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73
너의 초식이 보여 173화
천멸실(3)
일반적으로 뇌옥이라 하면, 가운데 통로가 있고, 좌우로 사각형 모양의 감옥들이 늘어선 구조였다.
그런데 천멸실은 달랐다.
한가운데 빙글빙글 돌면서 내려가는 크고 넓은 계단이 있고, 계단을 중심으로 마흔아홉 개의 뇌옥이 펼쳐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둥글게 만들어진 구조였는데, 아래쪽으로 뻗어 있었다. 지하로 총 열아홉 개의 층으로 되어 있고, 이런 뇌옥이 동서남북 네 곳에 있었다.
또 각각의 천멸실은 단순한 돌로 만든 벽에 철장으로 막아놓은 대신, 사방을 단단한 철문으로 막아놓아 안쪽을 볼 수 없었다. 철문 아래쪽에 작은 구멍이 있어 겨우 밥그릇만 넣을 수 있을 뿐이다.
안쪽은 어두워서 갇힌 자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철문 위에는 작은 번호만 있었는데, 누가 갇혀 있는지는 오로지 외워야 했다.
물론 임충은 다 외우고 있었고, 죄수들에게 죽을 퍼주면서 한 사람씩 소개했다.
“이놈은 만면무독 관비아라는 놈이다. 이십 년 전에 이백 명을 죽이고…….”
“저놈은 가요화라는 미친놈이다. 우물에 독을 풀어서 민간인 이천 명을 죽였지. 이유라면 고작 어깨를 부딪쳤다는…….”
“여기 있는 놈이야말로 극악한 녀석이다. 십칠 년 전에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부모, 사제들을 죽였고…….”
그가 말한 결론은 하나였다. 하나같이 못되고, 악독한 놈들이니, 결코 잘해주지 말란 내용이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임충은 그러면서도 어떤 곳은 철문을 열었다.
“자아, 여기서부터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없는 놈들이다. 그래서 귀찮더라도 우리가 직접 떠먹여 줘야 해.”
그제야 죄수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곳에 몇 년 동안이나 갇혀 있으니, 상태는 좋지 않았다. 피골이 상접한 것은 물론 눈도 제 역할을 못 했다. 눈동자는 회색으로 변했고, 초점이 없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또 그들은 양손이 잘렸거나, 온몸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 죄수들이었다. 그래서 조금씩 죽을 떠서 입에 넣어주어야 했다. 특히 몇몇 죄수들은 죽을 날이 머지않아 보였다.
임충이 중얼거렸다.
“인생 참 무상하지. 그렇게 잘났다고 떠들면서, 사람들을 괴롭히더니, 이제는 밥도 혼자 못먹는 처지가 되었으니.”
하운평이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선배님. 그럴 일은 없겠지만,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혹시 억울하게 갇힌 사람도 있을까요?”
임충은 묘하게 웃었다.
“흐흐. 네가 그런 질문을 할 줄 알았다. 여기 처음 오는 놈들은, 열에 아홉은 그런 의문을 가지거든. 과연 여기 있는 놈들은 전부 흉악한 죄인인가? 혹시라도 억울한 사람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마. 그런 놈은 없다. 모두 죽어도 싼 놈들이다.”
“이런 말씀 드리면 그렇지만, 그럼 차라리 죽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임충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이놈은 죄인이고, 자신이 지은 죗값을 받아야 해. 이놈들에게 죽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자연스레 숨이 끊어질 때까지 반드시 먹여 살려야 한다.”
그러자 밥을 얻어먹던 죄수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
“크흐흐흑.”
그는 자살할 기운도 없는 병자가 되었고, 조금은 불쌍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임충은 차갑게 대꾸했다.
“흥. 이놈은 부녀자를 포함해서 어린아이까지 예순두 명이나 강간하고 죽였다. 조금 불쌍한 척한다고 해서 절대 속지 마라. 죗값을 치러야 해. 우린 감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지, 죄를 결정하고 집행하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다음 감옥으로 들어갈 때였다.
이번에는 임충이 문득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아아. 이 방에 있는 죄인은 조금 다르긴 해. 지은 죄에 비해 조금 과한 형벌을 받았지.”
“그런가요?”
“바보같이 황제한테 죄를 지었거든. 겨우 도둑질을 했을 뿐인데, 손발이 잘리고, 무림맹에서 가장 깊은 곳에 갇혔지.”
하운평의 눈이 반짝거렸다.
천하대도 부선진, 드디어 찾았다. 그가 여기에 있었다.
* * *
그로부터 사흘 후, 나는 누구보다 먼저 일어났다.
선배들이 하기 싫은 일들을 자처했고, 시킨 일은 빨리빨리 처리했다. 해야 할 일들을 하루 만에 외워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였다.
그러자 선배들이 좋아했다.
“쿠하하. 우리 부서에 귀여운 복덩이가 들어왔구나. 내가 이때까지 너만큼 일 잘하는 놈은 처음 본다.”
임충은 아주 만족했고, 다른 선배들도 오랜만에 온 후배라고 잘 챙겨주었다.
그리고 사흘 후, 그때부터는 혼자 천멸실을 돌아다니면서 죄수들 분뇨를 치우고, 밥을 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혼자가 된 것이다.
덜커덕. 덜커덕.
죽이 든 수레를 끌면서 지하로 내려갔다.
아무리 청소를 한다지만, 그래도 감옥이었다. 더럽고, 음습하며 기분 나쁜 냄새가 나는 곳이었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내가 계획을 짜고, 실행을 했으니까. 그럼 내가 왜 이 일을 굳이 한다고 했을까?
처음은 구치웅을 위해서였다.
다른 사람에게는 티를 내지 않았지만, 구치웅의 죽음은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는 며칠 동안 잠을 설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까지 놀라고 안타까워할 줄은 몰랐다. 스스로에게 놀랐었다.
그 정도로 정이 들었던가?
그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고지식하고, 일을 처리하는 데 답답한 면이 있다. 하지만 굉장히 바른 사람이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고, 무림으로 치자면 협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솔직히 그가 잘되길 바랐다. 기회가 되면 높은 자리로 올라설 수 있게 도와줄 생각도 있었다.
그런데 죽다니.
이렇게 갑자기? 누구에게?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화가 났다. 누군지 모르지만, 좋은 의도는 아니니라. 분명히 나쁜 놈일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걸 확인해 보기 위해서도 직접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는 구치웅은 아무런 의미 없이 죽은 사람이 될 테니까.
그가 어떻게 죽었고, 왜 죽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직접 나설 수밖에.
그래. 알아보자.
구치웅을 죽인 놈을 찾아야겠다. 그래서 내가 가진 정의를 실현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더불어 천학관의 일도 마무리를 해야 했고, 백선회 일도 매듭을 지어야 하니까. 그래서 천포가 되었고, 이삼 년 안에 하나하나 정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래. 하나씩. 하나씩.
지금은 부선진에게 정보를 빼낼 시간이다.
끼이이익.
부선진이 갇혀 있는 감옥으로 들어갔다.
“으으으. 으으.”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부선진이 두리번거렸다.
지금 부선진의 상태는 비참했다. 감히 황제의 물건을 넘본 죄로 양팔이 잘리고, 간특하게 협박한 죄로 혀가 잘리고, 눈이 뽑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천멸실에서 갇히게 된 것이다.
이전에 왔을 때는 모른 척했지만, 오늘은 혼자였다. 더 이상 미룰 필요가 없었다. 그의 어깨를 잡으면서 동시에 전음을 보냈다.
[부선진, 잘 들으시오. 나는 당신과 거래를 하기 위해 왔소.]“으으으. 으으으으으.”
‘누, 누구? 무슨 말이지?’
그는 말을 못 하지만, 생각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소. 중요한 건, 나는 당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당신이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다는 거지.]‘정말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지금 대화를 하고 있잖소?]그는 내 말을 못 믿었다. 황당해하고 당황했다. 하지만 몇 번 이야기해 보더니 나를 믿었고, 고마워했다.
‘으허허. 하늘을 나를 버리진 않았구나. 고맙소. 어떻게 한 건지 모르지만, 나를 찾아와서 말을 걸어줘서…….’
[사실 궁금한 것이 있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만 잘 알려주면, 당신이 원하는 걸 주죠.]‘내가 원하는 거라니…….’
[죽음을 드린단 말이오.]그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그러더니 펑펑 울었다. 비록 눈알이 없어 눈물이 흐르진 않지만, 마음속으로 울었다.
‘크흐흐흑. 크흑. 고맙소. 고맙습니다. 제발 의미 없는 이 인생을 끝내주시오.’
나는 그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물었다.
[사실 나는 구치웅이란 사람 때문에 왔습니다. 혹시 들어본 적 있습니까?]‘구치…… 웅. 구치웅? 아니오. 들어본 적 없소.’
들어본 적이 없다?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가? 하긴 편지에는 부선진의 이름만 적혀 있을 뿐이다.
[그럼 혹시 동천대관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도, 동천대관!! 알고 있소. 알고 있습니다. 사실 내가 여기까지 온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분명히 그것 때문이오.’
드디어 실마리를 찾았다.
부선진이 계속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황궁에 들어간 이유가 그것 때문입니다. 난 의뢰를 받았었소. 황궁에 들어가서 동천대관을 훔쳐달라고요.’
[이해가 안 되는군요. 당신이 황궁으로 보낸 경고장을 읽어봤습니다. 황제가 애용하는 금침관을 훔칠 거라고 적혀 있던데요?]‘그건 함정이오. 한마디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거짓말이란 말이오.’
[정말입니까?]‘당연하오. 아니면 내가 미쳤다고 황궁으로 들어가겠소? 아무리 내 실력이 뛰어나도 그곳에는 난다긴다하는 무공고수들이 즐비한데. 황제에게 장난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오.’
그의 마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황제의 물건을 훔칠 거란 경고장을 보내어 시선을 그쪽을 돌린다. 그리고 진짜 목적은 동천대관을 훔치기 위함이었다. 맞습니까?]‘그렇소.’
[그럼 그 동천대관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습니까?]‘내가 어디서, 어떻게 붙잡혔는지 혹시 아시오?’
[기록을 보면 황제의 어미니, 효성 황후의 침실에서 붙잡혔다고 되어 있더군요. 그녀의 시비 중 하나로 변장했다고요.]부선진이 대단한 이유가 성별을 넘나들 수 있는 역용술 때문이었다. 그는 특별한 축골공을 익혀 골격을 바꿀 수 있었고, 여자로 변장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렇소. 황궁의 모든 시선이 황제에게 향할 때, 나는 효성황후의 침실에 있었소. 그 이유가 뭐겠소? 그녀 침실에 있다는 동천대관을 훔치기 위해서요. 이것보다 더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소?’
확실히 그 부분이 이상했었다.
황제의 물건을 훔쳐야 하는데, 왜 황후가 머무는 처소에 있었을까?
당시 무림맹에서 작성한 기록서에는 부선진은 그곳에 숨어 있다가, 시간이 지나고 조용해지면 그때 보물을 훔칠 계획이었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추측성 말보다는 부선진의 주장이 더 설득력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동천대관은 뭡니까?]‘내 말을 믿어주는 것이오?’
[네. 그러기 위해서 왔으니까요.]‘감사하오. 아니, 정말 감사합니다. 수없이 외쳤지만, 제 말을 이렇게 믿어주는 사람은 당신이 처음입니다. 크흐흑.’
그는 감정에 벅차서 다시 눈물을 흘렸다.
사람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보면, 의의의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항상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쉽게, 그리고 확신을 가지고 사람을 믿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자, 진정하시고, 다시 말씀해 주세요. 동천대관이 도대체 뭡니까?]‘책입니다. 저는 책이라고 들었습니다.’
[책? 실물을 봤습니까?]‘아니요. 못 봤습니다. 나에게 의뢰를 준 이가 책이라고 했습니다. 어떤 책인지는 설명해 주지 않았고요.’
[으음. 아무래도 이걸 여쭤봐야겠군요. 누굽니까? 당신에게 의뢰를 한 사람이오.]‘모릅니다. 복면을 쓰고, 몰래 찾아왔었습니다.’
으음. 여기서 또 막히는군.
그때 부선진이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단서가 있습니다. 그는 철혈문 출신입니다.
[철혈문요?]‘네. 분명합니다. 저에게 다가올 때, 일부러 다른 보법을 사용했지만, 철혈문의 보법이 섞여 있었습니다. 분명합니다. 이래 봬도 보법에 관한 천하에서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그것만 가지고 찾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단서는 없습니까?]‘왜 없겠습니까? 저는 여기서 나가서 그놈을 찾을 생각만 수천, 수만 번 했습니다. 그 당시 기억을 계속해서 생각했다고요.’
부선진은 이를 악물었고, 강한 분노가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