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88
꿀꺽!
샘물을 삼켰다.
역시 환상적인 물 맛이다.
하지만 만일 마령이 깃든 샘물일 경우라면 이것은 내 수명을 깎아 먹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것이다.
’30년 치 수명이 줄어든 셈이긴 하나, 다른 기억을 더 떠올릴 수 있다면.’
나는 만도자를 믿어보기로 했다.
샘물을 마시니 선계에서 만도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에 이번에도 어떤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 여겼다.
충성스러운 만도자였다.
요정의 샘물이 자칫 선주의 수명을 줄어들게 만드는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만도자가 방관 만 하고는 있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내용이 떠오르려나.’
이건 내 추측이긴 했지만 현재 선계로 올라간 만도자는 야산에 함정처럼 형성된 결계를 어쩌면 눈치채고 있지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선계에서 마령을 살리거나 소멸 시키는 일은 오로지 선주의 소관이었기에, 이곳의 샘물에 정말 마령이 깃든 상태라면 그걸 어떤 식으로 처리하든지 이곳에 있는 나의 소관이라 볼 수 있었기에 말이다.
또한 비록 마령이 깃든 샘물을 마셔서 나의 수명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런 위험을 방관하고 있을 만도자가 아닐 테니 필시 그것을 해결할 대책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바로 그때였다.
뭔가 이상한 일이다.
지금 떠오른 기억은 선계의 기억은 아니었다.
메시지에 가까운 내용.
그렇다면 이건 만도자의 배려일 수도.
‘선계에 있는 만도자가 내게 보낸 메시지 일 수도.’
30년 치 수명이 줄어든 대가로 만도자 메시지를 접할 수 있었다.
만도자는 정확한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답을 찾아내는 것은 내가 할 일이기에.
‘결계 안에 요정의 샘물을 끌어들인 것은 마령이 나를 시험하고자 벌인 일일 터.’
선계에서는 하찮은 마령 따위가 감히 선주를 위해 이런 일을 벌인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나 이곳은 인간계란 것이다.
참방!
나는 다시 샘물에 손을 가져갔다.
마령의 핵을 파괴하기 위해선 실체를 파악하지 않고는 불가능했다. 마령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선 위험하지만 샘물을 마시는 것이 답이라 여겼다.
‘샘물을 마시면 마령의 속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작된 게임이다.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꿀꺽!
샘물을 마셨다.
이번이 네 번째이니 이제 수명은 40년으로 줄어든 셈이나 샘물의 기운과 보다 가까워진 셈이다.
‘마령의 실체를 찾아보자.’
나는 요정의 샘물을 들여다봤다.
작은 옹달샘의 크기였지만 확실히 신비롭다.
맑고 투명한 물. 샘물의 바닥에 깔린 은빛 모래 알갱이에서 반짝반짝 아름다운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정녕 신비롭고도 아름다운 샘물이긴 했다.
하지만 샘물을 빤히 들여다봤지만 마령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40년이나 수명이 줄어든 상태임에도.
마령의 실체를 파악하기엔 더욱 많은 수명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다.
‘대체 내 수명을 얼마나 깎아 먹어야 마령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
만일의 경우 내가 이곳에 갇혀 목숨을 잃게 된다면 까미와 누리는 어떻게 될까.
선계의 흑랑의 피를 물려받은 영물 까미이긴 했지만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히 요정의 샘물이 까미와 누리에겐 해가 되지 않을 테니 아사는 면할 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요정의 샘물은 마시면 마실수록 까미와 누리의 수명을 더욱 늘어나게 해준다는 점이 문제였다. 녀석들은 영원히 이곳에 갇힌 채로 지내게 될 것이다.
‘녀석들이 절대 그렇게 되도록 만들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결계 안을 빠져나가는 방법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내 수명은 40년이나 줄어든 상태로 이 게임은 종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샘물에 숨은 마령 2호.
그것을 처리하지 못하고 나가게 되는 셈이다.
과연 그것을 용납할 수 있을까.
‘이곳에서 물러난다면 남은 마령의 처리는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선계의 선주였던 내가 인간계로 내려온 목적.
그것에 대한 유일한 단서는 바로 마령이다.
장난도 심하고 호기심도 강한 선주의 성격상 마령과 어떤 내기를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끝까지 해보는 것이다.
설령 내 수명이 모두 다하여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망정 마령 따위에게 굴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참방!
다시 샘물을 떠서 마셨다.
이제 50년의 수명이 줄어든 셈.
‘과연?’
하지만 50년의 수명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여전히 샘물에 숨어든 마령의 실체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에 나는 이를 뿌득 갈아 댔다.
현재 내 나이는 30세.
50년 수명이 줄어들었니 80세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까지는 수명이 줄어도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50년이 줄어든 후부터는 기력이 딸리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젊은이에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것처럼.
그나마 다행히 한 가지 위안을 삼자면.
내가 신력을 지닌 탓인지 기력은 딸려도 표면적으로는 육신의 노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긴 했다.
‘내 반드시 마령을 찾아내고 만다.’
다시 손으로 뜬 샘물을 마셨다.
온몸의 세포를 짜릿하게 만들 정도로 세상에 다시 없는 청량한 물 맛이나, 이것이 나의 수명을 줄어들게 만든 물이라 생각하자 한편으론 독을 마시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제 60년 치 수명이 줄어든 셈.
‘이번에는 꼭 나타날지도.’
나는 기대를 갖고 투명한 샘물 안을 들여다봤다.
샘물 바닥에 깔린 은빛 모래 알갱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름다운 은빛이 마치 나를 약을 올리듯이 찰랑찰랑 수면을 흔들고 있을 뿐, 마령의 실체를 전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에 그만 분통이 터진 나는 이를 뿌득 갈게 되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나는 60년 치 수명을 잃었지만 체념하지 않았다.
남은 내 수명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나 끝까지 가볼 작정이다.
정말 죽음의 위기에 처한다면 내 몸속에 퍼져있는 신력이 뭔가 경고를 보낼 것이라 여겼다.
참방!
샘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다.
이제 70년의 수명이 줄어든 셈.
여전히 샘물에서 마령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자 나는 또다시 샘물을 떠서 마셨다.
이제 80년의 수명이 줄어들었다.
현재 내 나이까지 치면 110세가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마령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또다시 도전했다.
참방!
샘물을 손으로 떠서 마셨다.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몇 번이고 샘물을 손으로 떠서 마셔봤지만 마령의 실체를 여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포기할 수 없었다.
마령의 실체.
대체 어디에 숨었기에 이리도 보이지 않는 걸까.
급기야 샘물을 파괴하고 싶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지만.
샘물을 파괴하면 게임은 끝.
수명을 잃은 나만 손해였다.
“젠장! 200년의 수명이 줄어든 셈인데도…”
정확히는 230세인 셈이다.
한편으론 내가 230세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셈이긴 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여전히 마령의 실체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그리고 앞으로 남은 내 수명이 과연 얼마나 남은 건지도 문제였다.
또한 껍데기는 여전히 30대였지만 기력은 말도 못하게 줄어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내가 이곳에서 죽든… 아니면 마령을 소멸 시키든 둘 중 하나다.”
나는 도전을 택했다.
여기서 멈추면 죽도 밥도 안 된다.
꿀꺽!
나는 다시 샘물을 떠서 마셨다.
그런 식으로 다섯 번 정도 같은 동작을 되풀이했지만, 여전히 요정의 샘물에 깃든 마령의 실체를 파악 할 수 없었다.
이제 250년의 수명이 줄어든 셈.
하지만 어떤 수확도 얻지 못한 것에 그만 어이가 없었다.
‘만일 끝까지 마령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젊은이의 거죽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실상 잔뜩 시들어 말라비틀어진 기력이다.
스윽!
까미와 누리가 있는 방향을 힘없이 바라봤다.
나와는 달리 녀석들은 지친 기색 없이 들판에 피어난 꽃향기에 취해 정신없이 뛰어 놀고 있다.
벌러덩!
난 풀밭에 맥을 놓고 누워버렸다.
마령의 농간에 놀아날 수 없다는 생각에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에 정신이 팔려 샘물을 마시는 것에만 열중했다. 그렇게 줄어든 수명이 250년. 그럼에도 어떤 결과도 보지 못했다.
“하아! 비록 결계로 비롯된 공간이긴 하나… 아름답긴 하군.”
검푸른 허공에 둥근 달이 보인다.
현실에서 보았던 달보다 더욱 은은하고 아름답다.
만일 요정의 샘물에 깃든 마령만 소멸 시킨다면 결계를 파괴하지 않고 틈틈이 들어와서 쉬다가는 힐링장소로 삼아도 좋을 터.
‘야산에서도 녀석들이 마음껏 뛰어 다닐 수는 있지만… 그래도 이런 아름다운 들판이라면 더욱 기분이 좋을 거야.’
그런데 무심코 허공의 달을 올려다보던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그만 전율이 일고 말았다.
벌떡!
난 얼른 누웠던 풀밭에서 일어나 요정의 샘물로 다가갔다.
‘만일 내 짐작이 맞는다면.’
나는 샘물 안을 들여다봤다.
지금까지 왜 요정의 샘물 안에 깃든 마령의 실체를 찾아내지 못한 건지 눈치채게 된 것이다.
마령 2호.
만도자가 배려한 야산에 결계를 몰래 만들어 내가 아끼는 까미와 누리를 끌어들였다.
그러고는 요정의 샘물을 이용하여 내 수명을 250년이나 줄어들게 만든 상태였다.
마령 2호는 지금 내 수명이 250년이나 깎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신난다고 킬킬대고 있을 터.
‘마령이 숨어있는 곳은 샘물 안이긴 하되, 그것이 꼭 샘물 안이 아닐 수도 있다.’
만도자의 말을 깊게 생각했어야만 했는데 그걸 간과했다. 마음을 비우고 허공을 바라본 것. 거기에서 답을 찾아낸 것이다.
‘더는 샘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나는 대신 요정의 샘물 안을 들여다보며 허공의 달이 샘물 안에 비추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러.
허공에 떠있던 달이 샘물 중앙에 비추기 시작했다.
샘물에 비친 둥그런 달.
답을 찾은 것이다.
첨벙!
그대로 샘물 속으로 손을 집어넣은 나는 달을 꽉 움켜잡았다.
이것이 만일 허공의 달에 불과하다면 내가 한 짓거리는 쓸데없는 짓거리에 불과할 테지만, 움켜잡은 감촉은 너무 생생했다.
촤아아앗-
샘물 밖으로 손을 꺼냈다.
꽉 움켜잡은 달을 풀지 않은 상태로.
펄떡펄떡!
마령 2호의 심장.
그것이 내 손안에서 힘차게 요동을 쳐 댔다.
마령 2호의 핵.
감히 내 수명을 노리고 농간을 부린 대가를 치르게 해줄 작정으로 나는 남은 기력을 쥐어짰다.
꽈지지지지직!
손안에 움켜쥔 마령 2호의 핵.
250년의 수명이 줄어들긴 했지만 신력 10에 이른 나의 상태였고, 남은 기력을 모두 쥐어짜자 태산도 뭉개버릴 힘으로 변했다.
마령 2호의 핵이 파괴되었다.
곧장 알림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줄어든 수명이 원상태로 복구되자 기력이 충만했다.
‘해냈다.’
마령 2호를 처리했다.
이제 요정의 샘물을 마음껏 마셔도 수명이 줄어들 일은 없을 터.
보너스로 요정의 샘물을 얻었다.
이제 이곳은 영원히 나의 힐링장소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왕! 냐옹-
들판을 뛰어다니는 까미와 누리.
녀석들의 놀이터가 한 곳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