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14
너의 초식이 보여 114화
팽단원의 계획(2)
범일문은 이곳 강한 도박장의 장주였다. 그리고 옆에는 범일문의 동생이자, 부장주인 범어진도 함께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팽 공자님.”
“범 장주. 이번에도 낭인들을 이용하고 싶은데.”
“흐흐흐. 당연히 해드려야죠.”
팽단원은 모용표에게 말한 것과는 다르게, 낭인들을 자주 이용했었다.
불법적인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싶을 때나,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을 때. 그때마다 낭인을 고용해서 적절히 사용했었다.
“그런데 참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직도 도련님께 대드는 멍청이가 있습니까?”
“그래. 오랜만에 나타났어. 그런데 이번 놈은 좀 강해. 그래서 말인데, 낭인 중에서도 절정 고수가 있다고 했지?”
“네. 하지만 공자님. 절정 고수는 굉장히 비쌉니다. 일반 낭인의 오십 배는 넘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후후. 상관없어. 멍청한 물주가 한 명 있거든. 그러니까 비용은 상관없이 절정급 낭인을 최대한 끌어모아. 내일이라도 당장 그놈을 박살 내야겠어.”
그러자 범일문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저어, 팽 공자님. 그건 곤란한데요.”
그러자 팽단원이 소리쳤다.
“왜? 뭐가 곤란한데? 지난번에는 낭인 중에도 절정 고수가 있다고 큰소리쳤잖아.”
“절정 고수는 당연히 있지요. 하지만 그 절정 고수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낭인 시장에 유명한 절정고수가 여섯 있는데, 그중 당장 연락이 되는 낭인은 두 명뿐입니다. 그것도 그 낭인들이 일을 승낙해야 하고, 여기까지 오는데, 최소 스무날은 걸릴 겁니다.”
“뭐? 스무날이나?”
“죄송합니다.”
“이 빌어먹을 놈이.”
쾅.
팽단원은 책상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면서 소리쳤다.
“난 네 말만 믿고 얘기를 다 해놨는데 어쩌라는 거야?”
“자, 잠시만요. 공자님.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범일문은 황급히 소리쳤고, 팽단원은 씩씩거리면서 말했다.
“말해봐. 대신 헛소리면 가만 안 둔다.”
“어휴. 당연하지요.”
범일문은 은밀하게 말했다.
“먼저 절정 수준의 낭인들에게는 연락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편안하게 기다리시고, 그동안 도련님을 피곤하게 만드는 그놈, 그놈의 주변부터 처리하는 건 어떻습니까?”
“그놈 주변?”
“네. 그놈도 천학관에 입관할 때 혼자 오진 않았을 테고, 같이 온 사람들이 있겠지 않습니까? 그쪽을 먼저 공략하는 겁니다.”
팽단원도 머리를 굴렸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하운평에 대해 조사하면서 들은 소문도 있었다.
하운평은 집에 여러 가지 보물이 두고, 십 년 내공을 얻을 수 있는 단약들도 쌓아놓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집을 지키는 호위무사도 없고, 금고 같은 잠금장치도 없다지?’
그 사실을 범일문에게 일러주자 그는 크게 기뻐했다.
“푸하하. 그럼 됐습니다. 공자님.”
“무슨 말이야?”
“낭인들은 욕심이 많거든요. 약탈하고, 훔쳐도 된다고 하면, 좋아라 하면서 달려들 겁니다. 적극적으로요.”
“크큭. 잘됐네.”
팽단원은 하운평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리고 하운평이 데려온 사람은 여자 한 명밖에 없고, 굉장한 미인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고 말했다.
* * *
잠시 후 팽단원이 떠난 뒤, 범일문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동생인 범어진에게 물었다.
“야. 지금 동원할 수 있는 낭인이 몇 명쯤 되냐?”
“이삼류까지 다 합하면 오십은 넘을 겁니다. 그런데 형님. 형님도 가시게요?”
“크큭. 절세미인이 있다고 하잖아? 그럼 가서 얼굴 한번 봐야지.”
범일문은 여자를 굉장히 밝히고 욕심이 많았다. 하지만 범어진의 표정은 좋지 않았고, 범일문이 물었다.
“또 왜? 표정이 왜 그런데?”
“형님. 아무래도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그냥 낭인들만 보내죠.”
“자식. 네가 기분 나쁜 적이 한두 번이냐? 헛소리 말고, 장부에 잘 기록해 놔라. 나중에 그 장부가 우리 목숨을 건질 수도 있으니까.”
“네에.”
범어진은 불길함을 느꼈지만, 마음을 굳힌 범일문은 끝내 칼을 들고 직접 나섰다.
팽단원은 우선 자신의 돈을 사용하여 낭인들에게 선지불했었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가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돈까지 지불했는데, 그냥 가는 건 아쉬웠다. 하운평의 집이 낭인들에게 털리고, 불에 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래. 그럼 기분도 풀리겠지.’
그는 객잔에서 술까지 사서 하운평의 집 근처로 향했다. 그리고 하운평의 집이 잘 보이는 언덕 위로 올라가서 술을 마시며 기다렸다.
반 시진이 지났을 무렵, 집 주변으로 낭인들이 나타났다. 팽단원은 앞으로 일어날 광경을 잔뜩 기대하며 바라봤다.
범일문을 따라나선 낭인들은 육십 명이 넘었다. 본래 오십 명만 뽑으려 했는데, 약탈한다고 하자 지원하는 낭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중에는 일류고수도 스무 명이나 있었고, 범일문 본인도 일류고수였다. 게다가 오늘은 달빛조차 없는 어두운 밤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아 조용한 주변에 그들은 마음 편하게 하운평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 있게 담장을 넘었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초류한은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뒤뜰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일단의 무리가 담을 넘어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칼을 차고, 복면을 하고 있었고 불길함을 느꼈다.
‘큰일이다.’
초류한은 급히 몸을 숨겼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도둑인가? 아니면 강도?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지?
제일 좋은 방법은 도망가는 수였다.
이 집에 상주하는 인원은 총 다섯 명. 나머지 하인과 하녀들은 다행히 집 근처의 다른 집이 있었다. 그리고 집안에서 무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청아밖에 없었다. 초류한도 기본적인 심법만 익히고 있을 뿐이다.
‘쯧. 그러게 내가 호위무사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잖아.’
그는 이 집에 와서 첫날 하운평에게 건의했었다. 집이 너무 크고, 보안이 취약하다. 도둑이 들 수 있으니 호위무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하운평은 크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하. 만에 하나 도둑이 들면, 초 총관님은 그냥 방 안에 숨어 계세요. 그럼 해결될 겁니다.
그렇게 농담으로 넘겼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 버렸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뒷문으로…….’
그때였다.
“류한. 여기서 뭐 해?”
초류한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왔는지 청아가 서 있었다. 초류한은 급히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아, 앉으세요.”
청아는 얌전히 앉았다. 초류한은 담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아무래도 도둑이 든 것 같은데, 급히 집안의 사람들에게 알려야 해요. 그리고 뒤쪽 문으로 도망가야 합니다.”
“아아, 역시 저놈들 도둑들이지?”
“목소리를 낮추세요.”
“알았어. 그런데 도둑인 건 분명하지?”
“복면을 쓰고 무기까지 들고 있는 걸 보면, 강도일 수도 있겠네요.”
“어쨌든 나쁜 놈들이네. 그런데 너는 왜 이러고 있어? 도둑이면 잡아야지.”
초류한은 어이가 없어 바라보았다.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나? 힘이 없으니까 숨어 있는 거지.
“저는 무공을 모르고, 저들에게 죽을 수도 있으니까, 숨어 있는 거죠.”
초류한은 뭔가 바보 같은 질문에 대답하며 한숨을 쉬었다.
“휴우. 지금 실랑이를 할 시간 없습니다.”
“그래. 맞아. 어, 저놈들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 운평이 도둑이나 강도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했거든.”
스스슥.
청아가 사라졌다.
경공이 빠른 줄은 알았지만, 어두운 밤에 보니까,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하나의 생각이 초류한의 머릿속을 스쳤다.
‘설마 청아의 무공 실력이 내 생각보다 뛰어난가?’
그럼 하운평과 청아의 반응이 이해가 되었다. 그렇게 그녀의 실력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데 그저 뛰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청아는 대청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나타났다. 그리고 소리쳤다.
“먼저 경고부터 할게. 도둑이든, 강도든 지금 당장 돌아가. 그럼 죽이진 않을 거야.”
채앵.
챙.
“크크큭. 귀여운데.”
“들은 것보다 훨씬 예쁘잖아.”
하지만 낭인들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오히려 그녀의 미모를 보고 욕심을 냈다.
“난 경고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청아는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손에 검을 쥔 채로 낭인들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스슥. 슥.
스스슥.
“크윽.”
“컥.”
털썩. 털썩.
순식간에 다섯 명이 쓰러졌다. 모두 목에 긴 자상을 입었고, 한 번에 절명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낭인들이 하나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그 수가 스무 명이 넘어갈 때쯤, 낭인들이 소리쳤다.
“고, 고수다.”
“조심해.”
하지만 안다고 막을 수 있는 검이 아니었다. 그녀의 경공은 귀신과 같았고, 검술은 신기에 가까웠다.
아무도 그녀의 일 초식을 막지 못했다.
범일문은 그제야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여긴 호랑이 소굴이었구나.’
“후, 후퇴다. 모두 도망가!!”
그는 한마디 소리쳤고, 본인부터 뒤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청아는 아무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고양이 신령이었다. 쓸데없이 생명을 거두지 않지만, 악의를 가지고 온 적을 쉽게 용서해 줄 선인은 아니었다.
낭인들이 도망가려 하자, 청아의 움직임이 더 빨라졌다. 그리고 그녀의 검술 또한 더욱 화려해졌다.
휘이익. 휘리릭.
“아악.”
“으아아악.”
“사, 살려줘.”
푸욱.
어두운 밤하늘에 푸른 검기가 휘몰아치고, 제일 멀리 도망치던 범일목의 목에 검이 꽂혔다. 그렇게 낭인 육십 명이 차가운 시신으로 변하는 데는 불과 반 각도 걸리지 않았다.
청아는 자신의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시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치 공기놀이를 하듯, 한 손으로 휙휙 던졌고, 대충 한곳에 모았다.
그리고 뒤뜰에 손을 휘두르며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흙이 잔뜩 쏟아지며 땅이 깊숙하게 파였다.
‘허어. 이것 참…….’
그 모습을 보던 초류한은 할 말을 잊었다. 항상 수련하는 모습을 봤지만, 그녀가 이렇게 강한 줄은 몰랐다.
더구나 사람을 죽이는데, 망설임이 없었고 익숙했다. 시체를 던지는 모습을 보면 힘도 아주 센 거 같았다.
그제야 초류한은 그녀가 굉장한 고수임을 깨달았다.
‘이 정도면 호위무사가 없는 게 편하겠군. 하지만 마무리가 부족해.’
저렇게 대충 묻어버리면, 나중에 쉽게 탄로 날 수 있었다. 게다가 곳곳에 보이는 핏자국은 어찌할 셈인가?
초류한은 청아에게 다가갔다. 핏자국을 없애는 방법을 알려주고, 구덩이를 몇 개 더 파서 시체를 나누어 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청아는 그의 말대로 했고, 두 사람은 빠르게 시체들을 치우고, 흔적을 없앴다.
이런 모습들을 팽단원은 똑똑히 보고 있었다.
꽤 먼 거리였지만, 방금 여자가 보여준 무공 실력은 절정 고수를 넘어섰다.
하북팽가에서 제일 강한 세가주만큼이나 강한 것 같았다. 팽단원은 등에 땀을 흠뻑 흘리며, 누가 쫓아올까 빠르게 도망쳤다.
* * *
팽단원이 무작정 달려 도착한 곳은 모용표의 집이었다.
“허억. 헉. 뭐, 저런 여자가 다 있지?”
혹여나 쫓아올까 봐 연신 뒤를 돌아보다 급히 안으로 들어갔다. 아니, 들어가려 했는데 모용세가의 호위무사가 앞을 막았다.
팽단원은 어이가 없어 물었다.
“너희들 내가 누군지 몰라?”
“죄송합니다. 팽 공자님. 밤늦은 시간에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는 명이 있었습니다.”
“누가?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명을…….”
“나의 명령이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얀 옷을 입고, 금대를 걸쳤다. 옷자락에는 ‘모용세가’라는 글씨가 멋들어지게 적혀 있는 정식 백의대의 복장이었다.
이 남자가 바로 백의대주 모용성이었다.
팽단원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늦은 시간이다. 내일 오너라.”
“그게 급한 일이라서…….”
“그렇게 급한 일이면, 나에게 먼저 말해보든지.”
“으음. 그건…….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내일 와도 되겠네요. 하하.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팽단원은 서둘러 그곳을 떠났다.
이곳 모용표의 집에서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딱 두 명 있었는데, 그게 바로 모용란과 모용성이었다.
특히 모용성은 날 선 검을 보는 것 같아, 아무 짓도 하지 않았음에도 베일 것만 같았다.
팽단원은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다시 모용표의 집을 찾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