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16
너의 초식이 보여 116화
하운평의 반격(1)
나는 술법 수업의 갑작스러운 폐강에 대해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알아봤고, 천학관주가 갑자기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알아냈다.
‘천학관주라.’
천학관이 설립된 이후, 천학관의 관주는 세 번 바뀌었다.
일대, 이대 천학관주는 천포 출신이었고, 그들은 단 한 명이라도 뛰어난 천포를 양성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현 천학관주인 이창국은 달랐다.
우선 그는 비천포 출신이었다. 그리고 무림맹에서 오랫동안 일을 했으며, 합리적이고 계산적으로 일을 한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한 명의 뛰어난 천포보다 실력은 약간 떨어져도 다수의 천포를 양성하길 원했다.
그래서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최대한 많은 학생에게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가 부임한 후부터 천포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다만 부작용도 있었다.
천포로 졸업하기 위해서는 절정 고수가 되어야 하고, 절정 고수로 넘어가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십급부터 십이급에 머무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그들을 지원해 주는 비용도 늘어났다. 반면에 무림맹에서 보내 주는 지원금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천학관 입장에서는 다른 쪽에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나도 거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폐강할 이유는 없는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사실 지금 사태에 대해 놀랐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등록 학생이 부족한 경우, 수업이 폐강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대책도 세워두었다.
다만 이 방법은 자주 쓸 수 없어 내년쯤에 진행하려고 했는데 시기가 아쉬울 뿐이다.
나는 그날 저녁, 천학관을 나섰다.
마침 내일이 순휴라서 시간은 넉넉해 여유롭게 이곳에서 십 리나 떨어진 마을로 들어갔다. 그리고 바로 도박장을 찾았다.
도박할 생각은 아니었고, 누군가를 찾고 위해서 이곳으로 왔다. 나는 도박장을 둘러보는 척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을 찾았다.
강용산.
그는 천학관의 용루당주였다. 학생들의 수업 일정을 정리하고, 교관들을 관리, 감독하는 일을 총괄했다. 그의 유일한 취미이자 단점이 바로 도박이었다. 도박 실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어이쿠. 강 씨가 또 져버렸네.”
“하하. 강 씨. 오늘은 영 안 되는 것 같은데, 집에 일찍 가는 건 어떤가?”
“아직 끝난 게 아니야. 한 방이 있으니까 두고 보라구.”
“낄낄낄. 얼마든지.”
그가 이 도박장에 드나든 지 벌써 오 년이 넘었다.
도박장에 오는 사람들은 비슷했고, 이런 농담을 주고받을 만큼 친했다. 하지만 좋은 말도 한두 번이다. 가지고 있는 돈을 다 잃었는데, 저런 소릴 들으니 화가 났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한심하고 멍청해 보여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멀리 떨어져서 그의 속마음을 읽었고, 지금의 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
분명히 조사한 대로 그는 도박을 좋아했고, 잘하진 못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다른 점도 있었다. 그는 도박에 중독되지 않았다.
강용산은 오늘 가져온 돈을 다 잃으면, 평소처럼 깔끔히 일어설 생각이었다. 그리고 곧장 집으로 갈 계획이었다. 이것은 절제력이 있다는 것이다. 가산을 탕진할 만큼 도박에 빠지지 않았다는 건데.
으음. 이러면 계획에 어긋나는데.
본래 계획은 도박으로 그의 재산을 뺏고, 빚을 지게 만든 다음, 내가 필요한 걸 부탁하려 했었다.
그런데 그가 도박을 취미로 하고, 저대로 집에 가버리면 곤란했다.
나는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주변을 어슬렁거렸고, 강용산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도 살폈다.
잠시 후, 강용산의 생각이 들렸고, 하나의 단서가 되었다.
‘휴우. 내가 완전히 호구가 된 것 같구나. 단 하루라도 좋으니, 내 실력으로 저놈들 돈을 다 따고, 우는 꼴을 보고 싶다.’
돈을 다 잃으며,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급히 강용산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도박장을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조용한 골목길에서 그를 붙잡았다.
“저기요. 잠시만요.”
그는 의아한 얼굴로 뒤로 돌아보았다. 나는 정중하게 말했다.
“갑자기 불러서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까 도박장에서 도박하는 걸 봤는데요. 아무래도 그쪽이 사기를 당한 것 같아서요.”
“사기요?”
“네. 제가 볼 때는 아까 같이 도박하는 사람들끼리 짜고 그쪽을 속이는 것 같았습니다.”
“저, 정말인가요?”
“네에.”
일부분만 사실이었다.
그 사람들도 전문 도박꾼은 아니었다. 그리고 작정하고 강용상을 속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마을의 토박이였고, 강용상을 외지인, 즉 공동의 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그들끼리 힘을 뭉쳤다.
그 결과, 강용상은 야금야금 돈을 잃었고, 계속 손해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걸 살짝 부풀려 설명했다.
“아무래도 타지 사람이라서 손해를 보시는 것 같네요.”
“흐음. 그 사람들 그렇게 안 봤는데……. 그리고 제가 이곳에 오 년이나 있었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타지 사람으로 볼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래도 평생을 이곳에 살았던 사람과는 다를 수밖에 없지요.”
“휴우.”
나는 생각할 시간을 준 다음, 그에게 물었다.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에?”
“사실은 저도 도박을 좋아합니다. 전문 도박꾼은 아니지만, 일반 사람들보다는 잘하죠. 대신 누구를 속이는 건 정말 싫어하는데요. 도박은 재미로 하는 거지, 돈 때문에 패가망신시키거나, 사람을 속이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맞습니다. 저도 딱 그렇게 생각합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쪽이 도박의 고수시니까, 제가 속은 걸 눈치채신 거군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강용상의 해석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아무튼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저 사람들의 돈을 모두 빼앗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금방이라도 찬성할 줄 알았던 강용상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닙니다. 복수를 한답시고, 도박 고수까지 끌어들이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실력을 키워서 복수해야죠. 남이 복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무엇보다 그는 나를 의심하고 있었다.
일단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약관도 안 되는 소년인 데다, 고수가 굳이 자신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 사기 치려고 접근한 건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읽히자, 나는 한숨이 나왔다.
끄응. 일을 참 어렵게 만드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고,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제가 돈을 빌려 드릴 테니까, 다시 도박에 참여해 보세요. 그리고 이번에는 제가 뒤에서 보면서 조언을 해드리겠습니다. 제 말을 들으면서 도박을 하시면 실력이 훨씬 늘 겁니다. 더불어 복수도 할 수 있고요.”
그의 입장에서는 정말 좋은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빛을 지우지 못했다.
“흐음.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지요. 하지만 그쪽은 괜찮겠습니까? 왜 굳이 저를 도와주시는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하하. 사실 여기 도박장에는 오늘 처음 왔는데요. 숨은 고수가 없을까 해서 왔는데, 없더군요. 그렇다고 이 시간에 집에 가기는 아쉽고, 재미있는 일이 없는지 찾아보다가 그쪽을 발견한 겁니다. 저는 그쪽을 도와주면서 재미를 찾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기도박을 정말 싫어하거든요. 저 사람들에게 도박도 지켜야 하는 선이 있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네요.”
마침내 그를 설득했고, 도박판에 앉히는 데 성공했다.
그가 도박에서 이기든, 지든 상관없었다. 그가 나에게 고마움을 느껴야 한다. 그 점이 중요했다.
[도박에서 제일 중요한 건, 운도 아니고, 내 패도 아닙니다. 도박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야 해요.]내 능력이 아니더라도, 내 도박 실력은 꽤 쓸 만한 편이다. 상대방을 잘 읽을 줄 알았고, 대부분 비슷하게 맞추었다.
반면 이곳 사람들의 실력은 평범했다. 내가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한 시진 안에 빈털터리로 만들 자신 있었다.
하지만 강용상은 굳이 본인이 직접 하길 원했다. 나는 멀리 떨어져서 전음으로 충고만 했다.
처음에는 내 충고를 듣지 않아 어렵게 시간이 걸렸는데, 시행착오 끝에 합의 후 승부를 유리하게 이끌어갔다.
그렇게 네 시진을 도박장에서 보냈고, 마침내 강용상은 그들의 돈을 다 뺏을 수 있었다.
“하하하.”
그는 웃으면서 도박장을 나왔고, 아침 해가 밝게 빛나는 걸 뿌듯하게 바라봤다. 무척 피곤한 얼굴이지만, 홀가분하고 즐거워 보였다.
그는 나에게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별말씀요. 일이 잘 풀려서 저도 기쁩니다. 하하하.”
“제가 딴 돈에서 반을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럼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습니다. 제 은인이나 다름없는데, 그 정도는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흠흠.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나는 못 이기는 척 그를 따라갔다. 우리는 아침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이어갔고, 나에게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했다.
그는 대화 도중에 놀라서 물었다.
“그러니까 천학관의 학생이란 말씀이죠?”
“하하. 네. 아, 부디 비밀로 해주십시오. 괜히 천학관 쪽에 제가 도박한다는 말이 돌면, 제가 곤란해질 수도 있거든요.”
“하하. 사실은 저도 천학관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네에? 정말인가요?”
마치 생각도 못 했다는 것처럼, 정말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괜히 도와줬다는 후회 섞인 표정까지 지으며,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그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다.
“하하하. 제가 설마 은인의 뒤통수를 치겠습니까? 학관에는 절대 알리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하 공자도 제가 도박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해주십시오. 제가 교관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관에서 일하고 있으니까요.”
“당연하지요.”
우리는 같은 죄를 지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친밀한 동질감이 생겼다.
친하게 대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었고, 자연히 천학관으로 주제가 넘어갔다. 식사가 어떻고, 서로의 불만 사항도 얘기하면서 공감을 높였다. 그리고 나는 지나가는 투로 말했다.
“사실 어제 도박장에 간 이유가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입니다. 요즘 제가 술법을 즐겁게 배우고 있는데요. 갑자기 술법 수업을 없앤다 하지 뭡니까?”
그 말에 강용상은 살짝 놀랐다.
사실 천학관주가 결정을 내렸지만, 실질적으로 일을 진행한 사람은 강용상 본인이었다. 그리고 그도 너무 급한 결정에 교관과 학생들에게 미안함을 가진 터였다.
그는 잠시 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휴우. 하 공자. 사실은 말이야…….”
그는 자신의 직책을 얘기했고, 자신이 그 일을 실행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또 진심으로 놀랐다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다니.”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정말 미안하게 됐네.”
“아닙니다. 천학관주님이 결정하셨다면서요. 강 당주님이 미안해하실 일이 아니죠.”
“이해해 줘서 고맙네.”
“그런데, 당주님. 천학관주님이 갑자기 왜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으음.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내 생각에는 천학관의 운영 자금 문제가 가장 크지 싶네.”
나는 이때다 싶어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서 교육을 못 한다고요? 그건 말이 안 되죠. 저희 학관에 후원금 제도 있죠?”
“그렇지.”
“그럼 제가 사부님께서 말씀드려서 당장 돈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후원금 명목으로요. 금 오십 냥이면 충분할까요?”
“으, 응? 그렇게나 많이?”
학관의 일 년 에산은 금 이백 냥이었다. 그러니 강용상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당주님. 술법은 천포들에게 꼭 필요한 수업입니다. 실제로 천포들이 현장에 나가서 술법이나 방술을 몰라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겪고 있습니다. 그러니 칠급부터 구급까지 듣는 학생이 적더라도 최소한 일급부터 육급까지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가?”
“제가 말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안 되시겠죠? 제가 내일까지 자료를 준비해서 모레 점심시간에 가져가겠습니다. 그 자료를 보시면 왜 천포들에게 술법 교육이 필요한지 아실 겁니다.”
그는 내 열렬한 설득에 넘어간 것 같았다.
“알겠네. 자네가 자료를 만들어온다고 했으니까, 검토해 보고 내가 천학관주님께 건의드려 보겠네.”
“감사합니다. 강 당주님.”
나는 크게 고마움을 표했고, 그도 가능한 술법 수업만큼은 살려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사실 그 자료들은 이미 만들어 놨었다.
천학관에 오기 전에 무영문을 통해 지난 십 년 동안 술법과 방술, 귀신에 관련된 사건들과 그 사건들을 처리한 천포들의 고충과 고생한 것들을 모아놨었다.
그걸 다시 한번 정리해서, 이틀 후 강용상에게 가져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