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27
너의 초식이 보여 127화
살인 사건(1)
순검사는 직업의 특성상, 무림맹의 천포들과 자주 만난다.
구치웅도 수많은 천포를 만났다. 금조월 천포는 실력과 인품 면에서 세 손가락 안으로 꼽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 하운평을 소개해 주면, 서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평소에 그런 말을 해본 적이 없는 터라, 일단 다른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런데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허허. 천포가 오는 이유는 한 가지뿐이죠.”
“아아,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고 하더니, 그것 때문에 오셨나 보군요?”
“맞습니다. 이곳이 저희 구역이거든요. 아침에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오는 길입니다. 허허허. 그런데 순검사님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의 학생을 잠깐 만나기 위해서 들렀습니다.”
“혹시, 조금 전에 말씀하신 그 기재인가요? 일당백의 천포가 될 수 있다는?”
구치웅은 이때다 싶어 그답지 않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습니다. 제가 인정한……. 아니, 저보다 훨씬 나은 녀석입니다.”
“이름이 궁금하군요.”
“하운평입니다. 권왕의 수제자이고, 하남 무적문의 소문주지요. 그런데 갑자기 천포가 되겠다고 하여 지금 천학관에 있습니다.”
“요즘은 천포지전 때문에 많은 기재들이 몰려오지요.”
“사실 저 녀석의 속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 녀석이 정말 천포가 된다면, 무림맹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장담드립니다.”
“허허허. 구치웅 순검사님의 장담이라……. 꼭 참조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그것 외에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고, 구치웅은 서둘러 떠났다.
잠시 후, 금조월의 옆에 있던 젊은 남자가 중얼거렸다. 그는 이십 대 후반의 나이에 네 개의 붉은 줄이 있는 천포 옷을 입고 있었다.
“관인 같은데, 천포 일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는군요. 한 명이 백 명의 천포 일을 할 수 있다니. 흥.”
그는 기분이 나쁜 것 같았다. 금조월은 웃으면서 그를 불렀다.
“허허. 이천아.”
“넵. 선배님.”
“저 남자는 우리 천포 일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란다. 실제로 백여 명이 넘는 천포들과 일을 했으니까.”
“아, 그런가요?”
“그리고 내가 관인 중에서 인정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란다.”
“그 정도 인물입니까?”
“그래. 그런데 의외구나. 평소에 입이 무겁고, 칭찬에 박한 사람인데, 어린 학생을 그렇게 칭찬하다니.”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하운평이란 학생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렇게 두 사람은 천학관 안으로 들어갔다.
* * *
그들은 곧장 천학관주 이창국을 만났다. 이창국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설마 금조월 천포님께서 직접 오셨습니까?”
“허허. 천포들이 바쁜 건, 관주님도 잘 알지 않습니까? 저 같은 늙은이도 바쁘게 움직여야죠.”
“송구합니다.”
사실 금조월의 연세와 그가 이룬 업적을 생각해 보면, 현장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다. 그는 각주 이상의 직급을 가져도 되는 거물이었다.
천학관주도 그걸 알기에 조심스러웠다.
“그나저나 천학관 내에서 살인 사건이라니. 관주님께서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
“휴우. 네. 근래에 천학관에 크고 작은 일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어제만 해도, 한 명이 자살하고, 한 명이 살해당했으니까요.”
“규모를 억지로 키우면, 이런저런 일이 발생하는 법이지요. 그런데 자살이라면……. 이유가 뭔가요? 누군가의 괴롭힘이 있었나요?”
“아닙니다. 그 학생은 평소 행실이 나빴고, 그게 들통이 나자 부끄러웠나 봅니다.”
그리고 팽단원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었다. 금조월 천포는 가만히 듣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그래도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네요. 이것도 저희가 조사해 볼까요?”
“아닙니다. 천포님. 그 일은 유서가 발견되었고, 증인도 넘쳐납니다. 그것보다 살인 사건을 빨리 해결 부탁드립니다. 희생자가 청성파 제자인데, 조만간 청성파에서 사실을 알려야 해서요. 그전에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합니다.”
“허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현장으로 가 볼까요?”
금조월은 일어서면서 말했다.
사건이 정말 심각했는지, 천학관주가 직접 두 사람을 데리고 나섰다. 현장에는 출입금지를 뜻하는 붉은 포승줄이 처져 있었다.
“학생들은 물론, 교관들의 출입도 금지시켰습니다. 아무래도 범인이 누군지 모르니까요.”
“잘하셨습니다. 보존을 잘해놓으셨네요.”
금조월과 목이천 천포는 시체로 다가갔다.
본래 시체는 검시관이 부검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곳에 없으니, 두 사람이 직접 살펴보고 부검까지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청성파의 이도찬은 죽은 그대로 누워 있었다.
얼굴을 바닥 쪽으로 엎드려 있었고, 입에서는 옅은 냄새를 풍겼다.
금조월은 그 냄새를 맡자마자 중얼거렸다.
“설마 ‘독전목’인가.”
목이천이 물었다.
“독인가요?”
“사천성과 운남 지역에는 별의별 나무가 많지. 그중에 ‘가포수’라 부르는 나무가 있는데 나무에 흐르는 수액이 극독이야. 중원에서는 ‘독전목’이라고 한다네.”
“냄새 때문에 바로 알아보신 건가요?”
“맞아.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냄새가 나지. 허허. 이런 냄새는 잊어버리기 힘들지.”
그는 이도찬의 여기저기를 계속 살펴보았다.
하지만 보이는 상처는 없었다. 대신 그의 손에는 찢어진 천 조각이 보였다.
“이건 단서가 될 수 있겠군.”
“사인은 역시 독일까요?”
“확실히 하려면 부검을 해봐야지.”
“저어, 부검을 꼭 해야 합니까?”
천학관주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당시만 해도 죽은 사람의 몸을 절개한다는 건 큰일에 속했다. 사후에 불행이 온다고 믿었고, 주변 사람들은 그런 행위를 굉장히 싫어했다.
특히 법도와 예법을 중시하는 대문파에서는 거부감이 더 심했다.
“이미 독으로 판명이 난 것 같은데, 그것으로만 조사하면 안 될까요?”
“허허. 청성파에서 부검을 싫어합니까?”
“네. 특히 그곳의 문주가 굉장히 싫어한다고 들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부검 없이 살펴보겠습니다. 하지만 필요하면 꼭 해야 합니다.”
“네에, 사건해결이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시체를 조사할 조용한 방이 필요합니다.”
“준비해 두었습니다.”
금조월은 목이천에게도 말했다.
“어제 사건이 벌어진 직후에 천포들이 행사에 참여한 사람을 모두 만나고, 심문했다고 들었네. 자네는 그 기록서를 읽어보고, 이상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게. 그리고 시체가 쥐고 있는 옷자락과 일치하는지도 알아보고.”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그의 말대로 움직였고, 금조월은 이곳을 조금 더 자세히 살폈다.
죽은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다치게 되었는지, 그를 죽음에 이른 원인과 배경, 분위기까지 생각하면서 동선을 그렸다. 그리고 작은 책자를 꺼내어 자세히 기록했다.
시체를 옮긴 후에도 둘은 나누어서 일을 진행했다. 금조월은 시체를 부검하고, 목이천은 천포가 기록했던 기록서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당시 있었던 학생들을 한 명씩 불러서 대조했다.
두 시진이 훌쩍 지나갔다.
목이천은 그런 와중에, 하운평을 만났다. 그리고 아침에 만났던 구치웅 순검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흐음, 특별한 점은 없어 보이는데. 왜 그렇게 칭찬한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그러니까 진무강이 모임에 끼어들어 소란을 피웠고, 그의 누나가 납치된 것 같아서 도와주러 나갔다는 거지?”
“맞습니다.”
이미 진무강과 모용표를 불러서 확인한 사실이었다. 세 사람의 증언은 동일했고, 이상한 점은 찾지 못했다.
그리고 희생자인 이도찬과 겹치는 부분도 없었다. 급수도 달랐고, 부 활동이나 수업도 연관성이 없었다. 일각 정도 질문이 끝나고, 돌아가도 좋다는 말을 했다.
그때 마침 금조월이 들어왔다. 그는 목이천이 적어놓은 것을 보더니, 하운평에게 물었다.
“오오. 자네가 바로 하운평이로군. 안녕하신가? 내 이름은 금조월이라고 하네.”
“아, 네에. 안녕하십니까.”
“자네는 이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급작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런데 하운평은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곧바로 대답했다.
“우발적으로 죽인 건 아닙니다.”
“호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제 친구가 시체를 봤는데, 겉모습이 무척 깨끗하다고 들었습니다. 우발적이라면 그러기 쉽지 않죠. 그리고 단순히 죽이기 위해서라면 이곳 말고도 장소는 많습니다. 당시에 술도 준비되어 있었으니, 새벽에 죽이는 게 더 쉽고 깔끔할 텐데, 왜 굳이 행사가 한창일 때 죽였을까요? 왠지 누군가에게 보이길 바란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정도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다. 하나 마나한 대답이로군.”
목이천의 뾰족하게 반박했다. 그러자 하운평은 그저 빙그레 웃었다.
금조월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무시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 그러려니 하고 받아넘겼다. 도발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일류 천포라면 갖추어야 할 조건 중 하나였다. 금조월은 하운평에게 점점 관심이 생겨났다.
그가 말했다.
“사실 우리는 오늘 처음 왔고, 천학관을 안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네. 보아하니 자네는 이번 사건의 용의자에서 벗어나는 것 같은데, 혹시 우리를 도와줄 수 있겠나? 물론 천학관주와 담당 교관들에게는 내가 말을 해주겠네.”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하운평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는 궁금했다. 이번 살인 사건의 전말과 범인도 궁금하지만, 금조월이란 천포에 대해 알 기회였다.
하운평이 천포라는 직업에 대해 조사할 무렵, 유명한 인물이 다섯 명 있었는데, 그중 금조월이라는 이름도 있었다.
그는 이십오 년간 천포 일을 했으며, 혼자서 지금까지 해결한 사건만 천여 건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천포들 사이에서 제일 존경받는 인물이며, 수사의 질을 한 층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를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좋네. 하운평. 그럼 일단 우릴 식당으로 안내해 주겠나? 밥을 안 먹었더니 배가 고프구만.”
“죄송합니다만, 지금은 식당이 문을 닫았습니다.”
“그럴 리가? 식당은 밤늦게까지 했었는데.”
목이천 역시 천학관 출신이었다. 하지만 벌써 십 년 전이었고, 그동안 천학관은 변했었다.
“재작년부터 바꿨는데, 예산 삭감 때문에 이제 늦게까지 식당을 하지 않습니다.”
“흐음.”
“대신 관의촌에 있는 저희 집으로 가시죠. 아주 훌륭한 숙주님이 있습니다. 늦은 밤이긴 하지만, 부탁하면 만들어주실 겁니다.”
“그럼……. 염치없지만, 부탁해 볼까?”
금조월 천포는 허허거리면서 대꾸했다. 그렇게 하운평은 두 사람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다.
* * *
현재 하운평의 집에는 몇몇 손님들이 와 있었다. 제일 먼저 찾아온 사람은 모용표였다.
그는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는 청아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그는 점심시간에 와서 한 차례 밥을 먹고, 저녁에 다시 한번 찾아왔다.
청아가 그에게 물었다.
“야. 하루에 두 번 오는 건, 그렇지 않니? 적당히 좀 오지.”
“진소연 숙주님이 우리 집으로 오면, 내가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지.”
“너희가 나보다 강해지면, 소연이를 보내주지.”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보았고, 마침 진소연이 음식을 가지고 들어왔다.
“처, 청아. 난 괘, 괜찮아. 요리하는 것도 좋아하고, 이렇게 잘 먹어주시면, 보, 보람도 느끼거든.”
“그렇죠? 진 소저. 제가 진 소저 음식은 누구보다 잘 먹을 자신 있습니다.”
그때 이제껏 모습을 보이지 않던, 초류한이 어슬렁거리면서 나타났다.
“흠흠. 진 소저. 저도 조금 먹을 수 있을까요?”
“다, 당연하죠. 총관님.”
진소연은 부엌으로 들어갔고, 청아가 신기한 듯 그를 바라봤다.
“네가 웬일이야? 그렇게 밥 먹기 귀찮아서, 누워만 있던 놈이.”
“음식이 맛있으니까요.”
그 한마디에 모용표도 크게 공감했다.
“그렇지. 맛있으니까. 당신이 뭘 좀 아는군.”
초류한은 그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모용 공자님. 저야 이 집 식구니까 상관없지만, 공자님께서 계속 오실 거라면, 식사비를 따로 내셔야겠습니다.”
“뭐어? 그거 얼마나 한다고? 좋아. 알았어. 돈 내고 편하게 오면 되지. 얼마나 주면 돼?”
“한 끼에 은 한 냥입니다.”
“뭐, 뭐? 야. 무슨 밥을 은 한 냥이나 받아? 완전 폭리잖아. 재료를 하늘에서 가져오냐?”
그러자 초류한은 태연히, 그리고 폭포수같이 말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