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66
너의 초식이 보여 166화
천음신공의 부작용(1)
골짜기 아래는 용담호혈(龙潭虎穴)이었다.
녹림의 절정 고수들이 열다섯 명이나 포진해 있고, 그들은 하나같이 나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내가 아래로 내려가자, 웬 떡이냐 좋아하면서도 혹시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단하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는 그의 의심을 풀어주었다.
“너는 내가 대악사왕을 죽였다는 걸 여전히 못 믿겠지. 이렇게 하자. 우리 둘이 겨루어서, 네가 만약 십 초식 내에 내 몸을 스치기라도 한다면, 내 목을 내밀겠다.”
“……너 미쳤냐?”
“하지만 그 십 초를 내가 모두 피한다면, 너는 내가 말한 대로 하는 거야. 어떠냐?”
“크흐흐흐. 이거 완전히 정신 나간 놈일세. 내가 누군지 몰라? 나는 일인 군대라 불리는 단하림이다. 그런 나에게 그따위 제안을 해?”
나는 대답 대신 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계집애처럼 그만 중얼거리고, 빨리 덤벼.”
“계집……? 오냐. 평생 집에서 쉬게 해주마.”
그는 계집 같다는 말은 굉장히 싫어했다. 그걸 알기에 도발했고, 단하림은 간단히 말려들었다.
어느새 팔십 근에 해당하는 철부 두 개를 들고 다가왔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기세로 휘둘렀다.
“대룡적부. 이칠산기.”
거대한 산을 쪼개 버릴 정도로 파괴력 있는 초식이었다. 스치기라도 하면 피부가 갈라지고, 몸이 흔들릴 정도로 휘몰아쳤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 몸이 스쳐야 효과가 있을 텐데, 나는 한 뼘이 넘을 정도로 여유롭게 피했다.
현재 여의구의 능력만 봉인되었을 뿐, 천음신공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하얀 궤적이 점점 길어지면서 그가 사용할 초식들이 보였다.
하나, 둘……. 세 개의 초식까지 보이면서 몸을 미리 피할 수 있었다.
휘익. 휙.
과연 단하림의 실력은 허세가 아닌 듯, 대악사왕의 막내와 비슷한 실력이었다. 하지만 나는 피하는 것에만 집중했고, 십 초식 정도는 우습게 피해 버렸다.
십수 명이 넘는 고수들이 눈으로 보았고, 내 실력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리고 정확히 십 초식이 넘자, 단하림은 도끼를 멈추었다.
쿠웅.
그는 도끼를 신경질 나듯 던졌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았다.
“넌 정체가 뭐냐? 어떻게 한 거지?”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무적문의 소문주, 권왕의 수제자, 하운평이다. 어떻게 한 거냐고? 간단하잖아. 내가 강한 거지.”
정말 허세 가득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먹혔다. 여기서 제일 강한 총표파자의 공격을 맨몸으로 피했고, 대악사왕을 셋이나 죽인 걸 알고 있으니까.
단하림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약속했다.
* * *
녹림의 무리들이 떠날 때 한 가지만 요구했다.
앞으로 삼십 년 동안 무적문은 건들지 않겠다. 하지만 그 약속을 다른 표국에는 알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러리라 약속했고, 실제로 다른 문파나 표국에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무적문의 간부들에게는 전했고, 은밀히 속삭였다.
“몇 달 후에는 우리와 거래하는 곳에는 은밀히 퍼뜨리세요. 녹림이 우리 무적문은 공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요. 우리 표국 일에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보세가에게 말했다.
곧바로 무적문으로 돌아가겠다고.
황보주를 비롯하여 산서성의 다른 표국주들이 나를 붙잡았다. 하지만 다쳐서 휴식이 필요하다며 핑계를 대면서 서둘러 떠났다.
떠나기 직전, 황보자룡이 끝까지 따라왔다.
“정말 큰 도움을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요. 앞으로 저희 무적문과 황보세가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했으면 합니다.”
“당연하지요. 저어, 그런데 하나만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사실, 며칠 전 주평채와 싸운 날 저녁에 우연히 봤습니다. 하 공자님이 인질로 붙잡은 단조혁을 데리고 어디로 가는 모습을요. 그가 탈출했다는 건 거짓말이죠? 일부러 풀어주신 거죠?”
“……맞습니다.”
“물론 그를 붙잡은 사람이 하 공자님이시니, 풀어줘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단조혁은 이번 일의 원흉입니다. 그놈 때문에 황보세가의 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왜 그를 풀어주셨습니까?”
황보자룡의 눈에는 분노와 억울함이 엿보였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그는 분명한 악인입니다. 당연히 벌을 받아야죠. 제가 모든 걸 알려드릴 수는 없지만, 분명히 단조혁은 그 벌을 받았습니다. 녹림의 품으로 돌아간 건 맞지만, 정상이 아니며, 앞으로 굉장히 큰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약속드리죠.”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고, 황보자룡은 의아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믿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리고 몇 년 후, 내 말이 맞다는 걸 증명했다. 단조혁은 녹림의 한 곳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능력으로 단조혁의 머릿속에 강력한 금제를 심어놓았다. 그는 절대 살인을 할 수 없었고, 한 방울의 피만 봐도 구토가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남을 괴롭히거나 욕을 할 때마다 머리가 아파오는 제약을 걸었다.
강제로 착한 사람으로 만들었으니, 그의 성격상 죽을 정도로 괴로웠을 것이다.
* * *
우리가 무적문으로 돌아갈 때는 역시 큰 배를 빌려서 편안하게 이동했다.
다친 수하들을 위한 배려이기도 했지만, 사실 나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번 일로 인해 천음신공의 능력에 대해 크게 감탄했고, 그래서 욕심이 생겼다. 천음신공을 더욱 공부하고 싶어졌고, 맨 아래쪽 선실 중 가장 큰 곳을 빌렸다.
그리고 온종일 수련에만 매달렸다.
천음신공의 완성에만 집중했고, 사십이 일째 되던 날, 칠 성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기쁜 것도 잠시, 천음신공에는 아주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칠 성에 오르면서 오감이 더욱 발달되는 걸 느꼈는데, 갑자기 극심한 고통을 느낀 것이다.
마침 배는 작은 항에 정박했었는데, 귀가 너무 아팠다. 그리고 온갖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일하기 싫다.’
‘푸하하하. 오늘은 너무도 즐거운 날이구나.’
‘히잉. 저 당과. 너무 먹고 싶다.’
‘집에 얼른 가야지.’
‘저 새끼, 내가 죽이고 만다.’
수백 개의 목소리가 한 번에 들리는 것 같았다.
그제야 깨달았다. 천음신공은 내 능력을 전체적으로 높여주는 무공이었다.
싸울 때 초식을 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발달된다. 더 멀리,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 덕에 반경 백 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린 것이다.
귀를 막아도 소용없었다. 너무 많은 목소리가 강제로 들렸다. 또렷한 목소리, 음침한 목소리, 악의에 가득한 목소리, 황홀한 목소리, 또 어떤 소리는 머릿속으로 파고들기도 했다.
마치 수만 마리의 벌떼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고, 나중에는 귀와 머리를 칼로 찌르는 것 같았다.
머리가 깨지는 듯한 고통에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크으윽.”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선실을 나왔다. 마침 지나가는 반모란이 있어 그녀를 불렀다.
“바, 반…….”
“하 공자님. 무슨 일이세요? 괜찮으신가요?”
“크으. 갑자기……. 갑자기 일이 생겨서요. 저, 저는, 멀리 돌아갈 테니……. 먼저 무적문으로, 가세요.”
그 말을 끝으로 경공을 이용해서 배를 떠났다. 비틀거리면서도 최선을 다해 이 마을에서 벗어났다.
최대한 빨리 움직였고, 아무도 없는 산속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가 사라졌다.
휴우. 조금 살 것 같았다.
그리고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무적문에 가도 마찬가지였다.
무적문과 그 주변으로 천여 명이 넘게 살고 있다. 그 사람들의 생각 속에 파묻힐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그렇다고 안 들어갈 수도 없고……. 아니면 당분간 산속에 있을까?
고민 끝에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냈다.
일단 사람들이 없는 산속을 전진하면서 무영문 근처로 다가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부분 잠자는 아주 이른 새벽에 무영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무영문 내부에서 벽이 제일 두텁고, 조용한 곳으로 향했다. 바로 사부인 파해천의 연공실이었다.
여기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긴장하면서 아침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웅성웅성.
다행이었다. 사람들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낮은 목소리였다.
방음에 효과가 있는 두터운 벽이, 내 능력을 막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나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부탁해 방 총관을 불렀다. 그리고 그에게 부탁했다.
“저는 다시 수련에 들어가려 합니다. 그런데 이번 수련은 조금 위험해서요. 일부러 이 수련실을 선택했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 건물에 머무는 사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주세요. 다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게 위험한가요? 이 수련실이 부서질 정도로요.”
“네에.”
“으음. 알겠습니다. 오늘 내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럼 청소 같은 것도…….”
“물론 필요 없습니다. 당분간 출입을 금지시켜 주시면 좋겠네요.”
“네. 소문주님.”
“그리고 이번 패관수련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정말 급한 일 아니면 저를 찾지 마세요.”
“명심하겠습니다.”
한 시진 후, 방 총관은 나의 바람대로 건물 안의 사람들을 모두 옮겨주었다. 그리고 출입을 금지시켰다.
덕분에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제야 진정한 휴식을 맞이했다.
다행이다.
털썩.
나는 바닥에 드러누웠다.
내 평생을 통틀어, 이렇게 당황스럽고, 고통스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일각 정도 가만히 누워서 이 고요함을 즐겼다. 그리고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부작용이 생길지 몰랐다, 천음신공을 오 성만 익혔을 때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익힌 무공을 거꾸로 돌릴 방법은 없었다. 억지로 없애려다 잘못하면 내 모든 무공이 망가질 수 있었다.
휴우. 이거 쉽지 않겠구나.
한참을 고민했고, 한 가지 생각에 도달했다. 그럼 차라리 천음신공을 대성하면 어떨까? 그럼 들리는 목소리를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더 악화되어 이 연공실의 벽조차 소용없게 될 수도 있잖아. 그럼 어쩌지?
누구도 겪은 일이 아니기에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무조건 내가 직접 경험해 봐야 한다.
게다가 내 비밀을 아는 사람도 없으니, 머릴 맞대고 상담할 이도 없었다. 그것도 괴로웠다.
이럴 때 사부님이나 청아가 있으면 좋을 텐데.
특히 파해천 사부님이 정말로 절실했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면서 몇 시진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세 가지로 정리했다.
일. 무작정 파해천 사부님을 기다린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지만, 계속 연무장에 숨어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 수동적인 방법이다. 내 방식이 아니다.
이. 천음무공을 폐한다. 하지만 나 혼자 천음무공만 폐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고, 주화입마 같은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었다.
삼. 천음신공을 대성한다. 지금은 칠 성이니, 만약 십 성까지 대성한다면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것 역시 불확실한 방법이고,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있었다.
나는 오랫동안 고민했고, 결국 세 번째 방법을 선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뒤로 물러서거나,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내 천성이었다.
나는 곧장 가부좌를 틀고, 다시 천음신공에 몰두했다.
그래.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 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다시 천음신공의 대성을 목표로 전력을 다해 무공을 익혔다.
* * *
정확히 오십삼 일이 지났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천음신공의 성취는 낮았다.
현재 겨우 일 성이 올라가 팔 성에 머물렀다. 아무리 노력해도 꼼짝하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반면 내 능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제 집중하면 연무실의 벽을 뚫을 수 있었다. 다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렸고, 역시 귀를 막아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이제는 잠을 자기도 힘들었다.
잠을 자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꿈을 꾸는 건지, 자는 와중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이 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잠을 안 잔 지 얼마나 됐었을까? 열흘이 넘었나? 지닌 무공과 상관없이 잠을 못 자니,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력이 흩어졌다.
안 되겠다. 이 방법은 실패야.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되겠어.
방 총관한테는 미안하지만, 역시 아무도 없는 산속으로 가야겠어.
그렇게 결심할 때쯤, 하나의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