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98
너의 초식이 보여 198화
종남파(4)
장문인의 출현에 종남파의 제자들은 놀라서 물러났다.
하지만 현사진인은 달랐다. 더 악착같이 검을 휘두르고, 하운평을 죽이려 들었다.
장문인은 사제인 현오진인에게 말했다.
“사제,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그가 검을 뽑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중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다. 하운평은 그를 유심히 살폈다.
현오진인이 익힌 검법 역시 천하삼십육검이었고, 백암의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검을 살짝 밀었을 뿐인데, 두 사람은 동시에 커다란 압박감을 느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에 갇힌 기분이었다.
그리고 좌우 삼십육방에서 검이 쏟아졌으며, 빈틈조차 없었다.
분명 같은 검법인데, 백암의 것보다 백배는 더 힘겨웠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
검은 둘 사이를 중심으로 떨어졌고, 하운평은 가까스로 뒤로 물러섰다. 현사진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때 장문인, 현공진인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냐?”
그가 이렇게 화를 낸 적은 처음이었다. 제자들은 물론 현사진인까지 고개만 숙일 뿐이다.
현공진인은 무서운 목소리로 재차 물었고, 제자들은 조금씩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상황을 파악한 그는 현사진인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그제야 현사진인이 입을 열었다.
“아, 아니. 장문인. 그게…….”
“그만두시오. 현사진인. 그대의 변명은 나중에 듣겠소.”
사형이 부르지 않고, 현사진인이라 불렀다. 평소와 크게 다름을 깨닫고, 현사진인은 입을 다물었다.
현공진인은 도호를 크게 외며 마음을 추슬렀다. 그런 후, 하운평에게 사과했다.
“정말 사죄드리오. 가득수 대협.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소.”
한 문파의 장문인이 이렇게 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운평은 무슨 생각인지 한동안 바라보았고, 의외의 말을 꺼냈다.
“장문인. 괜찮으시면 잠깐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단 둘이서만요.”
표정이 진지하여 현공진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따로 떨어져서 전음으로 몇 마디 주고받았다. 현공진인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무언가를 오랫동안 숙고하는 것 같았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하운평은 이대로 종남파를 떠났다. 방추여도 함께였다.
종남파 제자들은 의아해했지만, 그를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장문인 현공진인이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먼저 종남파와 하종상단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모든 걸 인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방추여가 가져간 증거 자료들을 손님들이 확인했고,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후, 손님들은 떠난 후, 장문인은 선언했다.
“종남파는 이 년간 봉문에 들어간다.”
“장문인!!”
“그렇게까지 해야 할 일은 아닙니다.”
“재고해 주십시오.”
장로와 제자들이 말렸지만,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리고 삼 일이 지났다.
장문인은 장로와 일대제자들을 따로 불러, 안건을 상정했다.
현사진인에 관한 것이었다. 그가 상단과 일하면서 부당하게 개인적으로 취득했고, 살수를 고용하여 일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현사진인이 소리치며 따졌다.
“장문인. 억울합니다. 제가 그랬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증거가 있습니다.”
현공진인은 큰 상자를 내밀었고, 각종 자료와 증거들이 들어 있었다. 무영문이 조사한 것들이었고, 하운평의 부탁에 따라 추가로 도착한 것들이었다.
모든 증거가 명백했기에 현사진인은 어떤 변명을 하지 못했다. 그는 장로직에서 파면당하고, 십 년 면벽이란 벌을 받았다.
현공진인은 한숨을 쉬면서, 하운평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현사진인 때문에 마음고생이 크시겠습니다.] [무슨 뜻인지요?] [이번 사태의 원인이 현사진인이잖습니까? 아무리 가족이 중요해도 이런 일까지 벌여서는…….] [가족이요?] [아, 모르고 계셨습니까? 하종상단의 상단주, 해하종이 현사진인의 먼 친척이라고 들었는데요. 상단 수익의 오 할을 현사진인 개인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 [참, 그리고 며칠 전, 저에게 살수를 보냈더군요.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솔직히 놀랐습니다. 설마 종남파에서 혈사종이란 살수들까지 고용할 줄이야.] [살수?] [허어. 이곳도 모르고 계셨군요. 현사진인이…….]한참을 다 들은 후에 그가 물었다.
[혹시 증거를 가지고 있습니까?] [당연히 있지요. 여기에 가져와서 뿌릴까 하다가, 그래도 종남파의 체면이 있는 것 같아 따로 빼놓았습니다. 삼 일 후, 장문인 앞으로 보내드리죠.]그의 증거를 수집하는 능력은 이미 증명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아서 일을 크게 퍼뜨릴 수도 있다는 것도 충분히 보여주었다.
장문인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대가로 무엇을 원하십니까?]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제안하려 합니다. 현재 종남파에서는 썩은 사과를 품고 있습니다. 상당히 중독된 것 같은데, 치료도 하고, 내실을 다지려면,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이 년 정도 봉문하면서요.] [봉문이라…….]봉문을 하게 되면, 종남파는 외부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다. 지금 활동 중인 제자들을 모두 불러들이고, 진행 중인 모든 일을 멈추어야 한다.
굉장히 어려운 결정이었다.
장문인은 한참을 고민 후에 대답했다.
[그대는, 처음부터 그것이 목적인 것 같군요.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이 무엇입니까?] [일종의 평화입니다. 자세한 상황은 말할 수 없고요.] [으음……. 좋습니다. 당신이 보내준 증거를 검토하고, 자체적으로 조사해 본 후,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종남파는 최대한 활동을 줄일 겁니다.]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장문인.]현공진인은 무량수불을 계속 되뇌었다.
그래. 어쩌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손해이고, 반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크게 보면 오히려 종남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종남파는 봉문을 선언했다.
이로써 하운평은 구운룡의 의뢰를 훌륭히 완수한 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하운평은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지금, 다섯 명의 아이들을 업고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 * *
사흘 전, 하운평과 방추여가 종남산을 내려올 때였다.
산 밑에서 기다리고 있는 무영문 사람을 만났고, 그에게 현사진인에 대한 자료를 더 부탁했다. 그리고 칠호가 기다리는 곳으로 갈 생각이었다.
“잠시만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런데 두 사람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있었다.
삼십 대의 남자는 헉헉거리며 넘어질 듯이 산을 내려왔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일반인이었고, 옷차림을 보니, 몇 번이나 넘어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하운평을 따라왔다.
굳이 마음을 읽지 않아도, 간절하고, 급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운평은 잠깐 기다려 주었다.
“허억. 헉. 정말 빠르시군요. 두 분.”
“무슨 일입니까?”
“아아. 자, 잠시만요. 허억. 허억. 휴우.”
그는 숨을 급히 몰아쉬고는 급히 설명했다.
“저는 요 아랫마을에 사는 성목주라고 합니다. 대대로 상단을 두 개나 이끌고 있고, 땅도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흑야혈검님이 오신다고 들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쫓아왔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궁금한 나머지, 방추여가 대신 물었다.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네에. 맞습니다. 대협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절실하게요. 제발 제 아들, 딸들을 살려주십시오.”
“네??”
“아이들이 납치당했습니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정을 설명했다.
그의 집안은 아랫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라 한다. 그런데 사흘 전, 삼 년 만에 부인이 처가로 가게 되었고, 오랜만이라 아들과 딸을 모두 데리고 갔었다.
그런데 다음 날, 가족을 호위하던 호위무사 한 명이 피투성이가 된 채 돌아왔다.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 단전까지 상했고, 겨우 목숨만 붙어 있었다.
그가 울면서 설명했다. 일단의 무리들이 습격했고, 다른 호위무사들은 모두 죽었다고 한다. 그들은 마님과 자식들을 데려갔으며, 그들이 보낸 편지도 있었다.
[이틀 안에 금 천 냥을 준비해라. 그리고 돈을 편의방의 나룻배에 실어 소이강에 띄워 보내라. 뱃사공 한 명만 승선하고 하구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추신: 절대 관아나 천포에게 연락하지 마라. 네 가족들의 시체를 보게 될 것이다.]
간단하지만, 섬뜩한 협박편지였다.
집안은 난리가 났다.
딸도 딸이지만, 아들이 삼대독자였다. 그런 만큼, 구두쇠인 성목주도 서둘러 돈을 준비했었다.
“그런데…… 아버님이 평소 알고 있는 천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연락을 했었습니다.”
성목주는 변명을 하듯 다시 말했다.
“솔직히 돈은 아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돈만 가져가고 가족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정말 고민 끝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조심스럽게요.”
그런데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 날, 관 하나가 도착했다. 안에는 부인의 시체가 있었고, 편지도 있었다.
[분명히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를 우습게 여기는 것 같군. 명심해라. 다음에는 너희 자식들이 될 것이다.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해.]바로 어제 벌어진 일이었다. 성목주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크흐흑. 분명 집안에 배신자가 있는 겁니다. 아니면 이렇게 빨리 들킬 리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습니까?”
“천포에게는 오지 말라고 전서구를 보냈고, 돈과 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재산이 많지만, 대부분 땅이라서……. 아시다시피 땅을 빨리 팔 수는 없잖습니까?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지만, 조금 모자랍니다. 팔백 냥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요.”
“혹여나 납치범들이 알아낼까 봐, 노심초사 계속 돈을 빌리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흑야혈검님이 종남파에 온다는 얘길 들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돈을 빌린다는 핑계로 여기까지 온 겁니다. 저로서도 큰 모험이지요.”
성목주는 무릎을 꿇고, 하운평의 바지 자락을 붙잡았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대협. 그동안 대협께서는 고강한 무공과 신묘한 계책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셨다고 들었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몇 번이나 해냈다고요. 저도 안 믿었으나, 이번에 종남파의 고수 수백 명과 싸우는 모습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저를 도와주실 수 있는 분은 대협밖에 없다고요. 제발 제 아들딸을 살려주십시오.”
여태껏 가만히 듣던 방추여도 하운평에게 부탁했다.
“저어, 형님……. 사정이 너무 딱해 보이는데요.”
하운평은 울고 있는 성목주를 보더니, 옅은 한숨을 쉬었다.
“이곳에는 혼자 왔습니까?”
“아닙니다. 하인 두 명과 같이 왔습니다. 믿을 수 있는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
“종남파에 있습니다.”
“올라가셔서 데리고 오세요. 종남산 초입에서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대협. 감사합니다.”
그는 몇 번이나 인사한 뒤에, 종남파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방추여가 물었다.
“저어, 저도 도와주고 싶지만…….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요? 무작정 조사하다간, 그놈들이 알아채고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할 것 같은데요.”
“먼저 배신자부터 잡아야겠지. 몇 가지 생각해 둔 것이 있다.”
“역시 형님은, 계획이 있으시군요. 존경합니다.”
그녀는 엄지를 치켜세웠고, 하운평은 피식 웃었다.
두 사람은 종남산을 올라가는 초입으로 가서 기다렸다. 반 시진 후, 마차 한 대가 내려왔다.
성목주였다.
하운평은 관도 위에 서서 마차를 막았다. 마차를 몰고 있던 하인 둘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
“당신, 누구야!”
“다치면 어쩌려고 그런 행동을 합니까?”
때마침 성목주가 마차에서 내렸고, 하운평은 그에게 물었다.
“정말 이 하인들은 믿을 수 있습니까?”
“저희 집에서 십 년 이상 일한 사람들입니다.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하운평은 하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곧바로 물었다.
“이번 납치에 대해 아는 것이 있습니까?”
“네에?”
“주인어른. 이 사람 누굽니까?”
두 사람이 동시에 소리쳤다. 하운평은 둘을 유심히 보더니, 한 사람에게 다시 물었다.
“당신은 이번 납치와 관련이 있군요?”
“무, 뭐라고요? 당신 누굽니까? 왜 생사람을 잡아요? 주인어른. 설마 이 사람 말을 믿는 건 아니죠?”
그는 정말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하지만 하운평의 그의 말은 듣지 않고, 그의 마음속을 살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흐음. 납치를 주도한 건 아니네.”
“아니, 난…….”
“잠깐만. 여긴 사람이 많으니까, 따로 얘길 나눕시다.”
어느새 그에게 다가가서 혈도를 짚었다. 그리고 그를 데리고 숲속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