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ought a suspicious wild mountain RAW novel - Chapter 92
이 끝났다.
아버지 장흥수 회장. 형님과 형수와 조카 송이. 그리고 한성식 사장. 갈 때가 되었기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얼굴이 행복해보였다.
즐겁게 고구마 수확도 하고, 까미와 누리가 나오는 방송도 함께 보고.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훈훈한 시간을 보낸 것이니 말이다.
장흥수 회장이 온화한 눈빛으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오늘 아주 즐거웠다.”
“저도요. 조심해서 가세요.”
“오냐. 다음 주에 본가에 올 거지?”
“물론이죠. 그리고 이거 가져가세요.”
나는 떠나는 이들에게 오늘 수확한 고구마를 가족 수에 맞춰서 나눠주었다. 그러다 보니 형님네 가족에게 고구마가 가장 많이 돌아갔다. 텃밭에서 캔 고구마의 맛이 워낙 좋았기에 다들 고구마를 챙겨준 것에 반색 하는 기색이다.
“삼촌. 오늘 진짜진짜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삼촌 티비에 나온 거 보고 우리 반 애들이 삼촌 존잘이라고 완전 난리예요. 헤헤.”
나는 해맑게 웃는 조카 송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주면서 말했다.
“친구들에게 삼촌이 피자 한번 쏴야겠는데? 그리고 다음 주에 평창동 고구마를 수확해야 하니 그때 다시 보자.”
“그때 까미와 누리도 올 거죠?”
“물론이지.”
“헤헤헤! 완전 신난다!”
송이의 입이 배시시 벌어졌다.
차에 올라탄 이들을 배웅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북적거렸던 집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떠나기 전에 형수가 뒷정리를 해주어 거실이며 주방의 상태는 아주 깨끗해서 손볼 구석이 없었다.
웅웅!
핸드폰이 울렸다.
백한성의 전화였다.
“아빠 앞마당에 나가서 백 팀장님과 통화를 하고 올 테니 둘이서 놀고 있어.”
[알겠당. 공놀이 하고 있겠당.]
[다녀오라냥.]
나는 거실에 까미와 누리를 남겨놓고 혼자 앞마당으로 나와 백한성과 통화를 나눴다.
-오늘 하루 바쁘셨겠네요.
“네. 아주 바빴죠. 가족들과 함께 텃밭의 고구마도 캐고 거실에 모여서 도 보고 아주 즐겁게 지냈습니다.”
-텃밭의 고구마는 다 캐셨나요?
“흐음. 절반은 남긴 했죠.”
-남은 것이 있다면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물론 전에 고구마를 수확할 때 제가 크게 실수를 하긴 했죠. 그것을 만회하고 싶어서 드린 말인데… 괜히 제가 오늘 초대를 받지 못해서 이런 말을 꺼낸 것이라고 오해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 전에 만도자가 재배했던 고구마를 일찍 수확하게 되었는데 백한성이 고구마 캐는 것을 도왔다. 농사일에 젬병인 백한성답게 그가 캐낸 고구마는 멀쩡한 것이 없을 정도로 죄다 작살을 내버렸다. 일부러 그렇게 하라고 해도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백한성 성격에 이런 말을 꺼내기 쉽지 않았을 터.
이 양반이 고구마를 캐고 싶어 난리인 모양이다.
사실 오늘 고구마 캐는 일에 백한성도 부를까 하다가 가족들 모임에 그가 끼는 것이 그림이 좋지 못해서 일부러 연락하지 않았다. 왠지 백한성이 귀엽게 느껴졌다. 농사일은 젬병인 양반이 왜 이렇게 농사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비록 고구마를 또 작살을 내더라도 마음껏 고구마를 캐게 해주는 것도 좋으리라.
“그렇다면 내일은 어때요? 백 팀장님이 이곳의 고구마를 캐볼 수 있도록 한 고랑 정도는 저도 양보할 마음이 있긴 하거든요.”
-오호! 그 말 정말이죠? 저 그럼 내일 고구마 캐러 그곳으로 가도 되는 거죠?
“오세요. 오셔서 직접 캔 고구마를 맛보고 가세요. 물론 이번에는 전과는 달리 캐낸 고구마가 제대로 된 모양새이길 바랄게요.”
-하하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정말 고구마를 제대로 잘 캐보도록 하겠습니다.
고구마 캐러 오라는 것에 너무 기뻐하는 백한성의 기색에 나는 다시금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요. 이번에는 한번 기대해보죠. 그건 그렇고 고구마 때문에 연락하신 것은 아닌 듯싶은데요.”
-맞습니다. 요정의 샘물 때문에 연락을 드렸습니다. 왠지 제 예감이지만 이번에 떠온 샘물이 사라졌을 것이란 느낌이 들어서요.
“백 팀장님의 예감이 맞았네요. 실은 이번에 떠온 요정의 샘물은 오늘 가족들에게 차로 마시게 했거든요.”
마령 2호로 비롯된 결계는 여전히 해제되지 않고 야산에 남아있다. 그리고 결계 안에는 요정의 샘물이 있다. 죽어가는 사람의 목숨도 살릴 수 있다는 신비로운 샘물.
그걸 가족들에게 베푼 셈이다.
세상에서 가족들만큼 소중한 존재는 없었기에 말이다.
-잘하셨습니다. 신비로운 샘물인 만큼 가족들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마워요.”
-제게 고맙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요정의 샘물을 어떤 식으로 사용하든지 그건 대표님의 자유이니까요. 그리고 처음에 떠온 샘물이 어쩌면 다른 사람도 아닌, 소중한 가족들에게 돌아갔다는 것이 더욱 인과율의 법칙에 어울리는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백한성의 부드러운 음성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맞다.
처음에 떠온 요정의 샘물.
그걸로 가족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었으니 아주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백한성과 통화가 끝나자 오늘 밤에는 집에서가 아니라 결계 안에서 지내는 것은 어떨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향기로운 야생화로 가득한 들판이니 그곳에서 힐링을 하고 오는 것도 좋겠다. 그리고 올 때는 요정의 샘물을 다시 떠와도 좋고.’
나는 집 안으로 들어와 공놀이를 하고 있는 까미와 누리를 웃으며 쳐다봤다.
활력이 넘치는 녀석들이다.
지금 잠자리에 들어가기는 아쉬운 상태일 터.
“까미. 누리. 아빠랑 들판에 놀러갔다가 올까?”
[신난당. 들판에 놀러간당.]
[밖이 깜깜한데 괜찮겠냥?]
까미는 들판에 놀러가자는 말에 그저 신난 기색이었지만 고양이 누리는 밖이 깜깜해진 것이 살짝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하긴 그동안 날이 어두워지면 집안에서만 지냈기에 말이다.
“괜찮아. 아빠랑 가는 거니까.”
나는 까미와 누리를 데리고 집을 나와 야산으로 향했다. 사방이 깜깜했지만 신력 10에 이른 덕분에 어둠 속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또한 까미와 누리도 나를 따라 잘도 움직였다.
밤나무 근방에 멈추었다.
블랙홀 결계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확실히 이질감을 느끼게 했다.
스윽!
손바닥만 한 결계.
이제는 내 기운과 동화를 이룬 덕분인지 결계에 손을 대자 출구가 넓게 확장되었다.
우리 셋이 한꺼번에 통과를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츠르륵!
물결처럼 일렁이는 결계의 출구를 넘어서자 어둠속에 잠긴 야산과는 달리 밝은 들판이 보였다.
향기로운 야생화로 가득한 들판의 정경에 까미와 누리가 행복한 표정으로 앞으로 달려 나갔다.
나중에 이곳을 벗어나게 되면 이번에도 알록달록한 꽃가루로 잔뜩 도배 된 녀석들의 모습일 테지만 상관없었다.
녀석들 주위로 움직인 내가 말했다.
“까미. 누리. 요정의 샘물이 있는 곳으로 가자.”
이제 이곳은 나의 차지였다.
그래서 일까. 처음에 결계 안에 들어왔을 때는 들판을 한참 거친 후에 요정의 샘물에 이르렀지만, 오늘은 달랐다. 까미와 누리와 함께 얼마 움직이지 않아 금방 요정의 샘물에 도착하게 되었다. 이런 현상에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설마 이곳의 시간을 내 마음대로 조작할 수가 있다는 건가?’
하긴 이곳은 결계로 이루어진 세상이다.
나의 의지 발현에 따라 세상이 변할 터.
‘그렇다면 밤으로 바꿔볼까?’
지금 허공에는 해가 떠 있다.
밝은 들판도 좋긴 했지만 달이 뜬 들판의 정경이 더 운치가 있을 것이라 여겼기에 한번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나의 의지 발현에.
순식간에 환했던 들판의 정경이 어둡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해가 사라지고 허공에 달이 떠올랐다. 그만 나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하! 마치 마법과도 같군!’
그러자 들판을 신나게 뛰어다니던 까미와 누리도 갑자기 환한 낮에서 어두운 밤으로 변한 것이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다행히 금방 적응이 되었는지 다시금 야생화 사이를 이리저리 누비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이런 장소를 찾기는 불가능한 일. 역시 힐링장소로 최상의 장소가 아닐 수 없군.’
나는 야생화가 양탄자처럼 깔린 들판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서 밤하늘의 달을 올려다봤다.
‘좋다!’
불어오는 미풍에 꽃향기가 후각을 기분 좋게 자극했고, 신나서 뛰어다니는 까미와 누리에게서 간간히 흘러나오는 녀석들 짖는 소리가 마치 음악처럼 들려왔다.
그렇게 들판에서 실컷 뛰어다녔던 녀석들이 시간이 흐르자 내 곁으로 다가와 양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오늘은 이곳에서 아빠랑 자자.”
[좋당.]
[재밌다냥.]
눈을 감자 잠이 솔솔 쏟아졌다.
춥지도 덥지도 않았기에 이불도 필요 없고, 바닥은 푹신해서 그냥 누워 자도 무방했다.
부드러운 미풍에 실려 온 꽃향기가 마음을 한없이 평화롭게 만들어주었다.
허공에 떠있던 달도 이곳의 주인을 알아봤는지 마법의 수면제처럼 들판에 누워있는 우리의 몸에 은빛가루를 듬뿍 뿌려주었다.
환상적인 밤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들판에서 꿀잠을 푹 자고나자, 자는 동안 발현된 나의 의지에 따라 어느새 날이 환하게 밝아왔다.
아침의 해는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또한 싱그러운 들판의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키자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상쾌했다.
왕! 냐옹!
이곳에서 나와 함께 밤을 보낸 것이 즐거웠던 지 까미와 누리의 표정은 아주 행복해보였다.
“까미. 누리. 요정의 샘물을 떠가게 저번처럼 종처럼 생긴 꽃송이를 가져오지 않을래?”
[알겠당.]
[다녀오겠다냥.]
녀석들이 내 말에 후다닥 들판으로 달려갔다. 샘물을 떠가기에 적당한 종의 모양처럼 생긴 꽃송이를 따오기 위해서였다.
[꽃 가져왔당.] [여기있다냥.]까미와 누리가 물고 온 꽃송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나는 녀석들에게 잘했다면서 칭찬을 해주고는 요정의 샘물에서 목을 축이도록 했다.
핥짝핥짝!
녀석들이 샘물을 마셨다.
샘물을 마시게 되면 녀석들의 수명이 더욱 늘어날 터.
까미와 누리가 샘물을 마시고 나자 나도 샘물을 손으로 떠서 목을 축였다.
시원하고도 달콤한 물맛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청량하게 느껴진다. 이런 물이라면 물만 마시고 살라 해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샘물을 마셔도 내 수명이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뭔가 내게 도움이 되긴 할 것이다.’
요정의 샘물로 목을 축인 나는 까미와 누리가 따온 꽃송이를 겹쳐 샘물을 떴다.
이번으로 두 번째.
첫 번째 떠간 요정의 샘물은 가족들을 위한 용도로 사용했지만 이번 샘물은 다를 터.
“까미. 누리. 그만 나가자.”
[알겠당.]
[돌아간다냥.]
나는 요정의 샘물이 담긴 파란색 꽃송이를 들고 까미와 누리와 함께 결계를 벗어났다.
결계를 벗어나고자 생각한 즉시 바로 앞쪽에 출구가 생겼다. 현실도 어느새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는지 공기가 상쾌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들판에서 실컷 뛰어다닌 덕분에 까미와 누리는 알록달록한 꽃가루로 도배가 되다시피 한 상태였다. 녀석들의 모습에 그만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
집에 들어왔다.
요정의 샘물에서 떠온 물을 작은 유리병에 옮겨 담아서 냉장고에 보관했다.
과연 이번 샘물은 누구에게 쓰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