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55
너의 초식이 보여 155화
십천간편(7)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강렬한 검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누군가 내 앞으로 끼어들면서 야차의 검을 막았다.
쩌어엉.
청아였다.
그녀는 자신의 팔로 검을 막았고, 모두가 놀라했다. 여인의 얇은 팔로 거대한 검을 막았으니까.
특히 검을 휘두른 야차가 제일 놀랐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는지, 검을 양손으로 붙잡았고, 화를 내면서 검으로 내리찍었다.
“크아아앗”
땅. 따다당.
하지만 쇳소리가 날뿐, 그녀의 몸을 가를 순 없었다.
청아는 몇 번이나 검을 막더니, 놀라서 소리쳤다.
“아악. 내 팔에 상처가 생겼어!”
강시의 몸을 가진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녀도 신경질을 내며 검을 뽑았고, 가차 없이 휘둘렀다. 야차의 검에 뒤지지 않는 속도였다.
채챙. 챙. 챙.
채래래랭.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불꽃이 튀었다. 그만큼 빠르고 격렬한 칼부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도 없었고, 말없이 바라봐야 할 정도였다.
야차는 더욱 분노하면서 정신없이 날뛰었고, 나중에는 자신의 안위를 무시하면서 공격했다.
나도 가만 있진 않았다. 전음으로 언령을 보내면서 야차를 구속하려 했다.
[멈춰!]안타깝게도 야차는 내 힘에 휘둘리지는 않았다. 잠깐 움찔거리더니 계속 움직였다.
그래도 그 약간의 간섭이 청아에게는 기회가 되었다. 언령을 받을 때마다 몸을 살짝 멈추었고, 그사이를 청아의 검이 파고들었다.
스걱. 스걱.
야차의 몸을 베기 시작했고, 점점 주도권을 뺏어왔다. 그리고 십 초식을 넘기게 전에 청아의 검이 야차의 목을 베었다.
스걱.
생각보다 허망한 죽음이었다. 하지만 야차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청아가 강해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인정했다.
“그래도 서둘러야 합니다.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 몰라요.”
내 말에 우리는 더욱 빨리 달렸다.
“한발 늦은 것 같군.”
반각도 안되어 구진만이 중얼거렸다. 다른 요괴가 나오진 않았지만, 야차는 하나가 아니었다. 비슷한 모습의 야차들이 계속 나타났고, 그 수가 열이 넘었다.
채챙. 챙.
스걱.
콰직. 콰앙.
스걱. 스걱.
우리는 싸우다가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급한 상황이긴 하나, 뒤로 갈수록 동굴의 크기가 작았다. 좌우 높이가 일 장 정도로 일반 사람에게는 넓은 통로이나, 야차에게는 딱 맞았다. 그들은 팔이 길고, 검도 길어서 두 명 이상 나란히 서지 못했다.
결국 몇 명이 나타나든지 한 명만 상대하는 구조가 되었고, 청아가 앞장서서 상대했다.
다행히 청아는 강시여서 체력이 무한대였고, 결정적으로 내가 뒤에서 도와주면서 우리는 빠르게 야차들을 처리했다.
* * *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야차들이 다 죽었다고요? 스물이 넘었는데…….”
반운도사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그리고 흑지주에게 물었다.
“흑지주께서 그랬잖습니까? 그 정도 전력이면 대문파도 쓸어버릴 수 있다고요.”
“내가 그랬어? 정말?”
흑지주는 장난스럽게 대답했고, 반운도사가 화를 내자 부회주가 말렸다.
“진정하십시오. 조금 전에 그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저도 야차 스무 명이면 대문파와 겨룰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장소가 좋지 않았습니다. 작은 동굴로 유인하여 야차가 사방에서 날뛰지 못하고, 정면에서 한 명씩 상대했어요.”
“끄응.”
“하다못해 야차 몇 명을 뒤쪽으로 움직여 앞뒤로 공격하면 좋을 텐데, 내 말은 듣지 않더군요.”
“아직은 야차와 의사소통할 수 없으니까요.”
반운도사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휴우. 그래도 한 야차와 한 명씩 싸워서 스무 번이나 이긴 거잖습니까? 누굽니까? 열두존자라도 온 겁니까?”
“아닙니다. 절정 고수 수준인데, 굉장히 단단한 신체를 가졌더군요. 그리고……. 뭔가 야차를 간섭했습니다. 야차가 한 번씩 이상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습니다.”
부회주는 흑지주를 힐끔거리며 물었다.
“혹시 흑지주께서는 뭔가 아는 것이 있습니까?”
하지만 흑지주는 태연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내가 뭘 알겠어?”
부회주는 그를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말한다고 들을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반운도사에게 물었다.
“야차를 더 데려올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합니다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단 그들은 더 넓은 장소로 유인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야차와 저희 무사들로 잡아둘 테니, 그동안 야차들을 더 데려오세요. 넓은 장소에서 사방에서 공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반운도사가 곧바로 달려가려 했다. 그런데 여태껏 가만히 이던 흑지주가 그의 뒤에 나타났다. 그리고 반운도사에게 무언가 말했고, 반운도사는 반색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운도사가 사라지자, 부회주가 흑지주에게 물었다.
“뭐라고 하신 겁니까?”
흑지주는 대답 대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야차에게도 수컷과 암컷, 즉 남자와 여자가 있다는 거 알아?”
“그런가요?”
“그래. 그리고 지금까지 나타난 야차들은 모두 남자야.”
‘그게 어떻다는 거지?’
부회주의 생각을 읽었는지, 흑지주는 다시 설명했다.
“사실 우리가 원해서 남자만 데리고 온 것이 아니야. 이상하게도 야차 놈들은 남자가 훨씬 더 많더라구. 남녀 성비가 안 맞는 거지.”
“그렇군요.”
흑지주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그러자 흑지주는 묘한 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야차는 성비의 비율도 이상하지만, 남녀의 모습도 달라. 여자가 더 크고, 뭐랄까? 딱 봐도 여왕 같은 느낌이야.”
“그래서 여자 야차를 데려오라고 하신 겁니까?”
“그래. 어제 한 명 발견했었거든. 참 내가 이 말을 했든가? 여자 쪽이 남자보다 열 배는 더 강해.”
그제야 부회주도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 * *
‘이상하군. 벌써 한 시진이 넘게 싸우고 있는데, 숨소리가 편안해. 저렇게 격렬히 싸우면 아무리 내공이 깊어도 체력적으로는 한계가 올 텐데.’
‘왜 다친 부위에서 피가 흐르지 않지?’
구진만과 남궁보는 청아의 모습을 힐끔거리며 봤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지금 청아의 실력은 사기에 가까웠다. 지치지 않는 체력과 단단한 몸뚱이, 뛰어난 무공, 벌써 혼자서 스물이 넘는 야차를 쓰러뜨렸다.
역시 이대로 있으면 안 되겠어. 귀찮아지기 전에 정리해야지.
마침 동굴이 점점 넓어지더니, 길이 두 갈래로 나뉘어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야차 한 명과 다시 인간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싸우는 것보다 그들의 마음을 읽는 데 집중했고, 그쪽의 대략적인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 구진만과 남궁보에게 전음을 보냈다.
[다시 인간들이 나오는 걸 보니, 이제 요괴가 없나 봅니다. 다시 부르기 전에 저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 공자님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나는 차분히 대답했다.
[동굴이 둘로 나누어지니, 우리도 둘로 나누죠. 저와 청아가 오른쪽으로 가겠습니다. 두 분이 왼쪽으로 가세요.]사실 지금같이 적은 인원을 둘로 나누는 건 위험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다는 걸 두 사람도 인지했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들은 내 의견에 찬성했다.
[좋습니다.]쏟아지는 상대 쪽 무인들과 싸우면서 우리는 양쪽으로 자연스레 갈라졌다.
저 두 사람이 가는 동굴에는 저들의 숙소와 창고 등이 있다. 우리가 가는 쪽에 동교가 있고, 그곳에서 요괴가 소환되고 있었다.
그걸 청아에게 알려주자 그녀가 물었다.
“그런데 왜 둘로 나눈 거야?”
나는 그녀에게 그 두 사람이 정체를 의심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어. 내 능력은 전음보다 소릴 질러야 더 강하게 사용할 수 있어. 저들이 없는 게 편해.”
“하지만 더 강한 요괴가 나오면? 우리끼리는 힘들어질 수도 있어.”
“알아. 그래서 더 빨리 움직여야 해. 반운도사를 찾아 요괴 소환을 멈추는 게 급선무니까, 지금부터는 인간들은 무시하고, 무조건 안으로 들어가자.”
“알았어.”
나와 청아는 그때부터 앞으로만 달렸다.
상대를 피해 동굴 벽을 타고 달렸고, 심지어 천장에 거꾸로 붙어서 달렸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다.
흑천문 무사들도 최선을 다해 막으려 했지만, 내 능력과 청아의 신체는 그들이 막을 수준이 아니었다.
우리는 작은 동굴을 나왔고, 꽤 넓은 분지에 도착했다.
마침내 반운도사를 찾았다. 동교 역시 이곳에 있었다. 그녀는 단상에 누워 있었고, 그녀의 몸에서 희미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익숙하지만 불편한……. 매우 수상했다.
그 기운은 동그랗게 원을 그렸고, 그 안에서 길고 두꺼운 다리가 나오고 있었다.
야차의 것과 비슷했다.
나는 청아에게 소리쳤다.
“저것이 나오기 전에 저 도사부터 막아야 해.”
“알았어.”
청아가 나보다 더 빨랐다. 그녀는 하늘을 날 듯이 반운도사을 향해 뛰었다. 하지만 중간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아직 남아 있는 야차였다.
채래랭. 챙.
나도 다급히 소리 질렀다.
“멈춰!”
벌써 몇 번째 상대한 야차였다. 우리의 합은 잘 맞았고, 이번에는 단 이 초식 내로 처리했다.
서걱.
하지만 저쪽의 소환은 이미 끝난 상태였다.
새로 나타난 야차는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모습이었다.
일반 야차보다 두 배 가까이 큰 덩치에 머리에는 왕관 비슷한 것을 썼다. 손발도 길고, 들고 있는 검도 좋아 보였다.
그리고 튀어나온 가슴과 다른 외형적인 모습을 보면 암컷, 즉 여성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밖으로 나온 직후에, 청아가 야차를 죽이는 모습을 봤다. 청아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적의를 표했고, 순간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까깡. 깡.
퍼퍼퍽.
청아 앞에 바로 나타났다.
빠르다.
다른 야차도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이 야차는 정말 달랐다.
거의 두 배 이상 빨랐고, 청아가 못 따라갈 정도였다. 청아는 정신없이 베이고, 맞으며 뒤로 튕겼다.
다행인 점은 그런 야차라도 청아의 피부는 뚫지 못했다. 그러자 야차는 방법을 바꾸었다. 검 대신 주먹을 때렸고, 청아는 폭풍 속 나뭇잎처럼 날아갔다. 그 후로도 정신없이 얻어맞았다.
“멈춰!!”
나는 야차에게 소리쳤지만, 이번에는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녀는 움찔거리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나는 반운도사에게 달려갔다. 반운도사가 놀라서 소리쳤다.
“마, 막아라.”
반운도사를 호위하는 무사들이 있었다.
대략 서른 명이었고, 절정고수도 한 명 끼어 있었다. 그들은 반운도사와 동교를 둘러쌌다. 반운도사는 그들을 믿고 있었고, 희미한 미소까지 지었다.
‘내가 이겼다. 조금은 놀랐지만, 결국 너희들의 패배야.’
하지만 그는 아직 내 실력을 모른다.
나는 여기까지 오면서 일부러 내 힘을 숨겼다. 오직 청아만을 돋보이게 만들었고, 여기 있는 사람, 모두가 나를 얕보고 있었다.
그런 방심이 그들에게는 패인이 될 것이다.
나는 온힘을 폭발하듯 개방했다. 그리고 언령을 쓸 필요도 없었다. 하얀 궤적만으로 충분했다.
스슥. 스걱.
콰직. 퍼억.
“크아악.”
한 초식에 두세 명씩 처리하면서 빠르게 처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절정고수를 상대할 때에도 정확히 십 초식만 사용했다.
그만큼 빨리 쓰러뜨렸다.
“너, 넌 누구냐!”
반운도사는 너무 놀라서 말까지 더듬었다.
하지만 그에게 설명할 시간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았다. 곧바로 그를 점혈시키고, 머리를 붙잡았다.
백 마디 말보다 능력을 사용하는 것이 빨랐다.
“으으으으.”
반운도사는 부들부들 떨었고,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을 토해냈다.
‘모산파에 있어 봤자 무엇을 얻겠습니까? 제가 도와드릴 테니 저와 손을 잡으시죠. 아, 저희는 백천회의 산하 조직, 흑천문이라고 합니다.’
‘저는 흑천문의 문주이자 백천회의 부회주입니다. 앞으로 저와 연락을 주고받으시면 됩니다.’
기억 속에는 부회주와의 첫 만남도 있었다.
그런데 백천회?
부회주라는 직위가 나올 때부터 이상하더니, 역시 백천문이 연관되었구나.
나는 계속해서 그의 기억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