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69
너의 초식이 보여 169화
구치웅의 부탁(2)
권왕은 하운평을 바라보았고,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죠. 구치웅 순검사님이 언급한 곳까지 가서, 내용을 공유하겠습니다.”
그러자 구을태는 자신이 조사한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는 무영문에서 조사한 비공식적인 내용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구치웅은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이었다.
물론 그가 나선 만큼 일반적인 사건은 아니었다. 성도 한가운데 객잔에서 수십 명이 다치고, 죽었다. 그런데 피해자만 있을 뿐, 가해자는 누군지 알 수 없는 사건이었다.
구치웅은 그 사건에 집중했고, 몇 가지를 알아냈다고 한다.
가해자는 한 사람이었고, 객잔 주인으로 변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공은 익혔지만, 무림인이 한 짓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무공을 사용했지만, 무림인은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러자 파해천이 불쑥 말했다.
“황궁이로군.”
“맞습니다. 당시 목격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해자는 주위의 물건들, 잔이나 젓가락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런 실전적인 무공과 뛰어난 변장술, 그리고 깔끔한 뒤처리까지. 그것으로 황궁의 비밀 조직의 일원이라고 짐작했고, 그중에서 동창의 칼날, ‘구단도’로 생각했답니다.”
황궁에는 수많은 조직이 있었다,
그중에서 현재 가장 위험하고, 힘 있는 곳이 동창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운영하는 조직 중에서 가장 은밀하고, 위험한 무력대가 구단도였다.
몇 명이 있는지, 무공 수준이 어떤지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동창이 금의위를 제치고, 황궁의 제일 조직으로 군림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순검사님은 그 구단도를 쫓아서 황궁으로 갔습니까?”
“저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의외로 동생은 황궁이 있는 북경이 아닌,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호남성까지 내려갔고, 그곳에서 누군가를 만났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 후에는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그저 한 달 후에 동생이 시체로 발견되었을 뿐입니다. 온몸이 갈기갈기 찢어진 채로요. 시체를 직접 봤는데, 사후에 그런 것 같더군요. 아마도 동생을 죽인 자는 자신의 무공의 흔적을 숨기려고 시신을 훼손시킨 것 같았습니다.”
“으음.”
“여기까지가 제가 찾은 부분입니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드리며, 지금 같이 가시죠. 제가 순검사님을 처음 만난 장소는 평정산이었습니다. 산 중턱에 제단이 있었죠.”
하운평은 짧게 설명했고, 세 사람은 곧 창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실제로 평정산은 이곳에서 말을 타도 사흘은 걸리는 거리였다. 하지만 이곳에는 권왕이 있었고, 그의 능력으로 하늘을 날 수 있었다.
그래서 세 사람은 약 반 시진 후에 평정산에 도착했다.
하운평이 앞장서고, 그는 마을 사람들의 사체가 발견되었던 제단에 도착했다.
같은 장소이지만, 제단이며 죽은 흔적들은 관청에서 치운 상태였다. 넓은 부지만 남아 있었고, 깨끗했다.
“여긴 아무것도 없는데.”
파해천이 중얼거렸다. 하운평도 공감하면서 한곳을 가리켰다.
“네. 그런데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이 생겼네요.”
돌탑이었다.
가까이 가니, 사람의 키만큼 높았고, 짧은 문구도 걸려 있었다. 이곳에서 억울하게 죽은 마을 사람들을 기린다는 내용이었다.
하운평은 그 돌탑을 중점적으로 살폈고, 구석진 곳에 있는 커다란 돌을 하나 들었다.
아래에는 얼마 전에 땅을 판 흔적이 있었다. 하운평은 그곳을 팠고, 작은 상자를 발견했다. 작은 상자였는데, 안쪽에는 서신이 있었고, 하운평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서신의 내용은 아주 짧았다.
[동천대관, 천하대도(天下大盜) 부선진.]구치웅의 글씨체였고, 급하게 휘갈긴 것으로 짐작되었다.
“동천대관과 천하대도 부선진이라……. 두 분은 들어본 적 있으세요?”
하운평의 물음에 파해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천하대도 부선진은 말 그대로 도둑이다. 한때는 잘나갔지. 천하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는 녀석이었으니까. 머리도 좋았고, 자존심이 높았어. 그리고 훔치기 전에 예고를 하는 걸로 유명했다.”
“무슨 예고요?”
“몇 날 몇 시에 너의 물건을 훔치겠다. 이런 식으로 예고를 했지. 그리고 실제로 그 시간에 그 물건을 훔쳤어. 그렇게 수십 번을 성공했었고, 그것으로 유명세를 얻었지.”
“도둑이 훔칠 물건을 예고하다니, 독특한 사람이군요. 그런데 왜 저는 한 번도 듣지 못했을까요?”
파해천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은 십이 년 전에 잡혔으니까. 그것도 배짱 좋게 황궁의 황제에게 물건을 훔치겠다고 경고했었지. 화가 난 황제가 무림의 여러 고수들을 섭외했고, 그중에는 무림맹의 천포들도 있었다. 결국 천포들이 그놈을 잡았어. 그리고 무림맹의 감옥, 정확히는 천포가 운영하는 감옥에 갇혔어. 지금도 거기 있을 거야.”
붙잡힌 이후로 부선진은 잊혀진 사람이 되었고, 이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하운평이 듣지 못한 것이다.
하운평이 다시 물었다.
“그럼 동천대관은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구을태 님은요? 혹시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하운평은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안타깝네요. 저는 당신이라면 알 줄 알았는데.”
“네에?”
구을태가 이상하게 쳐다보자, 하운평은 빙그레 웃었다.
“당신은 구을태가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가요?”
하지만 하운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지켜볼 뿐이고, 권왕 역시 구을태의 뒤를 차단하면서 바라봤다.
구을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억울하다는 듯 입을 오물거리려다, 갑자기 피식 웃었다.
그는 양손을 들면서 대답했다.
“놀랍군. 내 역용술이 이렇게 빨리 탄로 난 건 처음이야.”
말투는 물론 목소리도 달라졌다.
얼굴 또한 서서히 달라지더니, 조금 더 날카로운 인물로 변했다. 온몸이 바뀌는 모습이 상당히 신기했다.
그가 하운평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보통 사람이면, 이럴 때 잘난 척하면서 자랑스럽게 떠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하운평은 어깨를 으쓱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권왕을 가리켰다.
구을태로 변했던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내가 열두존자는 아직 만난 적이 없어서 말이야. 그들의 눈에는 내 역용술이 통하지 않는 것 같군.”
물론 이건 권왕의 능력이 아니라, 하운평의 능력 덕분에 알아낸 것이다. 하지만 하운평은 대충 둘러댔고, 권왕도 신경 쓰지 않았다.
하운평이 궁금한 점은 따로 있었다.
“진짜 구을태 님은 어디 있지? 죽였나?”
구을태로 변했던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 내가 왜 그를 죽이겠어? 다치긴 했지만, 목숨은 멀쩡해. 걱정 말라고.”
이어서 말했다.
“혹시 오해할까 봐 미리 말하는데, 나는 적이 아니야. 구치웅과 알던 사이였고, 그의 복수도 하고 싶은 사람이야. 우리는 한편이라고.”
“그걸 믿을 수 있게, 설명을 부탁하고 싶은데.”
하운평의 말에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내 이름부터 말하지. 나는 칠호. 그냥 칠호라고 부르면 돼.”
칠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칠호는 동창의 칼날이라 불리던 무력대, 구단도 소속의 요원이었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반역죄의 누명을 썼었다. 삼족을 멸할 정도로 큰 죄였고, 당시 아홉 살인 그는 어린 나이에도 감옥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일 년을 보낸 뒤, 구단도의 한 남자가 찾아왔다.
그리고 제안했다. 구단도의 요원으로 이십 년만 일을 도와주면 자유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칠호는 나이도 어린 데다, 일단 감옥을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 년간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고, 열다섯의 나이에 첫 번째 임무를 맡았다.
그로부터 이십 년 동안, 꾸준히 일만 했다. 그리고 어느새 구단도를 대표하는 요원이 되어 있었다.
그는 상부에 약속을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십 년 동안, 죽을 고비를 수백 번이나 넘나들며 충성했으니, 자유를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하나였다.
나루터의 한 지점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
그리고 그를 죽이기 위해 수십 명의 살수들이 들러붙었다. 구단도는 자유를 주는 대신 죽음을 주려 한 것이다.
칠호는 새삼스럽지 않았다. 그럴 거라고 짐작했었고, 준비도 했었다.
그는 살수들을 전부 죽인 후에 여유롭게 탈출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구단도의 일을 훼방 놓기 위해 칼을 꺼냈다.
다른 임무에 끼어들어 방해를 했고, 재수 없는 구단도의 하수인들을 죽이기도 했다.
그 과정에 객잔에서 살인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구치웅이 용케 알고 찾아왔었다.
“처음에는 나를 죽이려는 줄 알았지. 그래서 몇 번 싸웠는데, 구치웅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하더군.”
구치웅은 칠호에게 도움을 청했다.
같이 힘을 합해 구단도를 무너뜨리고, 더불어 동창까지 없애길 원했다.
그는 동창이 은밀하게 큰일을 꾸민다고 말했고, 꼭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연히 나도 찬성했어. 그래서 그의 부탁을 받아서 몇 가지 일을 했지. 그런데 나중에 구치웅이 죽은 걸 알았어. 당황한 나는 음지로 숨어들었고, 몰래 구치웅의 형, 구을태를 찾아갔었지. 그도 살해당하기 직전이었는데, 다행히 내가 끼어들어 구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본래 그가 이곳에 오려 했지만, 구을태는 다쳐서 움직이기 힘들었어. 그래서 내가 대신 온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칠호는 두 사람의 표정을 살폈다.
아무래도 말뿐이고, 증거가 없었다. 내 말을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권왕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운평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갔다.
“잘 알겠다. 그럼 혹시 동천대관과 천하대도 부선진이란 말에 할 말이 있나?”
“몰라. 나도 잘 모르겠어.”
“으음. 할 수 없군. 처음부터 알아보는 수밖에. 사부님, 무적문으로 돌아가죠.”
“알겠다. 그런데 저놈은?”
권왕은 칠호를 가리켰다. 하운평은 칠호에게 물었다.
“다른 할 일 있어?”
“아니.”
“같이 갈래?”
“좋지.”
그러자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고, 권왕은 여기 올 때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을 데리고 하늘을 날았다.
무적문으로 날아가는 와중에 칠호는 하운평에게 물었다.
“내가 한 말을 모두 믿는 거야?”
“전부는 아니지만, 구치웅 순검사와 같이 일했다는 건 믿어.”
“나야 믿어줘서 고맙지만, 왜? 뭘 보고 믿는 거지?”
하운평은 역시 대답 대신 그의 스승인 권왕을 가리켰다.
칠호는 납득을 하면서도 의심스러웠다. 과연 열두존자이기 때문에 모든 걸 알 수 있는 걸까?
그의 본능은 하운평이 의심스럽다고 말하고 있었다. 젊어 보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 그의 말과 웃음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구치웅을 믿었고, 구치웅은 하운평을 믿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 하나 때문에 함께 하려 했다.
반면 하운평은 무적문에 돌아와서 동천대관과 천하대도 부선진에 대해서 조사했다.
무영문과 개방, 하오문에 흑점까지 문의했지만, 그들에게 얻은 내용은 별것 없었다.
부선진은 섬서성에 위치한 무림맹의 특수감옥, 천멸실에 있었고, 천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가지 못한다는 것.
부선진이 아직 살아 있는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동천대관에 대해서는 지역 이름이나 단체 이름, 역사적으로 나왔던 내용까지 자료를 모았지만, 딱히 연결지을 만한 것이 없었다.
며칠 후, 세 사람은 다시 모였다. 그리고 권왕이 하운평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막힌 것 같은데,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하운평은 생각해 둔 것이 있는지 곧바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부선진을 직접 만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는 천멸실이란 감옥에 있다면서?”
“네.”
“설마, 죄를 지어서 감옥을 갈 생각은 아니지?”
워낙 엉뚱한 일을 벌이는 제자이기 때문에 권왕은 급히 물었다. 다행히 하운평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다행이구나.”
“꼭 죄수만 감옥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거긴 천포들만……. 너어 설마…….”
권왕의 물음에 하운평은 빙그레 웃었다.
“네. 사부님. 이번에 천포가 되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계획을 듣던, 권왕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생각지도 못한 계획이었고, 너무나 황당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