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91
토요일이 되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씻고 나서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 두 번째로 가족들이 방문하는 날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 그리고 이번에는 심었던 고구마를 다함께 수확하고자 부른 것이다. 물론 오늘은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와는 달리 한성식 사장이 한명 더 오게 될 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게 있어서 모두 소중한 이들인 셈이다.
‘특별한 차를 맛보게 해줘야겠다.’
나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요정의 샘물에서 떠온 물을 꺼냈다.
작은 유리병에 담긴 물.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신비로운 샘물이라 볼 수 있었다.
‘이걸로 영초 향균차를 만든다면 세상에 다시없는 영약이 될 터.’
요정의 샘물이 들어간 차를 마신다면 다들 병치레를 하지 않고 건강해질 것이다.
쪼르륵!
우려낸 영초 향균차에 요정의 샘물을 부었다.
소량의 샘물이긴 했다.
하지만 샘물이 들어가고 아니고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처럼 엄청날 터.
차를 여러 사람이 나눠 마시게 될 테니 혼자서 마시는 것에 비해서 효력은 좀 떨어질지 모르나 그래도 신비로운 요정의 샘물이 들어간 만큼 건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다.
‘요정의 샘물은 나중에 필요할 때 또 떠오면 될 테니.’
소중한 가족들을 위해 요정의 샘물을 사용하는 것이니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첫 번째 떠온 요정의 샘물을 가족들에게 선을 보이게 된 것이 오히려 기뻤다.
‘만일 요정의 샘물을 연구한다 해도 그 속에 들어있는 신비로운 성분은 결코 알아내지 못할 거야. 마치 마법과도 같은 일일 테니.’
그렇게 영초 향균차 준비가 끝나자 다음으로 나는 샌드위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텃밭의 작물들과 야산의 송로 버섯을 이용한 샌드위치였다. 최상급 송로버섯이 들어간 샌드위치이니만큼 맛은 보장해도 좋았다.
나는 손님 맞을 준비가 모두 끝나자 거실에서 놀고 있던 까미와 누리를 내 곁으로 불렀다.
“까미. 누리. 오늘 여기에 손님들이 오실 거야. 점심 대용으로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다함께 고구마를 캘 거거든.”
[손님 좋당.]
[고구마 캔다냥.]
나는 웃는 얼굴로 까미와 누리의 몸을 번갈아 쓸어주었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진 덕분에 이제는 녀석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이 더욱 즐겁다. 반응이 곧장 돌아오니 말이다.
[할아버지랑 송이도 온당?]까미가 선홍색 눈알을 반짝거리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유독 아버지 장흥수와 조카 송이를 좋아하는 까미였기에 손님 중에 두 사람이 포함이 되었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래. 할아버지랑 송이도 여기에 올 거야. 그리고 형님 내외분과 한 사장님도 오실 거고.”
[사람들 많이온당.]
[얌전히 있겠다냥.]
나는 웃으며 녀석들의 털을 다시금 쓸어주었다.
[손님들 언제 간당?]까미가 다시금 질문을 했다.
“오늘은 좀 늦게 갈 거야. 너희가 나오는 을 여기 거실에 모여서 다함께 보고 갈 거니까.”
[티비 함께 본당.]
[기분 좋다냥.]
까미와 누리는 을 가족들이 모여서 보게 된다는 것에 상당히 들뜬 기색이다. 그 점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귀여운 조카 송이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오늘 하루가 아주 기대가 되었다.
“그럼 너희는 앞마당에 나가서 놀고 있어. 아빠는 옷 좀 갈아입고 나갈 테니까.”
[알았당.]
[알았다냥.]
까미와 누리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입고 있던 추리닝을 벗고 청바지에 새 셔츠로 갈아입었다. 손님이 오는데 추리닝 차림새는 좀 아니었기에.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며 머리칼을 손으로 대충 정리하고는 집안을 점검하듯이 한번 둘러보았다.
‘흐음. 이 정도면 혼자 사는 남자의 집치고는 깨끗한 편이지 않나.’
나는 지저분한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다보니 정리가 제법 잘된 실내의 분위기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동물 누린내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향긋한 냄새가 난다.
아까 영초 향균차를 우려낸 탓도 있지만 결계를 벗어난 후로 까미와 누리의 털에서 꽃향기가 싱그럽게 나고 있다. 물론 그 전에도 녀석들에게선 좋은 냄새가 나긴 했지만.
‘가만? 가을이지만 그래도 아직 모기가 있을 수도 있으니. 한 사장님에게 줄 만년화리 비늘목걸이를 하나 더 만들어 놓아야겠다.’
전에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 아버지 장흥수와 형님네 가족에게 만년화리 비늘 목걸이를 하나씩 나눠준 상태였다.
그랬기에 이번엔 한성식 사장에게 줄 목걸이를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주방에 보관하고 있던 만년화리 비늘을 하나 꺼내서 구멍을 내서는 줄에 꿰었다. 뚝딱하니 금방 목걸이가 완성되었다.
‘그럼 이만 나가볼까.’
텃밭에는 이미 오늘 고구마를 수확할 목적으로 고구마 줄거리를 싹 다 정리를 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고구마를 캐는데 필요한 호미들과 캐낸 고구마를 담을 플라스틱 바구니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
부르릉! 부릉!
앞마당에 나오니 마침 저만치에 승용차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고구마 모종을 심을 때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차량 두 대가 도착했다. 한 대에는 장흥수 회장과 한성식 사장이 함께 타고 왔고, 나머지 차에는 장기현네 가족이 타고 왔다. 차량 두 대 모두 상당히 고급스런 차였다.
바로 그때였다.
“헤헤헤! 삼촌!”
차에서 내린 조카 송이가 나를 발견하자 환하게 웃는 얼굴로 곧장 내게 달려왔다.
장난꾸러기같이 멜빵 청바지에 귀여운 양 갈래 머리를 하고 왔다.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포옥!
어린 조카가 내 품에 안겼다.
양팔로 내 허리를 끌어안고 내 몸에 머리를 기댄 어린 귀여운 조카의 모습에 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의 입가에도 훈훈한 미소가 번졌다.
“까미야. 누리야. 누나 왔어!”
이어 송이는 까미와 누리와도 인사를 나눴다. 송이가 이곳에 온 것에 까미와 누리도 신난 기색이다.
[송이 반갑당] [착한 송이다냥]까미와 누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녀석들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하는지 표정에 크게 변화가 없었다.
그렇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서 나는 한성식 사장에게 만년화리 비늘로 만든 목걸이를 건넸다.
“이건 한 사장님 목걸이입니다. 이걸 걸면 모기나 벌레가 달려들지 않을 겁니다.”
“허어! 안 그래도 다들 특이한 목걸이를 걸고 있기에 뭔가 싶었더니 벌레 퇴치용 목걸이였군. 이곳에 초대를 해준 것도 고맙고 목걸이도 고맙네.”
한성식의 인사에 나는 그저 조용히 웃음으로 화답했다. 이어 한성식은 내가 준 목걸이를 흡족한 기색으로 목에 걸었다.
“고구마를 수확하기 전에 제가 준비한 샌드위치를 드시고 하시죠. 어차피 조금 있으면 점심때라 고구마를 캐다가 밥을 먹기도 그러할 테니 말이죠.”
“그래. 그것도 좋겠구나.”
“와! 삼촌이 만든 샌드위치다!”
앞마당 평상에 모여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조금 이른 점심이긴 했지만 다들 여기를 오느라 대충 아침을 먹은 상황이라 꿀맛이 따로 없었다.
“허허! 이건 송로가 아닌가?”
한성식 사장은 송로 버섯으로 향수를 만든 인물답게 샌드위치에 송로가 들어간 것에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차를 마시면서 드세요.”
요정의 샘물이 들어간 영초 향균차.
그걸 모두가 맛보도록 했다.
“차향이 아주 좋구나.”
가장 먼저 차를 맛본 장흥수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갑자기 전신에 기운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들더니 시력이 확 좋아졌다.
사람의 몸 중에서 체력이 약해지면 곧장 나타나는 것이 바로 시력의 변화이긴 했다. 눈앞이 흐려진다거나 침침하게 느껴지곤 했다.
그랬는데 차를 마시고 나자.
세상이 달리 보이는 느낌에 장흥수 회장이 놀란 기색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몸에 좋은 차입니다. 앞으로 무병장수 하실 겁니다.”
“허허허! 고맙구나.”
장흥수 회장이 빙그레 웃었다.
이어 한성식 사장과 형님 내외도 차를 맛보고는 장흥수 회장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조카 송이.
이곳에서 가장 어린 송이다.
과연 녀석은 어떤 반응일까 궁금했는데.
“삼촌! 이거 기분 좋은 차야! 마시니까 막 힘도 나고 머리도 맑아진 느낌이야!”
“우리 송이 건강하게 잘 자라나고 삼촌이 준비한 차야. 마음에 들어서 다행이네.”
나는 조카 송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건강한 어린 육체였기에 어른들에 비해 효력이 떨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녀석에게도 도움이 되었던 모양이다.
‘차에 들어간 샘물은 비록 소량이긴 하나 그래도 요정의 샘물을 조금이라도 마신 셈이니 모두의 건강에 도움이 되었을 터.’
*
다들 텃밭에 모였다.
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었다.
텃밭에 심은 고구마 중에서 전에 가족들이 모종을 심어 놓은 곳만 수확하기로 했다.
오늘 고구마를 캐는 것은 가족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뭔가 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그랬기에 고구마 캐기는 체험으로 맛보기만 해도 충분했다.
남은 절반의 고구마는 내가 쉬엄쉬엄 놀면서 캐도 되었고, 아니면 이장 박동수와 캐도 좋았다.
“보다시피 고구마 줄거리는 제가 정리를 해 놓았으니 호미로 캐기만 하면 됩니다. 자! 이렇게 고구마가 호미에 찍히지 않도록 조심해서 여기 줄기 잘라낸 윗부분을 호미로 살살 캐면 되거든요.”
고구마 캐기 시범이 필요했다.
호미로 고구마 줄거리가 잘려나간 부근을 조심스레 파자 땅속에 숨어있던 고구마가 보이기 시작했다. 맨 위쪽의 고구마를 잡아당기자 뿌리에 연결된 다른 고구마까지 주렁주렁 밖으로 딸려 나왔다. 붉은색이 감도는 고구마가 보석처럼 아주 예뻤다.
“와! 신기하다!”
조카 송이가 입을 떡 벌렸다.
내가 시범을 보인 것에 어른들도 흥미가 이는 기색으로 다들 텃밭에 쪼그리고 앉아 고구마를 열심히 캐기 시작했다.
장흥수 회장. 한성식 사장. 형님 내외와 조카 송이. 다들 땅속에서 캐낸 붉은 고구마를 손에 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성식은 딸과 함께 가족 모임에 참석한 것이 그저 즐겁기만 한 기색이다.
왕! 냐옹!
까미와 누리도 참여했다.
녀석들은 사람과 달리 호미를 사용하지 않고 앞발로 땅을 파헤쳐 고구마를 캐냈다.
나는 핸드폰으로 녀석들이 고구마 캐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것도 나중에 방송에 보내면 꽤 재미있을 듯싶다.
날이 어두워졌다.
고구마 캐기 체험은 끝났지만 다들 을 시청할 생각에 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저녁은 형수가 주문한 초밥으로 대신했다.
초밥집에서 이곳까지 직접 배달을 왔다.
돈의 위력이 대단하긴 했다.
초밥을 먹고 나서 오늘 텃밭에서 수확한 삶은 고구마를 입가심으로 먹게 되었다. 초밥으로 배를 채웠음에도 고구마의 인기가 아주 좋았다.
신비로운 야산의 기운이 스민 텃밭에서 자란 고구마다. 배가 부르긴 하지만 자꾸 손이 간다면서 다들 웃었다. 까미와 누리도 고구마를 좋아했기에 잘도 받아먹었다. 모두의 얼굴에 웃음 꽃이 마르지 않았다.
드디어 방영할 시간이 다가왔다.
다들 거실에 모여서 티비를 함께 시청했다.
까미와 누리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장면에 모두가 박수를 보내면서 즐거워했다.
송이의 품에 안긴 누리.
장흥수 회장의 곁에서 열심히 꼬리를 흔들고 있는 까미.
그런 녀석들을 바라보는 나.
행복한 하루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