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8
너의 초식이 보여 18화
또 다른 능력(1)
잠시 후, 땅속 울림이 가라앉았다.
산속은 다시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다급하게 움직였다. 모두 장보도 동굴 쪽으로 달려갔다.
거기에는 제갈소미와 구운룡도 포함되어 있었고, 현재 천막에 남아 있는 사람은 짐을 지키는 두세 명뿐이었다.
하운평도 사람들을 따라갔다.
권왕이 걱정되었고, 상황도 궁금했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열심히 달려가고 있지만, 사람들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경공 문제였고, 다른 사람의 비해 지친 상태였다. 그나마 팔극진문의 무사들이 무공 수준이 낮아 쫓아갈 수 있었다.
목적지는 천막에서 반 시진 거리에 있었다.
사람들은 일각이나 단축해서 올라갔고,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한눈에 봐도 참담했다.
본래 화흠산에는 세 개의 봉우리로 있었고, 두 번째 봉우리 꼭대기 쪽에 장보도 동굴이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봉우리의 반쪽이 사라졌다.
특히 동굴이 있었던 곳은 산산조각 났고, 땅 밑으로 폭삭 내려앉았다. 그 일대가 다 비슷했다. 땅바닥이 부서지고 조각이 났고, 거미줄처럼 실금이 퍼져 있었다.
멀리서 보면 백여 장이 넘는 지대가 전체적으로 내려앉은 모양새였다. 물론 입구는 어디 있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진천뢰가 터졌다.
분명한 기정사실이다.
그럼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구운룡이 먼저 소리쳤다.
“저희 사부님이 누군지 잊으셨습니까? 열두존자 중 검성이십니다.”
“그, 그래. 금방이라도 나오실 겁니다.”
“권왕님도 같이 계시잖아.”
“열두존자 중 두 분이나 계시는데, 땅에 파묻히실 리 없다고.”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려 했다.
하지만 제갈소미가 의문을 제기했고, 다시 암울해졌다.
“그런데 왜 안 나오시죠?”
“으음.”
그렇다고 마냥 바라볼 수는 없었다.
사람들은 한자리에 모였고, 앞으로 어떡할지 의견을 주고받았다.
전제 조건은 절대 고수가 두 명이나 있으니,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거기서 시작하였다.
“어쩌면 못 나오는 이유는 너무 깊이 매몰되어서가 아닐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저도 며칠 전에 만년한철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 봤습니다. 입구에서 빙글빙글 돌아서 반나절 정도 계속 걸어요. 수직으로는 거의 십여 장이나 아래에 있을 겁니다.”
“만약에 만년한철 앞에 있었다면, 진천뢰가 터졌을 때 충격을 받았을 겁니다. 제갈 세가에서 파악한 진천뢰만 백 개가 넘는다고 추정했으니까요.”
“젠장. 하나도 구하기 힘든 진천뢰를 어떻게 백 개나 구했지?”
누군가 중얼거렸고, 다 같은 마음이었다.
진천뢰는 벽력세가의 것으로 하나가 터지면 반경 오 장 내의 모든 것을 초토화시킨다.
그것은 일종의 흉기였다. 때문에 진천뢰 사용은 무림맹에서 강력하게 제재했고, 지금은 생산을 중단하고 있었다.
과거 기록에 의하면, 진천뢰가 가까이 터졌을 때, 절정고수는 물론이고, 절대고수도 영향을 받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얘기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자자. 앞으로의 일을 의논해 봅시다. 그분들이 안에 갇혀 있다는 가정하에 우리도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위에서 땅을 파야죠. 그분들이 잘 빠져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겁니다.”
“어디를요?”
“무작정 파기에는 너무 넓지 않나요?”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너진 지역이 백여 장이 넘었고,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겨우 서른 명 정도였다. 전부 팔 수도 없었고, 한 곳을 찍어서 파야 하는데, 도대체 어디를 파야 할까?
시작부터 막막했다.
“일단 각 문파에 전령을 보냅시다. 우리끼리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한시가 급한데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요?”
“그전에 여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야죠. 장문인께 뭐라고 보고 합니까?”
“일부분은 땅을 파기 시작하고, 전령도 보내면 되잖아요.”
“전령은 각파 재량껏 알아서 보내야죠. 그것까지 알려줍니까?”
“그러니까 어딜 파냐고요?”
“일단 한가운데부터 파봅시다. 그러다 보면 무슨 소리가 들리겠죠.”
“말이 됩니까? 너무 낙관적으로 보시는 거 아니에요?”
중구난방(衆口難防).
세 개의 파가 모여 있었고, 사람들을 이끌 만한 재목이 없었다. 각자의 얘기만 했고, 대화는 길어지고 정신이 없었다.
“허억. 헉.”
그때 하운평이 도착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고, 몇 사람 마음을 읽으면서 상황을 파악했다.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본인들의 친구, 가족들이 땅속에 매몰되었고, 생사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그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것만 확신해도 괜찮을 텐데.’
하운평은 엉망이 되어버린 주변을 둘러보았다.
문득 조금 전 상황이 떠올랐다. 내공을 사용하자, 자신의 시력이 좋아졌다. 무인들의 초식이 눈에 들어왔고, 멀리 있는 사람의 마음도 쉽게 읽혔다.
그럼 혹시 땅 밑에 있는 사람들의 생각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일종의 도박이지만, 손해 볼 것은 없었다.
하운평은 혼자서 이 넓은 지역을 천천히 돌아다녔다. 일양신공을 운기하면서 계속 땅만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라도 들릴 걸 기대하면서.
* * *
“끄으으응.”
“사, 살려주세요.”
파해천은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빛 한 점 들지 않는 컴컴한 곳이지만, 절대고수의 눈은 특별했다. 사물들이 정확히 구별되었다.
그리고 점차 기억이 돌아왔다.
‘빌어먹을. 거지발싸개 같은 비잔신투, 장보도는 가짜였어.’
모두 비잔신투의 함정이었다.
처음에는 무난했다.
검성이 미인검으로 검강을 사용했고, 만년한철의 문을 쉽게 잘라냈다.
진천뢰를 건들지 않게 문 가운데를 둥근 모양으로 잘랐고, 문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장도 안 되는 작은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모두가 속았다고 느낀 순간, 갑자기 진천뢰가 터졌다. 문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진천뢰는 터지게 설계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진천뢰의 힘은 놀라웠다.
파해천은 급히 강기를 둥글게 펼쳐서 앞을 막았다.
하지만 여러 사람을 보호한다고 강기를 너무 넓게 펼쳤고, 얇아진 탓에 보호력이 약해졌다.
게다가 진천뢰가 사방에서 터지다 보니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
아마 검성 쪽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다행이다.’
쪽팔리게 땅속에 묻혀 죽을 순 없었다.
그는 먼저 독문무공인 천왕신공을 일으켜 몸 상태를 살폈다. 내상을 약간 입었고, 오른쪽 정강이뼈에 금이 약간 갔다.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다.
“야. 아까부터 질질 짜는 놈 누구야?”
“엇. 저, 접니다. 누구십니까?”
“나, 권왕이다.”
“정말 권왕님이십니까?”
“다, 다행이다.”
십여 명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대부분 권왕 뒤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주변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더 있다고 소리쳤다.
정신을 잃거나, 다친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수가 대략 사십 명이 넘었다.
대부분 흙이나 바위에 깔려 꼼짝하지 못했다.
파해천은 내공을 사용하면서 몸 주변의 흙과 바위들을 털어내려 했다.
“아아악.”
“자, 잠깐만요 권왕님.”
그때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아무래도 이쪽을 건들면 다른 쪽에 부담이 가는 것 같았다.
제길.
파해천은 욕설을 뱉으며 다른 쪽으로 움직였다.
“으악.”
“아파요!”
이번에는 다른 놈들이 소리 질렀다.
“끄응. 야. 검성은? 누구 검성이 어디 있는지 아는 놈 없어?”
검성을 싫어하지만,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파해천은 계속 소리 질렀고, 꽤 먼 곳에서 답변이 들렸다.
“검성님은 여기 있습니다.”
“그놈은 어때?”
“그게…… 좋지 않습니다. 진천뢰에 제일 가까이 계셨고, 저희들을 보호하시려다…….”
검성이 잘난 척을 하지만, 사람들의 목숨은 끔찍이도 챙겼다. 아마 본인을 희생해서라도 충격을 최소화했을 테지.
‘그럼 검성의 도움을 바라면 안 되겠고, 나 혼자 나서야겠구나.’
“어쩔 수 없다. 조금씩 움직여서 공간을 확보해야 하니까, 죽을 정도만 아니면 참아라.”
권왕은 조금 무리가 되더라도 강기를 일으켰다.
그래서 흙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녹여내는 방법을 택했다.
효과가 있었다.
흙이 사라지면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위쪽에서 계속 흙과 바위가 떨어졌고,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으음. 음. 궈, 권왕님…….”
“숨 막혀 죽겠습니다.”
빌어먹을. 도대체 어떡하라고?
차라리 혼자라면 쉽게 나갔을 텐데, 사람들을 챙기려니 꼼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문득 하운평이 생각났다.
‘그 꼬마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데 믿을 수 없게도 정말 하운평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 권왕……. 괜찮으…….’
“어?”
파해천은 처음에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아니, 귀로 들리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목소리가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아까 머리 쪽으로 충격을 받았었나?
본인의 정신이 이상해진 건지, 상태를 의심했다. 그런데 하운평의 목소리는 계속 들렸다.
‘권왕……. 어디……. 요?’
‘이 미친놈아. 내가 어디 있는지 어떻게 설명해?’
그는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고, 신기하게도 하운평이 또 거기에 답을 했다.
‘왜 욕을 하고……. 나오기 싫으세요?’
‘너 같으면 땅속에 파묻혔는데, 욕이 안 나오겠니?’
‘하긴 그렇네요. 조금만……. 참으세요. 꺼내 드릴게요.’
점점 하운평의 목소리가 뚜렷해졌다.
권왕은 이제 지금 상황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 * *
하운평은 지금 서 있는 곳, 바닥에 큰 원을 그렸다.
권왕의 생각을 읽다 보니 이 지점이 가장 잘 들렸다. 이곳에 제일 가깝다는 뜻이고, 아마도 권왕은 이 아래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또 하나 발견했다.
다른 사람의 생각만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도 있었다.
전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그건 나중에 더 확인하고, 지금은…….’
하운평은 잠깐 생각하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요. 여기 좀 와보세요.”
사람들은 아직 어떡할지, 결정을 못 내린 상태였다.
짜증 나고 신경이 곤두선 상황이라, 어린아이의 말에는 관심 없었다.
“사람들은 여기에 묻혀 있습니다.”
그제야 몇 사람이 다가왔다. 그중에는 제갈소미도 있었다.
“여기에 사람들이 묻혀 있다고?”
“응. 오십 명 정도 살았고, 흙과 바위에 깔려 있어. 오래 버티기 힘드니까, 우리가 흙을 파내서 도와줘야 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구운룡이었다.
마음이 조급했는지, 더 이상 예의는 보이지 않았다.
“그게……. 권왕님의 전음을 들었거든. 정확히 여기라고 말씀해 주셨어?”
“권왕님이 살아계시다고? 우리 사부님은?”
“살아계시는데, 많이 다치신 것 같다.”
“그런데 왜 우리는 권왕님의 전음이 안 들리고, 너만 들을 수 있지?”
제갈소미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이미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권왕님의 무공을 익혔잖아. 무공의 특수성 때문에 이 넓은 거리에도 나만 들리나 봐. 아무튼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다른 사람들 때문에 권왕님이 움직일 수 없으시거든…….”
하운평은 그쪽 사정을 자세히 설명했고,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기 시작했다.
“사실인 것 같은데요.”
“그래요. 일단 움직여 봅시다. 탁상공론만 해봤자, 아무 소용없잖아요.”
“그럼 저는 아래로 가서 땅을 파는 도구들을 가져올게요.”
“넓게 파야 하니까, 일단 돌멩이나 바위들부터…….”
희망이 생겼다.
그것 하나만으로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