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78
너의 초식이 보여 178화
탈옥(3)
칠호는 밥을 먹고 있었다.
“어? 웬일이야? 지금 이 시간에 내려와도 돼?”
하운평은 칠호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 위의 물을 꿀꺽꿀꺽 마셨고, 칠호에게 천멸실의 상황을 설명했다.
천멸실에서 탈옥이 벌어졌다는 말을 듣고, 칠호도 상당히 놀랐다.
“대담한 놈들이네.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런 짓을 저질렀대?”
“광풍사에게 뒤집어씌우려 한 거지. 반쯤은 성공했고.”
광풍이라고 적힌 목패를 지니고 있었다는 말에 칠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머리를 잘 썼네. 어린애 장난 같지만, 의외로 그런 게 효과가 큰 법이거든. 그런데 위쪽을 정리했으면, 탈옥한 놈들을 따라가야 하는 것 아냐?”
“따라가야지. 내가 아니라, 네가!”
하운평의 말에 칠호는 놀라서 소리쳤다.
“내가?”
칠호가 인상을 썼다. 그리고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나보고 도망친 적풍사 놈들을 쫓아가라고?”
“그래.”
“그놈들이 떠난 지 한참 되었다면서? 지금 쫓아가는 건 쉽지 않아.”
“걱정 마라. 북쪽에 있는 노사고개에서 둘째와 셋째 녀석들을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너는 곧바로 노사고개로 가면 돼.”
그래도 칠호는 가기 싫은지, 이것저것 핑계를 댔다.
“야. 한번 생각해 봐. 나는 요원 출신이야. 싸움이 전문이 아니라고. 나 혼자서 그들을 상대하는 건 무리야. 무리.”
“그럼 임충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그가 무림맹의 고수들을 데려올 테니까, 같이 가면 되겠네.”
하운평은 간단히 대답했고, 칠호는 더듬거렸다.
“그, 그래. 그럼 되겠네.”
“그리고 임충을 만나면, 그에게 이걸 전해줘.”
하운평은 뭔가를 적은 종이를 건넸다.
“이게 뭔데?”
“현재 천멸실의 무인들은 모두 ‘비정’이란 독에 중독되어 있어. 이건 그걸 해독할 수 있는 방법이야. 장삼고한테서 받은 거니까, 너도 그렇게 말하고 주면 돼.”
“그래. 알았어. 저어,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임충 앞에서 무공을 보였다면서? 나중에 내 무공을 보고, 무공이 왜 이렇게 다르냐고 따지면 어떡해?”
“무리를 해서 상처가 도졌다고 말하든지, 그건 알아서 해봐.”
“야아. 그렇게 무책임한 말이 어디…….”
칠호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갑자기 하운평의 기세가 변했기 때문이다.
하운평이 무거운 얼굴로 말했다.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 계약은 없던 걸로 하자. 그리고 일이 끝날 때까지 어딘가에 조용히 갇혀 있어줘야겠어. 비밀유지를 위해서.”
하운평의 말에서 진심을 느낀 칠호는 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니,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이왕 할 거면 확실히 하자는 거지. 전후 사정을 다 파악해야 실수를 안 하거든.”
그는 하운평이 내민 쪽지를 받고, 급히 자신의 물건을 챙겼다. 그리고 밖으로 먼저 나갔다.
“그럼 하 공자. 이쪽은 걱정 말고, 해야 할 일을 해. 일 년이고, 이 년이고 천천히 돌아와도 돼, 알았지? 그럼 나중에 보자.”
칠호는 벌써 황금 백 냥을 받고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까지 다 세워둔 상태였다. 이제와서 취소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운평의 마음이 바뀔까 봐 서둘러 천멸실로 올라갔다.
하운평은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보더니, 이번에는 무영문을 찾아갔다. 그리고 비위를 만나서 같은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적풍사가요? 허어. 그놈들의 미친 짓거리는 익히 들은 적 있지만, 이번에는 도를 넘는군요.”
“무림맹의 무사들이 그들을 쫓을 겁니다. 도망친 죄수들도요.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오히려 소뢰음사가 걱정되더군요.”
“으음. 그렇죠. 아무래도 중원에 적대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말인데, 무영문에서 해줬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무엇을 말인가요?”
비위는 살짝 긴장했다.
무영문이 유명하지만, 개개인의 무력은 높지 않았다. 소뢰음사와 부딪치면 크게 피해만 입을 것이고, 자신이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비위의 잔뜩 긴장한 모습을 보더니, 하운평은 슬쩍 웃었다.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그들은 천멸실에서 과거 뇌음사 고수들의 심득을 찾은 것 같은데요. 이것으로 대뢰음사도 건드릴 것 같았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먼저 대뢰음사에 알려주면 어떨까요?”
“호오. 차도살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차도살인(借刀殺人).
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 즉 직접 싸우지 말고 타인을 이용하라는 의미로, 쇠뢰음사를 처리하는 데, 대뢰음사를 이용할 것인가 묻고 있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싸우지 않아도 좋다. 그저 대뢰음사를 자극하여 소뢰음사와 견제하려는 의도였다.
비위는 그것을 깨닫고,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무영문은 발이 넓었고, 다행히 천축의 대뢰음사까지도 끈이 연결되어 있었다.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잘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습니다.”
하운평은 감사를 표했고, 이런 식으로 적풍사와 소뢰음사를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는 이곳을 떠나기 전 비위에게 물었다.
“아, 그리고 부탁한 철혈문의 자료는 준비되었나요?”
“네. 준비해 두었습니다.”
비위는 사흘 전에 완성했던 자료를 가져왔다.
철혈문의 시조부터 현재까지, 모든 인원들의 신상과 역사, 이해관계까지 상세한 적힌 책이었다.
하운평은 두꺼운 책들을 챙기고, 곧바로 이곳을 벗어났다. 이 정도면 적풍사 일은 잘 해결될 것 같았다.
그는 곧바로 다른 인물로 변했고, 좋은 말을 샀다. 그리고 곧장 철혈문으로 달려갔다.
* * *
하운평은 이동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천멸실의 소식을 들었다.
시간이 걸렸지만, 마침내 탈옥한 죄수들을 전부 붙잡았다고 한다. 그리고 적풍사 놈들은 새외로 넘어가기 전에 쫓아갔고, 첫째인 장일권과 그의 부친 장한주를 체포했다고 들었다. 그 둘을 다시 천멸실에 가둠으로써 이번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소뢰음사 일도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대뢰음사에 이번 일을 은밀히 알렸고, 대뢰음사도 고수를 파견하여 소뢰음사의 고수들이 천축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막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쪽은 서로 싸운다고 당분간 중원에 신경 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써 있었다.
모두 무영문의 비위가 전해준 정보들이었다.
그에게 고맙다는 답장을 쓴 후, 하운평은 앞으로의 일에 집중했다.
열하루 후, 그가 도착한 곳은 ‘진읍’이라는 고을이었다.
철혈문을 바로 앞에 둔 곳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객잔도 다섯 개나 있었다.
하운평은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들어갔다. 삼 층의 구석진 곳에 방을 잡고, 간단한 술과 음식을 시켰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피를 섭취하여 기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거네.”
[네. 맞습니다.]그는 지금 장한마검과 대화하고 있었다.
십천간편과 여의구가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장한마검은 몹시 얌전해졌다. 마치 수줍은 처자처럼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그 기운은 매우 불순합니다. 아마도 계속 사용하시면 몸에 부담이 올 것이니, 되도록이면 사용하시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하운평을 위하는 척 말을 하지만, 실상은 같이 일을 하기 싫다는 뜻을 비치고 있었다.
하운평이 다시 물었다.
“십천간편의 말은 조금 다르던데. 네가 불순한 기를 거를 수도 있다고 들었거든. 아닌가?”
장한마검은 짧은 침묵 끝에 서둘러 대답했다.
[마, 맞습니다. 가능은 하죠.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려서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입니다.]“시간이 걸려도 괜찮아. 가능한 깨끗한 기로 걸러서 나에게 보내줘. 할 수 있지?”
[……네에.]물론 가능하다.
하지만 장한마검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롭고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가능한 안 하려 했고, 입을 다물고 숨기려 했었다. 하지만 십천간편은 이미 모든 걸 파악하고 있었다.
“너도 오랜만에 나와서 사람의 피를 흡수하잖아. 너에게 좋은 일이니 이 정도는 도와줘야지.”
“네에. 해야죠. 시키면…….”
말과는 달리 몹시 의욕이 없어 보였다.
하운평은 그의 눈치를 보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만약에 못할 것 같으면 말해. 하기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잖아. 나도 그런 건 좋아하지 않고.”
장한마검은 금방이라도 ‘네’라고 대답할 뻔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지만, 잠깐 고민했다. 그리고 하운평의 내심을 조금 읽을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이 사용해 보고, 개선의 여지가 없을 것 같으면 마검을 없애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마검을 어떻게 없애지? 역시 대장간으로 들고 가야 하나? 높은 온도로 녹여 버리거나 잘게잘게 부수어서 땅속에 묻어버리면…….’
이건 이제는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사가 달려 있는 일이다.
장한마검은 그걸 깨닫고, 황급히 대답했다.
[하운평 님. 제가 다시 생각해 보니까,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싸우는 와중에도 깨끗한 기를 받으실 수 있을 수 있고요. 물론 사람의 피만 충분하다는 전제조건 아래에서요. 그러니까 제가 누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정순한 기로 바꾸어 보내드릴 테니, 부디 살려만 주십시오.]그는 열정적으로 소리쳤고,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가짐이 좋네. 우리 열심히 해보자. 잘하면 마검이 아니라 신검이 될 수도 있어.”
[네. 알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하운평은 그런 확답을 받은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식사는 마친 상태고, 철혈문에 관한 자료도 다 읽었다.
이제 그는 낭인을 증명하는 신분증, 낭인패를 만들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낭인’이란 돈을 받고 일을 해주는 직업을 뜻했다.
그 일이 싸움이 될 수도 있고, 호위가 될 수도 있고, 잡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림에는 그 수가 적지 않았다. 특정한 집단에 얽매이지 않고, 간단하게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숫자가 많아지니 불미스러운 일도 많이 발생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낭인지회가 생겨났다.
안으로는 낭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밖으로는 고객들에게 낭인들의 신분을 증명해 주는 역할을 했다.
기껏 돈을 주고 낭인을 고용했는데, 그들이 배신을 하면 난감한 일이 발생하니까.
때문에 낭인지회는 낭인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시험을 치르고, 패를 지급하며, 관리를 했다. 그것으로 믿을 수 있는 낭인이라 홍보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곳 진읍에도 낭인지회의 지부가 있었다.
하운평은 낭인지부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갔다.
지금 그의 모습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젊고, 잘생긴 공자가 아닌, 무뚝뚝하게 생긴 사십 대 중년인이었다.
적당한 수염으로 얼굴을 덮었고, 먼지가 많은 흑색 무복에 흑색 검을 차고 있는 노련한 검객으로 보였다.
그는 입구에 있는 안내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낭인이 되고 싶어 왔소.”
“아, 잘 오셨습니다. 저쪽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그의 안내로 좌측에 있는 큰방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 있었고, 하운평은 한 사람 앞에 앉았다.
“낭인이 되고 싶어 왔소.”
똑같은 말을 했고, 노인은 날카로운 눈으로 하운평을 살폈다. 그러더니 물었다.
“글자는 쓸 수 있으시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고, 노인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럼 여기 적힌 질문에 답을 적어시오. 그리고 간단한 무공 시험이 있을 거고, 둘 다 통과하면 낭인이 될 수 있소.”
종이에는 이름과 나이, 출생지와 익힌 무공 등등 열 개가 넘는 질문이 적혀 있었다.
하운평은 미리 생각해 놓은 터라 어렵지 않게 모두 작성했다.
[이름 : 가득수, 나이 : 서른일곱, 무공: 흑전검, 소속문파 : 없음, 사문 및 스승 : 없음…….]그리고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반 시진 후, 크고 뚱뚱한 남자가 다가왔다.
“무공을 측정할 테니, 따라오시오.”
그는 하운평을 뒤뜰에 있는 공터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이미 네 명의 낭인 지원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뚱뚱한 남자는 하운평을 그쪽으로 안내했고, 네 명 모두에게 말했다.
어떤 인사도 없이, 무료한 얼굴로 딱딱하게.
“낭인 시험은 총 세 단계로 진행되오. 첫째는 경공, 둘째는 내공, 셋째는 본인의 실력 검증이오. 먼저 경공이오. 바닥을 봐주시오.”
바닥에는 긴 선이 있었다.
그리고 일 척마다 표식이 되어 있었다.
“선이 그어진 곳에서 뛰어, 최대한 멀리 가면 되오. 좌측부터 시작하시오. 성함이 방추아 맞소?”
“맞습니다.”
첫 번째로 뛰는 사람은 어린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