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26
너의 초식이 보여 126화
영웅문의 행사(4)
그 일이 있던 후, 하루가 지났다.
하운평의 집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모용세가의 모용표와 모용란이 왔고, 진무강은 어젯밤부터 이곳에 있었다.
진소연은 어젯밤의 충격 때문인지 아직 침상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어제부터 청아가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
모용표는 어젯밤, 팽단원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하운평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그놈. 정말 미친 것 같았다니까. 갑자기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 말에는 대꾸도 안 하고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야? 일각이 지나도 안 나오길래, 나도 화가 나서 문을 부수고 들어갔지. 그런데 세상에…….”
그는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팽단원이 자신의 검으로 자기 심장을 찔러서 자살한 거야. 옆에 유서도 발견되었다니까.”
덧붙여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그래. 그놈으로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겠지. 평소에 지었던 죄가 탄로 나고, 천학관에서 쫓겨난 데다 마지막으로 하려 했던 복수도 실패했으니까. 네 덕분이다.”
모용란도 하운평에게 말했다.
“정말 하운평 공자. 그로부터 진 소저를 구해줘서 고마워요. 아니었으면, 내가 그녀에게 큰 죄를 지을 뻔했어.”
“아닙니다. 설령 무슨 일이 생겼어도 그 녀석이 잘못한 거지. 모용 고모님이 잘못한 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그는 하운평이 마음에 들었다. 인품이나 성격, 일이 닥쳤을 때 처리하는 능력까지 모용표의 친구로 손색이 없었다.
모용표가 이제야 진짜 좋은 친구를 만났구나 생각했고, 앞으로도 두 사람 일을 적극 도와줄 작정이었다.
모용표가 중얼거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이상한 부분도 있어. 팽단원. 그 녀석. 그래도 강단이 있던 놈인데, 그리고 자기애도 강했거든. 복수가 실패해도 차라리 새외로 도망가서 숨어 살지, 절대 자살은 안 할 놈인데…….”
하운평은 가슴이 뜨끔했지만, 일부러 말을 아꼈다. 다행히 진무강이 대신 반박해 주었다.
“그놈이 죽기 전에 이상한 헛소리도 많이 했다면서? 이미 반쯤 미친 거겠지. 아무튼 앞으로 우리 누나는 모용세가로 안 간다. 그렇게 알어.”
모용표가 그 말을 듣고, 인상부터 썼다.
“야. 그걸 왜 네가 결정하는데? 그리고 내가 너희 집에 한 번 가 봤거든. 후우. 그런 거지 같은 집보다 우리 모용세가가 훨씬 안전하지. 이참에 아예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게 어때?”
“잊었어? 모용세가에 있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잖아.”
“그건 모용세가를 벗어나서 그런거고. 집 안에 있으면 괜찮아. 절대로 안전해.”
“됐어. 난 네 녀석을 못 믿겠거든.”
“뭐? 너 미쳤냐?”
둘은 다시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하운평도 말리지 않았다. 귀찮기도 하고, 끼어들 명분도 없었다.
그때 한 사람이 나타나면서 상황이 정리되었다.
“진소연은 여기 있을 거야.”
청아였다.
그녀는 둘의 목소리를 듣고, 아래로 내려왔고, 매섭게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녀는 내공을 일으켰고, 강시 특유의 무시무시한 기운을 뿌렸다. 두 사람은 물론 뒤에 있던 모용란까지 긴장할 정도였다.
진무강이 침을 삼키면서, 강단 있게 한마디 했다.
“그래도 우리 누나이니까, 우리 집으로 가는 게…….”
“네가 천학관으로 가면? 너희 누나를 누가 지켜줄 건데? 아니면 네가 천학관 포기할래?”
“…….”
“아니라면 잔말 말고 입 다물어라.”
그렇게 진무강은 물러나고, 모용표도 반박했다.
“나는 집에 항상 있고, 또 항시 호위 무사들이 있으니까. 안전해.”
“그놈들이 나보다 강해?”
청아는 눈에 불을 켜며 물었고, 모용표는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모용란은 힐끔 바라봤고, 모용란은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그녀는 우리 세가 사람들이 다 붙어도 이길 수 없다. 본가에서 지원이 나와야 가능해.]“끄응. 그럼 내 밥은? 난 진 소저가 해준 밥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데.”
“우리 집에 와서 먹어.”
청아는 그렇게 간단히 정리했다.
두 사람은 머뭇거리다 결국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결국 진소연은 하운평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 * *
다음 날 아침, 진무강은 일어나자마자 하운평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새벽 일찍 수련한다며 일부러 피해 다녔는데, 오랜만에 마주 앉았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기, 흠흠. 도와줘서 고맙다.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누나……. 휴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연히 도와줬어야지. 그리고 팽단원이 그렇게 변한 것에는 내 책임도 있었어.”
그래도 진무강은 아직 어색하게 물었다.
“이제 곧 구급으로 승급하지? 생활관도 옮기겠네.”
“아마 닷새 후에 갈 거야.”
“흠흠. 그때까지 잘 지내보자.”
“그래.”
그렇게 두 사람이 웃으면서 생활관을 나갈 때였다. 마침 그 앞을 지다가는 막사평을 만났다.
“여어. 운평아. 어제 갑자기 나갔잖아.”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인데? 잘 해결됐어?”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비교적 잘 해결했어. 그런데 너는 어때?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보냈어?”
“응? 너 아직 못 들었나 보구나. 어제 영웅문 행사, 갑작스럽게 중단되었어.”
“왜?”
“사람이 죽었잖아.”
‘사람이 죽어? 팽단원 일이 잘못 전해진 건가?’
하운평이 의아해서 되물었다.
“누가 죽었는데?”
“이도찬. 청성파의 직전제자야.”
하운평이 궁금해하자, 막사평은 자세히 설명했다.
* * *
하운평과 모용표, 진무강이 떠난 후, 반 시진쯤 지날 때였다. 노성진은 아는 사람이 많으니, 바쁘게 보냈다. 하지만 막사평은 금세 흥미를 잃었다.
‘아까 하운평이 급하게 나가던데. 그쪽을 따라갈 것 그랬나?’
후회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였다. 그렇게 혼자 문을 열고 나간 직후였다.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오늘 행사를 위해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색이 된 얼굴로 이쪽으로 달려왔고, 정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 죽은 사람이 저기에…….”
“사람이 죽어 있습니다.”
막사평은 자신의 무기를 뽑아 쥐고 그들에게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서 영웅문 간부들에게 알리세요.”
그리고 본인은 정원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곧 바닥에 누워 있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그는 엎드려 있었고, 겉으로는 외상이 없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니 달콤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뭔지는 볼 수 없었어. 곧 영웅문의 간부들이 달려와서 밀려났거든. 그 후로 행사는 폐쇄되었고, 교관들 부르고 난리가 났었지. 우린 집으로 가지도 못하고, 두 시진 정도 갇혀 있었다. 교관들이 행사에 참여했던 모든 학생을 심문하고, 조사한 후에야 겨우 풀려났어. 그것도 절대 천학관을 떠나지 말라는 조건하에……. 집에 오니까 새벽이더라.”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었다.
하운평과 진무강 모두 놀랐고, 막사평은 한 가지 더 알려주었다.
“아침에 나도 들었는데, 이번 살인 사건 때문에 정식 천포를 부른다고 하더라.”
“무림맹 천포를?”
“그래. 아차. 나 이제 가야겠다. 나중에 보자.”
막사평은 그렇게 떠나고, 하운평과 진무강은 사건 얘기를 하면서 칠급 연무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오늘은 무슨 날이었는지, 의외의 일이 또 발생했다. 교관 한 명이 하운평에게 오더니, 손님이 찾아왔다고 알려주었다.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하운평은 면회실로 향했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사람을 만났다.
순검사 구치웅이었다.
“오랜만이다. 하운평.”
“순검사님. 여긴 어쩐 일입니까?”
하운평은 반갑게 인사했다. 그는 오랜만에 만나도 똑같았다. 무뚝뚝한 얼굴에 다소 차가워 보이는 얼굴, 복장도 같았다.
혹시 어제 살인 사건 때문에 온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는 하운평에게 말했다.
“이 근처에 일이 지나가다가 잠깐 들렀다. 네가 천학관에 있다고 해서.”
즉, 그냥 하운평을 만나러 왔다는 의미였다. 구치웅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
“사실 무림맹의 요청으로, 관에서 해마다 순검사나 포쾌를 보낸다. 실제 사건에 대해 얘기하거나 포쾌술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관과 무림맹의 공조 같은 것도 알려주지. 마침 아는 사람이 여기 왔다가 네가 여기 있다는 소릴 들었다.”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답지 않게 말이 많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그러자 구칭웅은 어색하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흠흠. 사실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지난번에 네가 말했었지. 혈교의 마무리가 이상한 것 같다고. 뭔가 의심스럽다고 말이야. 하지만 난 너의 말을 무시했었어. 그리고 큰일 날 뻔했지.”
그는 혈교의 일을 언급하고 있었다.
“나도 네가 찾은 혈교의 잔당들이 있던 장소에 가 봤다. 그들이 준비해 놓은 강시들을 보고 깜짝 놀랐지. 정말 그들이 나왔다면, 무림은 물론이고, 황궁까지 흔들릴 수 있겠더군.”
그는 이런 말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도 해야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성격이었다. 그는 고개까지 숙이며 말했다.
“네 말을 무시해서 미안했다. 그리고 혈교의 잔당을 찾아서 없애줘서 고마웠어.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하운평은 그가 어렵게 말을 꺼낸 거라는 걸 알기에 사과를 받아들였다.
“사과는 받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고마우시다면, 맨입으로는 곤란합니다.”
“바라는 것이 있나?”
“글쎄요. 지금은 없습니다만, 나중에 생기면 꼭 말씀드릴게요.”
농담조로 말했는데, 의외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그의 강직한 성격에 이런 말까지 할 정도라면, 그의 진심을 알 것 같았다. 물론 하운평 입장에서는 나쁠 건 없었다.
“그런데 전 순검사님이 살인 사건 때문에 오신 줄 알았습니다.”
“여기에도 살인 사건이 있었나?”
“네. 어제요.”
“이곳은 무림맹 관할이고, 무림인과 연관된 일이니까 천포들이 나설 거야. 그들의 실력도 뛰어나니, 맡겨둬. 물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그 외에도 두 사람은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구치웅은 반 시진도 안 되어 일어났다.
“그럼, 잘 지내라.”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은 짧게 인사했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하운평은 몸을 돌리는 순간, 살짝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다시 고개를 돌렸고, 구치웅의 뒷모습을 보았다. 넓은 어깨에 든든했고, 곧게 뻗은 허리는 강직해 보였다.
‘뭐, 똑똑한 분이니까, 별일 없겠지.’
대단한 능력을 지닌 하운평이지만, 오늘이 구치웅을 보는 마지막이 날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 *
구치웅은 천학관을 나오면서 중얼거렸다.
“이제야 마음 놓고, 사건에 집중할 수 있겠군.”
이번에 맡은 사건은 마치 고구마 같았다. 파볼수록 뭔가 더 튀어나왔고, 큰 사건으로 커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하운평에 관한 일이 늘 불편했었다. 마음의 짐이나 다름없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나 사과하니 속이 다 시원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이 천포를 한다라……. 하하. 저 혼자서 백 명분을 해낼지도 모르겠군.”
“허허허. 천학관에 그런 대단한 인재가 있습니까?”
갑자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구치웅은 뒤를 돌아보았다. 천포 복장을 한 사람이 한두 명 있었다. 그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오십 대 노인이 말을 한 것이다.
같은 천포지만, 그의 복장은 조금 달랐다. 허리에 금대를 매고, 옷자락에도 붉은색이 세 줄 들어갔다.
천포에도 등급이 있었으며, 이는 곧 삼급을 의미했다. 그리고 구치웅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포권을 취하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금조월 천포님.”
“지난번 반포사건 때 봤으니까, 칠 년 만인 것 같군요. 구치웅 순검사님.”
나이가 들어도 대단한 기억력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구치웅은 그의 옷을 보더니 물었다.
“그런데, 왜 삼급이신 겁니까? 칠 년 전에 이급이셨던 걸로 기억나는데요.”
“허허. 이 늙은이가 큰 죄를 저질러서 강등당했습니다. 당해도 싸지요.”
말은 그러지만, 구치웅은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다른 이유가 있겠지 싶어, 일부러 묻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