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41
너의 초식이 보여 141화
무림비동(3)
나는 검노를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검해지벽의 흔적은 분명 한 사람의 무공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같이 펼친 무공이었다.
이걸 설득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충격을 받지 않고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을까?
으음, 그건 무리일 것 같았다.
이미 검노는 살짝 흥분한 상황이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고검은……. 한 사람이 아닙니다. 두 사람을 지칭하는 별호였고, 무공은 똑같을 수밖에 없습니다. 둘은 쌍둥이니까요.”
“뭐?”
“고검 황성에게는 쌍둥이 동생인 황호가 있었단 뜻입니다.”
“…….”
검노는 순간 말을 잃었고, 나는 계속 설명했다.
“모르고 계신 게 당연합니다. 무림맹에서 의도적으로 숨겼으니까요. 고검 황성 대협이 죽고 나서, 그를 고금제일검으로 만들기 위해 황호 대협의 흔적을 없앴습니다.”
“허종원은? 그는 무림맹주의 명예를 걸고 한 말은 뭐냐? 나에게는 분명 한 사람이 짓이라 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딱 잘라 말했다.
“그가 거짓말을 했고, 검노께서 속으신 겁니다.”
“…….”
“이번에는 제가 물어보죠. 만약 쌍둥인 두 사람이 똑같은 내공을 가지고, 똑같은 검법을 익혔다면……. 저 흔적을 만들 수 있을까요?”
검노는 아무 말 없이 검해지벽을 바라봤다.
그렇게 일식경 정도 바라봤고, 그는 눈을 감았다. 나의 말이 맞는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허탈했다.
관점만 바꾸면, 쉽게 알 수 있는 것을 그는 이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무려 이십팔 년이었다.’
수천만 번을 고민하고 번뇌한 시간이었다. 본인의 자질을 탓하며, 수없이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무림맹주의 거짓말과 오해로 비롯된 것이라니.
당연히 분노가 치밀어 오를 것이다.
“으아아아아아!!”
검노는 소리를 질렀다. 엄청난 내공과 울림으로 귀를 막아야 했다. 무림비동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굉장한 힘이었다.
나는 내공으로 보호했음에도, 귀가 터질 것 같았다.
아차. 빙백아.
그녀는 졸고 있다가 갑자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빙백아는 피를 흘리며 내상을 입었고,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를 보호하면서 검노에게서 최대한 멀리 떨어졌다. 우리 둘은 구석에서 그의 분노가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다.
한 시진 같은 일식경이 지났다.
검노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콰콰쾅쾅.
단 한 번에 검해지벽을 부숴 버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한지, 사방의 절벽에 분노를 쏟아냈다.
콰콰쾅.
콰쾅.
우두두둑.
본인이 서 있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나는 빙백아를 데리고 떨어지는 바위를 피해 돌아다녔고, 간신히 무사할 수 있었다.
그제야 검노는 분노가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는 검을 내려놓고 중얼거렸다.
“은조도백 허종원. 죽여 버리겠다.”
죽이려는 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멀리 서 있는 내가 떨릴 지경이었다.
하긴 속아서 이십팔 년을 이곳에 있었다면 그럴 만도 하지.
그런데 이걸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전대 맹주인 허종원은 벌써 십 년 전에 죽었는데.
분위기를 보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괜히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할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빙백아도 어느새 정신을 차렸고, 검노의 중얼거림을 들은 것 같았다. 하지만 눈치는 있으니까 입을 다물고 있겠지?
그녀는 과연 검노에게 함부로 말하진 않았다. 대신 나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야. 허종원 대협이 죽었다는 거, 말하면 안 되겠지?]그리고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나도 너무 놀라서 그녀의 입을 막고 싶은 심정이었다.
검노는 절대고수였다. 그리고 절대고수들은 가까이 있는 무인들의 전음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검노의 눈치를 살피며, 그를 바라보았다.
머리카락 때문에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아마도 들은 것 같았다. 그는 이를 악물며 빙백아에게 물었다.
“사실이냐? 허종원이 죽었어?”
“네에에. 십 년 전에 죽었습니다.”
“허어. 허허허.”
그는 화가 나다 못해 허탈한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살벌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오냐. 그럼 네놈이 그렇게 아끼던, 무림맹을 씹어먹어 주마.’
그의 생각을 듣으니, 한숨부터 나왔다. 검노의 성정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었다.
극도로 분노한 절대고수가 살육을 벌인다? 아마 무림맹의 수천 명이 죽을 것이다.
나는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검노 선배님. 전 무림맹주가 왜 선배님을 속인 걸까요?”
“흥. 그거야, 제 마누라를 지키기 위해서겠지.”
그의 마음속을 살펴보니, 당시 검노는 도황에게 생사를 가르는 결투를 신청했었다.
도황은 검노에 비해 연배가 훨씬 낮았고, 당시에는 실력 차이가 크게 났었다. 아마도 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림맹주는 그런 술수를 쓴 것 같았다.
검노도 말하고 나니, 그걸 깨달은 것 같았다. 잘근잘근 씹어 먹듯 물었다.
“그래. 도황. 그년도 있었지. 그년은 살아 있겠지?”
“……네.”
“좋아. 그년부터 죽이면 되겠구나.”
그는 위를 바라봤다
금방이라도 하늘을 날아 나갈 것 같았다.
아마도 지금 기분상, 조용히 나가진 않을 것이다. 무림비동을 전부 부수고 나갈 테고, 무림비동의 누구도 그를 막을 순 없겠지.
그런데 우리는?
그는 날아가면 그만이지만, 나와 빙백아는 여기서 몰래 나갈 수 있을까? 재수 없어서 무림비동의 호위무사들에게 걸리면 어떻게 되지?
제길.
잘못하다간 온갖 오해와 검노를 풀어둔 책임까지 뒤집어쓸 수 있었다.
안 되겠다. 그를 붙잡자.
“잠깐만요. 검노 선배님. 혹시 도황을 만날 생각이십니까?”
“그래.”
“설마 무작정 무림맹으로 날아가서 수백 명을 죽이고, 도황을 나오라고 하실 건 아니시지요?”
“…….”
그의 생각을 읽으니, 정확히 그렇게 하려고 했었다.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우선 아셔야 할 것이 있는데, 도황은 현재 무림맹에서 은퇴했습니다. 그곳에 없을 겁니다.”
“몇 명 죽이면, 알아서 기어 나오겠지.”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귀찮지 않으십니까? 그것보다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
검노는 힐끔 바라보았고, 네가 어떻게? 하는 물음을 담고 있었다.
나는 팔찌의 한곳을 건드렸다.
진천소뢰를 넣어두는 곳인데, 이중 하나는 다른 물건을 숨겨두고 있었다.
도황 백수련이 준 백화전이었다.
긴급한 순간에 쓰려고 했었는데, 이런 식으로 사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검노도 백화전을 알아보았다. 그가 나와 도황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제가 우연히 도황을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보답으로 받았습니다. 아시겠지만, 이것만 있으면 도황을 쉽게 부를 수 있습니다. 대신…….”
“원하는 게 뭐냐?”
“여기서 조용히 나가길 원합니다. 저희와 함께요. 그리고 저희 집에 머물면서 도황을 만날 때까지 조용히 있어 주십시오.”
“…….”
검노는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내 말을 들을지, 아니면 쌓인 화를 풀기 위해 다 때려 부술지,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히 물었다.
“저어, 그런데 선배님은 여기서 나가면 무엇을 하실 생각입니까?”
“…….”
“원하는 게 있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해라.”
“네에.”
하지만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그런데 여기 있으면서 무공은 늘지 않았습니까?”
검노는 서늘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나는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내 말은 사실이었다. 그도 마음속으로 인정한 부분이었다. 속은 것은 괘씸하고, 분하나 이곳에서 얻은 깨달음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느끼는 것도, 사부님이나 도황보다 소림사의 무신 심연 대사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검노가 말했다.
“일단 나가자.”
그리고 그는 공중으로 떠올랐다. 나와 빙백아도 그의 힘에 이끌려 같이 올라갔다.
우리는 계속 올라갔고, 위가 막혀 있자, 검노는 검을 뽑았다.
스스슥.
순간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반으로 갈라졌다.
공기는 물론 흙덩이나 바위도 쩍 갈라졌고, 그 사이를 통과해서 나갔다.
후우우. 공기가 달라졌다.
우리는 지하에서 밖으로 나온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우리가 들어갔던 무림비동 옆에 있는 이름 모를 언덕이었다.
검노는 다시 아래로 검을 휘둘렀고, 언덕이 부서지면서 뚫린 구멍도 막혔다.
쿠쿠쿠쿵.
그런 와중에 땅이 흔들렸고, 무림비동까지 충격이 퍼졌다. 그곳에서 수십 명의 고수들이 나와서 이쪽으로 달려왔다.
검노는 그들을 잠시 노려보더니, 우리를 데리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 다행히 그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구름이 있는 곳까지 높이 올라갔다.
* * *
검노는 결코 착하거나 너그러운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의 가족까지 죽일 정도로 냉혹하며, 외골수인 남자였다.
그는 나에게 시간 따위를 주지 않았다.
지금 당장 백화전의 사용을 종용했고, 하루빨리 도황을 만나길 원했다.
나는 도황 백수련으로부터 들은 대로 움직였다.
백화전의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림맹의 본단 앞에 있는 사진마을에 가야 한다. 그리고 집강객잔으로 가서 그곳 주인에게 백화전에 주라고 했었다. 그럼 언제 만날 수 있는지 답변을 들을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길로 바로 무림맹으로 날아갔다.
검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표정으로 모든 걸 말해주었다. 더구나 나는 마음까지 읽을 수 있으니, 그의 기분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불안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았고, 어떤 신호만 있으면 누구라도 죽일 기세였다.
우리는 하늘을 날아가지만, 무림맹이 정확히 어디 있는지 몰랐다. 길을 헤매면서 반나절을 소비했고, 겨우 집강객잔을 찾아냈다.
생각보다 작은 객잔이었다. 그리고 주인은 무뚝뚝했다.
그는 내가 내미는 백화전을 봐도,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 대신 한마디만 남겼다.
“지금 도황께서는 먼 곳에 계시오. 만나기 위해서는 최소 십 일은 있어야 할 거요.”
“그럼, 여기서 십 일이나 기다려야 합니까?”
“그게 가장 좋으나, 그게 불편하면 사는 곳을 알려주고 가시오. 대신 답변을 더 늦게 받겠지.”
뭐가 그리 불만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말을 하는 건지 툴툴거렸다.
쯧쯧. 그러면 안 되는데.
나야 문제가 없지만, 지금 내 뒤에 있는 어르신은 그런 걸 굉장히 불편해하신다.
“너, 말하는 게 마음에 안 드는구나.”
아니나다를까, 검노는 자신의 기분을 숨기지 않았다.
칼날 같은 기도가 객잔주인을 꾹꾹 눌렀다. 눈썹이라도 움직이면 반으로 쪼개진다는 걸 그도 느낄 것이다.
객잔주인은 벌벌 떨면서 말했다.
“이, 이곳은 무림맹 바로 앞에 있는 곳이오. 행패를 부리면, 무림맹 무사들이…….”
“크흐흐. 그래. 불러라. 그 쥐새끼들을 당장 불러도 좋다.”
아마 검노는 그걸 바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서둘러 객잔 주인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분은 검노이십니다. 무림맹 정도로는 안 되니까, 죽기 싫으면 빨리 방법을 찾으세요.]검노란 말에 그의 허리춤에 덜렁거리는 낡은 철검을 봤고, 그제야 객잔 주인은 표정을 바꾸었다.
“죄, 죄송합니다. 어르신. 제가 몰라뵙고 큰 실수를 했습니다.”
“도황, 그 계집년은 어디 있느냐? 빨리 불러라.”
객잔 주인은 황급히 대답했다.
“저도 연락드리고 싶습니다만, 도황께서는 정말 멀리 계십니다. 제가 급전으로 연락해도 최소 나흘은 걸릴 겁니다.”
열흘에서 나흘이면 많이 줄인 셈이다. 하지만 검노는 성에 차지 않았다.
“내가 직접 그쪽으로 가겠다. 어디냐. 그곳이…….”
“모릅니다. 진짜입니다. 저는 그분이 어디 있는지 모릅니다.”
“내가 만약 무림맹을 박살 내버리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외람된 말씀이지만, 그래도 결과는 같을 겁니다. 어차피 급전으로 날리는 건 똑같으니까요.”
검노는 객잔주인을 노려보다가, 몸을 돌렸다.
털썩.
객잔주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노려만 봤는데, 그것만으로 기운이 빠진 것이다.
검노는 그에게 경고했다.
“나흘이다. 만약 나흘 안에 도황이 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무림맹의 족속들을 다 죽여 버리겠다.”
검노는 그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객잔주인도 그걸 알기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관의촌의 우리 집 주소를 그에게 주었고, 우리는 다시 천학관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