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86
너의 초식이 보여 186화
도도산장(1)
‘동호장’이란 남자가 있다.
열아홉이란 어린 나이에 동창에 들어왔었고, 특유의 끈질김으로 끝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현재 도도산장의 장주가 되었다.
도도산장은 구단도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이곳의 장주란 의미는, 동창의 제일 날카로운 칼날, 구단도를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즉, 동호장은 동창 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힘이 있고, 동창의 현재 수장, 병필태감 관포의가 믿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럼 그가 어떻게 밑바닥에서 여기까지 올라왔을까?
물론 그의 끈질기고 병적으로 집착하는 성격도 한몫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얘기한다.
동호장은 실로 뱀 같은 남자라고.
겉으로는 허허허 웃으면서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을 지녔다.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차갑고, 마음에 안 드는 이가 있으면 가차 없이 잘라낸다.
또 그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할 줄 알았고, 지킬 줄도 알았다.
그가 직접 칼을 든 적은 없지만, 그로 인해 죽은 자들만 수천 명은 될 것이다. 때문에 그를 욕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그만큼 그의 권위에 들러붙으려는 자들도 많았다.
하루에도 수십 명이 찾아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좋은 기회가 생겼다.
동호장의 환갑이 올해였고, 그의 환갑잔치가 열흘 후에 벌어질 예정이었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관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찾아오는 실정이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밖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구단도의 삼조장 이태강은 이 환갑잔치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동호장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는 눈에 띄는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마땅히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이것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고민했고, 식욕까지 잃어버릴 정도였다.
마침 같이 밥을 먹고 있던 부조장이 물었다.
“조장님. 요즘 고민이 있습니까? 표정이 너무 안 좋으신데요.”
“휴우. 선물 말이야. 웬만한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 어쩌면 좋으냐?”
“허어. 조장. 그 문제를 반년 전에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못 고르신 거요? 열흘 후면 환갑잔치인데?”
“아니. 선물은 준비했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 선물은 다른 사람도 해올 것 같아서.”
“호오. 그러니까 추가로 더 하고 싶으시다?”
“그렇지. 그분 눈에 들어오려면 뭔가 특별한 걸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단 말이야.”
“흐음. 하긴, 그게 쉬우면 아무나 다 했겠죠.”
“그렇지.”
그러다 부조장이 손뼉을 쳤다.
“아, 하나 생각났습니다.”
“뭐냐?”
“이게, 선물이라 하기에는 좀 애매한데……. 어쨌든 장주님 기분만 좋으면 된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
“사실 이틀 전에 연락이 왔었습니다. 조장, 혹시 고한신 이라고 기억하시오?”
이태강은 젓가락질을 멈추고, 생각했다.
“고한신? 고한신이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아아. 기억났다. 철혈문의 고한신!!”
“맞습니다. 역시 조장은 기억력이 좋으시오. 나는 한참을 생각했었는데.”
“연락이 끊어진 지 오 년이 넘었잖아? 그놈이 왜?”
“정확히 오 년 하고도 칠 개월이 지났었죠. 그런데 그놈이 갑자기 이틀 전에 연락이 온 겁니다.”
“호오. 무슨 일이지?”
“그러니까요. 저도 궁금해서 알아봤죠. 글쎄, 그놈이 사라진 칠호의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이태강은 깜짝 놀라 되물었다.
“칠호? 그 일조의 그놈?”
“네. 맞습니다. 갑자기 자유를 달라고 설치다가, 죽을 뻔한 놈 있잖아요.”
“그래. 일조에서 죽이려고 했는데, 결국 놓쳤지.”
“그놈, 장주님의 골칫거리 중 하나잖아요.”
“으음. 그런데 그놈의 행방을 고한신이 알고 있다? 그런데 그놈을 어떻게 알고, 우리에게 연락 한 거지?”
부조장은 자세히 설명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놈이 칠호라고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에 철혈문에서 낭인을 모집하는데, 우연히 그중 한 명이 구단도였다는 걸 알아냈다고 하네요. 그런데 지금 그쪽으로 나간 구단도 녀석들은 없거든요. 제가 다 확인해 봤습니다.”
“으음. 그럼 남은 건, 사라져 버린 칠호밖에 없다?”
“맞습니다.”
“으음. 그래도 뭔가 의심스러운데.”
구단도의 칠호는 굉장히 영리했다.
만약 그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출신을 밝혔다면, 함정일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저도 함정일 거라 생각은 했습니다만, 그래도 기회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분명히 그놈을 잡을 수만 있다면, 함정이어도 가 볼 만하지.”
이태강은 잠깐 고민했고, 곧바로 결심했다.
“좋아. 일단 고한신을 만나 보자.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어? 설마 직접 움직이시게요?”
“그래야지. 시간이 없으니까. 만약 놈의 말이 맞는다면, 우리 조의 인원을 전원 투입해서 단번에 칠호를 잡는다. 어떤 함정을 준비해도 부숴 버릴 수 있게 강하게 가는 거야.”
“알겠습니다.”
이태강은 부조장에게 명했다.
“고한신에게 전해. 사흘 후 저녁에 만나자고. 장소는 네가 적당히 물색해보고.”
“네.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이태강은, 그날 오후에 도도산장을 떠났다.
* * *
사흘 후, 양천(陽泉).
산서성과 하북성 경계에 있는 작은 고을에 구단도 세 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이 고을에 하나밖에 없는 객잔으로 들어갔고, 그중에는 이태강도 있었다. 그는 홀로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은 입구와 계단 쪽에 지켰다.
혹시 고한신이 도망칠 때를 염려해서였다.
고한신은 이 층에 혼자 있었다. 창가에 앉아 밖을 보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털썩.
이태강이 맞은편에 앉으며, 거만하게 물었다.
“고한신. 오랜만에 보니 신수가 훤하군.”
그런데 고한신의 반응이 이상했다. 오 년 전까지만 해도, 무슨 말을 해도 실실 웃으면서 비위를 맞추려 애썼다. 어떻게든 잘 보이려는 티가 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담담했다.
“네. 오랜만입니다.”
‘이놈 봐라?’
이태강이 변한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벌레 같은 놈은 계속 벌레같이 굴어야지. 어디 건방지게.
그는 내공을 살짝 끌어올렸다.
구단도의 조원들은 하는 일이 달랐다. 일조는 첩보, 잠입이 주 임무였고, 삼조는 적을 분쇄, 파괴하는 일이 많았다.
때문에 삼조의 조장, 이태강의 무공은 상당했고, 철혈문의 장로를 아래로 볼 정도였다.
그가 단 두 명만 데리고, 이런 곳에 올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왜 이러시는 건지…….”
그제야 고한신이 꼿꼿한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굴었다.
이태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워서 말이야. 그래. 고한신. 우리 구단도의 일원이 철혈문에 있다고? 자세히 얘기해 봐. 처음부터 아주 자세히.”
“저어, 그런데 하나만 여쭤봐도 될까요?”
“뭔데?”
“혹시 저를 처음에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하십니까?”
이상한 질문이었다.
대답할 가치도, 대답할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존재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태강은 자신도 모르게 고한신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십이 년 전, 그에게 첫 임무를 준 사람은 구단도의 수장, 동호장이었다. 당시에는 그는 일조 조장이었고, 이태강도 일개 조원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아무튼 이놈. 안 되겠어. 건방지게 질문이나 하고. 오랜만에 만나서 자신의 위치를 잊어버린 것 같은데. 버릇을 고쳐줘야겠어.’
그런데 고한신의 반응이 더 웃겼다.
“그렇군요. 우리는 분명 십이 년 전에 만났습니다. 혹시 그때 저한테 무슨 일을 시켰는지도 기억하십니까?”
“그런 걸 물어보는 저의가 무엇이냐?”
그러면서도 그 당시를 살짝 떠올렸다.
‘동천대관 때문에 그를 만났었지. 그런데 이놈이 정말 미쳤나? 왜 이런 걸 물어보지?’
순간 고한신의 표정이 바뀌었다. 말투조차 변했다.
“제대로 아는 놈이 나왔군. 다행이야.”
“이놈!! 너는 누구냐!”
이놈은 고한신이 아니다.
이태강은 놀라서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았다. 아니, 뽑으려 했다.
그전에 고한신의 눈이 반짝였고, 이태강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멈추었다. 정확히 말하면 멈추어졌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강제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넌, 누구냐?”
“고한신.”
“절대 그럴 리 없다.”
고한신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아무리 시일이 지나도 본성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자 고한신은 웃으며 대꾸했다.
“질문은 네가 하는 게 아니야. 내가 해야지.”
“미친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알아. 그러기 위해 너희를 불렀으니까.”
그의 눈빛이 더 강렬해졌다. 이태강은 자신의 의식을 점점 잃어버렸다.
* * *
구단도 삼조의 부조장은 하늘을 바라봤다.
이제 해가 지고 있었다. 벌써 두 시진 째 이러고 있었고,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혹시 조장님께 문제가 생긴 걸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마침 이태강 조장이 일 층으로 내려왔다. 부조장이 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조장님. 괜찮으십니까? 고한신의 정보는 어떻던가요?”
“나는 괜찮다. 도도산장으로 돌아가자.”
“네? 칠호를 잡으러 가야죠?”
“됐어. 확인해 보니 정보는 가짜였어.”
“제기랄. 그럼 고한신 놈을 족칠까요? 감히 가짜 정보를 주다니…….”
“됐어. 시끄럽게 만들기 싫으니까 그냥 보내. 그것보다 빨리 돌아가자. 기분이 안 좋아.”
“아, 네에. 알겠습니다.”
조금 이상했다.
평소 이태강의 성격이라면, 고한신을 죽이거나, 그 정도로 괴롭혀야 한다. 그동안 정보를 잘못 알려줬다는 이유로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표정도 나른한 것이 이상해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이태강이 말도 없이 먼저 출발했기 때문이다.
“조장님. 같이 가요.”
부조장과 다른 조원은 급히 그를 쫓아갔다.
하지만 이태강은 누군가에게 쫓기듯 전력으로 달렸고, 수하들도 정신없이 달려갈 수밖에 없었다.
반면 그들이 떠난 직후였다.
고한신이 천천히 일 층으로 내려왔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변했고, 고한신이 아닌, 가득수의 모습이었다.
그가 중얼거렸다.
“아쉽게도 저놈은 동천대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구나. 역시 동호장이나 관포의를 잡아야겠어.”
그리고 그것도 가능할 것 같았다.
도도산장 내부 정보를 얻었고, 이제 안으로 잠입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그가 객잔을 나가서 향하는 곳은 도도산장이 아니었다. 그곳보다 위쪽에 있는 북경이었다.
정확히 북경의 아랫지방에 있는 종신이라는 고을이었다. 그리고 그가 관심 있는 곳은 정 삼품 부윤(府尹) 관직의 감충서 대감이 사는 집이었다.
* * *
나흘 후, 동호장 장주의 환갑이 가까워짐에 따라 여러 손님들이 도도산장을 찾았다.
그중에는 무림인도 있지만, 현 관직에 있는 고위직 관리들이 많았다. 그들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귀한 선물을 가지고, 마차를 타고 움직였다.
그중에는 부윤 감충서 대감도 있었다.
그는 아침 일찍 마차를 타고 출발했고, 그의 호위무사들이 말을 타고 쫓아갔다.
그리고 하운평이 그 뒤를 쫓았다.
하운평은 도도산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고위직으로 변장할 작정이었다. 직위가 높다고 아무나 변장할 수는 없었다. 세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먼저 도도산장에 자주 가고, 장주인 동호장과 독대할 수 있는 사람.
두 번째는 성격이 더럽고 악행을 많이 저지른 사람.
마지막 세 번째는 권세가 높아, 도도산장의 수하들이 검사를 많이 하지 않는 자였다.
하운평은 이태강에서 얻은 정보와 무영문에서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들을 추렸고, 감충서가 모든 조건에서 맞아떨어졌다.
그는 높은 관직을 얻기 위해 경쟁자들을 모함하고 제거했으며,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평민들을 착취했다. 그 과정에 도도산장을 알게 되었고, 그들에게 돈을 주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