미와 누리가 산에 올라갔니?”
꼬꼬꼬!
내 말에 새일이 붉은 볏이 달린 하얀 머리통을 열심히 끄덕여댔다. 이번엔 닭들의 대장인 수일도 챙겨줄 겸 녀석에게도 물었다.
“수일. 까미와 누리가 산에서 내려오지는 않았지?”
꼬꼬꼬꼬!
내 말에 수일도 열심히 머리통을 끄덕였다. 그걸로 봐서 까미와 누리가 야산에서 아직 내려오지 않은 것은 확실했다.
“그래. 알았다. 나중에 보자.”
나는 닭들과 헤어져 야산의 초입으로 들어섰다.
까미와 누리가 있을만한 장소.
일단 밤나무가 뿌리를 내린 장소를 찾아서 움직였다.
“흐음.”
나는 밤나무가 있는 장소마다 찾아가서 살펴봤지만 까미와 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허! 이 녀석들이 어디로 간 거지? 분명 밤 따기를 하고 있을 것이라 여겼건만.”
나는 이번엔 혹시 몰랐기에 산속의 연못으로 향했다. 밤 따기를 하다 질려서 연못에서 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연못가에 도착했지만 그곳에서도 까미와 누리의 모습을 발견하지 못했다.
“거참 이상한 일이네?”
닭들을 통해 까미와 누리가 야산에 올라온 것과, 아직 야산에서 내려가지 않는 것을 이미 확인한 상황이다.
“좋아. 녀석들이 야산에서 내려가지 않았다면 분명 산속의 어딘가에 있긴 하겠지.”
나는 녀석들이 가볼만한 장소는 모두 찾아보기로 했다. 송이버섯 군락지를 둘러보게 되었고, 거기에서 녀석들을 발견하지 못하자 다음에는 송로버섯 군락지도 가봤다.
하지만 충분히 산속을 살펴봤지만 여전히 까미와 누리를 발견하지 못하자 이제 남은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산꼭대기에 올라갔을 수도 있군.”
나는 야산의 정상으로 향했다.
하긴 산꼭대기에 오르는 일은 까미와 누리가 즐겨하는 놀이 중의 하나였기에.
그곳에 가면 분명 녀석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어이없게도 산꼭대기에 올라왔지만 까미와 누리를 발견하지 못했다.
“하아! 녀석들이 갈만한 장소는 모두 찾아본 거 같은데. 대체 어디에서 놀고 있는 거지?”
나는 허공을 올려다봤다.
잠시 후면 해가 질 기세다.
날이 저물면 알아서 녀석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도 있을 테지만, 현재 야산의 이곳저곳을 열심히 둘러본 나로선 기분이 불안했다.
‘혹시 결계의 미로에 갇힌 건가?’
그동안 까미는 야산의 결계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만일 까미에게 통하지 않는 결계가 있다면.
야산에 형성된 결계.
본래 목적은 신비로운 야산의 비밀을 세상 사람들에게 은폐할 목적으로 형성된 결계이긴 했다.
참고로 결계는 눈으로 확인이 불가능했고, 또한 결계가 발동이 걸릴 경우에는 결계 안에 갇힌 곳에서 벌어진 현상 역시 확인이 어려웠다.
‘야산에 형성된 결계는 심력은 소모시켜도 사람을 해칠 정도의 결계는 아닐 테지만… 그래도 까미가 걸려들 정도의 결계라면…’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동안 까미와 누리가 야산을 아무리 헤집고 돌아다녀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기에 산에서 노는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까미와 누리가 빠져나오지 못할 수준의 결계에 갇힌 경우라면 녀석들이 위험할 수도 있다.
‘신력이 오른 것이 그래서일까?’
갑자기 신력이 오르고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신력이 미약해서 결계를 파악할 능력이 못 되었지만 이제 신력 10에 이른 상태였다.
‘신력 5였을 때와는 뭔가 차이가 있을 터.’
나는 산꼭대기에 정좌했다.
눈을 감았다.
야산의 결계에 과연 내가 지닌 신력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미지수였지만, 적어도 신력 10에 이른 상태였기에 뭔가의 반응이 보이긴 할 것이라 생각했다.
야산에서 불어온 바람.
자연과의 동화.
그것에 나의 기운을 실었다.
‘까미와 누리가 있는 곳을 찾아보자.’
내 기운이 실린 바람이 야산의 이곳저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야산에 형성된 결계. 바람이 그곳을 차례대로 점검에 들어갔다.
막힘없이 야산에 형성된 결계를 넘나들면서 확인을 해봤지만 까미와 누리의 기운을 좀처럼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결계 한 곳에서 이상한 것을 감지했다.
다른 결계에 비해 색다른 기운이 감돌고 있다.
마치 블랙홀처럼.
바닥에 어둠과도 같은 구멍이 보였다.
위치는 밤나무가 자리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지점.
‘야산에 저런 곳이 있었다니?’
처음 발견한 현상이다.
이질감이 강하게 들었다.
저곳을 파악하려면 블랙홀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을 터.
‘만일 까미가 저곳을 발견했다면 분명 호기심에 들어갔을 거야.’
나는 눈을 떴다.
블랙홀처럼 생긴 결계.
그런 수상한 결계가 야산에 형성된 것은 왠지 자연스럽지 않다. 만도자의 장부에는 야산에 형성된 결계는 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을 쫓아내려는 용도였지 해가 되는 결계는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블랙홀 결계는 누가 일부러 만든 결계일 수도 있다. 그곳이 어디로 연결된 건지는 몰라도 호기심에 그곳에 접근했다가 까미와 누리가 빨려 들어간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