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25
너의 초식이 보여 125화
영웅문의 행사(3)
빙백아가 천영신투인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무작정 찾아가서 천영신투가 맞냐고 물어보면 부정할 테니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아니면 현행범으로 그녀가 무언가 훔친 직후에 잡는 게 좋겠지.
그렇게 나는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일부러 멀리 떨어져서 그녀의 마음을 계속 관찰했다. 무엇을 마음에 들어 하는지, 훔칠 계획이 있는지 눈여겨 살폈다.
그런데 빙백아는 생각보다 눈이 높았다. 모용표에게 준 한빙옥을 제외하고는 관심이 없었다. 인사치레로 너무 좋다, 부럽다, 예쁘다 등등의 말만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그녀가 한빙옥을 훔칠 때까지 기다려야겠는데.
그렇다고 계속 한빙옥만 바라볼 수 없으니, 한빙옥에 작은 장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쪽 구석에서 소란이 벌어진 것이다.
“우리 누나 어디 있어? 어서 말해!”
“넌 누구야! 갑자기 나타나서 무슨 행패야!”
콰당.
쿠웅. 쿵.
누군가 싸우는 듯 보였고, 그들의 목소리가 낯익었다.
두 번째 목소리는 모용표의 것이고, 첫 번째는 놀랍게도 진무강이었다. 그가 초대받지 않은 채, 이곳에 와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급기야 진무강은 검을 뽑아서 모용표를 위협했다.
채앵.
“우리 누나 어디 있냐고?”
모용표는 답답한 듯 소리쳤다.
“도대체 네 누나가 누군데?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진소연. 그리고 난 진소연의 동생이다.”
“아아. 진 소저. 그런데 숙주님 행방을 왜 여기서 찾아? 관의촌에 있는 우리 집에 가 봐야지.”
“내가 안 가 본 것 같아? 지금 거기서 오는 길이라고. 네가 한심하게도 입에 맞는 음식이 없다면서, 우리 누나를 이쪽으로 불렀다면서?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이곳에 없잖아.”
“야아. 난 너희 누나를 부른 적 없어. 여기 음식이 안 맞긴 하지만, 어차피 먹을 생각도 없었단 말이야. 누가 이런 싸구려 음식 따위를 먹는다고?”
“그럼 우리 누나 어디로 갔냐고?”
“나도 모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둘의 언성이 높아지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듣다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두 사람, 잠깐만 진정해 봐.”
둘은 씩씩거리며 나를 바라봤다.
“잠깐 상황을 정리해 보자. 그러니까, 지금 진소연 누님의 행방이 묘연한 거잖아. 무강아. 너희 누나 집에는 가 봤어?”
“당연하지. 거길 제일 먼저 갔었어. 늦은 시간인데도 집에 없길래 모용세가로 갔던 거고, 거기서 들은 내용이야.”
모용표가 끼어들었다.
“길이 엇갈릴 수도 있지.”
“너희 집에서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하나밖에 없거든.”
나는 진무강에게 다시 물었다.
“누가 그랬어? 모용표가 불러서 여기로 갔다고 말한 사람 말이야.”
“거기, 여자 주인. 이름이……. 그래. 모용란. 모용란이라고 했어.”
“모용란이 네 친구냐? 감히 누구 이름을 함부로 불러?”
모용표가 소리쳤고, 나는 그를 말렸다.
“모두 진정하고, 일단 모용세가로 가자. 직접 만나서 얘길 해서 오해를 풀고, 진소연 누님을 찾아야지.”
진무강은 찬성했고, 모용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도 진소연은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
* * *
세 사람은 급히 관의촌의 모용세가로 향했다. 그리고 모용란을 만나서 자세히 물었다.
모용란은 당황하면서 설명했다.
“팽단원이 왔었다. 표 네가 바빠서 대신 진소연 소저를 데리러 왔다고. 그래서…….”
모용표가 화를 내면서 소리쳤다.
“고모님. 그놈하고는 지난번에 크게 싸웠잖아요. 제가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크게 소리쳤고, 또 그 녀석은 나쁜 짓을 한 게 걸려 천학관에서도 퇴학 처리당했어요. 정신이 이상해졌다는 소문도 있다고요.”
모용란은 더욱 당황했고, 얼굴이 잔뜩 굳었다.
“나, 나는 몰랐다. 하지만 그녀 혼자 보내진 않았어. 혹시 몰라서 호위 무사 한 명을 붙여서 보냈거든.”
“팽단원 그놈이 마음만 먹으면, 호위 무사 정도는 쓰러뜨릴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그놈이 왜 우리 누날 데려갔지?”
이번에는 진무강이 물었다.
사실 그가 진소연을 납치할 이유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더니, 모용표가 미안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마, 나 때문인 것 같다. 지난번에 그놈이 도와달라고 했을 때, 거절했거든. 그리고 그 녀석이 진 소저에게 함부로 말하기에 쫓아낸 적도 있었고. 아마 그것 때문에…….”
“이익. 야아. 너 때문에 우리 누나가!!”
진무강은 모용표의 멱살을 쥐었다. 하지만 하운평이 진무강을 말렸다.
“지금은 누가 잘못했는지 따질 때가 아니야. 누가 데려갔는지 알았으니까, 빨리 찾아야지.”
팽단원의 성향을 생각했을 때, 그녀가 무슨 짓을 당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운평도 이번 일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작 팽단원의 평판을 무너뜨리고, 천학관에서 쫓아 보냈지만, 그의 무공은 그대로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공만이라도 없애 버리는 건데, 그러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그는 모용란에게 물었다.
“팽단원이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
“아마 정문을 지키는 무사가 봤을 거다.”
다행히 모용가의 무사는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쪽으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길 따라 움직이더니 갑자기 동쪽 숲으로 들어가서, 저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하운평은 그쪽을 한번 보더니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가 추적술을 알고 있으니, 그를 쫓아가겠습니다. 진무강, 너는 우리 집에 가서 청아를 데려와. 내가 가는 길마다 나무를 꺾어서 표식을 남길 테니까 그걸 보고 따라오면 돼.”
“그것보다는 나도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야. 추적은 혼자가 더 편해. 그리고 혹시 모르니, 청아가 필요할 수도 있어.”
진무강은 청아의 무지막지한 무공을 생각해냈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먼저 달려갔다.
모용표가 하운평에게 물었다.
“나는 뭘 하지?”
“너는 무사들을 데리고 팽단원의 집으로 가봐. 거길 먼저 확인해 보고, 그가 갈 만한 곳을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쩌면 나보다 네가 먼저 찾을 수도 있어.”
“알겠어.”
모용란도 이번 일에 책임을 느꼈는지, 적극적으로 나섰다.
“백의대를 비롯해서 세가의 모든 무사를 총동원해도 된다.”
“알겠습니다. 일단 팽단원의 집부터 가 보죠.”
그들이 준비하는 동안, 하운평은 팽단원의 흔적을 쫓아서 동쪽 숲으로 들어갔다.
* * *
몇 가지 술법이 생각났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었다. 나는 익숙한 걸 먼저 끌어올렸다.
사람을 꿰뚫어 보고, 사물에 잠재되어 있는 흔적을 읽는 힘, 그것으로 바닥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행히 잔념을 찾아냈다.
‘크흐흐. 이 여자만 죽이면 돼. 그럼 모용표는 물론이고, 건방진 하운평까지 한 번에 복수할 수 있으니까.’
이 녀석. 나까지 노리고 있었나?
팽단원은 내 친구들을 살폈고, 진무강과 내가 친하고, 진소연이 진무강의 누나인 것, 청아와 친하다는 것까지 알아낸 것 같았다.
결국 그녀가 납치당한 것에는 내 책임도 있었다.
그런데 이 미친 새끼가 정말?
나는 팽단원에게 진심으로 화가 났다. 살심이 끓어올랐다.
만약 진소연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녀석을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했다.
바닥을 조금 더 유심히 살피니, 세 사람이 걸어간 흔적이 보였다. 풀숲이 한 방향으로 누워 있고, 발자국도 있으며, 작은 잔가지도 꺾어져 있었다.
그걸 보면서 빠른 속도로 쫓아갔다. 한 번 방향을 잡으니,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대충 유추할 수 있었다.
팽단원은 악독한 계획을 세웠다. 진소연을 죽인 후, 시체를 다른 사람이 볼 수 있게 강물에 흘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래. 이쪽 길로 가면 깊은 계곡이 있었어. 그곳이 분명해.
나는 공지운이 가르쳐 준 주법을 사용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달렸다. 축지술까지 사용해 숨이 터질 것 같고, 머리가 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고, 멈출 수가 없었다. 지금을 놓치면 진짜 후회할 것 같았다.
쉬이이익. 스스슥.
주변의 모습이 선으로 보이고, 내 앞의 길이 하나의 점으로 보일 때쯤, 쓰러진 남자를 발견했다.
“허억. 헉. 헉.”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 그를 살폈다. 모용세가의 복장인 걸로 봐서 모용란이 붙였던 호위 무사 같았다.
허리 뒤쪽에 작은 단검이 꽂혀 있었고, 주변에는 싸운 흔적이 있었다. 아마도 팽단원이 뒤에서 기습했고, 둘은 이곳에서 싸웠겠지.
그의 피는 차가웠지만,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은 마르지 않았다. 이 각쯤 지났을까?
그럼 팽단원은 어디로 간 거지? 바닥에 사람을 끌고 간 흔적이 보였다. 다시 그쪽을 향해 방향을 잡고 달렸고 잠시 후, 비명 소리가 들렸다.
“꺄아악. 사, 살려 주세요.”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나는 무작정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렸다. 마침내 팽단원과 진소연을 찾았다.
그들은 계곡 아래쪽에 있었다. 물살이 흐르는 곳에 진소연이 무릎을 꿇고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그리고 팽단원은 그 앞에 서서 검을 들고 있었다.
진소연은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었다. 하지만 팽단원은 그 말을 웃으면서 무시했다.
“잘가라.”
그리고 검을 내려쳤다.
‘아, 안 돼.’
나는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계곡의 위쪽이었다. 그들과의 거리는 삼십 장이 넘었고, 이 정도면 단검을 던지기도 멀었다.
그렇다고 한 번에 뛰어서 갈 거리도 아니었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었다. 지금 당장 날카로운 칼날이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멈춰!!”
내 목소리는 계곡을 타고 퍼졌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일순간 계곡의 모든 것이 멈추었다. 산들거리는 바람,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그 밑에 살랑거리는 풀잎과 날아다니는 벌레들까지.
흐르는 강물이나 그 속에서 노니는 물고기, 또 진소연은 물론이고, 그녀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까지 모든 것이 멈추었다.
내 한마디에 만물이 멈춘 것이다. 그리고 팽단원 역시 검을 들고 내려치던 자세 그대로였다.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너무 놀라서 두리번거렸고, 이런 현상은 아주 짧게 지나갔다. 모든 것은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고, 이 정도가 내가 가진 힘의 한계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팽단원은 달랐다. 그는 여전히 멈춰 있었다.
처음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는 알 것 같았다.
며칠 전에 그의 머릿속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때 녹안석을 이용해서 그의 의식 속에 침범했었고, 내 의지를 심은 적이 있었다.
덕분에 그는 내 말을 잘 듣는 인형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천만다행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진소연은 여기저기 상처가 많았다. 칼에 베이고, 얼굴에는 주먹으로 맞은 멍 자국도 있었다. 그리고 어찌나 놀랐는지, 안전하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몸을 벌벌 떨었다.
나는 겉옷을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고, 진정될 때까지 있다가 점혈을 짚었다. 그렇게 잠을 재웠고, 팽단원을 바라보았다.
직접 복수를 못 하니까, 아무런 연관도 없는 여자를 이렇게까지…….
됐어. 너는 죽는 게 나을 것 같다.
팽단원은 양손으로 검을 잡고 내려치는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손가락은 물론 눈동자도 움직일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이유조차 알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내 몸이 왜 이래? 사술인가? 그래 사술이야. 하운평 저놈이 사술을 쓴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맞아. 사술이다. 이걸로 너의 꼼짝할 수 없게 만들었지. 그리고 앞으로 내가 뭘 할지 똑똑히 지켜봐라.”
그리고 그의 머리를 잡고, 속삭였다.
“내 말이 끝난 이후에는 너는 곧장 관의촌에 있는 너의 집으로 돌아 가. 아마도 모용세가 사람들이 있겠지. 하지만 그들을 무시하고, 네 방으로 들어가.”
그리고 더욱 차갑게 말했다.
“먼저 유서를 남겨라. 부모님께 미안하고, 하북팽가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천학관에서 괴롭힘을 당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적어. 그리고 네 검을 들어서 정확히 네 심장을 찔러라.”
팽단원은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안된다고, 제발 한 번만 봐달라고, 마음속으로 애원하고 빌었다.
그러게 기회를 줄 때 조용히 떠났어야지, 왜 죄 없는 여자를 건드려?
“아픔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천천히……. 손에 힘이 빠져도 멈추지 마. 검을 다 꽂을 때까지 계속 찌르는 거야.”
나는 잔혹하게 말을 끝내고, 뒤로 물러섰다.
팽단원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봤다. 당장 도망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그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말을 충직하게 실행했다. 그는 곧장 관의촌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달려갔다. 곧 그는 자신의 검으로 자살할 것이다.
그래. 진작 이렇게 했어야 했어.
나는 진소연을 안고, 집으로 가려 했다. 그런데 그전에 한 사람이 거의 하늘을 날 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운평!!! 소연아!!”
그것은 청아였다. 그리고 진무강은 거의 그녀에게 매달려서 따라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