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93
너의 초식이 보여 193화
구운룡의 부탁(2)
하운평은 방추여에게 물었다.
“너는 왜 여기에 있지? 철혈문의 대우가 좋지 않더냐?”
“아닙니다. 그들은 친절했고, 철대만 문주도 잘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돈은 충분히 벌었고, 할아버지의 치료비는 보냈습니다. 이제는 제 길을 찾기 위해서 나온 겁니다.”
“그래서 호위무사 일을 맡은 건가?”
“낭인 객잔에서 이 일을 찾았습니다. 섬서성으로 간다고 해서요.”
“섬서성은 왜?”
“하하. 형님이 여기 있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흑야혈검’이란 이름을 쫓아온 겁니다.”
“나를? 왜 만나려고?”
“당연히 돈을 돌려드리기 위해서죠.”
방추여의 가치관은 확고했다. 자신의 물건이 아닌 것은 반드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그래서 하운평을 쫓아온 것이다.
조금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 덕분에 이번 일이 잘 풀릴 것 같았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하자. 내가 너에게 의뢰를 하지. 돈을 돌려주는 대신,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는 거야.”
“돈은 필요 없습니다. 형님 일이라면 그냥 도와드리겠습니다.”
“너도 일급 낭인이다. 일을 하면 대가를 꼭 받아야 해. 그리고 네가 돈을 받아야 나도 편하게 일을 시킬 수 있고.”
“아아, 그런 거면 돈을 조금만 받겠습니다. 철혈문에서 받은 돈이 굉장히 많거든요.”
“내가 무슨 일을 시킬 줄 알고?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테니까, 가지고 있어.”
어려운 일이라고 하니 방추여는 살짝 긴장했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결정해?”
“물어볼 필요도 없죠. 형님을 믿고 있거든요.”
이런 순진한 녀석 같으니.
하지만 하운평도 이런 방추여가 싫진 않았다.
“아아, 그런데, 제가 지금 호위무사 일을 하고 있어서요. 형님. 조금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이번 일의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거든요.”
“그럴 필요 없다. 네가 맡은 일을 나도 같이하면 되니까.”
“네? 정말요?”
사실 이 부분이 하운평의 진정한 목적이었다.
방추여도 처음에는 좋아했다. 하지만 잠시 후, 곤란한 듯 말했다.
“저어, 그런데 여기 상단주 분께서 돈이 없으세요. 저도 섬서성으로 안내해 주는 대신 보수를 조금만 받기로 했고요. 아마 형님까지 고용할 여력이 없을 겁니다.”
“괜찮아. 돈은 필요 없으니까, 상단주만 소개시켜 줘.”
“알겠습니다.”
그러잖아도 상단주를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방추여는 상단주에게 하운평을 소개했다.
굉장히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온갖 칭찬으로 포장했다. 그리고 공짜로 일을 맡아준다고 하자, 상단주는 반색을 하며 반겼다.
“감사합니다. 대협. 그리고 돈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방 소저가 말씀하신 대로, 저희가 여력이 없어서…….”
상단주의 말에 하운평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돈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여기 돈주머니가 알아서 찾아왔잖습니까?”
그는 하종상단의 무사들을 가리켰고, 상단주와 방추여가 의뭉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운평은 짧게 설명했다.
“무슨 목적으로 공격했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피해자입니다. 이들의 목적을 알아내고, 이들을 사주한 사람에게서 돈을 받아내면 되지요.”
그러자 상단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어, 그,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요? 괜히 큰일에 휩싸일까 봐…….”
“안타깝지만, 상단주님. 이미 큰일에 휩싸인 겁니다. 일류 고수 다섯이 와서 물건을 뺏으려 했잖습니까?”
“아. 그것도 그렇네요.”
“이제 와서 모른 척하신다면, 나중에 더 험한 일을 겪으실 겁니다. 기회가 있을 때, 정면으로 맞서야죠.”
“하지만 저희가 워낙 작은 상단이라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전부 알아서 하겠습니다. 상단주님께서는 저에게 계약서 하나만 써주시면 됩니다.”
“계약서요?”
“네. 이번에 괴한들에게 습격당하고, 협박받은 일, 이 일의 해결을 위해 저한테 의뢰를 했고, 권한을 일임한다는 일종의 계약서요. 낭인고용서도 괜찮습니다.”
“으음.”
“나중에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목적지까지 함께 가시죠. 참, 저 다섯 명은 수레 위에 올려도 괜찮죠?”
“네.”
주객이 전도되었다.
하운평은 자연스럽게 이들을 인솔했다. 그리고 갑자기 생각이 난 듯, 방추여에게 전음을 보냈다.
[참, 이 상단 이름이 뭐냐?] [대안상단입니다.]다음 날, 일행은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그 후로 하운평은 하종상단 다섯 명만 수레에 싣고, 하종상단 본단으로 향했다.
방추여가 그 뒤를 따랐다.
* * *
하루도 안 되어 하종상단에 도착했다. 하운평은 크게 소리쳤다.
“내 이름은 가득수. 대안상단 대리로 왔소.”
“…….”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지만, 굉장히 큰 목소리였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여기 수레에 있는 무인들은, 바로 하종상단 소속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한밤중에 검은 복면을 쓰고 나타났고, 대안상단의 물건을 탈취하려 했습니다. 듣고 있습니까?”
사람들은 웅성거렸고, 하운평은 그들에게 하소연하듯 소리쳤다.
“하종상단 쪽에서 대답을 하지 않는군요. 여러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저들은 상단으로서 도리가 없는 걸까요? 어떻게 산적처럼 남의 물건을 힘으로 뺏을까요? 만약 대안상단이 조금만 힘이 약했다면, 꼼짝없이 물건을 다 뺏길 뻔했습니다. 하종상단 상단주는 나와서 말 좀 해보시오?”
어찌나 소리가 큰지, 고을 전체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물론 하종상단 내부에도 다 들렸고, 수십 명이 밖으로 뛰쳐나왔다.
대부분이 무사들이었고, 하운평과 방추여를 둘러쌌다. 하지만 하운평은 기죽기는커녕, 더 크게 소리쳤다.
“변명을 해보라고 하니, 이제 우리까지 죽일 심상이오? 그래서 죄를 덮으려는 겁니까? 세상 모든 일이 폭력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합니까?”
그는 계속해서 소리쳤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어느새 백여 명이나 모였고, 하종상단 무사들은 그들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하운평을 말리지도 못했다. 그러다가 하종상단의 상단주까지 소식이 들어갔다.
그는 총관을 불렀다.
“총관. 이게 무슨 소란이야?”
“상단주님. 송구스럽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잖아?”
“그게…….”
총관은 정문 앞의 소란과 다섯 명의 무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해하종은 어이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
“사실이야? 왜 우리 애들이 그런 짓을 했어?”
“네.”
“나는 허락한 적이 없는데?”
“저어, 송구스럽지만, 상단주님께서 허락하신 일입니다.”
“뭐? 내가 언제?”
“구운상단으로 가는 모든 물자를 막으라고 하셨잖습니까? 저희가 본산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는데, 구운상단의 구운호, 그의 아비가 아들을 도와주기 위해 귀한 물건을 보냈다고 합니다. 우릴 속이기 위해 표국이 아닌, 작은 상단에 물건을 숨겨서 보냈고, 그걸 막으려고…….”
“야. 그래도 내게 보고는 했어야지.”
“했었습니다. 어제 구두로 말씀드렸고, 보고서도 책상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상단주님께서 알아서 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상단주 해하종은 그제야 어제 일이 생각났다.
어제 오랜만에 친우가 왔었고, 일찍 일을 끝내고 같이 술 마시러 갔었다.
급한 마음에 총관의 말은 흘려들었고, 보고서는 읽지 않았었다. 분명 기억은 나지만, 해하종은 모른 척했다.
“흠흠. 나는 들은 적 없어. 그러니까, 총관이 진행한 일은 총관이 책임져. 알겠어?”
“……알겠습니다.”
총관은 이빨을 꽉 깨물며 대답했다. 매번 당하는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짜증 났다.
‘끄응. 저 상단주 새끼. 기억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내가 언젠가는 여길 때려치운다.’
하지만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
‘어쩔 수 없지. 발뺌하는 수밖에.’
늘 그렇듯 꼬리를 잘라낼 생각으로 정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아직도 소리치고 있는 사십 대 중년인에게 다가갔다.
“그대가 말하는 바는 알겠으니, 그만하시오.”
“당신은 누구요?”
“나는 하종상단의 총관입니다. 일단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할까요? 그리고 같이 좋은 해결책을 찾아봅시다.”
“싫소. 하종상단은 무서운 곳이라, 함부로 들어갔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것 같소. 사람들이 보는 여기서 얘길 나눕시다.”
“끄응.”
하운평의 표정은 확고했고, 하종상단의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먼저 여기 다섯 명은 분명 하종상단의 무사들이 맞습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알아보니, 이들은 어제오늘 쉬는 날이었습니다. 또 저희 상단의 누구도 대안상단을 습격하고, 물건을 뺏으라고 명한 적이 없었습니다. 즉 이들 다섯 명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일이라 판단됩니다.”
그러자 하운평은 기다렸다는 듯 대꾸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소. 모른 척할 거라 생각했지. 그래서 벌써 이들에게 증언을 받아내고, 서면으로 작성했소. 총관이 직접 명을 받았고, 상단주가 승낙한 일이라던데……. 지장까지 찍혀 있으니, 확인해 보시오.”
하운평은 문서를 꺼내어 흔들었다.
정말 어젯밤에 그런 일을 했었고, 문서에는 꽤 많은 내용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
총관은 썩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 서면이 없다고 해도 도의상 그쪽에서 책임지는 것이 맞잖소? 개가 잘못하면, 그 주인이 책임을 져야지. 설마……. 개가 사람을 물어 죽여도 주인은 개가 한 짓이라며 모른 척할 겁니까? 하종상단의 상단주 해하종은 그런 사람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됐소. 총관에게 말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지. 해하종 상단주 어디 있습니까? 나오라고 하시오. 직접 따져야겠소.”
“그러니까, 상단주님은 지금 여기에 안 계십니다. 오늘 아침 일찍 출타하셔서…….”
“거짓말!”
하운평은 이미 총관의 마음을 읽었고, 상단주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내가 이미 확인하고 찾아왔소. 어젯밤에 고향 친구가 놀러 와서 장포기루에서 거하게 한잔했고, 오늘 오전 늦게 돌아왔지. 해하종 상단주, 어디 있습니까? 여기 있는 거 알고 있으니, 어서 나오시오?”
“그만두시오. 여기 없다니까.”
“해하종 상단주. 부끄럽지도 않소? 수하 뒤에 숨어 있는 것이? 그래 가지고 큰일을 할 수 있겠소? 내 듣자 하니, 종남파에서 도움을 받는다고 하던데, 계속 이런 식으로 일을 하면 종남파에서 크게 실망할 거요.”
총관을 비롯하여 몇몇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하종상단이 종남파의 지원을 받는 건, 일급비밀이었다. 하종상단 내에서도 다섯 명만 알 뿐, 아무도 모르는 기밀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이런 말을 할까?
아니, 그건 둘째 치고, 당장 그의 입을 막아야 한다. 종남파에서 굉장히 싫어할 것이다.
마침 문 뒤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해하종 상단주는 더는 참지 못하고 밖으로 나섰다.
“흠흠. 내가 바로 하종상단의 상단주, 해하종이오.”
“이제야 나오시는군.”
“허어. 아무래도 오해가 생긴 것 같군요. 대협이 착각한 부분이 있소.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분명 어제 친우를 만났고, 오늘 들어왔었소. 하지만 급한 일이 있어 잠시 나갔다가, 방금 돌아온 것이오. 그래서 총관이 나섰던 거고…….”
“아무튼 해하종 상단주.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겁쟁이는 아니셨군요.”
비꼬는 말이지만, 해하종은 허허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 해하종, 여태껏 겁쟁이라 불린 적은 한 번도 없었소. 그리고 내 의견도 총관과 비슷하오. 분명 저 다섯 명이 별도로 못된 일을 저지른 거요. 우리 하종상단과는 무관하게.”
“그 다섯 명은 다른 말을 하던데요.”
“아무래도 겁이 나서 거짓말을 한 거겠지. 그런데 저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가지고, 우리에게 죄를 묻는다? 좀 우습지 않소?”
그래도 한 상단을 이끌어 가는 상단주다웠다. 해하종의 말솜씨가 제법이었다.
“또 아까, 사람을 개로 비유한 표현도 하셨는데, 그건 조금 심한 것 같소. 뭐, 우리 상단의 무사들이 잘못한 것이니, 내가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은 동의합니다. 그걸 원하신다면, 내가 보상금을 일부 지불하겠소. 그리고 저 다섯은 관아에 넘기기로 합시다. 그렇게 마무리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평소라면 이 정도로 양보해 주면 모르는 척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보상금 몇 푼 받으려고 온 건 아니었다. 하운평은 차갑게 대꾸했다.
“지랄 염병을 하는군.”
“무, 뭐라고?”
“좋은 말로 포장하려는 것 같은데, 헛소리 마시오.”
해하종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그러잖아도 꾹 참고 있는데, 이런 건방진 놈이 죽으려고 작정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