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79
너의 초식이 보여 179화
철혈문(1)
방추여는 바닥에 그어진 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원자 세 명과 뚱뚱한 남자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살짝 긴장된다.
더구나 뚱뚱한 남자는 네 사람의 시험 성적을 기록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했다. 지금도 지루한 표정으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걸 보자 방추여는 더욱 긴장되었다.
손에서 땀이 흐른다.
‘겨우 낭인 시험에 불과하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떨리지?’
아마도 낯선 사람들 앞에서 처음 무공을 선보이기 때문일 거다. 그래.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거어, 되게 오래 걸리네.”
“못 하겠으면, 뒤로 빠져!”
지원자 이 번 남자와 삼 번 남자가 소리쳤다.
둘 다 표정이 험악하고, 성질이 급해 보였다.
방추여는 그들의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위축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그래. 하자. 여기까지 왔는데 해야지.
난 비류환검의 손녀잖아.
“후우우.”
그녀는 숨을 크게 쉬었고, 단숨에 발을 굴렀다.
파팟.
휘이이익.
그녀의 작은 몸이 하늘을 날았다. 그리고 완벽하게 착지했다.
타닥.
그녀는 긴장감을 풀지 않은 채,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잘 뛴 건가? 최대한 멀리 뛰긴 했는데.
그때, 그녀의 눈에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녀를 무시하던 지원자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렸고, 무심하던 뚱뚱한 심사관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들의 반응을 보고, 방추여는 안도하였다.
‘다행이다. 잘했구나. 할아버지. 이것 보세요. 저도 잘할 수 있어요.’
“우와. 도대체 얼마나 뛴 거야?”
“이 장은 넘은 것 같은데? 미친 거 아냐?”
방금 전까지 욕을 하던 남자들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의 모습에 방추여는 괜히 으쓱해졌고, 기분도 좋았다. 그런데 마지막 네 번째 지원자는 조금 달랐다.
그는 검은 무복을 입은 중년인이었는데, 그저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놀랐다거나 실망했다거나 하는 어떤 표정 변화도 없었다. 방추여는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뭐지, 저 사람? 이 정도는 자신도 할 수 있다. 이건가?’
그때 뚱뚱한 심사관이 다가왔다.
“허어. 소저. 알고 보니 굉장한 고수셨군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아, 아니에요. 고수라니요.”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고수는 뛰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뛰신 기록이 이 장이 넘습니다. 보통 사람은 일 장도 못 뛰거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거듭된 칭찬에 방추여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흑색 무복의 중년인은 금방 잊어버렸다.
“자자. 다른 사람들도 어서 뛰어주세요. 빨리 다음 시험으로 넘어가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이거 잘하면 특급 낭인 한 명 나오겠는데요? 하하하.”
아까와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심사관이었다.
잠시 후, 다른 지원자들도 바닥의 선을 기점으로 크게 뛰었다.
하지만 방추여와는 달랐다. 두 번째 지원자는 일장을 뛰지 못했고, 세 번째 지원자도 마찬가지였다.
방추여는 자신의 실력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렇구나. 이 정도가 일반적이구나.’
다음은 흑색 무복을 입은 중년인 차례였다. 방수여는 자신도 모르게 그를 눈여겨봤다.
휘익.
중년인은 정확히 일 장 하고도 이 척을 뛰었다. 그 정도도 나쁜 기록은 아니지만, 방추여의 실력에 한참 못 미치는 실력이었다.
‘흥. 별거 아니잖아.’
방추여는 속으로 핀잔을 주었다. 더 이상은 신경 쓰지 않으려 했고, 실제로 신경 쓸 새도 없었다.
뚱뚱한 심사관이 계속 말을 걸었고, 친한 척 굴었다.
“그런데 방 소저는 무공을 누구에게 배웠나요? 혹시 사문이 있으신가요? 아아. 지원서에 할아버지에게 무공을 배웠다고 적혀 있었네요. 제 실수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낭인을 지원한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요?”
“네. 급하게 돈이 필요해서요.”
“그럼, 정말 잘 찾아오셨습니다. 사실은 말씀드릴 것이…….”
하지만 다른 지원자들이 보고 있자,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말을 돌렸다.
“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시험을 끝내죠. 자자. 다음 시험을 실시하겠습니다. 방 소저. 이번에도 큰 기대를 하고 있겠습니다.”
다음은 내공 시험이었다.
방법은 간단했다. 무거운 돌을 들고, 옮기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십 관에 달하는 크고 무거운 돌이라 일반인이라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공을 측정하려는 의도지만, 외공이나 근력을 사용해도 무방했고, 다섯 걸음만 걸어가면 통과였다.
방추여도 살짝 긴장했다.
돌은 자신의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웠고, 그녀는 이런 종류의 수련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입을 악물며, 내공을 일으켰다.
“끄으응.”
그러자 생각보다 돌이 쉽게 들렸다. 그리고 돌을 들고 무려 열 걸음이나 움직였다.
역시 다른 참가자들은 감탄했고, 뚱뚱한 남자는 최고라며 치켜세웠다.
다른 지원자들은 각기 여섯 걸음, 네 걸음, 그리고 중년인은 일곱 걸음을 걸었을 뿐이다. 꼬마애라고 얕잡아보던 사람들은 이제 그녀를 고수라 불렀다.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시험이었다.
심사관이 말했다.
“세 번째 시험은 자신의 무공을 증명하면 됩니다. 저기 있는 돌벽에 가장 자신 있는 초식을 사용하세요. 깊이가 반 치만 새겨지면 합격입니다. 그리고 방 소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주십시오. 응원합니다. 하하하.”
역시 방추여에게는 친절했고, 그녀는 자심감을 가지고 돌벽 앞에 다가갔다.
두께가 두 자, 높이가 사 장이 넘는 커다란 벽이었다.
표면에는 검이 지나간 자국, 무언가에 뚫린 자국, 긁힌 자국까지, 여러 가지 흔적들이 보였다.
방추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갑자기 제자리에서 돌았다. 그리고 일순간,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검기가 쏟아졌다. 그 검기는 휘청거리면서 눈앞의 돌벽을 사정없이 가격했다.
파팟. 파파팟.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검술 실력이었다.
심사관은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크게 소리쳤다.
“와아아. 대단하십니다. 정말로 대단해요.”
짝짝짝.
그는 손뼉까지 치면서 방추여를 칭찬했다. 그리고 돌벽에 파인 흔적을 유심히 보더니, 그 깊이를 측정했다. 그것을 적으면서 중얼거렸다.
“소저는 꼭 특급 낭인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큰돈을 버실 거예요.”
“정말요?”
“네. 이 정도 무공이면 당연하지요.”
그때, 바로 뒤의 이 번 지원자가 물었다.
“혹시 그 기준을 알 수 있습니까? 흔적의 깊이가 어느 정도면 낭인이 될 수 있소?”
심사관은 귀찮은 듯, 간단히 말했다.
“그쪽 같은 경우에는 한 자 이상 상처를 내면 통과입니다.”
“낭인 이급으로 통과한다는 말이오? 등급 기준에 대해 좀 자세히 알려주시면 안 되겠소?”
그러자 심사관은 짜증 난 얼굴로 화를 내려다, 방추여를 보더니 태도를 바꾸었다.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자세한 기준은 알려줄 수 없습니다. 그래도 한 가지 기준만 말해주죠. 흠흠. 일급 낭인이 되려면……. 첫 번째 경공 시험은 일 장 이상 넘어야 하며, 두 번째 내공 시험은 일곱 걸음 이상, 그리고 세 번째 시험은 한 자 이상 흔적을 남기면 됩니다.”
“그중에 하나라도 못하면요?”
“그럼 일급이 안 되겠죠?”
“그, 그럼 다른 건 망쳐도, 하나라도 유난히 잘하면 어떻소? 그래도 일급 낭인이 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심사관은 짜증을 내면서 대꾸했다.
“질문이 너무 많은 거 아니오? 쳇. 그런 경우가 있긴 한데, 아주 드물어요. 예를 들어, 아저씨가 일격무적 백도후 정도 되면 가능은 하겠네. 그분은 경공 점수를 최하로 받았지만, 내공에서 스무 걸음 이상 걸었고, 세 번째 시험에서는 이런 벽을 주먹으로 박살 냈으니까. 할 수 있겠소?”
백도후는 이름 높은 특급 낭인이었다.
“흠흠. 아니오. 그냥 이급 낭인에 만족하겠소.”
그렇게 이번 지원자는 고개를 흔들며 돌벽으로 걸어갔다.
다른 지원자들도 차례로 돌벽 앞에서 솜씨를 뽐냈고, 마지막 중년인은 한자보다 조금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 모습을 본 방추여는 문득 생각이 났다.
‘경공 시험은 일 장 이상 뛰었고, 내공 시험은 딱 일곱 걸음 걸었네. 그리고 세 번째 시험은 한 자 이상 돌벽에 흔적을 남겼잖아? 마치 일부러 그 성적에 맞춘 것처럼.’
물론 아주 정확히 맞춘 건 아니지만, 왠지 여유로운 모습을 봤을 때, 조절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중년인은 여전히 무심한 얼굴이었다.
왠지 저 사람은 숨은 고수가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그가 고개를 돌렸고, 방추여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생각보다 맑았다.
하지만 중년인은 다시 고개를 들었고, 잠깐 자리를 비웠던 심사관이 다가왔다.
“방추여 님, 그리고 가득수 님은 저를 따라오시고요. 나머지 두 분은 저쪽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방추여는 그 중년인의 이름이 가득수이라는 걸 그때 알았다. 그리고 심사관은 두 사람을 데리고 이 층으로 올라갔다.
먼저 가득수에게 말했다.
“축하합니다. 가득수 님. 일급 낭인으로 통과되셨습니다.”
“고맙소.”
“이미 시험 결과는 전해놓았으니, 저기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셔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낭인패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심사관은 가득수를 보지도 않고, 방추여에게 말했다.
“방 소저 역시 시험 결과로 보아, 일급 낭인이 되실 수 있습니다. 오늘 바로 낭인패를 발급해 드릴 수 있고, 곧바로 낭인으로 활동하실 수 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심사관은 방추여에게는 추가로 말했다.
“사실, 소저의 실력이면 특급 낭인도 가능하신데요. 안타깝게도 특급 낭인은 여기서 결정할 수 없습니다. 본단까지 가셔서 추가 시험을 치르고 합격하셔야 해요.”
“본단이 어디 있는데요?”
“복건성에 있습니다. 꽤 멀리 있지요. 아, 그리고 낭인으로서 경험도 필요해요. 그러니까, 낭인 활동을 최소 일 년을 한 후에 특급 낭인이 될 수 있는 시험을 치를 자격이 주어지는 겁니다.”
“휴우. 최소한 일 년 후에 특급 낭인이 될 수 있겠네요.”
“아무래도 그렇죠.”
방추여는 실망했다.
그녀가 알기로 특급 낭인과 일급 낭인의 몸값은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들었다. 그래서 특급 낭인이 되어 금방 큰돈을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심사관은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흠흠. 다른 사람에게는 이런 말씀은 안 드리는데……. 소저는 제 막내 여동생과 비슷한 나이여서요. 제가 도움 말씀을 드려도 괜찮을까요?”
“네. 부탁드려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특급 낭인이 되고 싶으신 거죠?”
“네.”
“사실 곧바로 특급 낭인이 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도 두 가지나요.”
“그래요? 뭔가요?”
“첫 번째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시험을 통과하는 겁니다. 솔직히 소저의 실력은 안타깝게도 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조금 실망했다. 조금 전까지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더니.
“그럼 시험 결과가 어느 정도가 되어야 압도적이라 할 수 있나요?”
“간단히 말해 절정 고수가 되면 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돌벽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돌벽을 아예 잘라 버릴 테니까요. 솔직히 소저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방추여는 순순히 인정했다.
“네에. 제가 절정고수는 아니지요.”
“실망하지 마십시오. 다른 방법도 있으니까요. 사실은 저는 그 방법을 추천드리고 싶었습니다. 소저처럼 실력은 절정고수에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그냥 일급 낭인이라 하기에는 뛰어난 분들을 위한 정책이지요. 바로 낭인지회 지부의 소속이 되는 겁니다.”
낭인지회 지부의 소속?
방추여는 이해가 안 되어 다시 물었다.
“저어, 죄송하지만, 제가 아직 낭인 세계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낭인지회 지부가 뭐고, 소속이 된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하하. 제가 자세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낭인은 낭인패가 그들의 신분을 증명합니다. 단지 그것뿐입니다. 그들은 소속이 없기 때문에 개개인이 알아서 일거리를 구해야 합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스스로 구분해야 하고, 혹여나 의뢰 중에 다치더라도 본인의 돈으로 치료를 해야 하죠. 그 외에 돈을 못 받는 경우도 생기고, 귀찮은 일도 있을 수 있죠. 또 결정적으로 객지에서 죽어도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습니다. 부평초 같은 인생, 불쌍한 분들이 많죠. 그리고…….”
그는 낭인의 단점에 대해 굉장히 자세히 설명했다.
그것을 들으면서 방추여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심사관은 그걸 보더니, 슬쩍 웃었다.
마치 물고기를 낚기 직전인 어부와 비슷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