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6
너의 초식이 보여 16화
하나 더 가르쳐 볼까(2)
권왕은 하운평의 대주천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물었다.
“너, 기운이 넘치지?”
“네. 너무 과해서 무서울 정도로요. 갑자기 왜 이러죠?”
“좋은 무공을 바르게 수련했으니까.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하나만 더 가르쳐 주마.”
“제 구배권법을 고치는 건가요?”
“그건 최소 반나절은 걸려. 그것보다 옷부터 갈아입어라. 냄새난다.”
“어어, 내 옷이 왜 이렇지?
하운평은 의아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였다. 그만큼 몸에 활기가 넘치고 기분이 좋았다.
새 옷으로 갈아입자마자, 파해천은 하운평이 데리고 멀리 날아갔다. 산봉우리 하나를 넘은 것 같았고, 한적하고 바닥이 평평한 부지에 착지했다.
십 장이 넘는 커다란 절벽 아래였다.
파해천이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 줄 무공은 ‘소천포’라는 것이다. 일양신공과 어울릴 것 같아서 특별히 전수해 주는 것이니 잘 배워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소천포’는 파해천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성명절기 중 하나였다.
당금 천하에서 가장 폭발적이고, 파괴력 있는 무공으로 알려졌고, 권왕은 이것으로 산을 하나 무너뜨린 적도 있었다.
또 요령만 알면 권이나 장법, 퇴법으로도 써먹을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익히는 방법이 너무 까다로웠다. 권왕이 수십 명에게 가르쳤지만, 전부 실패했었다.
“원리는 간단해. 단순한 주먹질도 그냥 지르는 것보다 약간의 회전만 가미하면 파괴력이 커진다. 그걸 응용해서 내공을 몸속에서부터 회전시키는 거야. 그럼 몸 밖으로 나오는 기가 강화될 테고, 여기서 압축까지 하면서 더욱 단단하고, 세게 만드는 거지. 이해했지?”
“…….”
“그러니까 내 말은 그냥 때리는 것보다 주먹을 돌리면서 때리면 더 아프잖아. 거기에 중지를 구부려서 타격점을 모아서 내리치면 훨씬 더 아프다는 뜻이야.”
“으음. 원리는 알겠는데요. 몸속에서 내공을 어떻게 회전시키는지……?”
“그게 바로 무림인들이 착각하고 있는 부분이야. 내공을 하단전에 고정되어 있다는 건, 고정관념인데, 그걸 이해하지 못하거든. 그걸 깨뜨리지 않는 한…….”
그렇게 장황하게 이 각 동안 설명했다.
내용이 점점 산으로 흘러갔고, 요점이 빗나가고 있었다. 하운평은 하품이 나왔다.
‘하암. 제자가 없는 이유를 알겠군.’
그래도 무공은 전적으로 그에게 맡기기로 했다. 약속한 것이 있으니, 아무 말 않고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럼 기본 원리는 여기까지 하고, 일단 구결을 알려주마. 그리고 내가 네 몸속에서 내공을 회전시켜 줄 테니까 잘 기억해라.”
“네에. 네.”
구결 외우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에 손을 얹고 내공을 회전시키는 순간, 갑자기 하운평이 손을 들었다.
그리고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우웨에에엑.
어젯밤 먹은 술과 음식들이 모조리 올라왔다. 그제야 권왕은 처음 배울 때의 부작용을 기억해 냈다.
“아, 깜박했네.”
하운평은 쓰린 배를 부여잡고,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욕을 떠올렸다.
그런데 권왕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하운평은 크게 소리쳤다.
“으으으아악. 자, 잠시만요.”
‘내공의 회전은커녕, 그냥 뱃속을 비트는 기분인데, 뭘 하는 거야?’
하지만 권왕은 무작정 하운평의 머리를 붙잡았다.
“야. 말하지 말고, 조금만 참아 봐. 이게 원리만 알면 정말 쉽다니까.”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잠시만요. 조금만 쉬었다 할게요.”
“쉬면 더 힘들어. 그냥 일단 해봐.”
어떻게 했는지, 하운평은 꼼짝하지 못했다. 그리고 권왕은 강제로 내공을 돌렸다.
하운평은 오장육부가 비틀어지는 고통을 느꼈고, 죽을힘을 다해 권왕의 의도를 파악하려 애썼다.
‘으악. 도대체 뭐야! 뭘 하고 싶은 거야!’
솔직히 능력을 얻은 후에, 이렇게까지 상대의 생각을 읽으려 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일각쯤 지났을까?
파해천은 하운평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내공의 흐름이, 정확히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약하지만, 하운평의 내공이 회전하는 것이 느껴졌다.
파해천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정말 이것도 해버리네.”
권왕이 처음 제자를 모집할 당시, 수백 명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일 년을 버틴 이는 단 네 명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소천포를 익히는 녀석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하운평이 단 일각 만에 원리를 깨우친 것이다. 권왕은 이 일이 너무나 신기했다.
잠시 후, 파해천은 하운평에게 소천포를 사용하는 방법이나 요령 등을 굉장히 상세히 가르쳤다. 하운평은 반쪽이 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음. 알겠어요. 천천히 해볼 테니까. 일단 진정하시고, 제발 좀 앉아 계세요.”
‘그래. 걷지도 못하는데, 뛸 수는 없는 노릇이지.’
파해천은 그걸 생각하면서 고갤 끄덕였다. 하지만 이미 흥분상태라서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일단 내가 시범을 보이마. 이걸 머릿속에 두면, 수련할 때 효과가 있을 거야.”
파해천은 양발을 어깨 넓이로 벌리고, 살짝 무릎을 구부렸다.
그리고 양팔을 앞으로 내밀면서 소천포를 운공했다.
순식간에 내공을 열 바퀴, 즉 십 단계로 회전시켰다. 동시에 반보 앞으로 나서면서 한 손을 뒤로 당긴다. 그리고 다른 손은 주먹을 쥐고 앞으로 뻗었다.
단순한 정권 지르기였다.
하지만 위력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우르르르.
마치 천둥이 치는 것 같았고, 주먹에서 거대한 태풍이 튀어나가는 것 같았다.
강렬한 회전은 세상을 집어삼킬 듯, 주변의 것을 빨아 당겼고, 가운데로 집약된 힘은 모든 걸 파괴해 버렸다.
파스스스. 콰콰쾅.
바닥에는 반원 모양으로 땅이 파였고, 눈앞에 있던 절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 거대한 절벽 가운데, 파란 하늘이 보였다.
‘이럴 수가.’
하운평은 그걸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천포가 가미된 정권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 * *
하운평은 그 후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소운포를 수련했다.
권왕이 내지른 정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당시 권왕의 생각과 심득, 마음가짐 등에 동화되었고, 거의 한 시진 동안 조금도 쉬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성과를 얻었다. 소천포를 주먹으로 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와. 권왕님 보셨어요? 보셨냐고요!”
하운평은 기뻐서 펄쩍펄쩍 뛰었다. 눈앞에는 큰 나무가 반쯤 부러져 있었고, 소천포의 위력이었다.
하지만 권왕은 없었다.
찾아보니 바닥에 글이 적혀 있었고, 죽은 토끼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천막에 갔다 오겠다. 배고프면 토끼고기 먹고, 열심히 연습하거라. 나중에 확인할 테니까 게으름 피우지 말고.]짧고, 딱딱한 문장이다.
하지만 토끼고기도 준비하고 적당한 압박까지 하면서, 고심해서 적은 것 같았다.
“쳇. 피곤한데.”
하운평은 투덜거리면서도 열심히 소천포를 수련했다.
꼭 권왕 때문이 아니라, 점점 무공을 익히는 재미를 알아갔다.
그리고, 다시 한 시진이 지났을 때는 나무를 한 방에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도 가능했다. 소천포는 꼭 주먹이 아니어도 쓸 수 있었고, 하운평은 쓸 만한 초식을 한 가지 알았다.
“하압. 철산고!”
이제는 익숙해진 능파미보에 이어 철산고를 시전하면서 소천포를 가미했다.
그러자 양팔로 잡을 수 없을 만큼 큰 나무였는데, 어깨가 부딪치는 순간, 뒤로 크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졌다.
쿠우웅.
“히야. 내가 한 거 맞나?”
본인이 해놓고도 믿기 힘들 정도였다. 그냥 철산고를 시전할 때보다 다섯 배는 세진 것 같다.
‘내공을 겨우 한 번 돌렸는데, 이 정도라니……. 나중에 십 단계까지 돌리면 얼마나 강해지는 걸까?’
의문과 동시에 기대가 생겼다.
하운평은 미소를 지으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시 소천포를 연습했다.
* * *
어느덧 해가 지려 했다.
나는 내공이 바닥날 때까지 수련했고, 다시 일양신공을 소주천하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권왕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무슨 일이 생겼나?
조금 후면, 완전히 어두워질 테고, 여기서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나는 잠깐 고민했고, 결정을 내렸다.
그냥 천막으로 가야겠다.
혹시라도 길이 엇갈릴 수 있으니, 권왕이 남긴 글 밑에 짧은 글을 남겼다.
‘기다리다 천막으로 돌아갑니다.’
으음. 대략 이쪽 방향이었지?
처음 이곳에 도착할 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방향을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달리면서 나의 잘못을 깨달았다.
제길. 경공부터 가르쳐달라고 할걸.
능파미보는 짧은 거리에 어울리는 보법이었다. 먼 거리에는 사용할 수 없었고, 나는 투덜거리면서 열심히 뛰어갔다.
* * *
정확히 한 사진 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 겨우 도착했네.”
다행히 방향을 잘 잡았고, 눈앞에 천막들이 보였다.
권왕의 경공이 확실히 대단했다.
새벽에 갈 때는 반 각도 안 되었는데, 돌아올 때는 한 시진이나 걸렸다.
그나마 일양신공으로 체력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진즉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천막을 둘러싼 울타리에 다가갔고 입구를 지키는 사람을 만났다.
다행히 안면이 있는 팔극진문의 무사였다. 그리고 그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고, 왜 권왕이 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낮에 검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전부 비잔신투의 동굴로 향했고, 지금쯤 만년한철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거라고 했다.
어쩐지 이곳에 사람들이 없는 것 같더라니.
나는 인사를 하고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검성이 내 미인검을 사용하는 건가?
젠장.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열 받네.
잠깐 와서 나를 데려갈 수도 있었잖아. 나도 그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은데.
나는 투덜거리면서 천막으로 향했다.
모르겠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나중에 일이 끝나고 구경이나 가자.
솔직히 지금은 많이 피곤했다.
의도치 않게 하루 종일 수련했고, 여기까지 달려왔으니까.
먼지와 땀 냄새에 찌들었고, 씻고 자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우와아아. 대단하다.”
“역시 검성의 제자답네.”
그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십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두 사람이 비무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침 가는 방향이라 자연스레 그쪽을 바라보았다.
휘리릭.
쉬익. 쉭.
눈에 띄는 건 내 또래의 남자아이였다.
나이는 열두 살 전후로 보였고, 키와 체구는 나와 비슷했다.
다만 눈처럼 하얀 백색 비단옷을 입고, 하얀 머리띠와 당혜 등이 전혀 달랐다.
게다가 녀석은 자신의 키만큼이나 긴 진검을 들고, 멋들어지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는 팔극진문의 무사였다.
손에 권갑을 끼고, 아이를 상대로 땀을 흘리며 싸우고 있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저 아이가 검성의 제자 같았다.
그런데 왜 싸우는 거지?
내가 만약 팔극진문의 무사라면 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다.
지면 쪽팔릴 일이고, 이겨도 이득 볼 게 없었다.
됐어. 관두자. 내가 무슨 상관이야.
잠이나 자러 가야지.
“네가 하운평이지?”
응?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렸고,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아이 하나가 그루터기 위에 서 있었고,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뭐가 저렇게 예뻐?
아이는 나보다 키가 컸고, 나이도 나보다 많아 보였다.
최소 열다섯 살쯤으로 보였고, 너무나 예뻤다.
눈은 별빛처럼 반짝였고, 코는 오똑 했다. 그리고 입술은 피처럼 붉었다.
또 피부는 저기 보이는 백색비단보다 매끄럽고, 하얗다.
내가 지금까지 본 여자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