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59
너의 초식이 보여 159화
무적표국과 황보세가(1)
산동성에서 무적문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표국은 황보표국이었다. 황보세가에서 운영하는 표국으로 지금까지 네 번째 표행을 했었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었다.
그런데 사흘 전, 문제가 터졌다.
무적표국은 표물을 하남성의 끝자락까지 가져갔고, 황보표국에게 인계했었다. 그리고 황보표국은 표물을 가지고, 량산(梁山)을 지날 때였다.
그곳에 있던 산적들과 부딪히고 말았다.
본래 산적들에게 약간의 통관료만 지불하면 지나갈 수 있는데, 이번에는 산적들이 욕심을 부렸다고 한다.
돈을 더 내라고 억지를 부렸고, 사소한 말다툼이 칼부림까지 이어졌다. 결국 수십 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하필이면 그곳에 녹림의 단조혁이 있었다.
“단조혁이면……. 녹림십팔채의 총채주, 단하림의 동생이죠?”
“맞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단조혁은 처음 황보표국과 싸웠을 때는 도망쳤다가, 나중에 녹림의 고수들을 이끌고 다시 습격했습니다. 그리고 황보표국의 사람들을 죽이고, 표물을 가져가 버렸습니다.”
“지나치군요.”
이 정도로 일을 벌였다는 건 싸우자는 소리였다.
“그래서 황보세가에서는 뭐라고 합니까?”
“저희에게 도와달라고 요청이 왔습니다. 표물을 찾고, 복수를 하고 싶다고요. 하지만 상대가 녹림이라…….”
“쉽지 않겠죠.”
하지만 표국 일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부딪쳐야 할 산이었다.
하운평도 처음부터 생각했던 부분이고, 대비책도 세워놓았었다. 문제는 파해천의 부재였다.
만약 절대고수인 파해천이 있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녹림의 총파자를 찾아가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는 없었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산동성에는 녹림십팔채의 산채가 세 개나 있습니다. 그만큼 산동성에서 녹림의 위세는 강한 편이지요. 녹림도의 수도 많고요.”
그래서 무적문의 간부들은 고민했다. 어떻게 대응할지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무적문 내부적으로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파해천을 기다리자. 안 된다. 한시라도 빨리 황보세가를 도와주고 표물을 되찾아야 한다.
이렇게 의견이 갈리고 있었다.
“그래서 소문주님을 부르게 되었습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하셨습니다. 지금 당장 전체회의를 소집해 주세요.”
그는 간단히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말과 행동에 거침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미 결정을 내린 것 같았다. 하운평의 저런 모습은 무척 오랜만에 봤다. 그리고 저런 모습 뒤에는 항상 일을 시원하게 해결했었다.
세 사람은 그걸 기대하면서 바쁘게 움직였다.
하운평은 그동안 몸을 씻고, 옷을 단정하게 입은 후에 회의장으로 향했다.
조장급 이상 모인 터라 회의장에는 수십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도 있었고, 그건 조장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하운평을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건 처음이었다.
그리고 하운평을 아는 사람들은 반색을 하며 그를 반겼다.
하운평은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상황은 다들 아실 테니, 간단히 말하겠습니다. 우리는 당장 표물을 되찾고, 황보세가를 도와주러 갈 겁니다. 그렇게 알고 준비하세요.”
너무 단호한 말투에 회의장은 술렁거렸다. 조장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물었다.
“외람되지만, 소문주님. 저도 당연히 표물을 되찾고, 황보세가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리상으로 상당한 먼 곳에 있으며, 상대는 일반 산적이 아니라 녹림십팔채입니다. 상당한 희생이 뒤따를 수 있습니다. 차라리 며칠만 기다려보고, 문주님이 오시면 그때 도와주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운평은 고개를 저었다.
“문주님이 내일 올 수도 있지만, 일 년 뒤에 올 수도 있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요. 다소 희생이 따르더라도 우리가 먼저 가서 대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운이 좋아 문주님이 오신다면, 하늘을 날아와서 금방 도와주시겠죠.”
다른 이들도 물었다.
“지원대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생각하십니까?”
“혹시 직접 가실 건가요?”
이번에도 하운평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저는 당연히 갈 겁니다. 그리고 총당주와 무적원의 당주들, 표물원주와 표물원의 당주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고수들을 데리고 가려고 합니다. 단 일류 고수 이상만 선별해서요.”
“다른 일을 하고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은요?”
“그런 사람들은 제외입니다.”
“본단을 지켜야 하는 고수들은요?”
“그분들은 선별하세요. 같이 갈 겁니다.”
그러자 의문을 표했다.
“그럼 본단이 텅 비게 되는데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본단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열두존자 일인이신 빙하선녀께서 계시니까요?”
반모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차라리 빙하선녀님께 같이 가달라고 부탁을 해볼까요? 제가 부탁하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아닙니다. 그분은 무적문의 일원이 아니라, 손님으로 와계신 분입니다. 본단이 위험할 때 도움을 청할 수는 있지만, 무적문의 일로 데려갈 수는 없습니다. 선은 정확히 지키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하운평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모두 대답해 주었다. 그리고 모두가 납득하자 그들에게 말했다.
“표국은 물건을 운반하는 곳이고, 표사는 물건을 끝까지 가져다 줄 책임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표국을 운영할 필요가 없지요. 그리고 황보세가는 우리와 계약을 맺은 우호세력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만약 우리가 이번에 그들을 저버린다면, 앞으로 누가 우리와 거래하려 하겠습니까?”
그리고 자신 있게 말했다.
“모두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표국 일을 시작할 때부터 녹림과 부딪칠 것을 예상했었고, 모든 것은 준비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큰 피해 없이 이길 것이며, 무적문의 힘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강합니다.”
너무 확신에 차서 말하자 무적문의 무사들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겼다.
그날 저녁, 하운평은 절정고수 일곱 명과 일류고수 오십 명을 선별하여 산동성으로 출발했다.
* * *
산동(山東)지방에는 산이 많아 예로부터 호한(好漢)이나 산적이 많았다. 그러한 배경 때문에 정파보다는 사파 위주로 문파가 형성되었고, 전통적으로 사파가 많은 곳이었다.
그런 와중에 태산(泰山)의 부근에 정파의 무학세가(武學世家)가 생겨났으니, 바로 황보세가(皇甫世家)였다.
황보세가 사람들은 대체로 체구가 크고 신력(神力)을 타고나는 편이다. 그럼에도 예의가 바르고 호협(豪俠)한 기상을 가지고 있었다.
삼백 년 전, 그들이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 때는 산동성 전역에 위상을 떨쳤었다. 무림 오대세가에 속했으며, 권법이라 하면 황보세가를 먼저 떠올릴 정도였다.
또 그들은 성격이 시원했으며,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발 벗고 나서 도와주었다. 때문에 누구나 그들을 좋아하고 존경했었다.
하나 안타깝게도 세월이 지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황보세가는 그런 성격 때문에 망하기 직전까지 퇴보했다.
남을 도와줄 때 가진 돈을 전부 털어서 빌려주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하지만 돌려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불의에 맞서 먼저 나서다 보니 죽는 일이 허다했다. 고수들이 밖으로 나가서 돌아오지 못하니, 자연히 무공도 유실되었다.
돈도 없고, 무공도 사라지니 세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지금은 중소문파만큼 작아져 버렸다. 과거의 영화는 전부 사라졌다.
그들이 지닌 사업체도 황보표국이 유일했는데, 이번에 녹림이 끼어들면서 그것도 망하게 생겼다. 그래서 황보세가에서도 연이어서 회의를 열었다.
이곳은 황보세가의 대의전.
가주인 황보주를 비롯하여 수뇌부들이 모여 있었다. 침중한 분위기 속에 황보주가 입을 열었다.
“무적문에게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들은 도와주겠다고 했었지만 그중에는 권왕은 없다. 그리고 도와주러 오는 숫자는 겨우 오십여 명뿐. 맞느냐?”
“네에. 가주님.”
대답하는 이는 황보자룡이었고, 황보주의 큰아들이었다. 그는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번에 무적문과 연계하여, 표국을 키우려는 계획은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황보세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방식은 바꾸어야 된다고 주장했고, 집안 어르신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번 일을 추진했었다.
처음 몇 번은 성과가 있어서 잘했다고 칭찬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번 일이 터지면서 그의 입장은 무척 난처해졌다.
세가의 무사들이 스무 명이나 죽었고, 열 명이 크게 다쳤다. 당연히 복수를 해야 하고, 표물을 찾기 위해 녹림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무적문의 권왕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받은 전서구에는 권왕은 지금 무적문에 없으며 도와주러 오기 힘들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황보자룡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무적문의 소문주가 직접 고수들을 데리고 온다고 하니까…….”
“형님도 답답하십니다. 무적문의 소문주라면, 아직 약관도 안 된 애송이 아닙니까? 게다가 겨우 오십 명이 온다고 하면, 보나 마나 절정고수 한두 명 끼어 있고, 일류고수 열 명쯤, 나머지는 이삼류로 채워져 있겠죠. 그 정도 전력이면 녹림의 산채 하나도 감당하지 못합니다.”
황보자룡의 말을 끊는 이는 황보자벽이었다. 그는 가주의 둘째 아들로 전형적인 황보세가의 무인이었다. 아버지를 닮아 체구가 크고 우람했다. 무공의 재능도 뛰어나서 이립에 벌써 절정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큰아들인 황보자룡는 어머니를 닮아 마르고, 키가 작은 편이었다. 무공도 겨우 일류 수준이었다.
때문에 몇몇 장로들은 소가주의 자리를 둘째인 황보자벽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일 때문에 그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황보자룡이 간신히 대답했다.
“물론 일반적으로 그런 구성으로 일행을 꾸리긴 하지. 하지만 전서구에는 분명 적혀 있었다. 절정고수 일곱 명과 일류고수 오십 명이 온다고…….”
“하하. 무적문에 그런 전력이 있다고요? 겨우 몇 년 전에 개파한 문파입니다. 권왕의 위명 때문에 유지되고 있을 뿐, 절정고수가 일곱 명이나 있을 리 없어요.”
황보자벽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사실 황보자룡 자신도 서신의 내용을 다 믿지 않기 때문이다. 일류고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절정 고수가 일곱 명이라니.
그 정도면 대문파는 아니더라도 중견 문파급은 되었다.
참고로, 황보세가는 절정 고수가 세 명이 전부였다. 그리고 녹림에도 각 산채에 절정고수 두세 명이 있으니, 십팔채 다 합치면 오십 명쯤 되었다.
황보주가 입을 열었다.
“자벽아. 비난만 하지 말고, 네 생각은 말해보거라. 너는 어떡하면 좋겠느냐?”
“황보세가답게 행동해야죠. 무적문 따위에게 기대지 않고, 우리끼리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우리끼리 복수를 하자?”
“네. 피는 피로써 갚아야 하니까요.”
황보주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 역시 저 녀석은 녹림을 우습게 보고 있구나.’
녹림십팔채는 일반적인 산적이 아니었다.
총채주 단하림은 수완이 뛰어난 자로 오래전부터 사파의 고수들을 영입해 왔었다. 그중에는 오래전 사라졌던 전대의 거마들도 있었고, 그들의 힘을 모으면 구대문파와 비슷하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둘째 아들은 그런 주변 상황을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무공만 생각할 뿐이다.
황보주는 다른 이들에게도 의견을 구했다. 장로와 총관, 각 당주들이 중구난방으로 소리쳤다.
“무림맹에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천포들이 여기까지 와서 중재를 서준다면 잃어버린 표물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죽은 형제들의 복수는요? 무림맹은 오면 분명 화해를 조장할 테고, 복수는 영원히 물 건너갈 겁니다.”
“군자의 복수는 십 년이 지나도 늦지 않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물러서고 힘을 길러야 할 때입니다.”
“과연 우리가 그 십 년을 기다릴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무인들이 황보세가를 우습게 보고 비웃을 텐데요.”
“비웃으라 하지요.”
“맞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무서워, 무작정 복수할 수는 없잖습니까? 자칫 멸문할 수도 있는데요.”
“아니, 산적 따위 때문에 멸문까지 간다고요?”
“녹림이 그냥 산채입니까? 녹림십팔채와 싸워서 멸문한 문파를 세어보세요. 최근 삼 년 동안 열 곳이 넘습니다. 그들은 시비거리를 찾고 있다고요.”
“그래서 비겁자로 살자는 겁니까? 조상님들께 부끄럽지 않으세요?”
“아니, 그것보다 며칠 전, 녹림에게 죽은 가족들에게는 뭐라고 합니까? 장로님께서 그들에게 가서 직접 말씀해 보시지요. 지금은 참아야 할 때라고요?”
“아니, 지금 그들 얘기가 왜 나옵니까?”
“그래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죠. 감정에 휩싸이지 말고요.”
너무 많은 목소리가 나오니, 의견을 모으기 힘들었다. 황보주의 한숨이 더욱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