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95
너의 초식이 보여 195화
종남파(1)
하운평은 그 살기를 정면으로 받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쉽지 않겠구나.’
현오진인은 하운평을 눈여겨보면서 앞으로의 일을 걱정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우리 종남파가 하종상단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아닌가요?”
하운평은 오히려 되물었고, 현오진인은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닙니다. 저희 종남파는 그분들을 본 적도 없고, 지원한 사실이 없습니다.”
하운평은 현오진인의 마음속을 읽었고, 사실을 말한다는 걸 알았다.
그럼, 정말 종남파는 하종상단과 관련이 없는 걸까? 구운룡이 잘못 말해준 건가?
아니었다.
현오진인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그 증거로 현오진인 옆에 있는 일대, 이대 제자들은 알고 있었다. 현오진인의 눈치를 보면서 모른 척할 뿐.
하운평은 종남파 사람들의 생각까지 빠르게 읽었다. 그 후, 현오진인에게 물었다.
“그것참 이상하군요. 하종상단에서는 종남파에서 지원을 받았다고 자백했는데요. 결국, 둘 중 한 곳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 아닙니까?”
“하종상단에서 정말 그렇게 진술했습니까?”
현오진인이 되묻자, 옆에 있던 종남파 일대제자가 끼어들었다.
“장로님. 거짓입니다. 하종상단에서 그렇게 말했을 리 없습니다.”
하운평이 물었다.
“그대가 어찌 아시오? 그곳에 있지도 않았을 텐데.”
“흥, 이미 우리가 이미 하종상단과 연락해서 확인을…….”
그는 말을 하려다 말을 삼켰다.
종남파는 하종상단을 모른다 했는데, 확인을 했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때 옆에 있는 다른 일대제자가 끼어들었다.
“우리 종남파는 섬서성 일대에 눈과 귀가 있다. 그들이 하종상단을 조사했고, 현재 하종상단의 상단주는 실종 상태라 들었다. 그리고 하종상단이 우리 종남파와 연관이 있다는 말은 네가 했을 뿐, 그들이 인정한 적이 없다고 들었다.”
머리 회전이 빠른 녀석이었고, 급조해서 말을 잘 지어냈다.
하운평은 피식 웃으면서 현오진인에게 물었다.
“진인, 사실입니까?”
“흐음.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십 년이 넘게 깊은 산중에서 수련만 했습니다. 때문에 문의 일이나 세간의 소문은 잘 모릅니다.”
“그럼 저는 진인과 얘기를 하는 것보다, 저기 계신 일대제자들과 얘기를 나눠봐야겠군요.”
“아무래도…… 그게 나을 것 같군요.”
현오진인은 정말로 옆으로 비켜주었다.
이와 같은 태도로 보아, 몇 가지를 알 수 있었다. 그는 누군가 시켜 단순히 따라왔고, 그도 이번 사태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이는 일대제자, 명정이었다. 그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앞으로 나섰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
상대의 말투에 따라, 하운평도 말투를 바꾸었다.
“나에게 종남파와 하종상단이 연관 있다는 증거가 있다. 이걸 보여주면 되겠나?”
그러자 명정은 놀라서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뭘 그렇게 놀라? 설마 내가 이런 것도 없이 그런 소릴 했을까?
“누, 누가 놀랐다고? 증거는 어디 있지? 확인해 보겠다.”
“아니, 그냥 보여주는 건 의미 없고, 나도 확인이 필요하다. 네가 보고, 확실한 증거라 판명되면,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않는다. 약속할 수 있냐?”
“으음.”
“없으면 그런 권한이 있는 사람을 데려와. 종남파에서 계속 찾아와서 귀찮게 할 것 같으니까. 그냥 한 번에 마무리하자.”
하지만 명정은 대답할 수 없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질책과 함께 큰 벌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현오진인이 대신 나섰다.
“귀하의 요구에 확실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저희 장문인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장문 사형은 바쁘셔서 따로 시간을 빼기 힘드니 이렇게 하시지요. 저희 종남파가 정식으로 귀하를 초청하겠습니다. 종남파로 가셔서 진위 여부를 가려보는 건 어떻습니까?”
그의 말에 하운평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진인. 방금 진인의 말씀은 호랑이 아가리로 들어가라는 것과 같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그곳에 어떻게 갑니까? 속된 말로 저를 죽인 후에 사고로 죽었다고 발표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 말에 현오진인이 더 놀랐다.
“저희는 종남파입니다. 정파의 오랜 기둥 중 하나로 협을 행하고, 도를 탐구하는 도인들입니다. 지켜야 할 선이 있는데,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모든 사람들은 진인 같으면 좋겠지만, 저는 의심이 많아서요. 도인께서 말씀하시는 것도 그저 말뿐이잖습니까? 말이란 바꾸기도 쉬운 법이지요.”
“허어. 그럼 귀하는 어떻게 하면 저희를 믿겠습니까?”
“공증을 받죠. 제가 증거를 제출하는 그 자리에 다른 사람도 초대하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제가 증거를 제시한다면, 안전할 것 같습니다.”
“으음. 귀하의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의 답도 당장 드리기 어려울 것 같군요. 본 파로 돌아가 장문인과 의논한 다음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아아, 그런데 제가 열흘 후, 감숙성으로 가야 해서요 그러니 엿새 안에 답변을 주십시오. 저는 종남파 쪽으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오진인은 종남파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 방추여는 놀란 눈으로 하운평에게 물었다.
“형님. 정말 종남파로 가시려고요?”
“그쪽에서 원한다면 가야지. 그래야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잖아.”
“그래도 위험할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너도 그만 따라오고, 다른 곳으로 가.”
“그럴 순 없습니다. 위험하다고 피하는 건 비겁하잖아요. 저는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하운평은 설득하려다 포기했다.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니, 웬만해서는 보내기 힘들 것 같았다.
“마음대로 해라. 대신 내 말은 꼭 따라야 한다.”
“네. 떠나란 말만 아니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천천히 종남파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운평은 가는 길에 무영문을 찾았고, 큰돈을 주면서 무언가 부탁했다.
* * *
사흘 후, 종남파의 심처.
종남파의 현 장문인 현공진인과 그의 사형 현사진인이 마주 앉았다.
현사진인은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장문인 내가 뭐라 했소? 현오, 이 고지식한 놈은 보내면 안 된다니까.”
“흑야혈검이란 자의 무공이 범상치 않다고 들었습니다. 그자를 상대하려면 현오 정도는 되어야죠. 그리고 다른 사람이 가더라도 결과는 비슷했을 겁니다. 제자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자의 언변이 대단하더군요.”
“그러게 애초에 왜 그놈과 말을 섞냐는 겁니다. 그냥 만나자마자 족치면 될 것을……. 그러다 우리 쪽에서 부상을 당하면, 그걸 빌미로 다시 정리하면 되잖아요.”
과격하지만,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건 사파나 할 짓이다. 정파가 지향해야 할 일은 아니었다.
“사형. 진정하시지요.”
장문인의 말에 현사진인은 씩씩거리면서 분을 삼켰다.
“끄응. 답답해서 그럽니다. 답답해서.”
장문인은 한숨을 쉬었다.
‘쯧쯧. 저런 성격만 아니라면 충분히 장문인이 되실 분이건만…….’
본래 장문인의 자리는 서열이 높은 현사진인이 가져갔어야 했다. 그는 머리가 좋았고, 무공도 뛰어났으며 지도력, 추진력도 있었다.
하지만 전대 장문인은 현사진인의 마음가짐을 걱정했다.
그는 정도라는 걸 몰랐다. 빠르고 쉬운 길만 찾았다. 마음먹은 것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얻어야 속이 시원했고, 타인을 감싸지 못했다.
그래서 현공진인을 장문인으로 선택했었다. 그것을 충격을 받은 현사진인은 한동안 수련을 핑계로 사문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오히려 속가제자를 관리한다는 핑계로 십 년을 넘게 세간을 떠돌았다.
그리고 오 년 전부터 적극적으로 사문의 일에 끼어들었다.
속가에서 많은 것을 배웠는지, 그가 제안하는 방법은 매우 효율적이었다. 큰 효과가 있었고, 점점 그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커져 갔다.
하지만 어느 날, 현공진인은 깨달았다.
현사진인의 방식은 효율적이지만, 잘못되었다는 것을. 나중에는 종남파를 망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미 많은 제자들이 그에게 물든 후였다.
쉽고 편한 방법이 있는데 왜 어려운 방식을 따라야 하나? 의문을 가진 제자들이 많았고, 점점 현사진인을 쫓아갔다.
그를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일례로 전통적으로 열흘에 사흘 정도 선식을 먹었었다. 하지만 고기와 술을 먹는 제자들의 힘이 더 세고, 대련에서 이겼다.
그때부터 제자들은 선식을 줄였고, 성격이 급해졌으며, 참을성이 부족해졌다. 단지 음식 때문은 아니지만, 종남파의 분위기가 그렇게 변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현사진인의 콧대도 올라갔다. 지금도 장문인에게 마치 따지듯 묻고 있었다.
“그래서 장문인. 이번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글쎄요. 일단 그가 가져오는 증거를 확인해 봐야죠.”
“안 되죠. 그럼 늦습니다. 혹여나 정말 그가 증거를 가지고 있다면 어떡합니까?”
“그럼 어쩔 수 없죠. 죄를 인정하고, 당분간 자중할 수밖에요.”
솔직히 현공진인은 그렇게 되길 바라고 있었다.
이번에 하종상단의 일도 현사진인이 추진한 일이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현사진인을 막을 생각이었다. 그의 잘못을 장로회에 공론화시킬 작정이었다.
그런 위기를 느꼈는지, 현사진인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냥 이번 일을 나에게 맡겨주시오. 내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소.”
“어쩌시려고요?”
“말하면 반대하실 게 뻔하니, 모르는 게 나을 겁니다.”
“사형. 저는 장문인입니다. 무슨 일을 하시든, 제가 알아야 합니다.”
“만약 잘못되면, 책임은 모두 내가 지겠소. 그럼 되잖소?”
그리고는 현사진인은 먼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지만, 현공 장문인이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잘된 것일 수도 있다. 문제가 더 커지면, 죄도 커지는 법이니까.
당장은 종남파에 타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그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천존이시여. 저희 종남을 살펴주시길.’
그는 조용히 읊조렸다.
* * *
현사진인은 술통을 들고, 채로 마셨다.
벌컥벌컥.
반 통이나 비운 후에 소리쳤다.
“크으으. 이제 진정이 되는구나. 하여간 장문 녀석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야. 증거를 가진 놈이 오길 멍청하게 기다리다니. 말이 되나? 오기 전에 싹을 잘라내야지.”
그는 곧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생각해 냈다.
“요컨대 종남파까지 오지 못하게 만들면 되잖아.”
그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리고 전서구를 날렸고, 하루도 안 되어 검은 복면을 한 이들이 나타났다.
현사진인은 종남산의 이름 모를 봉우리에서 그들을 맞이했다.
복면인들은 공손히 인사했다.
“진인님. 오랜만에 연락 주셨군요.”
하지만 현사진인은 더러운 벌레 보듯, 눈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우리가 인사할 사이는 아니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지.”
“네에.”
“아마 자네도 들었을 거야. 미꾸라지 한 마리가 설치고 있다는 걸?”
“흑야혈검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그래. 그놈. 그놈을 없애는 데 얼마면 되겠나?”
검은 복면인들은 살수집단인 ‘혈사종’이었다.
평소에는 누구든 죽일 수 있다고 자신했었는데, 웬일인지 이번에는 조금 머뭇거렸다.
“솔직히 그에 대해 파악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들은 바로는 최소 절정고수라 하더군요. 최소 그 정도 금액은 측정해야겠습니다.”
“그래서 얼마야? 금 석 냥이면 되나?”
“왜 이러십니까? 진인님. 절정고수는 최소 금 열 냥부터 시작합니다.”
“뭐가 그렇게 비싸?”
“절정고수를 죽이기 위해서는 저희도 특급 살수가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리고 절정고수에도 등급이 있으니, 상황에 따라 금원보나 그 이상을 주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알겠다.”
“선금은 금 석 냥입니다.”
현사진인은 수중에서 돈을 꺼내어 던졌다.
“대신 확실히 해야 한다. 시간도 얼마 없으니, 사흘 안에 처리해야 해.”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강해 봤자 낭인이지요. 곧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이틀 후였다.
하운평은 자는 중에 눈을 떴다. 이곳은 산속이었고, 종남파를 백 리 정도 앞둔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