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30
너의 초식이 보여 130화
고독을 찾아서(1)
무슨 일을 겪었는지, 경해민은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제갈소미는 그녀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해민아. 어떻게 된 거니? 무슨 일 있니?”
그녀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았다. 제갈소미를 조용한 곳으로 데려갔다. 그녀를 다그쳤고,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흐흑. 어, 언니. 나 어떡하면 좋죠? 흐흐흑. 내가 이도찬을 죽였나 봐요.”
“무슨 소리야.”
“언니가 준 그 약, 그 독약을 사용했어요. 흑. 그런데 이도찬이 괴로워서 비명을 지르더니, 내 옷을 잡아당기고, 그리고 움직이지 않았어요.”
제갈소미는 침착하게 물었다.
“내가 준 희석된 독약을 사용했지? 연습한 대로 두 방울만 넣었고?”
“그게……. 미안해요. 하지만 그 자식이 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손잡고 희희낙락거리는데, 어찌나 화가 나는지……. 엉엉엉.”
“그래서 얼마나 넣었는데.”
“모르겠어요. 홧김에 네 방울 정도 넣었나? 기억이 안 나요.”
화가 난 경해민은 이도찬이 좋아하는 백홍주 속에 독약을 넣었다. 그리고 그걸 들고, 이도찬에게 다가갔다.
헤어질 테니까 마지막 대화를 하자고 밖으로 유인했고, 독약을 먹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도찬은 목과 가슴을 붙잡으며 비명을 질렀다고 한다. 너무 아파서 몸을 주체 못 했고, 손을 사방으로 휘둘렀다.
그때 경해민의 옷자락이 걸렸고, 옷이 찢어졌다. 경해민의 팔에는 상처까지 생겨났다.
그 후, 이도찬이 바닥에 쓰러지자, 경해민은 겁이 나서 도망치고 말았다.
“그가 죽은 걸 확인했어?”
“네에?”
“이도찬의 심장이 멈춘 걸 확인했냐고?”
“아, 아니요. 그냥 쓰러져서 도망쳤어요.”
“으음. 일단 너는 집으로 돌아가.”
일단 이도찬이 죽었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
독전목은 독하지만, 희석했기 때문에 네 방울도 괜찮을 것 같았다. 큰 상처는 입겠지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해민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었고, 누가 봐도 수상해 보였다. 그래서 찢어진 옷을 벗기고, 자신의 것과 바꾸어 입었다. 그리고 경해민을 집으로 보낸 뒤, 제갈소미는 이도찬이 쓰러진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이도찬은 그곳에 없었다.
‘어디로 갔지?’
바닥에 누운 흔적만 있을 뿐, 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제갈소미는 그를 찾기 위해 주변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끝내 찾지는 못했다.
대신 고민 끝에 자신이 입고 있는 경해민의 옷을 간단히 수선했다.
다행히 소매의 끝만 찢어졌고, 반짇고리도 빌릴 수 있었다.
그런 후, 안으로 들어와서 이도찬을 계속 찾아다녔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그런 와중에 하운평을 만났던 것이다. 그리고 이도찬의 시체는 정원에서 발견되었다.
* * *
이야기를 끝낸 후, 제갈소민이 재차 강조했다.
“경해민은 이도찬을 죽일 의도는 아니었어. 단순히 고통을 주려 했고, 나도 일부러 그녀에게 굉장히 희석한 수액을 준거야. 이건, 사고야.”
“맞아. 사고야. 두 개의 사건이 겹친 사고.”
제갈소미는 어리둥절하게 쳐다봤고, 이번에는 하운평이 그녀에게 설명했다.
이도찬은 독에 중독된 것은 맞으나, 그것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다. 그는 고독에 의해서 죽었다.
그 말을 들은 제갈소민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휴우. 그럴 줄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런데 고독이라고?”
“그래. 혹시 고독에 대해서는 들은 건 없어?”
“없어. 고독이라니. 숙부님도 고독을 본 적은 있지만, 위험해서 연구할 생각도 안 하셨어.”
그녀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신이 바보 같다고 책망했다. 하운평은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천포들에게 사실대로 나을 것 같은데. 독약을 사용한 것에 대한 책망은 받겠지만. 적어도 살인은 아니니까.”
“그래. 그 정도는 각오해야지. 운평아. 고마워.”
두 사람은 천포들에게 갔다. 그리고 제갈 소미는 하운평에게 했던 이야기를 천포들에게도 전해주었다.
“그럼 사실 확인을 위해 경해민에게 가 보자.”
금조월 천포의 말에 다 같이 그녀를 찾아갔다.
제갈소미는 가면서도 정말 다행이라 생각했고, 경해민에게 어서 알려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구급은 침울한 분위기였고, 교관들과 의원들이 몰려 있었다. 관의촌에 있는 화산파 사람들까지 와 있었다.
‘설마, 설마 해민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제갈소미는 정신없이 안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불길한 예상은 항상 들어맞는 법이다.
경해민이 자살하고 말았다. 그녀는 이도찬이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고, 자신의 실수라고 착각했다. 그래서 독전목의 독액을 전부 마셔 버렸다. 그녀의 식도와 위는 다 녹아내렸고, 침상에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제갈소미는 자신의 잘못이라고 펑펑 울었고, 결국 혼절했다.
천포들은 화산파의 사람들과 교관들과 얘기를 나누었고, 그사이 하운평은 제갈소미를 업고 천약당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마침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지금쯤 당수협은 약초상을 만나러 출발했겠군.’
그가 가려던 장소를 알고 있었고, 하운평은 혼자서 천학관을 떠났다.
* * *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때론 독을 약처럼 사용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세상에는 독약을 제조하는 사람이 있었고, 이런 독을 사고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아주 비밀리에 장사했고, 일반 사람들은 그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문에서 자라난 당수협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찾을지, 방법도 알았다.
그는 이 근방에서 제일 큰 약초상으로 갔다.
그곳의 주인에게 이 지역의 독 상인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처음에 약초상의 주인은 모른다고 잡아뗐다.
당수협은 먼저 자신이 어디 출신인지 신분을 밝혔다. 호패까지 보여줬지만, 그래도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결국 당수협은 날카로운 암기를 꺼내어, 암기술까지 보여주었다.
피이이잉.
파팟.
암기는 약방 주인의 귓불을 스쳐 지나갔고, 그는 금세 표정을 바꾸었다.
“하하. 죄송합니다. 당 공자님. 세상이 흉흉하니까요. 항상 조심해야지요.”
당수협은 말없이 바라봤고, 그는 아는 것을 순순히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독 상인이 어디 있는지 알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
“다홍이라는 마을로 가십시오. 그곳에 다홍진이라는 의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독과 독초를 거래하고 있습니다.”
“고맙다.”
당수협은 이 근방의 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지도를 보면서 다홍마을을 찾았고 그쪽으로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조금 달려가다가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잠시 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생각보다 눈치가 빠르구나.”
하운평이었다. 그는 싱글싱글 웃으면서 다가왔다.
“휴우. 보기 싫어하는 놈을 하루에 두 번씩이나 보게 되다니.”
“하하. 다행이다. 나도 너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여긴 웬일이냐? 왜 내 뒤를 따라왔지?”
“네가 고독의 단서를 쫓는 것 같아서 따라왔지.”
당수협은 아무 말 없이 노려보다가 차갑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냐?”
“천포들의 직감은 이래서 대단하다고 하나 봐. 금 천포님이 네가 수상하다고 쫓아다니라고 하더라. 그래서 너희 집 근처에서 기다렸다가 천학관에서부터 쫓아왔지.”
“거짓말.”
맞았다. 전부 거짓말이었다.
하운평은 당수협의 생각을 읽고 이곳에 올 줄 알았고, 조금 전에 도착했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거짓을 진짜인 양, 태연하게 대꾸했다.
“믿든 말든 너의 자유야. 하지만 분명한 건, 난 천포들의 지시를 받았고, 우린 같이 가야 한다는 거지. 네가 거절하면 천학관주님은 물론, 무림맹에서도 두고두고 귀찮게 굴걸.”
거짓말 같지만, 진짜일 수도 있었다. 당수협은 그걸 의심하면서 매섭게 노려보았다. 하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따라와도 좋다. 하지만 웃지 마라. 네가 웃는 면상은 정말 보기 싫으니까.”
“싫어.”
“뭐?”
“귀가 먹었나? 꼭 말을 두 번 하게 만드네. 난 네가 싫든 좋든 웃을 거야. 내 자유니까.”
“으드득.”
“혹시 네가 나를 따돌릴 수 있을 만큼 경공이 뛰어나거나, 아니면 나를 때려눕힐 수 있을 만큼 강하면 내가 얌전히 물러날게.”
“…….”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잘난 척하는 주둥아리 닥치고, 빨리 길이나 안내해 줄래?”
당수협이 언제 이런 취급을 당해봤겠는가. 하지만 그에게는 하운평을 따돌릴 경공도 없고, 무공으로 이길 수도 없었다.
그가 공지운을 경공으로 이기고, 무력으로 철대만을 꺾었단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빨이 부서져라 꽉 깨물었다.
뿌드득.
‘두고 보자. 지금은 때가 아니니, 참는다.’
당수협은 말없이 몸을 돌렸다. 그리고 하운평은 웃으면서 그를 쫓았다.
고독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것들이 있었다.
벌레들이 좋아하는 환경을 갖춘 사육장, 고독을 기를 수 있는 전문가, 그리고 독이 필요했다.
게다가 고독은 실패할 확률이 높아서, 상당량의 독이 꾸준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즉, 독 상인을 통해서 꾸준히 독을 사는 손님 중에 범인이 있을 것이다.
또 고독은 완성이 된 직후에 오랫동안 보관하지 못한다. 최대한 빨리 사람 몸속에 빨리 집어넣어야 한다. 그러니 천학관에서 피해자가 나왔다면, 고독을 제조한 사육장 역시 이 근처란 의미였다.
“그러니까 독 상인의 흔적을 쫓아가면, 고독을 만드는 사육장을 찾을 수 있겠네.”
“그래.”
“이야. 너 머리 좋다.”
“싸구려 칭찬은 필요 없다. 차라리 말을 하지 마라.”
“그냥 네가 귀를 막는 게 빠르지 않을까?”
언제나 독설로 말하는 당수협이었다. 하지만 하운평도 한마디도 지지 않았고, 당수협의 기분만 나빠졌다.
그러는 사이 두 사람은 ‘다홍진’이라는 의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의원이 아니라, 마치 무림방파 같았다. 연무장이 있었고, 무공을 익힌 무인들도 상당수가 보였다. 그중에는 절정 고수의 기운도 느껴졌다.
“독을 노리고 덤비는 놈들이 많아서, 독 상인들도 무림 고수를 많이 고용하지. 그리고 저들은 대부분 독종들이다. 말이 안 통하면, 가지고 있는 독을 뿌리며 대항할 거야.”
당수협도 다른 지역의 독 상인을 몇 번 만났었다. 그때마다 긴장을 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그곳보다 위험해 보였다. 생각보다 절정 고수가 많았고, 둘이서 상대하기 벅찰 수도 있었다.
“알았으니까 빨리 들어가자. 피곤해서 빨리 끝내고 싶다.”
그런데 하운평은 긴장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절정 고수들의 기운을 못 느끼는 건가?
‘아니면 바보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긴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는 없었다. 당수협은 마음을 굳게 먹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에게 처음부터 얕보이면 끝이란 생각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 * *
두 사람은 몰랐지만, 오늘은 독 상인에게 중요한 날이었다. 가장 큰 고객이 될지 모르는 손님들이 방문하는 날이었고, 그래서 특별히 절정 고수를 돈을 주고 초빙했었다.
이곳 다홍진의 주인인 홍석은 약간 흥분한 상태였다. 오늘 일만 잘 풀리면, 성을 아우르는 큰 독 상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후우. 잘 되겠지. 긴장하지 말자.”
스스로 다독이며 마음을 다스릴 때였다. 가장 오래된 수하인 장만수가 달려왔다.
“형님.”
“왜? 드디어 손님들이 왔는가?”
“아닙니다. 약관도 안 된 어린 녀석들이 찾아왔는데요. 그중 한 놈이 사천당가의 직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천당가? 그리고 어린놈이면, 설마 천학관 학생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떡할까요?”
아무리 어려도 사천당가는 위험한 가문이었다. 함부로 건들기 곤란했고, 또 일이 잘 풀려 그쪽과 거래를 틀 수도 있었다.
여러모로 좋은 상황이긴 한데, 오늘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대충 돌려보내고 내일 오라고 해.”
“그게 힘들 것 같습니다. 저도 말했는데, 급한 일이라서 안 된다네요. 꼭 오늘 형님을 봐야 한답니다.”
“끄응. 하필이면 이런 날에…….”
그는 망설이다가 만나기로 결심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빨리 처리하고 돌려보낼 속셈이었다.
두 사람이 들어왔다. 둘 다 키가 훤칠하고 잘생긴 소년들이었다. 아니 소년이라기에는 컸고, 청년이라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