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76
너의 초식이 보여 176화
탈옥(1)
내 무공이 과거에 비해 낮아진 건 사실이다.
천음신공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싸우는 실력, 쉽게 말해 누군가를 죽이는 능력만큼은 달랐다.
여의구라는 믿을 수 없는 절삭력을 가진 힘 때문에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사부님과 이것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수련했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하얀 궤적 역시 달라졌다.
열 개의 초식까지 볼 수 있던 힘이 두 개의 초식만 볼 수 있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이제 단순히 초식뿐 아니라, 상대방의 숨소리, 몸의 상태, 근육의 떨림과 혈류의 흐름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초식이 이어지는 와중에 조금씩 끊어지는 지점도 보였고, 거길 파고들면 흐름을 끊을 수도 있었다.
한마디로 무공은 절정 수준에서 떨어졌지만, 무공에 대한 이해와 능숙도는 크게 올라갔다. 사부님도 놀랄 정도였다.
만약 강함의 기준이 살인이라면, 나는 더 강해진 것이 분명했다. 그런 기현상이 나에게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와 싸운 놈들의 정체를 파악해야 한다.
“이 녀석들, 무림맹이 아닙니다.”
하지만 임충은 믿지 않았다.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일단 임충을 납득시켜야겠군.
나는 죽은 녀석들의 품속을 뒤졌다. 그리고 작은 패를 찾았다.
‘광풍(狂風)’이라고 적혔는데, 보자마자 임충은 깜짝 놀랐다.
“광풍사 놈들이잖아.”
“광풍사라면, 대막(大漠)에서 활동하는 마적 집단 아닙니까?”
“단순한 마적들이 아니야. 메뚜기 떼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건을 뺏고, 사람들을 죽이는…… 못되고 악독한 놈들이다. 하지만 아무도 손을 못 대고 있지. 사람 수도 많고, 강한 놈들이 많거든. 게다가 사막에서 활동해서…… 아무튼 내가 그쪽 출신이라서 잘 알아.”
임충은 보기만 해도 화가 난다는 듯 투덜거렸다.
“그런데 이놈들이 이곳까지 왜 온 거지? 더구나 왜 무림맹 행세를 하면서, 경비까지 서고 있는 거야?”
당연히 그는 모를 테고, 나는 방금 전 이들의 마음속을 살짝 엿보았다. 모든 걸 알지 못하지만, 이들은 천멸실에 갇혀 있는 사람을 탈옥시키려 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선배님. 이유는 모르지만, 이들은 우리를 죽이려 했고, 본래 이곳을 지켜야 할 다른 선배님들도 보이지 않습니다. 무슨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합니다.”
“그래. 그렇지. 다른 녀석들은 지금 어디 있을까? 으음. 아무래도 습격을 당한 거겠지? 그럼…… 지원을 요청해야겠다.”
“좋은 생각입니다. 지원을 요청할 곳이 있을까요?”
“그게…… 잠시만.”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무림맹 감숙지부에 도움을 요청하자. 하지만 너무 멀리 있으니까, 일단 근처에 있는 관석파로 가면 돼. 그곳에 감숙지부로 가는 전서구가 있거든. 금방 무림맹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무림맹의 권한으로 여기 주위의 문파들을 모을 수도 있어. 특히 광풍사라면 새외 세력이잖아. 중원침공을 한 셈이니 기꺼이 인원을 내어줄 거야.”
“훌륭한 생각이십니다. 그럼 선배님께서 가셔서 그 일을 해주십시오. 저는 이곳에 남아서 저들을 감시하겠습니다.”
“뭐, 뭐라고? 같이 가야지?”
“그사이에 저들이 도망가면요? 쫓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왜 네가 하냐고? 한다면 내가 해야지.”
위험한 일은 선배가 해야 된다고 우기고 있었다.
“선배님 마음은 알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저는 관석파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당연히 선배님께서 가서 처리해 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말씀은 외람되지만, 무공은 제가 조금 더 강하잖습니까? 그리고 은신에도 자신 있으니, 제가 여기 남아서 감시하고, 선배님이 가는 것이 맞습니다.”
임충은 할 말이 있는지 입술을 실룩거렸다. 하지만 그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금 전에 내 무공 실력을 봤기 때문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죽었다 깨어나도, 방금 전의 열 명을 처리하지 못할 테니까.
그는 결단을 내렸다.
“알았다. 내가 죽어라 뛰어서 갔다 올 테니까, 너는 절대 무리하지 마라. 무조건 숨어 있어. 만약 쫓아간다고 해도 멀리서 따라가고.”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조금 전에 무리해서 몸이 좋지 않습니다. 최대한 몸을 사릴 생각입니다.”
“그래. 운평아. 꼭 숨어 있어라. 반드시 지원군을 데려올 테니.”
진심으로 나를 걱정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임충은 수레에 묶여 있는 말을 풀어서 타고 달려갔다.
여기서 제일 가까운 관석파라도 한나절은 달려야 할 거리였다. 그는 말을 타고 달리다가 경공을 사용할 계획이었다.
나는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내 몸 상태를 점검했다.
사실 사부님과 대련은 수없이 했지만, 이렇게 마음 높고 격렬히 싸운 적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 상태가 괜찮았다. 아니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로 최상, 최고의 기분이었다.
게다가 아직 실전에서 사용해 보고 싶은 초식들도 많이 있었다. 나는 팔다리를 풀면서 중얼거렸다.
“그럼, 어디 대막의 최고라는 광풍사 실력 좀 볼까?”
아, 그리고 그들이 왜 왔는지도 알아내야지. 또 천멸실이 왜 이렇게 쉽게 습격당했는지도.
나는 수레를 숨긴 후, 천멸실로 들어갔다.
* * *
우두둑.
또 한 명의 광풍사 무인의 목을 비틀었다.
그동안 서른 명이 넘는 놈들을 죽였고,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대략적으로 알아냈다.
모든 일의 시작은 장문진의 아버지 ‘장한주’ 때문이었다.
본래 장한주는 대막에 있는 ‘적풍사’라는 흑도문파의 우두머리였다. 사막에서 상단을 습격하는 걸로 모자라, 중원까지 넘어와서 협박, 갈취했고, 무림맹의 천포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것이 삼 년 전, 일이었다.
그때부터 장한주의 아들들은 아버지를 탈출시키기 위해 준비를 했다.
첫째 아들은 적풍사의 두목을 역임했고, 둘째 아들은 소뢰음사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셋째 아들 장삼고는 장문진으로 이름으로 바꾸고, 천멸실로 잠입했다.
모두 아버지인 장한주를 탈출시키기 위한 포석이었다.
처음에 장문진, 즉 장삼고는 외부 경비무사로 들어왔다.
삼 년 동안 신임을 쌓았고, 드디어 작년에 접객당주 여봉민에게 돈을 주어, 내부의 경비무사, 경방객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있는 감옥으로 한발 다가갔다. 그 후, 감옥에 관한 정보를 모았고, 이번에는 숙주들과 친분을 맺었다.
그리고 오늘 탈옥을 결행하고 말았다.
‘이놈, 상당히 계획적이구나. 주방에 쉽게 들어갈 정도까지 숙주와 친해진 후에, 만두 재료에 독을 넣었어.’
만두는 천멸실의 모든 무인들이 먹는 식사였다. 덕분에 오늘 밖으로 나간 이들을 제외하고, 모두 중독되었다.
그때 첫째 아들 장일권이 적풍사 무사들을 대동하여 나타났다. 또 둘째 아들 장이재가 쇠뢰음사의 고수들을 데리고 함께 나타났다.
천멸실 무사들은 독에 중독되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다. 대부분 억울하게 쓰러졌고, 간신히 살아남은 고수들은 남쪽 감옥으로 후퇴했다. 그렇게 안쪽에서 문을 걸어 잠갔다.
적풍사 놈들은 쾌재를 불렀고, 지금 승리를 만끽하는 중이었다.
그들은 감옥에 갇힌 장한주를 풀어주고, 다른 죄수들도 꺼내주었다.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 물건을 훔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들은 광풍이라는 목패를 지니고 있던 걸까?
그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나중에라도 무림맹이 찾아올까 봐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광풍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이었다.
아주 간단하지만 괜찮은 계획이었다. 실제로 나와 임충이 이번 습격을 광풍사로 오해했었으니까.
그런데 탈옥에 성공했잖아. 그럼 어서 도망쳐야지, 왜 아직도 머물러 있는 거지? 겨우 물건 따위를 훔치려고?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 * *
적풍사는 사막의 도적이다.
그들은 약탈하는 것이 습관이었고, 일을 치른 후에는 반드시 귀중품을 뺏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하들을 통제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마음껏 약탈할 수 있게 지금 풀어주고 있었다.
다만 이것이 하운평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는 귀신같은 신법으로 돌아다녔고, 각개격파로 처리했다. 빠르고 조용하게…… 적풍사의 무사들을 죽이고, 정보를 얻어냈다.
그리고 셋째인 장삼고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 천유수악의 책임자, 강성검 공처악의 집무실이었다.
“제기랄. 그 물건은 어디 있는 거야?”
집무실은 이미 엉망이 되었고, 장삼고는 무언가 열심히 찾고 있었다.
하운평은 그를 사로잡기 위해 조심히 다가갔다.
그때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렸고, 일단의 무리들이 나타났다. 하운평은 급히 몸을 숨겼고, 그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장일권은 몸집이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겼다. 하지만 보기와 다르게 신중하고 머리가 좋았다. 아버지인 장한주를 꺼내려는 계획도 그가 세운 것이었다.
그는 집무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셋째인 장삼고에게 말했다.
“막내야.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자. 아버지의 상태가 엄중하다. 치료가 시급해.”
하지만 장삼고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번 일을 하면서 그는 삼 년이란 세월을 허비했다. 큰형인 장일권인 적풍사를 장악했고, 거대한 문파의 수장이 되었다. 그리고 둘째 형인 장이재는 소뢰음사에 가서 굉장한 무공을 익혔다.
하지만 자신은 뭔가? 이대로 돌아가면 시간만 버린 셈이다.
그럴 수 없었다. 자신도 남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럼 먼저 떠나시오. 나는 조금 더 찾아봐야겠소.”
그는 큰형인 장일권을 보지도 않고 대꾸했다. 퉁명스러운 목소리에서 불만만 느껴졌다.
그 말을 듣더니 장일권은 잠시 고민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천천히 따라오너라. 북쪽에 있는 노사고개에서 기다리겠다.”
“마음대로 하시오.”
장일권은 몸을 돌리려다,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아아. 그리고 조심해라. 정문을 지키던 수하들이 사라졌다. 무림맹 고수나 천포가 나타난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장삼고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장일권은 고개를 흔들더니, 집무실을 떠났다.
그때 마침 한쪽에서 다른 누군가 나타났고, 장일권은 마주쳤다. 장일권은 그에게 말했다.
“둘째야. 아버지의 상태가 심각해서 나는 먼저 떠나야겠다. 너희 소뢰음사는 언제 끝날 것 같으냐?”
“거의 다 끝난 것 같습니다. 아마 일각 후에는 철수할 겁니다.”
“그럼 너는? 소뢰음사로 같이 갈 거야?”
“당연히 아니죠. 오랜만에 밖으로 나왔는데, 집으로 가서 쉬어야죠.”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럼 너도 마무리되면 북쪽의 노사고개로 오너라. 그리고 시간 되면 막내도 챙겨. 저놈 살짝 독이 오른 것 같으니까.”
둘째인 장이재는 고개를 끄덕였고, 장일권은 수하들을 이끌고 천멸실을 떠났다.
수하들이 전부 모이진 않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본래 도적놈들은 약탈할 때는 두목 말을 잘 듣지 않으니까.
또 남은 놈들은 둘째와 셋째가 챙겨서 같이 올 줄 알았다.
그가 떠나고, 둘째인 장이재는 다시 소뢰음사 쪽으로 돌아갔다. 마무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집무실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하운평이었다.
그는 잠깐 생각하더니, 집무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장삼고는 기어코 공처악의 비밀 금고를 찾아낸 것 같았다. 바닥을 뜯어내고, 지하에 숨겨진 금고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금고 안에는 다양한 비급과 보물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본래 죄수들의 물건은 무림맹이나 무림비동으로 보내는 것이 규칙이었다. 하지만 천멸실과 무림맹의 사이가 소원해진 이후부터, 천멸실에 따로 보관하고 있었다.
장삼고는 이곳에 머무르면서 그것을 알았고, 자신의 잃어버린 삼 년을 그것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그래. 삼 년이 헛되지 않았구나.’
그는 보물들을 보면서 히죽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