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74
너의 초식이 보여 174화
천멸실(4)
실제로 부선진은 복면인을 만난 당시의 상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단숨에 말했다.
‘오른쪽 팔뚝에 검은 호랑이 문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가짜입니다. 급조한 티가 나더군요. 아마도 다른 종류의 문신을 숨기기 위해 덮어 그린 것 같았습니다.’
[좋습니다. 오른쪽 팔뚝에 어떤 종류의 문신. 그리고요?]‘전 눈썰미가 좋은 편입니다. 아니면 도둑질을 할 수 없으니까요. 얼굴은 복면으로 가렸지만, 왼쪽 눈꼬리에 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목 뒤에도 점 두 개가 붙어 있었고, 손아귀의 굳은살을 보니 검법을 익힌 것 같았습니다. 당시에도 절정 고수 수준이었으니까, 그걸 종합해 보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면 찾을 수 있겠네요. 만약, 그가 죽지 않았다면요.]‘주, 죽…… 그렇군요. 죽을 수도 있겠군요. 죽을 수도…….’
그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무조건 찾고 싶은 마음에 그런 생각은 못 한 것 같았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철혈문이 그 일에 관련이 있다면, 그곳에서 다른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외에도 단서는 많으면 좋습니다. 당시에 기억나는 건 다 말씀해 주시겠습니까?]‘물론입니다. 제가 아는 모든 걸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요. 오늘은 이 정도만 하고요. 저녁밥 시간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 알려주세요.]‘네. 네넵. 꼭 와주십시오. 꼭요.’
그는 애원하듯 말했다.
* * *
며칠 동안 그와 만나면서 그가 아는 모든 걸 들었다. 생각보다 깊은 속사정이 있었고, 황실의 추악한 비밀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더 확실하게 알아보려면, 아무래도 철혈문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부선진을 사주한 그놈을 찾아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지.
나는 부선진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이제 당신을 죽이고, 당신을 이 꼴로 만든 그놈을 찾아서 복수까지 해줄 수 있겠습니다.]‘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신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당신의 역용술과 축골공, 그러니까 당신의 독문무공을 전수해 주십시오.]무림맹의 기록서를 보면 다소 특이한 문구가 있었다.
누군가 개인의 의견을 첨언해 놓은 것인데, 짧은 두 문장이었다.
‘그의 죄는 무거울지 모르나 그의 무공은 참으로 아깝다. 고금제일의 역용술과 축골공을 버려야 하다니.’
그 정도로 부선진의 무공은 독보적이었다.
나는 부선진이 망설일 거리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물론이죠. 오히려 제가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무림맹 놈들에게는 주기 싫어서 무덤까지 가지고 가려 했습니다만, 제 신공이 이대로 사라지는 것이 정말 아까웠거든요. 은인께 모든 걸 전수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아닙니다. 감사는 오히려 제가 해하죠. 제 복수를 하는 데, 제 무공을 써주시는 거니. 그리고 혹시 괜찮으시면, 제 무공을 좋은 사람을 찾아서 전수해 주시겠습니까? 제 무공이 후손들에게 이어질 수 있게요.’
[물론입니다. 마침 딱 생각 나는 사람도 있습니다.]나는 슬며시 웃었고, 그날부터는 부선진의 무공을 익히는 데 주력했다.
부선진은 자신의 무공을 전능천면결(全能千面訣)이라 했다. 고대의 무공을 우연히 습득하여 자신의 것으로 번모시켰다고 들었다.
나는 특별한 무공을 꽤 많이 습득하고 있었고, 그의 무공을 익히는 데 어렵지 않았다. 막힌 부분이 있을 때마다 그는 구결을 자세히 풀어주었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직접 시전해 주었으니까.
물론 나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전수법이었고, 불과 열흘 만에 완벽하게 습득했다. 부선진은 놀라워했다.
‘허허. 은인은 대단하시군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그 정도로 완벽하게 이해하시다니. 직접 볼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잘 설명해 주신 덕분입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실 말이 있습니까?]‘사실, 처음에는 이곳에 갇힌 것이 너무나 억울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제가 지은 죗값을 받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어찌 되던 저는 물건을 훔쳤고, 도둑맞은 사람들의 마음을 다치게 했으니까요. 단 하나, 바람이 있다면 부디 저를 속인 놈들도 죗값을 치렀으면 좋겠습니다.’
[그 점은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들은 그 이상으로 고통을 받을 겁니다.]‘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
그의 마음이 평온해지는 걸 느꼈다.
나는 그의 가슴 위에 손을 놓고, 기를 불어넣었다. 최대한 고통이 없게, 미약하게 뛰는 그의 심장을 멈추었다.
“으으으. 컥.”
부선진은 그렇게 죽었다.
나는 잠시 그의 죽음을 애도한 두, 일부러 호들갑스럽게 감옥 밖으로 나갔다. 근처에 숨어 있는 무인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일부러 소리쳤다.
“죄수가, 죄수가 죽었습니다.”
그렇게 부선진은 천멸실에서 탈출하였다.
부디 영면하시길.
자아, 이제 내가 이곳을 탈출할 차례다. 마침 내일은 칠호가 면회 오는 날이었다.
* * *
참으로 다행히 면회실은 독립된 공간이었다. 지키는 사람도 없었고, 엿듣는 이도 없었다. 몇 번이고 확인한 뒤, 눈앞의 칠호를 바라봤다.
지금 칠호의 모습은 사십 대 중반의 중년인으로 분장해 있었다. 수염이 가득하고, 배가 불룩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었다.
“왜 하필이면 그 모습이야? 변장하는 데 불편하지 않아?”
그는 옷 속에 무언가를 집어넣어 일부러 배가 나오게 만들었고, 그 점을 지적하는 말이었다.
칠호는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아는지 모르지만,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십 대 남자들은 보통 이런 모습이야. 그러니 그 속에 들어가면 이런 불편함은 감수해야지.”
“호오. 그것도 그렇군.”
“너는 어때? 일은 할 만해?”
“힘들어. 매일매일 죄수들이 싼 똥을 치우고, 밥을 해서 먹여야 하고, 불침번 때문에 밤낮이 바뀐 생활도 해야 하니까.”
“쯧쯧. 그러게 왜 여기까지 와서 그 고생이야. 세상 부족함 없는 무적문 소문주께서…….”
그의 말에 나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면서 그의 얼굴과 체형을 유심히 살폈고, 말없이 전능천면결을 사용했다.
스스스슥.
내 모습이 점점 변했다. 날씬한 이십 대 체형에서 배가 튀어나왔고, 얼굴에도 없던 수염도 자라나기 시작했다.
나의 변장은 변신에 가까웠고, 그걸 전부 지켜본 칠호는 놀라서 입이 딱 벌어졌다.
그도 역용술을 익혔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허어. 눈으로 봐도 믿기지 않는군. 천학관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 주나 보지?”
“이런 신공을 가르쳐 줄 리 없지. 어때? 혹시 이런 신공, 관심 있어? 가르쳐 줄까?”
그는 황실의 요원이었고, 잠입하는 일에 능숙했다. 지금은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고 했으나, 이런 무공을 거절할 리 없었다.
하지만 내 말을 믿지 않았다.
“지금 놀리는 건가?”
“아니.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그는 가만히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이유가 뭐지? 그런 신공을 왜 가르쳐 준다는 거야?”
“물론 공짜는 아니야. 일을 한 가지 해야 돼. 그것도 잘…….”
“그럼 그렇지. 말해봐.”
나는 그에게 부선진에게 들은 말을 몇 가지를 전해주었다. 그는 심각하게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철혈문으로 가서 부선진이 말한 그놈을 찾아야 된다는 거군. 흐음. 쉽지 않겠는걸. 벌써 십이 년이나 지났으니……. 좋아. 그래도 해야지. 내가 그놈을 찾으면 되는 거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너를 얕보는 건 아니지만, 네가 가면 찾기 힘들 거야. 찾더라도 오래 걸릴 테고, 위험하기도 하고.”
그는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가야지.”
“네가? 너는 이곳에서…… 너어, 설마!!”
칠호는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더니, 한숨을 푸욱 쉬었다.
“휴우.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나를 데려온 거였구나. 일부러 천학관까지 데려가면서 본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여기까지……. 너 대신 나를 천멸실에서 일 시키려고.”
역시 똑똑한 친구였다. 벌써 내 의도를 파악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너에게도 나쁜 조건은 아닐 거야. 세상에 없는 신공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잖아. 그리고 너는 조용히 숨어 지낼 곳이 필요했잖아. 천멸실보다 조용한 곳이 있을까?”
“하지만 방금 전에 죄수들의 똥을 매일 치운다고……. 끄응.”
“좋은 점도 많아. 시키는 일만 잘하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그리고 내가 길을 잘 닦아놔서 선배들도 잘 대해줘.”
칠호는 아무래도 안 내키는 모양새다. 빠져나가기 위해 핑곗거리를 찾았다.
“네가 만약 철혈문에 갔다 오려면 최소한 일 년이 걸릴 수도 있잖아.”
“그 정도는 안 걸릴 거야. 최소한 몇 달 정도?”
“그 시간도 긴 편이야. 내가 대리인을 해본 적이 있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면, 표적에 대해 공부를 해야 돼. 더구나 나는 천학관이나 무적문에 대한 지식도 전혀 없어.”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이곳에 무적문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어. 천학관 선배가 몇 명 있지만, 다른 부서에 있고, 오래전에 졸업해서 잘 몰라. 즉 네가 거짓으로 말해도 괜찮다는 말이지.”
“그, 그래도…… 네가 여기 있는 동안 배운 것이 있을 거잖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것도 염려 마. 내가 여기 자세히 적어왔으니까. 이것만 달달 외우면 돼.”
나는 품속에서 책자를 하나 꺼냈다.
여기에 이곳에서 하는 일과 이곳의 지도, 선배들의 이름이나 죄수들의 이름 등등을 자세히 적어놓았다.
“물론 이건 특급 비밀이니까, 외우고, 태워야 한다. 열흘 정도면 외울 수 있겠지?”
“끄응, 그건 그런데…… 참, 무공은? 나는 무적문의 무공을 하나도 모르는데.”
“그것도 걱정하지 마. 여기서는 무공을 사용할 일이 없으니까. 또 네가 무공을 사용하고, 그것이 무적문의 무공이라 우겨도 아무도 모를 거야.”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핑계를 댔지만, 역시 핑계일 뿐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야. 이 자식아. 그런 건 오기 전부터 말을 했어야지. 나 안 해. 속은 게 괘씸해서 못하겠어.”
이제는 억지를 부렸다. 자아, 그럼 여기서 당근을 줘야겠지.
나는 그에게 말했다.
“만약 이번 일만 잘해주면, 보상금을 줄게.”
“도, 돈?”
“그래. 네 실력이면 나중에 어딜 가도 적응은 잘하겠지. 그래도 돈이 많으면 좋지 않을까?”
당연한 소리였다.
게다가 칠호는 내가 초류한에게 금 삼백 냥을 주는 모습을 봤다. 돈이 많고, 돈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거절하기 힘들겠지.
“흠흠. 얼마나……?”
“황금 백 냥. 이번 일만 마무리되면, 일시급으로 바로 지급.”
“흐음. 황금 백 냥이라…….”
‘여기서 몇 개월만 고생하고 황금 백 냥을? 사실 그동안 해왔던 일에 비하면 이건 일도 아니잖아.’
그는 황금 백 냥을 가지고 여행을 하는 모습을 상상했고, 돈이 없을 때와 비교해 보았다.
물론 전자가 훨씬 편하고, 좋았다.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처음부터 이럴 계획으로 끌고 온 것이 괘씸하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하하. 잘 생각했어. 그럼 이 책자를 가지고 가서 달달 외우고, 이것도 가져가.”
전능천면결의 요결이었다.
칠호는 그 두 가지를 뱃속에 숨기면서 일어섰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말했다.
“알았어. 열흘, 아니, 사흘 뒤에 다시 오지. 완벽하게 외워서.”
“그래. 나도 빨리 가면 좋으니까, 단, 전능천면결은 외우기만 하면 곤란하니까 다음에는 같이 수련해 보자.”
“알겠어.”
그는 약간 흥분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좋아. 이 단계도 계획대로 되었고, 이제 삼 단계로 넘어갈 차례다.
사실 일부러 천멸실까지 왔는데, 부선진만 만날 필요 있을까?
감옥에는 수십 년간 거물로 통한 죄수들이 가득했고, 그들이 숨긴 재미있는 비밀도 있을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멸실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