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34
너의 초식이 보여 134화
초혼술(1)
구운룡과 제갈소미는 죽은 경해민의 제를 지냈다. 그리고 그녀의 시체를 화산파로 보내고 오는 길이었다.
구운룡은 잔뜩 굳은 얼굴로 하운평에게 물었다.
“대충 설명은 들었다. 이도찬은 백선회 소속이었고, 그는 고독에 당한 상태였다. 그것 때문에 사제를 유혹했고, 부회주게 죽임을 당했다. 맞나?”
“아마도.”
“그럼 이도찬은 왜 사제를 유혹한 거지? 무슨 이유 때문에?”
“이제부터 알아봐야지.”
그가 한 질문은 하운평도 고민하던 것이었다. 제갈소미가 대신 대답했다.
“이도찬은 해민이가 가지고 있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 접근했던 것 같아. 그리고 그것을 얻자마자, 헤어지자고 했던 거고. 그리고 그 무언가를 백선회에게 넘긴 후 살해당한 거지. 제일 합리적인 의심이야.”
둘의 말을 듣던 하운평이 정리했다.
“그럼 과연 그 물건이 무엇일까? 백선회는 경해민 소저에게 뭘 얻으려 했던 거지?”
여기서 막혔다.
경해민은 무림에 나간 적도 없었고, 고아였다. 화산파가 곧 집이었고, 다른 연계점도 없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이 다 죽었기 때문에 그걸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하운평이 말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두 사람은 그를 바라봤다.
“경해민, 그녀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야.”
이미 죽은 사람에게 물어보겠다니?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놀리는 건가?
두 사람은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쳐다봤고, 하운평은 웃으면서 물었다.
“두 사람, 혹시 초혼술에 대해 들어봤어?”
그는 죽은 경해민의 혼령을 불러낼 생각이었다.
* * *
세 사람은 손안진인을 만났다.
그가 이 분야의 전문가였고,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먼저 사건에 대해 설명하고, 경해민을 만나야 할 이유에 대해 피력했다.
하지만 손안 진인은 내키지 않는 얼굴이었다.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안됐지만, 혼령을 소환하는 일은 옳지 않다. 천리를 거스르는 행위야.”
“만약 그녀가 삶에 미련이 남아서 혼이 이승에 남아 있다면요?”
“그럼……. 미련을 풀어주고, 성불시켜 줘야지.”
만약 그렇다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럼 그녀의 혼이 이승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손안진인은 초혼술을 약식으로 준비했다.
이승에 있는 혼령을 찾아서 부르는 의식이었고, 제단에 필요한 집기와 부적을 챙겼다. 하운평도 그를 도와주었다.
그사이 제갈소미와 구운룡은 경해민이 생전에 사용하던 물건들을 챙겨왔다.
그녀의 시신이나 머리카락이 있으면 좋겠지만, 유해를 이미 화산파로 옮긴 상황이었다.
한 시진 후, 네 사람은 자리를 옮겨 천학관 밖으로 나갔다. 천학관 내부에는 방진이 있어 혼령이 머물 수 없기 때문이다.
손안진인은 적당한 곳에 제단을 펼쳤다. 그리고 시기를 살펴 향을 피우고, 부적을 태우며 주문을 외웠다.
“태상태성 응변무정 삼혼영구…….”
바람이 불고, 여러 가지 기운이 제단 쪽으로 몰려들었다. 대부분 잡스러운 기운이었고, 한 번 스치고 사라졌다.
하운평은 익숙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끼면서 살짝 긴장했다.
경해민의 혼령이 아직 이승에 남아 있을까? 그녀는 과연 억울했을까?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제단 위의 방울은 반응이 없었다. 경해민의 소지품을 탐하는 귀신은 많지만, 몸에 맞는 이가 없었다.
결국 손안진인은 술법을 멈추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이승에 없는 것 같구나.”
“으음.”
“저승에 있는 그녀를 데려오는 술법도 있으나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천륜을 어기는 일이라 엄청난 부작용을 초래하거든.”
그럼 이대로 물러나야 하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구운룡과 제갈 소미는 각자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운평이 중얼거렸다.
“생각해 보니 그 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잖아.”
“맞아. 이도찬. 그도 이 상황을 잘 아는 인물 중 한 명이지.”
제갈소미는 맞장구를 쳤고, 하운평은 손안진인에게 다시 부탁했다.
“저어. 진인 님. 죄송하지만 한 번 더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난 괜찮네. 하지만 시체의 일부분이나 물품들이 새로 필요해.”
아직 청성파에서는 그의 시체를 가져가지 않았었다. 이곳에서 먼 사천성에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체는 천학관 내 지하창고에 방치되어 있었고, 구운룡과 제갈소미가 가지러 갔다.
그리고 손안진인과 하운평은 다시 초혼술을 준비했다.
하운평이 물었다.
“진인님. 그럼 시체나 소지품만 있으면, 어떤 혼령도 소환할 수 있습니까?”
“아니라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죽은 지 사흘이 지나지 않아서 쉬웠던 거야. 혼은 사흘간 자신이 죽은 주변을 벗어나지 못하거든. 그 후에 마음이 정리된 혼은 명부로 떠나고, 그렇지 못한 자는 이곳에 머무르게 된다네.”
“보통 생전에 익숙했던 행동을 하거나, 마음에 둔 장소로 떠나는 것 같던데요.”
“그렇지. 그리고 악령이 아닌 이상, 시간이 갈수록 힘이 약해진다네. 결국 소멸되거나 명부로 가야 하지. 그러니 죽은 지 오래된 령은 찾기 힘들어.”
한번은 오래된 혼령을 찾기 위해 칠 일 밤낮을 노력한 적이 있다고 한탄했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돌아오면서, 의식을 재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얼마 안 있어 반응이 나타났다.
귀령이 세차게 흔들리더니, 이도찬의 혼령이 제단 위에 나타났다.
물론 귀안을 지닌 하운평과 손안진인만 그를 볼 수 있었다.
{으으으. 추워. 미친 듯이 춥다고.}
그는 벌벌 떨면서 소리쳤고, 두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손안진인이 먼저 나섰다.
“아직 적응을 못 한 모양이군. 이도찬 소협. 괜찮은가?”
{으으으. 누구야? 내 말이 들려? 당신은 어떻게 나를 볼 수 있지?}
“나는 모산파의 손안진인일세. 여기 있는 세 사람이 그대에게 중요한 것을 물어본다 하여, 부득이 그대를 이곳으로 불렀네.”
{모산파 도사? 그렇구나. 도사님. 나를 살려줘. 나는 죽기 싫어. 아직 강호로 나가지도 못했어. 아직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단 말이야.}
“이해하네. 죽음을 받아들인다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지.”
{으흐흐. 이해해? 으아아악. 네까짓 께 뭘 이해한다고 잘난 척이냐!}
이도찬은 성격이 포악해진 것 같았다. 갑자기 화를 내면서 손안진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손안진인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태연히 부적 하나를 꺼내 들면서, 하운평에게 수업하듯 말했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귀신은 대부분이 저렇게 행동한단다.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탓이지.”
부적에 불이 붙자 환한 빛이 생겨났고, 이도찬의 혼령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내 눈. 그게 뭐야!}
하지만 손안진인은 그를 보지 않고, 하운평에게 계속 말했다.
“보통은 저렇게 ‘환단의 빛’만 비추어도 물러난단다.”
“환단의 빛이 통하지 않는다면요? 강한 술법이지만 소멸시키지 않고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요?”
“태고의 빛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건 도력이 쌓이고, 준비가 필요해. 어떻게 하냐면…….”
마치 수업을 하듯, 두 사람은 한동안 얘기를 주고받았다.
제단 밖에 있던 구운룡이 헛기침으로 눈치를 줬고, 그제야 하운평이 손안진인에게 말했다.
“진인님. 혹시 저놈에게 몇 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래. 환단의 빛은 사용할 수 있지?”
“네. 숙지했습니다.”
하운평은 증명이라도 하듯, 한 손에 부적을 들고 불태웠다. 그러자 빛이 일어나면서 이도찬 혼령이 뒤로 도망갔다.
{으으으. 오, 오지 마.}
“진정하고 잘 들어라. 이도찬. 우린 너를 도와주려는 거야.”
{어, 어떻게?}
“정식으로 제단을 만들어서, 명부로 편안하게 갈 수 있게 해줄게. 대신 내가 하는 질문에 솔직하게만 말하면 돼.”
{시, 싫어. 난 죽기 싫어. 명부니, 뭐니, 저승에 가기 싫다고.}
“이해가 안 되나 본데, 넌 이미 죽었다. 이제 네게 남은 건, 이렇게 이승을 떠돌다 외롭게 죽을 것인지, 아니면 도움을 받아 편안하게 명부로 가는 것인지 결정하는 거야.”
{아흐흑. 흑흑.}
그는 슬프게 울었고, 하운평은 본격적으로 그를 설득했다.
“그래. 이도찬. 이해해.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기에 너무 억울하겠지. 더구나 너는 무림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잖아. 죽기엔 너무 아까울 거야.”
{맞아. 너무 아까워. 억울해.}
“휴우. 좋아. 내가 너의 복수도 해줄게. 너를 죽인 놈이 누군지만 알려주면, 똑같이 죽여줄게. 약속해.”
{저, 정말?}
“하늘에 대고 맹세한다.”
이도찬은 고독에 의해 죽었다. 고독을 사용할 줄 아는 놈은 부회주밖에 없었고, 어차피 부회주 놈을 찾으면, 죽일 생각이었다.
하운평은 이도찬이 듣기 좋게 꾸며서 설득했다. 이도찬은 이내 결심했다.
{좋아. 그럼 알려줄게. 나를 죽인 놈은 백선회의 부회주다.}
“고독을 움직일 줄 아는 놈은 그놈밖에 없지?”
{맞아. 아, 아니야. 고독을 만드는 당만. 그놈이 고독에 대해 잘 알고, 부회주는 고독을 다스리는 몇 가지 방법만 알고 있어.}
“좋아. 부회주란 놈의 이름은?”
{그, 그건 몰라.}
왠지 김이 빠졌다. 결국 원점이었다.
하운평은 그래도 건질 수 있는 건 건질 생각으로 물었다.
“그럼 부회주 놈을 어떻게 찾을 수 있지?”
{부회주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꼼꼼한 성격이야. 그를 안 지 이 년이 넘었지만, 아직 그를 만난 적은 없어. 언제나 쪽지로 명령을 내렸지.}
“그럼 백선회는 어떻게 가입하게 된 거야? 고독은?”
{그러니까……. 이 년 전에 친구가 추천을 해줬어. 본래 나보다 약한 놈이었는데, 갑자기 강해져서 승급까지 한 거야. 어느 날, 진지하게 물어봤지. 그놈은 처음에는 숨기더니, 술을 먹으니까 술술 불더라고. 백선회라는 비밀조직이 있다고.}
이도찬은 모든 걸 포기한 듯 전부 설명했다.
{백선회에 가입하면 단약을 나눠주는데, 그걸 먹고 나면 몸이 달라진다고 했어. 내공의 증진은 물론, 집중도 잘되고, 갑자기 머리도 좋아진 것 같다고 해서…….}
“너도 가입한 거냐?”
{그만큼 절실했으니까. 난 약관이 되기 전에 천포가 되지 못하면, 문파로 돌아갈 수도 없다. 사부와 사조님들을 볼 면목이 없고, 못난 놈 취급을 당할 거야. 그리고 지원은 끊어질 테고, 무림맹에 가기도 싫고.}
“그래서 약을 먹고는? 효과는 있었어?”
{뭘로 만든 지 모르지만, 두 달에 한 번씩 단약을 먹었다. 그리고 효과는 확실했어. 이해가 안 되던 초식도 쉽게 이해되고, 구현까지 할 수 있었어. 내공도 증진되었고, 나는 칠급에서 구급까지 승급할 수 있었지.}
“그럼 고독은?”
여기서 이도찬은 잠깐 망설였다.
{사실, 작년에 백선회에서 이상한 약을 보냈어. 마치 벌레의 알처럼 생겼는데, 먹으라고 하더군. 충성의 의미로.}
“그래서 먹은 거냐? 고독인 줄 알면서도?”
{처음에는 고독인 줄은 몰랐다. 단순한 독인 줄 알았지. 그리고 말만 잘 들으면, 몸에는 무해하다고 들었거든. 그 친구도 먹었다고 하니까, 나도……. 그리고 나는 이미 그 단약이 없으면 안 되는 몸이 되었거든.}
그는 마치 아편에 중독된 사람처럼 말했다. 아무래도 그 단약에는 아편과 비슷한 성분이 들어 있고, 이도찬은 그 약에 중독된 것 같았다.
백선회는 학생들이 받는 압박감과 불안한 심리를 이용했다. 승급할 수 있다는 핑계로 입회를 종용하였고, 학생들을 수족처럼 부리고 있었다.
그리고 설명을 듣고 보니, 그 수가 생각보다 많을 것 같았다.
“좋아. 그럼 하나만 더 물어보자. 그럼 경해민은 왜 만난 거냐? 백선회에서 시킨 거야?”
{그것도 어쩔 수 없었어. 그 아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목숨이 달려 있으니까.}
“이유가 뭐냐? 왜 그녀였지?”
{그건…….}
그런데 이제껏 잘 얘기하던 이도찬이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말을 하다 보니 상황이 정리되어 진정이 되었다. 그리고 마음 한편으로는 욕심이 생겨났다.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해.”
{사실, 나 소원이 있다. 이거 하나만 들어주면,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말해줄게. 아, 그리고 부회주에 관한 단서도 하나 있어. 그것도 말할게.}
“소원?”
표정을 보아하니,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