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50
너의 초식이 보여 150화
십천간편(2)
청아의 실력을 본 산적들은 중구난방으로 소리쳤다.
“제 고모님이 합비에 사십니다. 그리고 그분이 서성에 사시는 분과 친하셨어요.”
“할아버님이 과거에 서성에 사셨다고 들었습니다.”
“소문이긴 한데, 괴물이 나타나서 하룻밤 사이에 사람들을 다 죽였다고 합니다.”
그들은 어릴 때의 기억까지 쥐어짰다. 그래서 서성이란 고을과 관련된 이야기가 한 번에 쏟아졌다.
그때 산적들에게 강도를 당하던 노인이 한마디 했다.
“소문이 아닙니다. 사실입니다. 쿨럭쿨럭.”
사람들이 그를 바라보자, 노인은 자세히 설명했다.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 말입니다. 사실은 제 친구가 서성에 살았었습니다. 그 친구 말이, 대낮에 키가 이 장에 달하는 커다란 괴물이 갑자기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겉보기는 호랑이와 비슷한데, 몸집이 크고 사람의 머리를 하고 있으며, 입은 멧돼지와 같이 긴 송곳니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그때 청아의 전음이 들렸다.
[도올(檮杌)이야. 절대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는 흉악한 놈이지. 본인이 죽을 때까지 주변을 공격한다고 해.] [악신이야?] [아니. 악신급은 아니야. 하지만 마을 하나는 충분히 없앨 수 있는 요괴지.]노인은 계속 설명했다.
“그 괴물이 날뛰면서 사람들을 다 죽였답니다. 그러던 중, 다행히 은인이 나타나서 괴물을 물리쳤고, 겨우 백 명쯤 살아남았다고 하더군요.”
“혹시 그 친구분을 만날 수 있을까요?”
“쿨럭쿨럭. 물론입니다. 지금 합비에 살고 있는데, 저와 같이 가시죠.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저희도 마침 합비로 가는 길이었거든요.”
“잘됐네요.”
그런데 노인은 바닥에 깔려 있는 쌀가마니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그런데 쌀을 들고 가야 하는데……. 마차가 고장 나서 큰일이군요. 쿨럭.”
“아, 그건 걱정 마십시오.”
나는 산적들을 보면서 물었다.
“본인들이 잘못한 일은 본인이 책임져야겠죠? 여러분들이 마차를 부수었으니, 여러분들이 짐을 옮겨야겠습니다.”
그런데 산적 두목은 볼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희는 마차를 조금만 부수었는데요. 그쪽 여자분이 마차를 다 부수었고…….”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하세요.”
“그러니까 저희만 옮기면 너무 불공평하다는 말인 거죠.”
나는 청아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청아. 너도 도와줄 거지?”
“당연하지.”
그러더니 제일 큰 쌀가마니를 한 손으로 번쩍 들었다. 그걸 어깨에 두 개나 짊었고, 그제야 산적 두목은 입을 다물었다.
다른 산적들도 얌전히 쌀가마니를 들기 시작했다.
가깝다고는 하나, 여기서 합비까지 두 시진 거리였다. 일반인들이 쌀가마니를 들고, 산을 타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그 정도면 그들의 죗값은 치른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산적 두목은 조금 부족했다.
나도 쌀가마니를 하나 들면서 산적 두목을 불렀다.
“그쪽은 지금 뭐 하세요?
“네에? 저도 쌀가마니를 하나 들려는데요?”
“아니죠. 그전에 할 일이 있잖아요. 마치에 맨 먼저 도를 휘두르신 사람이 그쪽이죠?”
“네에. 맞습니다.”
“그래서 쌀가마니 하나가 터졌고요.”
“네에.”
“아까운 쌀이 다 바닥에 떨어졌잖아요. 주워야죠.”
“네에?”
“쌀 주우라고.”
이번에도 불평하려 하자, 살기를 살짝 보였다. 그러자 산적 두목은 얌전히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쌀알을 하나하나 주워 담기 시작했다.
* * *
시간이 없는 관계로 일행을 반으로 나누었다.
나는 노인을 데리고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일행은 청아가 데려오기로 했다.
노인은 자신을 부 씨 성을 가졌고, 가족끼리 작은 상단을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평소에는 큰길만 이용하는데, 이번에 긴급하게 쌀을 가져달라는 요청이 있어서요. 쿨럭. 그래서 무리하게 산을 넘다가 이번 일이 벌어진 거였습니다.”
“그렇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부 씨 노인은 합비성으로 들어가자마자,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 주었다.
그는 서성의 토박이였고, 그때 일을 묻자 낯빛이 어두워졌다. 일 년이나 지났는데, 마음속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노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끔찍했습니다. 괴물의 울음소리며, 사람들의 비명 소리……. 아직도 자다가 벌떡 일어납니다.”
“그런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꼭 찾아야 하는 사람이 있어서요. 혹시 동 씨 성을 가진 대장장이를 아십니까?”
“알다마다요. 우리 고을에 하나밖에 없는 대장장이인데요. 이름은 동삼오고, 자식이 딸만 셋이었습니다.”
“혹시 그분은…… 지금 살아계신가요?”
“아니요. 죽었습니다. 대장간은 서쪽 끝에 있었고, 그 괴물이 서쪽에서 나타났거든요. 그리고……. 아아, 잠깐만요. 그리고 보니 제일 어린 여식이 한 명 살아 있을 겁니다. 동교라는 셋째 딸요. 열 살이죠.”
“언제 보셨습니까?”
“괴물이 사라진 후에 살아남은 사람들은 한 곳에 모였는데, 그때 그 아이를 봤습니다.”
“혹시 어디로 갔는지 아십니까?”
노인은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오래되었고,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그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놀라지 마시고, 당시 일을 천천히 떠올려 보세요. 제가 기를 흘려보내 기억이 잘나게 도와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분의 머리를 붙잡았다.
기를 흘려 보낸다고 하지만, 사실 내 능력으로 노인의 기억을 살펴보았다.
벌써 일 년이나 지났지만, 비교적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고을에서 날뛰는 도울이라는 요괴, 그놈에게 죽는 사람들, 그 요괴와 싸우던 한 사람 그리고 폐허가 된 집을 망연자실 바라보는 생존자들, 그중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귀여운 아이였고, 그 옆에는 키가 큰 남자가 서 있었다.
조금 전에 도울과 싸우던 무인이었다.
혼자서 도울을 물리치는 모습을 보니 절정고수 중에서도 최상급 실력이었고, 옷차림을 보면 농부처럼 보였다. 그리고 어깨에 특이한 문신이 눈에 띄었다.
나는 손을 떼고, 노인에게 물었다.
“혹시…… 마을 사람들 중에 어깨에 뱀 두 마리 문신을 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어떻게 아셨습니까? 구 씨가 어깨에 문신을 했었죠. 하지만 겉보기와는 다르게 착한 사람입니다.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요. 그런데……. 그 녀석도 죽었습니다. 그때 그 일로요.”
거짓말이었다.
역시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듯, 노인은 거짓말을 잘했다. 너무나 태연하여, 아마도 다른 사람이면 속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구 씨라는 남자가 요괴를 물리친 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부탁했다는 것까지 읽어냈다.
나는 모른 척 넘어갔다.
“안타깝네요. 그분께 꼭 전해 드릴 물건이 있어서 찾고 있었는데……. 할 수 없지요.”
‘무슨 물건이지? 구 씨에게 말해줘야 하나?’
노인의 생각을 들어보면, 지금 구 씨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도 합비성 내,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여기까지 듣고 먼저 일어섰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어려우신데 도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살펴가십시오.”
우리는 그 집을 나왔고, 부 씨 노인이 물었다.
“은인님. 혹시 머물 곳이 있으십니까?”
“아니요. 이제부터 찾아봐야죠. 사실 합비는 처음 와서 잘 모릅니다.”
“그럼 저희와 같이 가시지요. 제가 이곳에 오면 항상 머무는 단골 객잔이 있는데, 가격도 싸고 좋은 곳입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런데 지금은 제가 급히 가 봐야 할 곳이 생겨서요. 위치를 알려주시면, 나중에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럼 이선 객작으로 오십시오. 동구골 골목 끝에 있습니다.”
“네. 아, 그리고 제 친구가 산적들과 도착하면, 잠시 기다려 달라고 말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부 노인은 먼저 떠났고, 나도 다른 곳으로 가는 척했다. 하지만 사실 근처에 숨어 있었다.
반 시진쯤 지나자, 부 씨 노인의 친구분이 밖으로 나왔고, 그를 따라 쫓아갔다.
그는 무척 조심했고,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나는 아주 뒤쪽에 있었고, 비잔신투의 신법으로 몰래 따라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호오. 걸어서 갈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었어?
지금 떠오르는 생각을 읽어보니, 구 씨의 이름은 구진만.
일 년 전에 사라졌다가, 몇 달 전에 갑자기 나타난 것 같았다. 그리고 노인은 그에게 숙소를 마련해 준 모양이다.
노인은 집 안으로 들어갔고, 작은 집 뒤쪽에는 장작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그 뒤에는 굵고 큰 나무도 있었는데, 그걸 잘게 쪼개어 파는 것 같았다.
나무꾼으로 숨어 있는 건가?
그런데 잘라진 나무의 결을 보고, 조금 놀랐다.
잘게 쪼개진 장작들은 별 볼 일 없었다. 하지만 굵은 나무의 단면은 달랐다.
내 허리만큼이나 굵은 나무였는데, 그 단면이 소름 끼칠 정도로 깨끗했다. 여러 번 찍어 친 것이 아니라, 단 한 수로 베어냈다. 잘려진 부분이 깔끔하고 손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빠르고 정확하게, 단 한 수로 자른 걸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굉장한 고수였다.
그것참, 세상에는 은둔 고수가 많다더니.
“당신이 나를 찾았나?”
한 사람이 집 밖으로 나왔다. 노인의 생각 속에서 봤던 구 씨, 구진만이었다.
그는 집 앞의 내 기척을 읽고 나온 것 같았다.
구진만은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고, 문신을 숨기기 위해 더운 날씨에도 긴팔을 입고 있었다.
노인도 그제야 내가 쫓아왔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구진만에게 사과했다.
“미안하네. 나 때문에.”
“괜찮습니다. 저를 위해서 오신 거잖습니까? 저는 괜찮으니,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아, 알겠네.”
노인은 서둘러 나갔다. 그러면서도 나를 노려보는 건 잊지 않았다.
끙. 이러니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잖아.
구진만이 물었다.
“왜 나를 찾았지? 나는 너를 처음 보는데?”
“나도 당신을 처음 봅니다. 잠깐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그때 그의 눈매가 변했다.
내 허리춤에 걸려 있던 작은 태검을 본 후였다.
“네놈. 모산파 도사놈이냐?”
이 태검은 손안진인이 선물로 준 것으로 주로 모산파에서 쓰는 물건이었다.
“아니, 나는…….”
그는 변명 따위는 들을 생각이 없었다. 무작정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던졌다.
부우우웅.
묵직한 파공음과 함께 날아오는 것은 손도끼였다.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지만, 위력은 무시 못 했다.
콰직.
받아치는 것보다 피하는 걸 택했고, 뒤에 있던 큰 나무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어느새 구진만은 다른 손도끼를 들고 다가왔다.
쉬이익.
부웅. 부웅.
경공도 상당하고, 근접전에도 능숙했다. 무릎으로 찍으며, 들고 있는 손도끼를 옆으로 휘둘렀는데, 너무 빨라 남해검문의 손월영을 떠올렸다.
물론 그녀의 검보다는 느리지만.
그래서 하얀 궤적을 보고 피하는 건 문제 없었다. 하지만 그녀보다 파괴력이 있었고, 싸움에 능숙했다. 게다가 묘한 기류가 흘러 분명히 피했는데, 살갗이 찢어졌다. 또 나중에는 도끼가 부딪치는 부분이 터지기까지 했다.
파팡. 쾅.
후드드득.
분명 무공만 따져서는 나보다 윗선에 있었다.
이 정도면 하나의 문파를 만들어도 될 만한 실력인데…….
순수하게 그의 무공을 감탄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는 없고, 천천히 반격에 나섰다.
이제는 하얀 궤적이 상대에 따라 폭이나 길이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처음 만난 상대는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보여지는 것과 실제로 체감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경험하고 나면 상대의 하얀 궤적이 파악된다. 그때부터는 여유롭게 상대할 수 있었다.
적어도 상대가 하얀 궤적을 넘을 정도로 미치도록 빠르거나, 내 팔 할 공력으로 뚫을 수 없는 신체를 가지지 않는 이상 무조건 내가 이긴다.
퍼퍼퍽.
내 주먹이 그의 늑골을 가격했다. 구진만은 두 걸음 물러났고, 그 와중에도 손도끼를 휘둘렀다.
그의 눈빛이 더욱 매서워진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싸울 사람이었다.
이쯤에서 끊을 필요가 있었다.
“난 동삼오의 딸, 동교를 찾으러 왔소.”
내가 소리쳤고, 구지만은 움찔거렸다.
“그리고 나는 모산파의 제자가 아니오. 그쪽 술법을 배우긴 했지만, 천학관에서 배웠고, 나는 무적문의 하운평이라고 합니다.”
구진만은 더 이상 손도끼를 휘두르지는 않았다. 내 말을 들을 준비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