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08
너의 초식이 보여 208화
일 년 뒤, 천포(4)
‘개안’이란 고을에 도착했고, 하나밖에 없는 객잔으로 들어갔다. 하운평은 마차에서 내렸고, 철아진은 계속 문진부에게 묻고 있었다.
“혈조수가 익히 마공은 어떤 것인가요? 파악되었나요?”
“혈백조음.”
“허억. 천하삼대수공?”
혈백조음.
철아진도 들은 적이 있었다.
천하에는 수많은 수공이 존재한다. 하지만 고금을 통틀어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것은 세 가지가 있었다.
손이 하얀색으로 빛나면서 어떤 도검보다 단단해지는 소수공. 만지는 순간 얼음이 되어버리는 빙옥수. 그리고 세상을 핏빛으로 만들어버린다는 혈백조음이었다.
특히 혈백조음은 대성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피를 이용해야 한다. 매일매일 새로운 피를 흡수해야 하고, 그만큼 사람을 죽여야 했다. 혈백조음이 마공으로 불리게 된 이유였다.
철아진이 다시 물었다.
“정말 혈백조음의 출현인가요?”
“조사 중에, 일가족을 납치해서 가둔 장소를 찾아냈지. 정말 끔찍했네. 마치 돼지에서 피를 빼내는 것처럼 사람들을 매달아 놓았더군.”
“으음.”
“그리고 싸웠던 흔적만 봐도 알 수 있어. 손이 핏빛처럼 변하니까. 아직 오 성을 넘기지 못한 것 같지만, 영리한 놈이라 상대하기 까다로워.”
문진부도 한마디 더 했다.
“아, 그리고 오늘 여기서 한 사람을 만나기로 했다네.”
세 사람은 객잔으로 들어갔고, 하운평은 객잔의 점소이를 불렀다.
“백주 세 병과 오리구이를 하나. 그리고 개음탕 네 개 부탁하네.”
“알겠습니다.”
점소이는 음식을 가지러 가는 사이, 문진부는 철아진에게 한 가지 더 말했다.
“지금은 혈조수는 잊어버리게. 이미 광혈단에게 넘겼으니까.”
“알겠습니다.”
“다음 사건에 집중하려면, 내용은 조금 알아야겠지. 간단히 말하면, 천중각에서 업무 협조 요청이 왔다네. 이번 일은 황첩으로 규모가 있는 일이고, 우리 말고도 많은 조가 참여하고 있다네.”
“네.”
철아진은 예전에 교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천포들의 일에는 등급이 있으며, 각각 백첩, 적첩, 황첩, 청첩, 금첩이 있다고 했다. 어렵고 위험한 일일수록 등급이 올라가고, 적첩 이상은 여러 천포들이 같이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철아진은 살짝 긴장하면서 들었다.
문진부가 물었다.
“자네. ‘파사회’라고 들어봤나?”
“예전에 표사 일을 할 때 들은 적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모두 정체를 숨긴 비밀단체로서 사파를 무척 싫어한다고요. 그래서 조금 잔인하게 싸운다고…….”
“흐음. 사실 조금 정도가 아니야. 그들은 사파를 매우 싫어하는 극우파야. 사파의 인물들을 아주 잔인하게 죽이지. 너무 극단적이야.”
그때 하운평이 끼어들었다.
“그들 대부분은 정파의 인물들로, 복면 뒤에 얼굴을 숨기고, 사파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살해한다. 여기서 문제가 무엇일까?”
“으음. 잘 모르겠습니다.”
“무림맹은 물론이고, 우리 천포 중에서 칠 할 이상이 정파 출신이야.”
“아아. 알겠습니다. 같은 정파라면, 묵인하는 경우가 있겠군요.”
“맞아. 자기 집안사람일 수도 있는데, 제대로 조사하겠어? 대충 잡는 척만 하는 거지. 그래서 몇십 년째 파사회 놈들이 설치고 있는 거고.”
철아진도 무슨 뜻인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이번에 천중각에서 칼을 뽑았어. 그들을 뿌리 뽑기 위해 방법을 강구했고, 그중 하나가 이번 작전이야. 파사회의 회주를 잡는 거지.”
확실히 회주를 잡으면 일망타진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철아진이 물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파사회 회주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던데요. 심지어 불괴곡의 곡주보다 신비로운 인물이라고요.”
“맞아. 그래서 우리도 파사회 쪽에 첩자를 심어놓으려고 하는 거야.”
“첩자요? 어떻게 말입니까?”
문진부가 대답했다.
“오늘 우리가 만나려는 사람, 그는 파사회의 사람이고 먼저 만나자고 제안을 했다네. 파사회에 관한 정보를 줄 테니까, 자신을 도와달라고. 그리고 한 가지 조건을 붙였는데, 오직 하운평만 만나자고 했었어.”
“내가 좀 유명하거든.”
하운평이 어깨를 으쓱였다. 하지만 철아진은 모른 척했다. 하지만 상황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즉 파사회의 누군가 먼저 연락이 왔고, 천중각에서는 이것을 이용하여 파사회의 회주를 잡으려 한다.
“그 사람을 처음 만나는 건가요?”
“아니. 사흘 전에 한 번 만났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야.”
때마침 점소이는 음식을 가져왔다. 그리고 곧이어 한 남자가 들어왔다.
* * *
그는 흑의를 입고, 마치 산적처럼 덩치가 크고 턱수염이 가득했다.
성큼성큼 다가왔고, 하운평의 맞은편에 앉았다. 하운평이 물었다.
“오성 대협, 생각해 보셨습니까?”
‘설마 반산대도 오성?’
철아진은 모범생이었다.
지부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도착 전부터 호북성에 활동 중인 무사들의 명부를 구했고, 달달 외웠었다.
그리고 명부 안에 반산대도가 있었다.
그가 기억하기로 반산대도 오성은 무림세가 출신이었다. 하북팽가의 방계 출신이었고, 타고난 재능도 있었다. 다만 방계 출신이기에 팽가의 무공은 익히지 못했고, 중요요직에 앉지도 못했다.
‘현재 일류 고수이고, 단복 상단에서 일을 하고 있음. 혼인을 했고, 아이도 세 명.’
거기까지 생각하면서, 계속 대화를 들었다.
“그런데 보통 이런 모임은 조용한 곳에서 하는 거 아니오? 벌건 대낮에 사람 많은 곳에서 뭐 하는 짓인지…….”
오성은 목소리가 굵직하고, 말투가 거칠었다. 하운평이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 여긴 음식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방문하는데, 누가 와도 의심하지 않죠. 이런 곳이 오히려 안전합니다.”
“쳇.”
“그런데 이상하군요. 처음 우리를 찾아온 사람은 오성 대협님입니다. 왜 갑자기 뜸을 들이는 걸까요?”
“제길. 당신들은 파사회의 실체를 몰라서 그래. 그놈들은 수틀리면 어린아이고 뭐고, 다 죽여 버리는 잔혹한 놈들이란 말이오”
그는 무서울 것이 없는 사내였다. 하지만 가족의 가장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였다.
혹여나 가족들에게 해가 끼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가만히 쳐다보던 하운평이 다시 물었다.
“오성 대협. 혹시 다른 제안을 받았습니까?”
오성은 화들짝 놀랐다. 하운평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보아하니 우릴 못 믿고, 다른 천포를 찾아간 것 같군요.”
“흠흠.”
“그 천포가 누군지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리고 대협을 비난하지도 않아요. 오 대협의 선택이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하긴 하네요. 그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
“괜찮아요. 말씀해 보세요. 혹시 이번 일만 잘되면 파사회를 일망타진할 수 있다고 하던가요?”
“그, 그걸 어떻게…….”
오성의 마음속을 읽을 수 있으니, 간단한 일이었다. 하운평은 크게 웃었다.
“하하하. 뭘 그 정도로 놀라십니까? 누구를 만났는지도 알 수 있겠는데요. 분명히 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 사람을 찾아갔을 테고, 그렇게 알려진 사람은 몇 명 없죠. 더구나 우리 지부에서 나보다 유명하고, 직급이 높은 사람은 한 명밖에 없거든요. 백우선 선배를 찾아갔죠?”
오성은 너무 놀라서 쳐다보다가, 황급히 핑계를 댔다.
“저어……. 하 천포. 내가 하 천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걱정 마십시오.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그쪽을 더 믿을 수 있으면 그쪽으로 가세요. 정말입니다. 어차피 같은 천포이고, 우리는 파사회란 공동의 적을 상대하니까요.”
그런 후, 다시 물었다.
“그런데……. 한 가지만 생각해 볼까요? 파사회는 뿌리 깊은 단체입니다. 긴 세월 동안 정체를 숨겼고, 정파 곳곳에 파고들었죠. 아무리 무림맹이고, 천포지만 그들을 한 번에 없앨 수 있을까요? 정말 회주만 잡으면 그들이 모래성처럼 무너질까요?”
“그건…….”
“오성 대협이 판단해 보시지요. 저보다 잘 아실 테니까요. 정말 파사회는 그렇게 무너뜨릴 수 있습니까?”
오성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고, 다 식을 때까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휴우. 내가 어리석었소. 파사회는 절대 그런 곳이 아니오. 잡초보다 질긴 곳이라 절대 한 번에 잡을 수 없소. 회주를 잡으면 분명 다른 회주를 뽑을 겁니다. 활동은 계속 이어나가겠죠.”
“맞습니다. 아마도 우리는 파사회와 긴 전쟁을 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그사이에 끼어 있는 오성 대협과 가족들만 피해를 볼 수 있죠. 백 선배가 오성 대협의 안전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뚜렷하고 확실한 대책을 세워주던가요?”
없었다. 생각해 보니, 그저 자신만 믿으라고 말할 뿐이었다.
“빌어먹을. 저는 이제 어떡하면 좋습니까?”
오성은 다시 하운평에게 매달리듯이 부탁했다. 하운평은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성은 가만히 들었고, 가끔씩 고개만 끄덕였다.
그리고 다 들은 후에 고개를 숙였다.
“저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쓸데없이 다른 사람을 찾아가서는…….”
“아닙니다. 오성 님은 목숨을 걸고, 저희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에 따른 대비를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긴장하셔야 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알려주시죠. 어떡하면, 회주를 만날 수 있습니까?”
그러자 오성도 하운평에게 전음을 보냈다.
두 사람은 반 각 정도 얘기했고, 곧 오성은 일어서서 떠났다.
하운평은 잠깐 고민했고, 문진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하운평은 문득 탁자 위의 음식을 보면서 말했다.
“다 식었지만, 먹죠. 먹은 후에 다음 일을 하러 가야죠.”
하운평은 젓가락을 들었고, 문진부 역시 말없이 식사했다.
철아진은 무척 궁금했지만, 눈치를 보면서 참았다.
* * *
그날 오후에는 다른 사건 때문에 녹색 두건을 쓴 남자를 만났다. 그는 삼십 대 후반으로 다소 병약해 보였다.
“쿨럭. 쿨럭. 그러니까 저희 아버지를 설득해 달라는 겁니까?”
“맞습니다. 초진득 문주님을 설득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백첩의 임무였다.
현재 초씨 세가와 강진문과 사이가 틀어져서 전쟁이 나기 직전이었다.
본래 두 집안은 사이가 무척 좋았는데, 사소한 일로 말다툼이 일어났고, 사태가 점점 심각해졌다.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초씨 세가 문주의 첫째 아들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의 성함은 초수보.
한때 초씨 세가를 대표하는 검수였으나, 불치병에 걸린 불운한 남자였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초진득은 초수보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는 편이었다.
하운평은 초수보에게 말했다.
“그 대가로 초 대협께서 원하시는 건,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초수보는 희미하게 웃었다.
“무엇이든지요? 하하. 그럼 제 불치병을 치료해 주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봉신의가 출신의 의원을 소개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만……. 이미 가 보셨죠?”
“봉신의가에서 오 년간 있었죠. 쿨럭. 쿨럭. 하지만 그들도 불치병은 못 고치더이다.”
“그럼 안타깝지만, 병을 치료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다른 것을 드리지요.”
“하하. 궁금하군요. 참고로 돈이나 보물, 황금 같은 건 말도 꺼내지 마십시오. 제게는 의미 없으니까요.”
초씨 세가도 재산이 많았고, 죽을 때를 기다리는 초수보에게 그런 것은 필요 없었다.
하운평이 물었다.
“비무대회의 우승은 어떻습니까?”
초수보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지금껏 죽어가는 눈빛이었는데, 방금 작은 이채가 떠올랐다.
“우승이라…….”
한창때, 온갖 비무대회에 참석했었다.
하지만 한 번도 우승한 적은 없었다. 운이 없기도 했고, 최고 성적이 준우승이었다.
초수보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관심이 생기는군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초수보도 죽은 후에 가문에 남길 수 있는 명예를 가지고 싶었다.
비무대회의 우승.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