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87
너의 초식이 보여 187화
도도산장(2)
감충서가 탄 마차는 한 시진을 넘게 달렸다.
그러다 급하게 멈추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관도에 커다란 나무가 쓰러져 있었고, 그것을 피해 지나가기 힘들었다.
물론 이것은 하운평이 미리 앞질러 가 설치한 것이다.
감충서를 호위하던 무사들이 그쪽으로 달려가서 나무를 치워야 했다.
반면 마차가 멈춘 탓에 감충서는 문을 열고 잠깐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인지 확인했고, 그는 다시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애첩이 눈을 감고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이년은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잠이 들어?”
감충서는 짜증을 내며 그녀를 깨우려 했다. 그때 그의 귓가로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둬. 피곤해 보이잖아.”
감충서는 점혈을 짚인 사람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이봐.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네에. 네.”
“좋아. 감충서.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 어느 것부터 들을래?”
감충서는 눈알을 굴리며 고민했다. 이놈은 누구고, 왜 이런 얘길 하는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그때 그의 어깨에 엄청난 고통이 찾아왔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언젠진 모르지만, 벌써 점혈을 당한 것이다.
‘아흐흐흐흐.’
그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고,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전에 말했는데, 내 말에 집중을 안 하고 있구나. 사람을 말을 했으면, 대답을 해야지. 빨리.”
감충서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고, 고통은 사라졌다.
“난 성격이 급해. 그러니 바로바로 대답해 줬으면 좋겠어.”
“네엡. 넵.”
“먼저 좋은 소식부터 알려줄게. 오늘 찾아온 이유는 다른 사람 때문이야. 그러니까 너를 죽이진 않을 거야. 좋지?”
“네에.”
“대답이 시원찮은데, 안 좋아? 죽여줄까?”
“아, 아닙니다. 정말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다시 말했다.
“나쁜 소식은 나중에 전해주지. 네가 하는 걸 봐서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명심하고.”
“네엡.”
“먼저 주변의 호위무사들을 멀리 보내. 이 마차가 방음이 된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할 말이 많거든.”
“아, 알겠습니다.”
감충서는 나무를 치우고 온 수하들을 멀리 뒤로 보냈다.
십여 장 뒤에서 따라오라고 말했고, 마차는 출발했다. 그 직후에 감충서 앞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흑색 무복을 입은 중년인이었다.
“잘했어. 감충서. 이제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자. 아, 긴장할 건 없어. 그렇게 복잡하진 않을 거야.”
그의 눈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하운평은 감충서가 도도산장에 대해서 아는 것, 그가 평소 그곳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동호장 장주를 만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그걸 여러 번 물어보고, 그의 머릿속에서 끄집어냈다.
* * *
반 시진 후, 감충서가 창문을 열고 마부에게 소리쳤다.
“여기서 도도산장까지 얼마나 남았지?”
“한 시진 정도 남았습니다.”
“그럼 태을강의 고중 정자로 먼저 가자. 어딘지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반 시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좋아. 내가 약속이 있었는데, 깜박했어. 빨리 가자.”
“알겠습니다. 대감.”
한 시진 후, 태을강이 보였다. 그리고 고중 정자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강가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정자였고, 인근에서 제법 유명했다.
감충서는 혼자 마차에서 내리며 수하들에게 말했다.
“나 혼자 갔다올 테니, 너희들은 이곳에 있거라.”
“알겠습니다.”
평소에는 뒷간에 갈 때도 호위무사를 데려가더니 웬일이지?
수하들은 이상함을 느꼈지만, 곧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말이 바뀔 정도로 감충서는 변덕이 심했다.
그는 천천히 정자로 걸어갔고, 그 와중에 전음이 들렸다.
[여기까지 아주 잘했어. 약속대로 너를 죽이진 않겠다. 대신 정자 안에 들어가서 몸을 숙이고 엎드려. 그리고 걸치고 있는 옷을 벗는 거야. 속곳만 남기고. 이해했나?]“네에.”
[그리고 정확히 반 각 후, 정자를 떠나면 된다. 아 참, 약속대로 나쁜 소식을 전해주지. 너는 지금부터 너의 관직과 재산을 모두 버린다. 목숨만 살려 줄 테니, 오늘부터 다른 일을 찾아봐.]“네에?”
그는 놀라서 되물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냉정하게 대답했다.
[민초들을 괴롭혀서 얻은 재산이고, 다른 이를 죽여 얻은 관직이다.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 네가 불행해질 거야. 그러니까 기회를 줄 때, 새로운 삶을 시작해.]“네에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절대 집으로 가지 마라. 돌아가면 후회할 일이 벌어질 거야.]협박이 담긴 충고였다.
감충서는 열심히 대답했고, 겉으로는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었다.
‘두고 보자. 이놈. 집으로만 돌아가면, 당장 현상금을 걸고, 너를 잡아 죽이겠다. 네놈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으니까,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는 복수를 꿈꿨다.
하지만 그때를 위해서는 지금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그는 정자에 도착하자마자 엎드렸다. 누운 채로 옷을 벗었고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검은 옷의 중년인이 나타나서 그 옷을 입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마차로 돌아갔다.
감충서는 그런 그를 이상하게 바라봤다.
‘저건, 미친놈이잖아. 옷만 바꿔입는다고, 네놈이 내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냐? 내 수하들이 바보인 줄 알아?’
그런데 그는 마차를 탔고, 수하들 중 어느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곧바로 마차는 떠났고, 감충서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안타깝게도 그는 흑색 무복 중년인의 얼굴이 변하는 걸 보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물론 체형까지 감충서로 변했고, 그의 옷이 딱 들어맞았다. 발걸음이나 입을 쩝쩝거리는 버릇까지 똑같았다. 그래서 수하들 중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었다.
감충서는 이를 악물며, 태을강을 따라 걸었다. 그는 집으로 갈 작정이었다.
마차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빠르지만, 혹여나 그 중년인을 만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했고, 반드시 본인의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한편, 감충서로 변한 하운평은 마차를 타고 달리는 길에 호위무사 한 명을 불렀다.
“너는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가거라.”
“네? 지금 말입니까?”
“멍청한 놈아. 방금 내가 지금이라고 했잖아.”
“네에. 네.”
감충서는 평소 수하들에게 말을 할 때, 항상 욕설을 같이 했다. 그래서 호위무사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오직 속으로만 욕을 할 뿐이다.
“방금 귀한 정보를 얻었는데, 감히 내 행세를 하는 놈이 있단다. 미친놈처럼 속옷만 입고 돌아다니며, 강도를 당했다는 둥 헛소리를 하면서 돈을 뜯어낸다는구나. 이번에 내가 오랫동안 비울 생각인데, 혹시나 내가 없는 사이, 그놈이 우리 집으로 가서 내 행세를 할까 걱정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너는 당장 집으로 가서 똑똑히 전해. 나와 비슷한 놈이 나타나서 마차를 타고 가다가 강도를 당했다, 마차와 옷을 뺏겨서 걸어온 거다, 내가 감충서다. 이런 미친 소릴 한다면, 뒤도 생각할 것 없이 죽도록 패라고.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대감.”
호위무사는 그길로 말을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진짜 감충서가 힘겹게 본인의 집에 도착했다. 하지만 하운평이 명한 대로 그는 죽도록 맞았다.
감히 감충서 대감을 사칭했다는 말을 들으면서.
그는 억울해서 눈물까지 흘리면서 하소연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 * *
그 시각, 가짜 감충서는 도도산장에 도착해서 편안히 쉬고 있었다.
벌써 이곳에 수십 번이나 방문했었고, 그는 특별 손님 대우를 받았다. 어떤 행동을 하든 신경 쓰지 않았다.
또 그는 아주 중요한 이야기라고 도도산장의 장주, 동호장과 독대할 것을 요청했고, 지금 기다리고 있었다.
늦은 밤이었다. 마침내 동호장의 거처로 불려갔다.
“허허허. 오랜만에 뵙습니다. 감충서 대감.”
“하하. 환갑을 축하드립니다. 장주.”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답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구단도의 수장 동호장이지만, 관직으로 보면 감충서가 훨씬 위에 있었다.
때문에 서로 말을 높였다.
평소라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지도 않는 질문을 해야 한다. 하지만 동호장은 지금까지 수십명을 만나고 왔었다. 무척 피곤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그래. 저와 독대를 하고 싶으셨다고 들었는데요.”
“네. 장주. 피곤하신 것 같으니, 짧게 말하겠습니다. 제 셋째 아들을 구단도에 보내고 싶습니다.”
감충서는 의외의 말을 했고, 동호장은 놀라서 되물었다.
“셋째 아드님을 우리 구단도에 보내고 싶으시다고요? 제가 잘못 들은 건 아니죠?”
“허허. 제가 어느 안전이라 헛소리를 하겠습니까? 제 셋째 아들은 문보다는 무에 뜻이 있고, 무공도 제법 할 줄 압니다. 그렇다고 머나먼 북쪽으로 보내기는 그렇고, 어쭙잖은 곳에 보내기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요. 차라리 하늘의 새도 떨어뜨린다는 동창, 그중에서도 중심인 구단도라면 마음이 놓일 것 같습니다.”
“허허허. 하지만 대감, 이곳은 장난치는 곳이 아닙니다. 정말로 다칠 수도 있고, 실제로 임무를 맡다가 죽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대감의 아들이라 봐주진 않을 겁니다.”
“하하. 물론입니다. 똑같이 다루어 주십시오. 제 아들 녀석도 각오하고 있습니다.”
“흐음.”
말은 저렇게 하지만, 막상 아들이 죽거나 다치면 화를 낼 것이다.
게다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동창의 비밀 전서구가 왔다 갔다 한다. 절대 외부인을 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할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윤 감충서는 정 삼품이었고, 그의 형은 도지휘사(都指揮使)로 정 이품이었다.
관직이 낮은 이들이 가끔 이런 부탁을 하지만, 저렇게 좋은 집안에서 스스로 찾아오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잘하면, 구단도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었다.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 부탁드립니다.”
‘으음. 일단 안으로 데려와서, 구석진 곳에 처박아둘까? 그리고 며칠 후, 임무 핑계로 다른 지방으로 보내면 될 것 같은데. 물론 위험하지 않고, 안전한 곳으로…….’
순식간에 몇 가지 방법이 생각났다.
그때 감충서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장주. 궁금한 것이 있는데, 하나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허허.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혹시, 구치웅이라는 순검사를 아십니까?”
“네에?”
감충서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구단도의 장주답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되물었다.
“누구라고요?”
“구치웅이라고…… 몇 년 전에 금의위였다, 지금은 순검사라 알고 있습니다. 사실 먼 친척이 얼마 전 찾아왔는데, 이 구치웅에 대해 알아봐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저야 금의위 쪽과는 친하지 않아서요. 방도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혹시 동창이라면 알지 않을까 싶어서 여쭈어봅니다.”
“허허. 저희 금의위가 동창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항상 주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창의 인원이 오백도 넘고, 동창에서 나온 자들까지 조사하지는 않습니다.”
“모르신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죠.”
하지만 가짜 감충서, 즉 하운평은 동호장의 마음을 이미 읽은 직후였다.
그는 구치웅을 알고 있고, 그를 죽이라고 직접 지시를 내린 이도 그였다.
하운평은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역시 늙은 여우답게 거짓말을 잘하는군. 하마터면 꼼짝없이 속을 뻔했어.”
생각지도 못한 말투에 동호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는 순간, 하운평의 눈에서 빛이 흘렀다. 동시에 동호장은 꼼짝할 수 없었다.
“너, 너는 누구지?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나? 너같이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천적 같은 존재지. 너의 비밀을 뼛속까지 발라, 끄집어내 줄 테니까. 기다려 봐.”
하운평이 점점 다가갔다.
그때였다.
날카로운 기운이 하운평의 뒤에서 쏟아졌다. 하운평은 깜짝 놀라 앞으로 몸을 숙였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파파팟.
그가 앉아 있던 의자가 박살 났다. 뿐만 아니라, 어찌나 강한지 바닥에 깔린 청강석조차 부서졌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공격, 하운평은 뒤로 물러서면서 슬쩍슬쩍 피했다.
상대는 빠르고 강했다.
게다가 그의 기척은 하운평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다.
살수 출신인가?
그의 마음을 읽으려 했지만, 오직 하운평을 죽이려는 생각뿐, 다른 것은 읽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