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07
너의 초식이 보여 107화
하운평의 초대(2)
하운평은 현주황에게 물었다.
“혹시 음식이 입에 안 맞습니까?”
“아, 아닙니다.”
“말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저보다 나이도 많고, 회주시잖아요.”
“그럼, 그래도 될까?”
“당연하죠.”
“고마워. 아, 그리고 조금 늦었지만 미안해. 내 멋대로 네 물건을 가져가고, 먼저 찾으려고 해서. 그리고 도와줘서 고맙다.”
그는 옥사자상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하운평은 손을 흔들며, 가볍게 말했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옥사자상을 준 건, 회주를 비롯하여 다 같이 풀어보려는 의도였으니까요. 제 의도대로 된 겁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런데 회주, 유물이 하나 더 있는데, 혹시 관심 있으세요?”
그때였다. 현주황의 표정이 급속도로 변했다. 얼굴의 활기가 돌면서 눈이 반짝였다.
“다른 유물? 혹시 옥사자상과 비슷한 거야?”
“비슷한 것 같은데……. 한번 보여드릴까요?”
“정말? 지금 볼 수 있을까?”
현주황은 다리가 아픈데도 벌떡 일어났다.
여기까지 진무강이 부축해서 들어왔는데, 지금은 혼자라도 걸어갈 기세였다.
“하하. 그래도 밥은 먹고 가야죠.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여주고 싶거든요.”
“그래. 그럼 빨리 밥 먹고 가자.”
그때부터 현주황은 눈앞의 음식들을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와구와구 입으로 밀어 넣는 걸 보고, 진무강과 경부수는 고개를 흔들었다.
현주황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건, 어떤 위로보다 하나의 유물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다른 사람들도 그 유물에 관심이 생겼다.
식사를 끝내고 하운평은 다섯 사람을 서재로 안내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금으로 만든 불상을 가리켰다.
“바로 이 물건입니다. 저는 이 물건이 서장의 소뇌음사와 관련 있을 거로 추정하고 있어요.”
“소뇌음사?”
“자세히 보셔도 됩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주황은 책상으로 달려갔다. 어찌나 급했는지 자신의 다리가 부러진 것도 잊고, 한발로 펄쩍펄쩍 뛰어갔다. 굉장히 의욕적인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헛웃음이 나왔다.
현주황은 금불상을 자세히 살폈다.
옥사자상과 같은 문구는 없었다. 하지만 표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기호들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너무 궁금하면서도 반드시 알아내고 말겠다는 의욕이 가득했다. 하운평이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으음. 솔직히 지금은 모르겠어. 하지만 어디서 단서를 찾을지는 알겠어. 일단 쇠뇌음사에 관한 책을 찾아보고, 기호학을 정리해 놓은 책이 있으니 단서를 구할 수 있을 거야. 아, 그리고 서장에 대해 잘 아는 친구가 있거든. 그에게 물어보고 또…….”
“잠깐만요. 회주. 하하. 과연 회주는 다르네요. 이 유물에 대해서는 조금 이따가 얘기하고, 일단 회주 선물부터 받으세요.”
하운평은 작은 상자를 꺼내어 내밀었다.
“뼈에 좋은 단약입니다. 은 열 냥짜리니까 버리지 말고 꼭 드세요.”
“은, 은 열 냥?”
금액에 놀란 것도 잠시, 하운평은 진지하게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회주께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현주황은 대답은 못 하고 침만 꿀꺽 삼켰다. 직감적으로 깨닫는 것이 있었다. 하운평의 입만 바라보았다.
“그럼 이 금불상을 맡길 테니까, 본격적으로 비밀을 풀…….”
“나는 당연히 하고 싶지. 그냥 나에게 맡겨만 줘. 이번에는 조사하고, 단서를 찾으면 먼저 알려줄게.”
현주황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했고,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우리 정식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죠. 계약금은 금 한 냥. 기한은 일 년이며, 비밀을 푸는 데 필요한 물건이나 자료가 있으면 제가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계약금? 계약금도 주는 거야?”
“당연하죠. 설마 공짜로 일을 맡을 생각은 아니었죠?”
“그, 그럼. 하하하. 당연히 아니지.”
사실 금불상의 비밀 자체에 관심이 많았지, 돈은 신경 쓰지 않았다. 현주황은 공짜로 해달라고 해도 맡아줄 위인이었다.
하운평은 계속 말했다.
“그리고 만약 금불상의 비밀을 풀면, 금 열 냥을 일시에 지불하겠습니다.”
“그, 금 열 냥이나? 그렇게나 많이?”
“어떤 비밀이 있을지 모르는데,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죠.”
“하지만 비밀을 푼다고 해도, 보물이 아닐 수도 있어. 이번 옥사자상을 생각해 봐.”
사실 하운평은 이번 옥사자 건으로 검은 단검과 도황의 백화전을 얻었다. 하지만 여기서는 밝힐 수 없으니 다른 말로 둘러댔다.
“옥사자상으로 보물은 얻지 못했지만, 여러분과의 친분을 얻었잖아요. 하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괜찮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비밀만 풀어주세요.”
“그건 자신 있어.”
“마지막으로 정말 보물이 발견될 수도 있잖아요. 만약 그 값어치가 금 오십 냥이 넘어갈 경우, 회주의 몫을 추가로 이 할 더 지불하겠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너무 좋은 조건이었다.
“그럼, 회주. 곰곰이 생각해 보시고, 결정을…….”
“할게. 무조건 하고 싶어.”
현주황은 이 자리에서 바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진무강과 경부수가 그를 말렸다.
“회주. 중요한 일인데, 천천히 생각해 보고 결정하세요. 비밀을 풀려면, 여기 천학관에서 나가야 될 수도 있어요.”
“그래요. 그럼 저 금불상을 해결한 다음에는 어떡해요? 그때는 뭐 먹고 살아요?”
그때 하운평이 끼어들었다.
“아아, 대화 중에 미안한데, 제가 중요한 걸 까먹고 말을 안 했네요. 이런 물건들이 저희 문파에 열 개 정도 더 있는데요. 금불상이나, 옥사자상 같은…….”
그러자 현주황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곧바로 소리쳤다.
“됐어.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어. 계약서는 어디 있지? 바로 계약하자.”
“회주. 그래도 너무 성급한 결정…….”
“됐어. 말리지 마. 내가 찾던 꿈의 직장이야. 우리 세가에서 쫓겨나도 나는 이 일을 하고 싶어.”
이번에는 두 사람도 말리지 못했다.
그리고 열 개의 보물 중 하나라도 찾는다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다. 본인이 그토록 하고 싶은 일이고, 조건도 좋았다.
오히려 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다만 하운평이 사실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보물은 열 개가 아니었다. 당시 비잔신투의 동굴에서 잔념이 있는 물건들은 팔십 개가 넘었다.
하운평은 우선 열 개만 주고, 현주황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면, 다른 것들도 줄 생각이었다.
“저어, 나, 나도 같이할 수 있을까?”
진영이었다.
그녀는 지금껏 아무 말도 없다가 갑자기 손을 들고 물었다. 모두가 의아했다. 하운평은 그녀의 마음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현주황 회주만 괜찮다면 나도 괜찮아. 같은 조건으로 해줄게.”
“회주는 어떻게 생각해요?”
“나야 네가 온다면 좋지. 믿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너희 아미파에서 승낙할까?”
“괜찮을 거예요.”
“하지만…… 으음.”
현주황은 그녀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진지하게 그녀를 설득했다.
“진영아. 너는 나이도 어리고, 무공에 재능도 있잖아. 아직은 기회가 있잖으니까. 조금만 더 생각해 봐. 네가 이 길로 가기에는 네가 너무 아까워.”
“됐어요. 싫으면 싫다고 하세요. 회주, 그리고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본인 일이나 신경 쓰시죠.”
그녀는 버럭 소릴 지르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현주황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쳇. 난 생각해서 한 말인데.”
하운평은 현주황이 답답했다. 보다 못해 약간의 도움을 주었다.
“와아. 회주님, 생각보다 매몰차시네요.”
“내가 뭘?”
“진영은 단지 회주님이 좋아서 따라가려고 했는데, 너무 차갑게 대답하시는 것 같아서요.”
“진영이 나를 좋아한다고? 와하하. 무슨 그런 농담을…….”
현주황은 크게 웃었다. 그런데 진무강이나 경부수의 표정은 심각했다. 현주황은 웃음을 그쳤다.
“혹시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해?”
“쯧쯧. 우리 회주는 다른 쪽은 눈치가 빠르면서 연애 쪽은 영…….”
“진영이 회주를 좋아한다는 건, 회주 빼고 다 알고 있습니다.”
“말도 안 돼. 나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하운평은 회주에게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이건 진영에게 주려 했던 영약입니다. 저희 문파에 유명한 의원님이 있는데, 최근에 좋은 단약을 만들었다고 몇 개 보내주셨거든요. 먹으면 최소 십 년 내공이 생길 겁니다.”
“진짜?”
“네. 그러니까 이걸 진영에게 전해주며 잘 달래보세요.”
“저어, 뭐라고 하지?”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세요. 회주가 연애 쪽은 둔하다는 걸 진영도 알고 있으니까 이해할 겁니다. 그리고 정식 계약서는 나중에 준비할 테니까, 그때 저랑 얘기하시고요.”
“알겠어. 으음. 그런데 뭐라고 말하지?”
그는 상자를 들고 진영을 쫓아갔다. 고민하는 모습을 보니 오늘 안에 진영의 마음을 풀기는 힘들 것 같았다.
하운평은 진영에게 줬던 것과 똑같은 상자를 두 개 더 꺼냈다. 그리고 진무강와 경부수에게 내밀었다.
“이건 진영에게 주는 것과 같은 거야. 역시 복용하면 십 년 내공을 얻을 수 있어. 받아.”
“정말로 주는 거야?”
“당연하지.”
사실 진영은 아미파의 제자였다. 십 년짜리 단약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절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최소 한 갑자 이상의 내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최상급 심법을 익혔으면, 이십 년만 꾸준히 수련하면 된다. 그럼 한 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급 이하의 심법들은 효율이 떨어졌고, 수련만으로는 한 갑자를 얻기 힘들다. 그럴 때는 영약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
물론 천학관에서 지원해 주는 영약도 있지만, 턱없이 부족했다. 만약 대문파나 중견 문파라면 다른 영약을 지원받지만, 중소 문파는 그런 것도 없었다. 십 년짜리 단약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진무강은 고개를 저었다.
“난 받을 수 없어.”
“왜? 이건 단순한 선물이야.”
“나에게는 큰 선물이야. 그리고 나는 이런 큰 선물을 받을 이유가 없어.”
그의 기준으로 봤을 때, 하운평의 행동은 이해되지 않았다.
이번에 옥사자상을 찾으면서 다 같이 고생했고, 친해진 건 맞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사비를 들여서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필요는 없었다.
‘어이구, 저 고지식한 놈.’
반면 경부수는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았다. 그는 고맙다고 말하고, 하운평의 선물을 받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진무강이 단칼에 거절하니, 입장이 난처했다.
하운평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조금 민망하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떨까? 난 뒤늦게 천학관에 들어왔고, 친구나 아는 사람이 없잖아. 그러니까 너희와 친해지고 싶어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해 줘.”
“네 뜻은 이해하지만, 이렇게 큰 선물은 필요 없어. 그냥 집에서 밥 한 번 얻어먹은 정도면 충분해.”
“흠흠. 사실 너희들이 기분 나쁠까 봐 조심스럽긴 한데, 이 정도는 나에게 큰 선물이 아니야.”
하운평은 조금 더 쉽게 설명했다.
“무강아. 예를 들어서 너에게 친구가 와서 잡초 뽑는 일을 일각만 도와달라고 한다면 어떡할 거야? 거절할 거야?”
“그 정도는 도와주겠지.”
“그럼 삼 일 연속으로 도와달라고 한다면?”
“그땐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바로 그거야. 나에게도 그래. 지금 너희들에게 주는 이 단약은 잡초를 일각 동안 뽑는 정도야.”
“으음.”
“못 믿겠으면 이쪽으로 와봐.”
하운평은 손짓을 했고, 두 사람은 하운평이 앉아 있는 책상으로 다가갔다.
하운평은 책상 밑을 보여주었고, 두 사람은 입이 딱 벌어졌다. 자신들이 받은 것과 똑같은 상자가 오십 개도 넘게 있었다.
“단약은 말이야. 좋은 비율을 찾는 것이 무척 힘들지만, 한 번만 최상의 비율을 찾으면 그다음은 쉬워. 비율대로 제조하면 되니까. 재료만 있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거든.”
그는 두 사람에게 준 단약을 가리켰다.
“그것들은 우리 문파에서 나누어주는 중급 단약이야. 필요하면 쓰라고 무적문에서 오십 개만 보내줬는데, 만약 내가 원하면 오백 개도 받을 수 있어.”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었다.
자신들은 하나 구하기 힘들어서 그렇게 애썼는데, 여기에는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부자가 생각하는 돈의 가치가 얼마나 다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경부수는 하운평에게 물었다.
“이런 중급 단약은 너희 문파 사람들에게 모두 나눠주는 거야?”
“다 주는 건 아니고, 조장급 이상에게 하나씩 지급돼. 그리고 단주급 이상에는 상급 단약이 지급되고.”
“혹시 볼 수 있어?”
“당연하지.”
하운평은 책상 밑의 장을 열었다. 잠겨 있지도 않았고, 자주색 상자가 두 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