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64
너의 초식이 보여 164화
무적문과 녹림십팔채(3)
본인이 강해졌다는 생각에 하운평은 살짝 흥분했다.
대악사왕 두 사람을 마주쳤고, 역시 그들의 초식도 보였다.
둘 다 강하지만, 구 척 거한만큼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더 쉽게, 한눈에 다섯 초식 정도는 미리 알 수 있었다.
쉬익. 쉭.
쉭.
퍼억.
쿠웅.
그들의 초식은 쉽게 피하면서 위력적인 반격을 선보였다.
그러자 그들은 노회한 고수답게 벌써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초식을 중도에서 바꾸면서 변칙적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변칙적인 초식도 몇 번 보다 보니 파악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그들이 움직이려는 지점에 미리 여의구의 힘을 짧게 쏟아냈다.
우우우웅.
두 명이 겹치는 순간이었고, 피하기에는 너무 빨랐다. 전력을 다해 막으려 했지만, 그것조차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검의 날을 뚫고, 두 명의 가슴과 허리를 각각 구멍을 만들었다.
“커헉.”
“마, 말도 안 되는…….”
털썩.
털썩.
전대의 거마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약관도 안된 어린 소년 무사에게, 세 명씩이나.
하운평은 그들의 목숨을 끊으면서 마무리했고, 안색은 파리한 것이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지금 그가 보인 무위는 믿기 힘들 정도로 굉장했다. 특히 같은 편인 무적문의 무사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우아아아.”
“소문주님. 최곱니다!!”
사기가 최고조로 올라갔다. 하운평은 기회다 싶어 그들에게 소리쳤다.
“저 산적들에게 알려줍시다. 감히 누구의 물건을 건드렸고, 앞으로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와아아아.”
“무적문! 무적문!”
그들은 무적문을 외치며 산적들에게 달려들었다. 지친 것도, 아픈 것도 잊고 검을 휘둘렀다.
반면 산적들은 사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이번 싸움은 예정대로 무적문의 승리로 마무리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선물까지 얻었다.
대악사왕을 쓰러뜨렸다는 위명과 무적문의 단합이었다.
모두 아무도 믿지 못할 승리에 자축했고,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자신들이 다친 지도 모를 정도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피해는 막급했다.
예상보다 죽거나 다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운평은 호병안에게 물었다.
“부상이 가볍고, 싸울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죠?”
“절정 고수는 저와 반모란 당주, 그리고 하 공자님까지 세 명이고, 일류 고수는 스물한 명뿐입니다.”
“좋아요. 그럼 그들만 남기고, 다른 사람들은 근처 의원에서 치료를 하고, 집으로 돌려보내세요.”
호병안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만, 설마 남은 인원으로 계속 싸우실 겁니까?”
“네.”
“하지만 난포채는 아직 백여 명이나 남았습니다. 대부분 정예들이고, 주평채는 멀쩡하고요. 우리끼리 싸우는 건 무리입니다.”
“누가 우리끼리 싸운다고 했나요?”
하운평은 빙그레 웃으며 짧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제부터는 우리만 싸우지 않을 겁니다. 어려운 부분은 끝났고, 이제 쉬운 것만 남았어요.”
하지만 호병안이 생각하기에는 그 반대였다. 이제부터 더 어려운 일뿐이었다.
녹림십팔채 중에서 이제 겨우 두 개의 산채를 무너뜨렸다. 남은 십육채에서 가만 있지 않을 것이고, 권왕이 돌아오지 않는 한 그들을 막아내는 건 힘들었다.
‘물론 하 공자님의 무공이 생각보다 뛰어나긴 하지만, 난포채와 주평채, 그 외 다른 녹림 무리까지……. 어쩌실 생각이지?’
호병안뿐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두가 가진 의문이었다.
* * *
무적문은 근처 객잔에 자리를 잡고, 긴 휴식을 취했다.
먼저 다치고, 아픈 사람들은 치료를 하고 무적문으로 돌려보냈다. 배를 통째로 빌려 편안하게 갈 수 있게 마련해 주었고, 돈도 넉넉히 챙겨서 불편한 것이 없도록 챙겼다.
그리고 앞으로 싸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편의를 봐주었다.
삼 일 동안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몸에 좋은 음식과 영약을 제공했다.
푹 쉬어서 좋긴 하지만, 사실 황보자룡이 살짝 불안했다.
‘난포채의 정예들이 지금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안 하는 무적문이 불안했고, 결국 하운평을 찾아갔다. 그러자 그는 여유롭게 말했다.
“이미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 편안하게 쉬세요. 맛있는 것 먹고, 푹 자고, 저희가 가지고 온 영약도 드릴게요.”
“아. 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일단의 무리들이 하운평을 찾아오면서 의문이 풀렸다.
마침 옆에 있는 반모란에게 물으니, 그녀는 저들이 ‘무영문’이라고 말했다.
‘그렇구나. 무영문의 도움으로 난포채의 무리들을 감시하고 있었구나.’
의문이 풀렸고,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하운평이 의뢰한 것은 그렇게 간단한 것들이 아니었다. 몇 가지나 있었고, 전부 까다롭고 어려운 것들이었다.
마침 무영문의 사람들이 요청한 의뢰에 대해 하나씩 보고하는 중이었다.
“먼저 난포채 정예들의 위치를 알려드리면, 이곳에서 이틀 거리에 있는 진한강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습하기 좋은 위치는 여기서 십 리 거리에 있는 봉두계곡을 추천드립니다.”
그곳의 위치와 지리, 효과적인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필요한 물건도 가져오셨죠?”
“물론입니다. 요청하신 폭약과 진천소뢰를 가져왔으니 확인해 보시지요.”
커다란 상자를 내밀었다.
하운평은 난포채의 산적들과 정정당당하게 싸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폭약으로 함정을 팔 생각이고, 어떤 피해도 없이 간단하고 효과적으로 이기려 했다.
“그리고 말씀해 주신 삼백서른두 곳으로 전문을 모두 보냈습니다. 꽤 많았지만, 성공적으로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또 녹림의 두 산채가 무너졌다는 소문도 최대한 빨리 퍼뜨리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비용은 그때와 같이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산채에 가셔서 전부 챙겨 가시면 됩니다.”
“넵. 감사합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그들이 떠나고, 잠시 후, 황보자룡과 황보자벽이 하운평을 찾아왔다. 황보자룡이 말했다.
“이제 보니 무영문에게서 정보를 사신 거였군요. 대단합니다. 사실 저희는 같은 산동성에 있지만, 그들과 연이 끊긴 지 오십 년이 넘었거든요.”
“다음 기회가 제가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저는 무영문의 다른 지부와 친분이 있어서 산동성의 무영문을 빠르게 이용할 수 있었거든요.”
“아닙니다. 무영문을 이용하는데 비용이 비싸다고 들어서요. 무적문의 재력이 부러울 뿐입니다.”
“하하하. 아닙니다. 이번 일에 저는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번 일로 황보세가의 일도 한두 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네에? 어떻게요?”
“녹림의 무리들이 생각보다 모은 재물이 많더군요.”
하운평의 엉뚱한 말에 잠깐 생각했고, 황보자룡은 곧 그의 말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고흥채와 난포채의 재물들을 저들에게 준 거군요.”
“맞습니다. 어차피 우리 인원으로는 그 재물들을 챙기기는 힘들고, 그렇다고 버리기는 아까우니까요. 그 모든 재물을 무영문에서 챙겨갈 수 있게 두었으니, 몇 가지 일은 공짜로 해줄 겁니다.”
생각해 보니 무적문의 입장에서는 녹림의 재물도 가져가고, 무영문의 정보력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황보자룡은 크게 감탄했다.
‘생각을 전환하여 이렇게 이용하다니, 대단하구나.’
“그리고 내일 무영문에서 알려준 곳으로 가서 함정을 팔 겁니다. 같이 가셔서 난포채 놈들을 같이 무너뜨리죠?”
“알겠습니다.”
그때 황보자벽이 옆에서 물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주평채군요?”
“맞습니다.”
그러자 그는 다소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행히 무적문께서 활약해 주신 덕에 다행히 고흥채와 난포채 놈들은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평채는 제일 큰 곳이고, 반대로 무적문은 인원들이 크게 줄었습니다. 물론 하 공자님의 무공이 대단하고, 저희 황보세가도 돕겠지만……. 저희들만으로는 어렵지 않을까요?”
“하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난포채를 처리하고, 주평산으로 갈 때쯤에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겁니다.”
“네에?”
그리고 정확히 열흘하고도 나흘 뒤, 하운평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먼저 난포채 산적들과 싸웠었다.
아니, 그건 싸운 것이 아니라 처절한 응징이었다. 봉두계곡 아래를 지나갈 때, 계곡 위에서 폭약을 터뜨렸다. 커다란 바위가 아래로 떨어졌고, 피해서 올라오는 놈들은 활과 석궁, 각종 암기로 공격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산적들은 직접 내려가서 끝까지 죽였다. 역시 후환을 남기지 않았었다.
생각보다 간단했고, 피해도 없었다. 죽는 이는 물론 다친 이도 거의 없었다.
그 후에 주평채가 있는 주평산으로 돌아갔다.
최대한 쉬면서 천천히 이동했는데, 정확히 주평산 옆에 있는 인정산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황보세가가 먼저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산동성에 있는 각종 문파와 표국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크고 작은 표국들이 유난히 많이 모였고, 사람 수로 따지면 삼백 명이 넘었다.
이유를 알아보니, 하운평이 무영문을 통해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부조리가 있습니다만, 그중 우리 표국들이 산적에게 겪는 일은 참으로 억울합니다. 너무 화가 나고, 답답하지만, 가슴을 칠 수 밖에 없지요.우리들은 물건을 안전하게 배송해 주고 돈을 버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합당하고 정당한 방법으로 목숨을 걸고 대가를 받는 거지요.
그런데 녹림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산에 가만히 있으면서 지나가는 행인의 돈을 강제로 뺏고 있습니다. 산이 누구의 것도 아닌데, 통행세 명목으로 돈을 내라고 하지요. 그게 어느 나라 법입니까? 그리고 왜 우리가 그들에게 돈을 줘야 합니까? 억울하지 않습니까?
그동안 너무나도 당당히 돈을 갈취하고 있고, 우리는 뻔히 알면서도 억울하게 당하고 있었습니다.
산적들은 힘을 합쳐서 녹림이란 거대한 힘을 만들어 냈었으니까요.
하지만 더 이상은 이러지 않아도 됩니다. 이런 악습을 막을 기회가 왔습니다. 산적들이 모여서 힘을 만들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표국도 뭉쳐서 힘을 냅시다. 그리고 녹림이란 도적에게 본때를 보여줍시다. 앞으로 우리 돈을 공짜로 가져갈 수 없도록 아주 약간의 힘만 보태 주시면 됩니다.
이제 녹림을 밟아버리고,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을 때입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표국을 힘을 보여줄 차례입니다.]
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였고,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녹림은 거대했고, 감히 싸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 중에 소문이 들려왔다.
이 전문을 보낸 무적문이 녹림의 십팔채 중, 두 개의 산채를 혼자서 무너뜨렸다.
그것도 권왕의 도움 없이.
그 소문은 일파만파가 되어 무림에 퍼졌고, 각 지역에 있는 표국들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녹림에게 당한 문파와 표국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은 녹림에 큰 원한이 있었고, 그들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분위기에 휩쓸려 진짜 힘 있는 표국들도 하나둘 들고 일어섰다.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다.
녹림이 산채가 열여덟 개나 있지만, 대륙 전역에 깔려 있었다. 산동성에 세 개가 몰려 있을 뿐, 각 성마다 하나 혹은 두 개가 전부였다.
각 성에 있는 표국과 문파들이 모이면, 그 수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미 그걸 알고 있지만, 기회가 없어서 참았을 뿐이다.
이번에 기회가 생겼고, 표국들은 힘을 모았다. 녹림이란 거대한 문파에 반기를 들었다. 각자의 성에 위치한 산채를 습격했고, 녹림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어떤 곳은 끝장날 때까지 싸웠고, 어떤 곳은 산채를 버리고 도망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했다. 이제 더 이상 녹림은 예전만큼 위세를 떨치지 못한다. 또 그들의 힘은 십 분의 일로 줄어들 것이다.
그건 주평채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이 모든 일의 근원인 단조혁은 제일 먼저 도망쳤다. 그리고 주평채의 감충채주도 모여드는 표국의 수를 보고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표국의 수가 더 많아지기 때문이다.
차라리 황보세가처럼 나중을 위해 도망치자고 결정했다. 그래서 도망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그들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주평채에서 오십 장이 떨어진 곳에서 주평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주평채 안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