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91
너의 초식이 보여 191화
칠호의 고민(2)
구운룡의 날카로운 눈빛을 받으며,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칠호는 전음을 들었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내가 올 때까지 천멸실에 가만히 있으라고 했는데. 여기서 뭐 하 는 거야?]하운평이었다.
칠호는 반갑고도 마음이 급했다. 지금 상황을 알리고, 구운룡이 의심한다고 알려야 한다.
그때 하운평의 목소리가 들렸다.
[뭘 봐. 인마!]칠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구운룡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얄밉게, 약 올리듯이…….]분명 하운평의 목소리였다.
그런데 상대는 화산파의 자랑이자, 후기지수 중 첫째 둘째를 다투는 고수라는 걸 아는 건가? 그런 구운룡에게 그런 말을 하라고? 심지어 얄밉게?
더 이상 하운평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구운룡이 손을 움직여 자신의 검을 잡으려는 것 같았다.
에잇. 나도 모르겠다.
칠호는 입을 열었다.
“뭘 봐. 인마!”
주변에 있던 무림맹 사람들이 놀라서 칠호를 바라봤다.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는 걸 느꼈고, 칠호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구운룡이 화를 내거나, 정말로 검을 뽑을 것 같았다.
그런데 정말 의외로 구운룡은 가만히 있었다.
심지어 의심하는 시선을 거두며,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 둘은 도대체 무슨 사이인 거야?’
칠호는 두 사람의 이상한 관계를 생각했고, 그사이 구운룡은 무림맹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리고 칠호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면서 숲속으로 먼저 들어갔다.
칠호는 구운룡을 따라가면서 한숨을 쉬었다.
‘휴우. 내가 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흉내 냈지만, 하운평 녀석처럼 까다로운 인물은 처음이다. 정말 못해 먹겠네.’
두 사람은 숲속 깊숙이 들어갔다.
구운룡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칠호에게 말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 휴우. 하운평, 네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칠호만큼이나 심란한 얼굴이었다. 그때 칠호의 귓가로 하운평의 전음이 다시 들렸다.
[내 말을 따라 해.]그리고 하운평을 대신하여 그의 말을 전했다.
“천하에서 제일 잘난 구운룡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나 보군.”
“흥. 도와주기 싫으면 지금 말해.”
“무슨 소리. 내가 얼마나 도와주고 싶은데. 무슨 일이야? 말해봐.”
하지만 막상 말을 하려니 쉽지 않은 것 같았다. 구운룡은 몇 번이고 입을 달싹거렸지만,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하운평의 전음을 받는 칠호가 물었다.
“휴우. 이러다 날 새겠네. 넌 한 번도 부탁 같은 건 해본 적 없냐? 왜 이렇게 뜸을 들여?”
“……부탁해 본 적 없다.”
“뭐? 단 한 번도?”
“부탁할 일이 없었으니까.”
구운룡은 진지하게 대답했고, 칠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좋아. 구운룡. 이렇게 하자. 네가 무슨 얘길 하든, 비밀을 지키겠어. 내 사부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그러니 편하게 말해봐.”
잠시 후, 구운룡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나는……. 아니, 나에게는 형님이 한 분 계신다. 우린,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그의 가정사가 흘러나왔다.
구운룡은 섬서성의 작은 무가에서 태어났다.
아니, 무가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정말 작고 가난한 곳이었다. 게다가 그의 아버지는 지병이 있었고, 큰아들은 무에 재능이 없었다.
다들 실망하였고, 무가를 포기하려 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둘째로 태어난 구운룡은 달랐다. 그는 한 번 가르치면 열을 알 정도로 똑똑했고, 한 번 보면 초식을 따라올 정도로 무의 재능이 뛰어났다.
구운룡의 아버지는 깨달았다. 자신이 가르칠 만한 그릇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연줄을 동원하여, 화산파의 제자에게 아들을 보여줬다. 화산파도 놀랄 정도였고, 구운룡은 그렇게 화산파의 제자가 되었다.
더욱이 검왕의 제자까지 되자, 화산파는 알아서 구운룡의 집안에 신경을 썼다. 평생 먹고 살 수 있게 충분한 돈을 주었고, 그의 부모님은 편안하게 살았다.
문제는 그의 형이었다.
구운호.
그는 어릴 적부터 지독한 차별을 받았다. 부모님은 구운룡에게 온갖 관심을 보였고, 구운룡만 바라보며 살았다. 화산파의 제자가 된 후에는 그것이 더 심해졌으며, 다른 사람을 만나도 그 얘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 친우 중에서는 구운룡이 큰아들인 줄 알고 있었다.
구운호는 크게 실망했다.
자신에게 실망했고, 가족들은 물론, 구운룡까지 싫어하게 되었다.
그는 집안이 안정되자, 홀로 집을 떠났다. 자신의 길을 혼자 개척하려 했고, 상인이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구운룡이 도와주려 했지만, 구운호는 진지하게 거절했다. 그냥 인연을 끊고, 제발 연락하지 말라고 부탁까지 할 정도였다.
“나는 솔직히 형님을 이해할 수 없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면, 더 노력하고 극복하려 애써야지, 왜 나를 싫어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나는 알 것 같은데.”
칠호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구운룡, 넌 나를 싫어하지?”
“그래.”
“왜 싫으냐?”
“뭐?”
“왜 싫어하냐고.”
구운룡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대답했다.
“행동이 진지하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대하는 너의 성격이 싫다. 또 나와 우리 사부님, 화산파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너의 행동도 싫다. 그리고…….”
처음에는 말을 못 하는 것 같더니.
한 번 입을 열자, 봇물 터지듯 싫은 이유가 쏟아졌다.
과거의 일까지 들먹이며, 수십 가지의 이유가 세부적으로 나왔다. 칠호는 그걸 듣다가, 손을 흔들었다.
“알았으니까 그만해라. 우와. 나를 싫어하는 이유가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니, 계속 떠오르더군.”
“아무튼 그것 말고,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있잖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 안 나? 내가 너를 이겼잖아. 무공도 거의 배우지 않은 상태에서.”
“흥. 그 얘기가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건 내가 방심했었고, 순전히 네가 운이 좋아 이긴 거였어.”
구운룡의 말에 칠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운도 좋았지. 그런데 정말 운만 좋으면, 너를 이길 수 있는 거냐?”
“…….”
“그때 너도 느꼈을 거야. 나의 잠재력을. 놀랍고 두려웠겠지.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말이야. 엄청나게 복잡한 기분을 느꼈을 것 같은데.”
“하고 싶은 말이 뭐냐? 네 입으로 네가 잘났다고 자랑하는 거냐?”
“아니. 네 형도 그런 기분을 어릴 때부터 느끼지 않았을까? 아마 열 배는 더 크게 느꼈겠지. 그리고 열 배는 더 큰 미움이 쌓였을 테고.”
“…….”
“하나 더 있다. 너는 노력하면 나를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었지. 하지만 너의 형도 그런 것이 있었을까? 네가 화산파 제자, 그것도 검성의 제자가 되었는데?”
구운룡은 말을 잃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형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쏘아붙였다.
“여기까지 해라. 너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입장이지만, 충고는 사양한다.”
“알았어. 나도 그만할 생각이었어. 그래서 부탁이 뭐야? 형과 관련된 건가?”
“형님은……. 말했듯이 상인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섬서성 남쪽에서 작은 상단을 운영하고 있지. 호북성과 교류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몇 달 전부터 형님의 상단에 큰 어려움이 생겼다는 것을. 그리고 그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걸.
“다른 상단이 형님의 거래처를 빼앗고 있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종남파가 있는 것 같아.”
“종남파?”
“그래. 알겠지만, 종남파와 우리 화산파는 오래전부터 사이가 좋지 않다.”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굉장히 나빴다.
같은 섬서성에 있었고, 두 문파의 거리도 가까웠다.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같은 정파라서 드러내고 싸우진 않지만, 서로를 싫어하게 되었다. 무림에서 유명한 견원지간이었다.
하지만 현재 화산파에는 검성이 있었고, 화산파의 위세는 구대문파 중에서도 선두를 다툴 정도였다. 자연스레 종남파의 세가 줄어들었다.
“그런데 오년 전 부터인가? 종남파에서 치사한 방법으로 화산파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엔 대상이 내가 된 것 같아. 어떻게 알았는지, 형님의 존재를 알아내었고, 형님을 내 약점이라 생각하는 거지.”
“한마디로 너를 끌어내기 위해 형님의 상단을 괴롭히고 있다?”
“그래. 종국에는 내가 화를 내고, 종남파에 항의하기를 바라는 거겠지.”
“화가 나면 그렇게 할 수도 있잖아. 그러면 안 되나?”
“첫째, 형님이 원치 않을 거다. 내 이름만 들어도 굉장히 싫어하시니까. 둘째, 내가 나서면 결국 화산파까지 나서는 꼴이 된다. 일이 커지는 거야. 셋째, 종남파는 이번 일을 공론화시켜 화산파와 진흙탕 싸움을 하려는 것 같은데, 결국은 지저분하게 끝날 거야.”
하운평은 곰곰이 생각한 후에 물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왜 종남은 화산파를 건드는 거지? 검성님이 계신 한, 건드려서 좋을 게 없을 텐데.”
“휴우. 그것이 마지막 이유인데, 사부님은……. 지금 화산에 안 계신다. 정확히 말하면, 일 년 전에 자리를 비우셨어.”
“사라지셨단 말이야?”
“그래. 우화등선을 하신 건지, 아니면 단순히 외출을 하신 건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 사라지신 거야.”
“종남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단 말이네.”
구운룡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모를 거야. 하지만 소문이 돌고 있으니,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으음. 그래서 종남이 화산을 찔러보는 거군. 그리고 반대로 화산은 몸을 사려야 하는 입장이고.”
“그래.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려 했다. 화산파와 큰 관련이 없는 사람, 섬서성 내부의 인물이 아닌 사람, 그리고 실력 있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너밖에 없더군.”
칠호는 피식 웃었다.
그 말을 하는 구운룡의 표정이 재미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억지로 인정하는 모습이 더 웃겼다.
“좋아. 구운룡. 너의 의뢰를 받을게. 하지만 대가는 비쌀 거야.”
“어떤 대가냐? 말해.”
뭐든지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아니, 대가를 말하기 전에 이것부터 물어야겠다. 네가 원하는 결과는 어느 선까지야? 형님을 괴롭히는 못된 상단만 혼내줄까? 아니면 완전히 무너뜨려 줘? 형의 상단을 섬서제일상단으로 만들어줄수도 있고.”
“흥.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거냐?”
“물론이지. 만약 원한다면, 종남파를 끝장내 줄 수도 있어.”
광오한 말이었다. 구대문파 중 일원인 종남파를 무너뜨리겠다니.
하지만 구운룡은 하운평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는 놈이니까.
구운룡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나도 명색이 도사다. 사람이 죽는 건, 원하지 않아. 다만 네가 가능하다면, 종남파에게 큰 망신을 주고, 세력도 줄여줬으면 좋겠군. 그리고 우리 형을 건들지 않게 만들고, 화산파를 건들 수 없게 만들면 더 좋고.”
살인을 하면 안 되고, 종남파에게 망신을 주고, 세력도 줄여달라?
무척 쉽게 얘기하지만, 까다로운 요구였다. 어쩌면 종남파를 무너뜨리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빙그레 웃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칠호가 대답을 옮겼다.
“좋아. 그렇게 하지. 하지만 의뢰가 어려운 만큼 대가도 만만찮을 거야. 그리고 정확한 대가는 결과를 보고 결정하자고.”
이번에는 구운룡이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이냐?”
“모르는 게 좋을 텐데.”
그 말에 구운룡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지.
할 말을 마친 구운룡은 몸을 돌렸고, 먼저 숲을 나갔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에는 하운평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형님은……. 정말 그런 이유로 나를 싫어하는 걸까?’
구운룡은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천재 중에 천재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공감하기 힘들어했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니, 칠호는 문득 생각났다.
‘천재가 꼭 행복한 것은 아니구나.’
그리고 구운룡이 사라진 후였다.
하운평이 모습을 보였다. 역시 사십 대 중년인, 가득수의 모습이었고, 칠호는 그걸 보면서 중얼거렸다.
“잠깐만…… 검은 옷에 검은색 검, 무뚝뚝한 표정……. 혹시 네가 ‘흑야혈검’이라 불리는 그 사람이냐?”
칠호는 여기까지 내려오면서 여러 가지 소문을 들었었다.
특히 객잔에 밥을 먹을 때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여러 정보를 얻고, 분석하는 일이 일종의 버릇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