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23
너의 초식이 보여 123화
영웅문의 행사(1)
나는 한빙옥에 대해 계속 설명했다.
“한빙옥은 등급이 올라갈수록 흰색이 아니라 회색에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최상급이 뿜어내는 빛은 천상의 그것이라 하여, 매우 아름답다고 하죠. 바로 이것처럼요.”
나는 팔목을 들어 한빙옥 팔찌에 내공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오묘하고 신기한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오오오오. 이럴 수가.”
“너무 예쁘다.”
“어떻게 저런 색을 낼 수 있는 거지?”
조금 전처럼 과장된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탄해서 흘러나오는 목소리였다. 모용표도 그걸 판단할 수 있는 눈치는 있었다. 그래서 더욱 기분 나빠했다.
‘감히 내 앞에서 저런 짓거리를 한단 말이지?’
방금 자신의 보여준 가락지의 빛과는 차원이 달랐다. 너무 비교됐다. 모용표는 그것이 너무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그걸 보면서 내공을 거두었다. 내 목적은 그의 관심이지, 싸우자는 것이 아니었다.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참, 오해할까 봐 말씀드리는데, 저는 공자님의 것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일반 한빙옥은 귀한 물건은 분명하니까요. 한빙옥에 대해 모르는 것 같아 정확히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선구안이 뛰어난 모용 공자님께서 직접 사셨을 리는 없고, 아마 누군가에게 선물로 받으신 거죠?”
모용표는 이때다 싶어 얼른 대답했다.
“흠흠. 사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겁니다. 그 친구가 이 물건이 최상급 한빙옥이라고 해서 무작정 믿었는데, 제가 속았나 봅니다.”
“하하. 그럴 줄 알았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하얀색 한빙옥이 진짜인지 착각했거든요. 그래서 그걸로 자랑했다가 크게 망신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진짜 한빙옥을 큰마음 먹고 구했었죠. 그리고 혹여나 공자님도 더 큰 자리에서 망신을 당할까 봐, 지금 알려드린 겁니다.”
“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용표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진심으로 알려줄 거면, 조용히 알려주면 되지. 굳이 다른 사람들이 보는 자리에서 크게 말할 필요 있었나?’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너의 관심을 끌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크게 한 방 내미는 거야. 바로 이런 것처럼.
나는 끼고 있던 한빙옥 팔찌를 벗었다. 그리고 모용표에게 주었다.
“그런데 제가 너무 급한 나머지,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말하고 말았군요. 모용 공자님께서 당연히 민망하셨을 테고, 명백한 제 실수입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제 한빙옥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저를 용서해 주시겠습니까?”
모용표는 멍한 표정이 되었고, 다른 사람들도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한빙옥은 내공의 빛이 나오지 않는 하급품도 집 한 채 값이었다. 상급품부터는 구하기 힘들고, 최상급품은 부르는 게 값이었다.
그 귀중한 걸 그냥 선물로 준다고?
이건 아무나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심지어 그렇게 돈이 많다고 자랑하던 모용표조차 받아도 되는지 망설였다.
사실 그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누구나 모용세가의 재력을 보고, 조금이나마 얻어가기 위해서 다가온다. 친해지기 위해서 선물을 줄 때도 있지만, 이 정도로 큰 선물은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내가 돈으로 놀라는 놈이 있을 줄이야.’
그는 내 진심이 뭔지,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나는 웃으면서 한빙옥을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하하. 받으세요. 농담이 아니라 진짜 드리는 겁니다. 사실, 저는 모용 공자님과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이유야 어찌 되던 그렇게 귀한 물건을 준다는데, 모용표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그 선물이 한빙옥이면 더욱 값어치가 있었다. 그는 기분이 좋아졌고, 말투도 변했다.
“흠흠. 제가 하운평 공자님의 소문을 듣긴 했는데, 아마도 잘못 들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배포가 크고, 도리를 아는 분이신 줄 몰랐네요.”
“별말씀을요. 그럼 우리 친구가 되는 건가요?”
“하하하. 당연하죠. 그리고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았으니, 저도 조금이나마 보답을 하고 싶은데……. 혹시 필요하신 것이 있으신가요?”
“으음. 그럼 잠깐만 시간 좀 내어주시겠습니까? 사실 모용 공자님을 만나면,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요.”
“뭐, 그러시죠.”
‘호오. 이제야 선물을 준 본색을 드러내는군.’
모용표는 내심 다행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큰 선물을 줬으니, 그만큼 뭔가를 뜯어가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를 조용한 곳으로 안내했다.
안쪽에 있는 여러 개의 작은 방 중 한 곳으로 들어갔다.
“이제 말씀해 보시죠. 이렇게 비싼 선물을 주신 이유가 뭡니까?”
그는 아무도 없어지니 특유의 오만한 얼굴로 돌아왔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모용표 공자님. 저와 재미있는 사업을 해보시겠습니까?”
“사업요?”
모용표는 전혀 의외의 말이라 깜짝 놀랐다. 사실 모용표는 돈을 쓰는 건 잘했지만, 사업 쪽은 잘 몰랐다.
물론 지금까지 같이 일하자고 제안한 사람도 있었지만, 재미로 나섰다가 크게 망했었다. 그 후로 모용세가의 가주는 절대 사업은 안 된다고 금지했었다.
나는 계속 설명했다.
“나중에 저희 무적문에 대해 조사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는 무적상단과 무적표국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려서 하남성 일대는 꽉 잡고 있지요. 그래서 이제는 다른 성으로 진출도 하고, 새외로 수입, 수출을 시도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모용세가의 모용표 공자님이 도와주시면,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서요.”
“흠흠. 그런 사업 이야기는 아버님과…… 아니, 그전에 먼저 셋째 형님과 이야기를 나누십시오. 저는, 사실 잘 모릅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해를 하시는 것 같군요. 저는 모용세가와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모용표 공자님과 일을 하고 싶은 겁니다.”
“저와요?”
“네. 저는 처음부터 크게 일을 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보다 모용표 공자와 친분을 다질 겸, 작은 일부터 같이해 보자는 겁니다. 혹시 직접 일하는 건 싫어하시나요?”
“아, 아니요.”
모용표는 솔직히 당황했다. 그의 표정에서도 잘 드러났지만, 여러 가지 생각들이 한 번에 휘몰아쳤다.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단 모용표는 착한 축에 속했다. 잘난 척이 심하고, 과시욕이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사람들도 돕고, 기부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모용세가 내에서 모용표의 입장은 어중간했다. 무공이 특출난 것도 아니고, 머리가 그렇게 좋은 것도 아니었다.
모용세가 가주의 신임을 받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없는 자식 취급을 당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모용세가를 겉돌기 시작했고, 보다 못한 가주가 천학관으로 가라고 명한 것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 아닌가? 그런 의구심이 들 수 있었다. 겉은 화려할지 몰라도, 속은 나름대로 괴로움이 있지 않을까?
그것이 나의 추측이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았다.
모용표는 모용세가에 다리를 놔달라는 것이 부탁이 아니라, 본인과 직접 일을 해보자는 제안에 살짝 감동했다. 아주 작은 일이지만, 인정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서 한마디 더 남겼다.
“아까 드린 팔찌는, 아시겠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물건입니다. 제가 그걸 선물로 드린 이유는 뭐겠습니까?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진심으로 모용표 공자님과 친해지고 싶고,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서입니다.”
나는 진지하게 말했고, 그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그냥 입에 발린 소리라 치부하기에는 내가 준 선물이 너무나도 컸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물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반 시진 가량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다. 모용표가 나보다 한 살 더 많았지만, 우리는 서로 말을 놓기로 했고, 자주 만나서 사업 계획을 세우기로 약속했다.
“이럴 게 아니라, 이제 나가자. 내가 다른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
“좋아.”
모용표는 신이 나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해 주었다. 우리는 마치 고향 친구처럼 친해 보였고, 어느새 노성진이 다가와서 전음을 보냈다.
[운평아. 어떻게 된 거야? 모용표가 갑자기 왜 저렇게 친한 척하는 거지?]나는 어깨를 으쓱대며 앞으로 친구 하기로 했다고 답했고, 노성진과 막사평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했다.
[나중에 말해줄게.]나는 웃으면서 넘기고, 계속 모용표를 따라갔다.
앞으로 무적문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모용표가 꼭 필요했다. 그래서 최고급 한빙옥까지 써가면서다가 갔고, 친해지는 데 성공했다.
무영문에 참석한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한 셈이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내가 만나고 싶었던 두 번째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하운평, 소개할게. 우리 영웅지회의 회주이자, 무당파의 천재 검사, 장차 천하제일검이 될 내 친구, 무당신검 조의찬이야.”
“아하하. 이 친구, 그러지 말라니까. 세상에 영웅들이 얼마나 많은데, 자꾸 그런 소릴 하는 거야. 더구나 천하제일검이라니.”
“네가 천하제일검이 안 된다면 누가 된다고? 나 알잖아. 사람 보는 눈은 정확하다는 걸.”
글쎄.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볼 때는 모용표는 사람 보는 눈이 부족했다. 그가 소개한 대부분의 친구는 모용표를 돈이 많은 돈주머니로 생각하지, 친구로 여기지 않았다.
그리고 조의찬, 저 녀석은 꼭 한번 만나고 싶었다.
무당신검 조의찬.
무당파가 자랑하는 명실공히 검의 천재였다.
다섯 살 때 검을 처음 잡고, 열셋에 일류검사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리고 현재 그의 나이 열일곱에 절정고수에 올랐다고 전해졌다.
화산파의 구운룡과 자주 비교되기도 하며, 천포지전의 우승 후보기도 하다.
그의 검술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인성이 문제였다.
겉으로 알려지기에는 그는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화내는 법이 절대 없다고 한다. 항상 양보하고 무슨 일이든 솔선수범하여서 사람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하지만 아주 자세히 파고들면, 이상한 점이 많았다. 어릴 때 그를 크게 다치게 했던 사형이 갑자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든지, 그와 싸웠던 동기 중 한 명이 버섯 독을 먹고 사지가 마비가 되는 등,
그와 부딪쳤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안 좋은 일들이 발생했다. 그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벌어졌었다.
그리고 열두 살 이후로는 그런 일이 사라지는 듯 보였다. 하지만 길게 생각하고, 일 년 뒤를 살펴보면, 상황이 다르다. 결국 그 사람들에게도 불행한 일들이 발생했다.
물론 조의찬이 그랬다는 증거는 없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의심스러운 남자였다. 그래서 나는 그를 직접 만나보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안녕하세요. 하운평이라고 합니다.”
“오오. 하운평 공자님이시군요. 한 번 꼭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드디어 이놈을 만나게 되는군.’
“하하. 저도 정말 만나고 싶었습니다.”
긴 얘기를 나눈 것도 아니었다. 단 한마디만 해도 알 수 있었다. 그는 나와 비슷했다. 마음을 잘 숨기고, 겉으로는 다른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저놈, 나와 비슷해 보이는데.’
그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길을 지나가다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이유 없이 그 사람을 피하게 된다.
지금 우리도 상황이 비슷했다. 같은 동류임을 알자, 서로 불편함을 느꼈다.
그래도 이곳에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고, 우리는 웃는 얼굴로 대화를 이어갔다.
“하하. 사실 저는 육 년 전에 무당파로 입문하려고 했답니다.”
“오오. 그러셨다면, 저와 사형제지간이 될 수도 있었겠군요. 아마 하 소협께서 저희 문파에 오셨어도 두각을 드러내셨을 겁니다.”
“아닙니다. 아마 제가 조 소협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무렴 어떻습니까? 결국엔 무당이룡이 탄생했을 텐데요.”
이런 실없는 소릴 나누면서 인사를 끝냈다.
나는 저놈과는 친해질 필요성을 못 느꼈고, 오히려 피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도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모용표가 계속 눈치 없이 굴었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