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04
너의 초식이 보여 104화
현주황을 찾아라(3)
수지합(水地合). 물과 땅을 합쳐야 한다.
우선 경부수가 주변에서 넓은 나무를 가져와서 안쪽을 팠다. 그것으로 물을 떠와서 동굴 안으로 넣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물의 양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닐까?”
“그럼 천학관에 가서 도구를 가져올까?”
진무강은 답답했는지, 동굴 안에다 대고 소릴 질렀다.
“현주황 회주. 거기 있어요?”
하지만 조용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너무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경부수가 중얼거렸다.
“그냥 한 명이 들어가 볼까?”
“으음. 그래. 다른 사람들이 밖에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내가 한번 들어가 볼게.”
진무강이 나서려 했다. 하지만 내가 반대했다.
“잠깐. 무작정 들어가는 것보다 먼저 문구에 적힌 대로 해보는 건 어떨까?”
“좋은 방법 있어?”
“공 소저. 잠시만 이쪽으로 와보시겠어요?”
그러자 그녀는 긴장한 얼굴로 다가왔다.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어려운 부탁이 아니니까 긴장하지 마세요.”
“아아. 네에. 아무래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서요. 긴장되고, 조금 흥분되기도 하네요. 후우.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동굴 안으로 물을 지속적으로 넣어야 할 것 같은데요. 물을 떠서 옮기는 건 비합리적이고, 물이 흐를 수 있게 길을 만들어볼까 합니다. 얼음으로요.”
“아하. 알겠어요. 얼음으로 모형을 만들어달라는 거죠?”
“네에. 제가 같이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폭포를 바라보고, 동굴까지의 거리를 쟀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좋습니다. 일단은 작게 시작해 보죠.”
나는 먼저 얼음의 일부를 깨뜨렸다.
파팡.
쏴아아아.
폭포수가 다시 일부분 흘러내렸고, 그것을 안쪽으로 끌어당겼다. 떨어지는 물줄기가 휘어졌다.
“오오. 허공섭물이잖아.”
“대단하다.”
허공섭물, 사물에 손을 대지 않고, 오직 기의 힘으로만 움직이는 수법이었다.
무공이 절정에 이른 사람만 할 수 있기에 모두가 놀랐다.
이번에는 공지운이 나섰다. 물이 조금 휘어진 모양대로 얼음으로 얼렸다. 물줄기는 얼음을 따라 흘러내리고, 나는 다시 물줄기를 잡아당겼다.
이런 식으로 물을 잡아당기면서, 얼음으로 얼렸다. 처음에는 형태가 작았지만, 한 번 모양이 잡히니까 점점 쉬워졌다. 그리고 점점 커졌다.
나중에는 커다란 얼음길이 만들어졌고, 콸콸콸 소리를 내면서 물줄기가 동굴 안으로 흘러갔다.
우리는 기대를 하며 동굴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동굴 안으로 들어간 물소리가 갑자기 변했다.
쏴아아아악.
마치 폭포에서 내리는 소리가 비슷했다.
우리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동굴 안쪽에 경사가 있어.”
“절벽과 비슷한 것 같은데.”
“그럼 이대로 기어 들어갔다가는 절벽 아래로 떨어진단 소리네.”
“높이가 어느 정도 되는지 모르니까, 잘못하다간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어.”
“그래. 게다가 떨어지는 모양도 좋지 않잖아. 잘못하면 얼굴로 떨어져.”
만약 물을 먼저 흘려보내지 않고, 무작정 들어갔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었다. 그걸 방지하고, 경고하기 위해서 시편을 남긴 것 같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
경부수가 물었다. 학생들은 서로의 얼굴만 바라봤고, 내가 입을 열었다.
“준비를 하자.”
“어떤 준비?”
“우리는 지금 동굴에 들어갈 준비는 안 되어 있잖아. 천학관에 돌아가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오는 거야. 기본적으로 화섭자와 긴 밧줄이 필요하고, 안에 부상자가 있을지 모르니까 약이나 부목 등도 챙겨야 해. 또 혹시 모르니까, 먹을 것과 마실 것도 필요하지.”
그러자 진무강과 경부수가 말했다.
“우리 부활동실에 화섭자와 밧줄이 있어. 내가 가서 가져올게.”
“그럼 나는 천약관에 가서 약을 챙겨올게.”
그리고 진영이 손을 들었다.
“그럼 제가 먹을 것과 마실 걸 챙겨 올게요.”
“저도 같이 가요.”
공지운이 말했다. 하지만 내가 그녀를 붙잡았다.
“공 소저께는 따로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요?”
“혹시 모르니까 폭포수의 얼음이 녹아서 동굴 속으로 떨어질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시 얼음으로 얼려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오래 걸릴 수 있으니까 조금 더 두껍게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각자 준비를 하고, 한 시진 후에 다시 이곳으로 모이는 걸로 하죠.”
내 말에 학생들은 모두 흩어졌다.
내가 공지운을 못 가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청해금서를 설득했다.
[네가 먼저 동굴로 들어가 봐. 그리고 안에 함정이 없는지 살펴봐 줘.]{내가 미쳤냐? 저 컴컴한 곳에 왜 들어가? 딱 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물론 처음에는 펄쩍 뛰면서 소릴 질렀다. 하지만 내 능력은 청해금서에게도 통했다. 녀석의 마음을 읽고 원하는 걸 알아냈다.
[최고급 닭다리살을 삼 일 동안 매일 지급]대답은 안 했지만, 방금 저 작은 목구멍 속으로 침이 꿀꺽 넘어가는 걸 봤다.
[마음에 안 들어? 그럼 오 일 동안 매일 지급]{야.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내가 개도 아니고, 먹을 걸 준다면 침을 질질 흘리고 좋아할 줄 알았어? 내가 이래 봬도 긍지 높은 청해금서야.}
{삼십 일 동안 매일 준다고? 너희 집은 무슨 양계장 하냐?}
[돈이 많은 거지.]{흠흠. 그, 그럼, 오십 일 동안 닭다리 열 개씩. 그것도 최고급 닭다리살만.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신선한 걸로.}
[좋아.]{야. 내 입맛은 엄청 까다롭다. 신선하지 않으면 아예 안 먹어.}
그러자 나도 분명하게 말했다.
[대신 들어가서 전부 둘러봐. 현주황과 공 소저의 사제는 살아 있는지, 어디 있는지, 거기까지 가는 데 다른 함정은 없는지 등등.]{좋아. 딱 기다려라.}
그러더니 청해금서가 공지운의 어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동굴 안으로 달려갔다.
“앗. 안 돼. 덕아.”
공지운은 놀라서 소리쳤다. 급히 뒤를 쫓았지만, 청해금서는 경공이 뛰어난 공지운만큼이나 빨랐다. 벌써 동굴 안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어머, 어떡해. 어떡해…….”
공지운은 발을 동동 굴렀고, 지금 당장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나는 급히 그녀를 말렸다.
“진정하세요. 공 소저. 아직 준비가 안 되었잖아요. 이대로 들어가면 큰일 납니다.”
“하지만 덕이가 안으로 들어갔잖아요. 위험해요.”
“덕이는 청해금서잖아요. 동굴 속으로 들어가도 괜찮을 거예요. 그리고 영물이라고 말씀드렸죠? 제 생각에는 공 소저가 안으로 들어갈 것 같으니까, 먼저 들어가서 길이 어떤지, 함정은 없는지 살펴보는 건, 아닐까요?”
“정말 그럴까요?”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혹시 이전에도 그런 적 없었나요? 덕이가 소저를 위해서 한 행동들요?”
“아, 있어요. 있었어요. 제가 열 살 때 덕이를 처음 만나던 날요. 제가 산에서 길을 잃었었는데, 덕이를 따라가다가 집을 찾았어요.”
“그것 보세요. 덕이는 분명 공 소저를 보호해 주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번에도 덕이를 믿고 잠깐만 기다려 봐요.”
“흐음. 알겠어요”
그녀는 순진한 건지, 내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사실 뻔한 내용이었다. 애완동물과 오랫동안 있으면 그동안 추억이 많았을 테고, 그중에서 비슷한 일이 한두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또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니, 한 가지 단서만 주면 알아서 맞춰 나갔다.
그래도 이렇게 착하고 순진해서 험한 무림에서 어떻게 살아가려는 건지.
나는 그녀를 속이면서도 그녀가 걱정되었다. 반면 그녀는 내 소매를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청해금서를 걱정하고 있었고, 제발 무사히 돌아와 달라고 천지신령께 기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저렇게 성질 더러운 청해금서가 왜 공지운을 떠나지 않는지.
그녀는 사람이든 영물이든 진심으로 대했고, 그 진심을 안다면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나까지 그녀에게 미안해졌다.
그렇게 반 시진이 지났고, 공지운은 참다못해 동굴로 들어가려 했다.하지만 다행히 청해금서가 먼저 동굴을 빠져나왔다.
“아아, 덕아.”
공지운은 청해금서를 꼭 붙잡고, 안고 뽀뽀하면서 애정을 표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청해금서는 귀찮은 듯 공지운을 밀어내면서 나에게 소리쳤다.
{야. 함정은 없어. 그냥 들어가서 일직선으로 쭉 내려가다 보면 시체들이 있어. 그리고 네 친구와 공지운의 사제도 살아 있더라.}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젠장. 빌어먹을 벽이 어찌나 미끄러운지, 벽 타고 올라오다가 죽을 뻔했다. 다시 생각하면 열받네. 야아. 오십 일은 안 되겠어. 백 일로 해.}
하지만 난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오십 일이야. 약속은 지켜야지.]{야. 내가 엄청나게 고생했다니까. 와아. 인간들은 똥 누기 전에는 그렇게 잘해주다가, 막상 뚱 누고 나면 입 닦는다고 하더니 네가 딱 그 꼴이구나. 야 이놈아. 백 일로 해. 백 일로 하라니까.}
청해금서는 악을 쓰면서 고집을 피웠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흔들고, 혈도를 막아서 귀를 닫았다. 그리고 놈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 * *
다시 반 시진이 흐르고,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준비물을 다 챙겼으니, 이제 동굴 안으로 내려갈 차례였다.
“그럼 허리에 밧줄을 묶고 한 명씩 내려가자.”
“다 내려가면 안 돼. 올라올 때 줄을 당길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내가 먼저 제안했다.
“우린 동굴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잖아. 처음은 위험할 수 있으니까 무공이 뛰어난 사람이 먼저 들어가자. 그리고 나중에, 교대로 다른 사람도 들어가는 거야.”
사실 진무강과 경부수는 본인들이 먼저 가고 싶어 했었다. 하지만 상황을 보면, 내 말이 맞았다.
결국 무공이 뛰어난 나와 공지운이 먼저 들어가기로 결정 났다.
우린 허리에 밧줄을 둘렀고, 내가 먼저 들어갔다.
기어서 들어간 직후에 바로 아래로 떨어졌다. 너무 어두웠고, 무공을 익힌 나도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밧줄 없이 들어갔다면, 꼼짝없이 아래로 떨어질 뻔했다.
나는 밧줄을 붙잡고, 친구들은 밧줄을 조금씩 풀었다. 나는 계속 아래로 내려갔고, 동굴 속은 좌우 폭이 좁았다.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였다. 그리고 청해금서의 말대로 벽의 표면은 굉장히 미끄러웠다. 한 번 떨어지기 시작하면,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무사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이어서 그녀가 뒤따라 들어오고, 우리는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약 이십 장쯤 내려갔을 때였다.
갑자기 공간이 확 넓어졌다. 나는 화섭자를 이용해서 불을 밝혔다. 반경 십오 장, 높이는 십여 장 정도 되는 넓은 장소가 나타났다.
“꺄악.”
그때 내 위에 있는 공지운의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놀라서 위를 쳐다보았다.
“공 소저. 왜 그러세요?”
“저, 저기 사제가 있어요. 어떡해…….”
그러더니 그녀는 밧줄을 놓았다. 그리고 경공을 이용해서 아래로 곧장 떨어졌다.
바닥에는 그녀의 사제로 짐작되는 소년과 현주황이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다음 행동은 놀라웠다
입으로는 어떡하면 좋냐고 호들갑을 떨면서 할 건 다 하고 있었다.
사제가 숨을 쉬는지 살피고, 기도를 확보하고, 다친 곳을 살폈다. 다리가 심하게 부러졌는데, 옷을 찢고 가지고 있는 부목을 이용해서 고정했다.
몹시 익숙하고 빨라서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내가 멍하니 보고 있자, 그녀는 쑥스러운 듯 웃었다.
“산에 살다 보면 골절 사고가 많거든요. 치료해 본 경험이 많아요.”
“그런데 왜 그렇게 비명을 지르신 겁니까?”
“제 사제가 다쳤잖아요. 저한테는 남동생 같은 아이인데.”
“상처는 어떻습니까?”
그녀는 사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요. 며칠 굶어서인지 탈수 현상이 있고, 다리 쪽이 심하게 다쳤는데, 이쪽이 걱정이네요.”
“저기 있는 현주황도 봐주실 수 있나요? 저는 주변을 한번 둘러보겠습니다.”
“아. 네에.”
그녀가 현주황도 치료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동굴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천연동굴 같았다. 인공적으로 만진 흔적이 전혀 없었다. 대신 바닥에는 다른 시체들도 있었다.
대략 다섯 구 정도로 보였고, 대부분 죽은 지 백 년도 넘은 해골이었다. 무작정 동굴 안으로 들어오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한쪽 구석에 커다란 상자가 하나 있었다.
또 상자 앞에는 시체 한 구가 있는데, 그의 모습은 조금 달랐다. 무슨 사연이 있는 듯, 한쪽 무릎만 꿇고, 포권을 취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