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10
너의 초식이 보여 210화
일 년 뒤, 천포(6)
이무송은 서둘렀고, 다분히 빨리 끝내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쉬익.
한 발 디딜 때마다 삼 장씩 건너뛰었고, 단 두 발자국 만에 하운평 앞에 다가섰다.
그리고 솥뚜껑만 한 손으로 하운평의 머리를 내리찍었다.
“대난압권”
커다란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빨랐다.
하지만 하운평은 단 한 발자국 뒤로 물리면서 정방향으로 뒤로 물러섰다.
쏴아악.
이무송의 손바닥은 애꿎은 비무대 바닥만 부서뜨렸다.
“크흐흐. 그래. 너무 쉬우면 재미없지.”
이무송은 히죽거리며, 연속으로 절기를 사용했다.
“대단추익. 난포수난, 낙포엽.”
콰쾅.
쏴악. 쿵.
폭풍이 치듯, 바람이 휘몰아치고, 비무장은 두부처럼 으스러졌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하는데도, 하운평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 그는 이상할 정도로 쉽게 피했다.
이무송도 점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제기랄. 이 자식은 도대체 뭐야?’
콰앙. 쾅.
벌써 백 초식이 지났는데 전부 피해 버렸다. 이무송은 열이 받아 소리쳤다.
“그렇게 피하기만 해서 이길 수 있겠나?”
콰앙.
“맞는 말입니다.”
하운평은 눈앞의 상대에게 조금 더 집중했다.
하얀 궤적이 짙어지면서, 괴력난신의 움직임이 더욱 느리게 보였다. 동시에 그가 어딜 공격할지, 무얼 하려는 건지, 다양한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단순히 초식 하나가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그 초식을 피하고 반격했을 때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최소 세 수 앞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그런 가상의 싸움을 한 후, 최선의 반격을 선택하였다.
‘지금이다.’
이무송이 왼쪽 팔을 살짝 들었을 때였다.
하운평은 뜬금없이 단검을 꺼내어 위로 던졌다. 아무도 없는 곳에 그냥 던진 것이다.
그것을 본 이무송은 짧은 순간이지만, 당황했다.
‘뭐 하는 짓이지? 교란작전인가?’
그런데 갑자기 하운평의 기세가 변했다.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피부를 찔렀다. 마치 새로운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았고, 특히 그의 단검에는 무서울 정도로 강한 기가 모여들었다.
파팟.
그리고 단 한 점을 찔렀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이무송의 겨드랑이 부근, 하나뿐인 조문이었다.
그의 외공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었고, 이무송은 몸을 돌리며 보호했다.
까강.
쇳소리가 나면서 이무송은 한 발짝 물러섰다. 이어서 하운평의 단검이 다시 뻗었고, 순식간에 세 초식을 주고받았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무언가 떨어졌다.
조금 전 하운평이 던졌던 단검이었고, 이무송의 오른쪽 눈썹 아래, 눈으로 떨어졌다.
허억.
아무리 외공이 뛰어나도 눈알을 단련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났고, 이무송은 황급히 고개를 젖혔다. 피하느라 급급했다.
때문에 하운평이 이미 기다리고 있는 걸 보지 못했다.
하운평은 정확히 여기까지 읽었고, 미리 단검을 들고 있었다. 정확히 이무송의 겨드랑이를 찔렀고, 이무송은 외공이 깨어지는 걸 느꼈다.
털썩.
그대로 주저앉았다.
“허헉. 헉. 헉.”
그런데 이상한 건 하운평의 반응이었다. 이무성이 쓰러지기 직전에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갔다. 그리고 쿨럭거리면서 피 비슷한 걸 토해냈다.
“둘이 쓰러졌을 땐, 먼저 일어나시는 분이 이긴 겁니다.”
심판의 목소리가 들렸고, 하운평은 간신히 일어나는 척을 했다.
그리고 입에 묻은 피를 닦으며 포권을 했다.
“정말 어렵게 이겼습니다.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비틀거리는 연기를 하면서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관객들은 놀라서 소리쳤다.
“양패구상인가?”
“무슨 소리야? 하운평이 이겼잖아.”
“젠장. 설마 이무송이 질 줄이야.”
“그러게. 나는 그에게 돈까지 걸었는데.”
“나도 망했어.”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벌어졌다. 우승 후보였던 괴력난신 이무송이 진 것이다.
사람들은 당황했다. 그리고 정신차릴 새도 없이 결승이 시작되었다.
비무대에 오른 이는 이무송을 이긴 하운평과 초수보였다.
초수보는 아픈 몸을 이끌고, 여기까지 올라왔다. 그가 노력한 부분도 있지만, 사실 어려운 상대는 문진부가 돈을 주고 매수한 부분도 있었다.
아무튼 초수보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었지만, 우승을 향한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타앗.
채챙, 챙.
두 사람은 모르는 사람처럼 싸웠다. 겉으로 보기에는 생사를 무릅쓴 것처럼 보였지만, 하운평은 적당히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절한 시점에 적당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크윽. 억울하다. 만약 이무송에게 다치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길 수 있었는데.”
그렇게 억울함을 토로하면서 비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렇게 대회의 우승은 초수보로 결정되었다.
물론 약간의 운이 따랐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점에 대해 의심하진 않았다.
“와아아아.”
“어쨌든 축하한다.”
“대단하다.”
초수보는 비무대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면서 눈을 감았다. 그런 기분을 충분히 만끽한 후, 하운평에게 전음을 보냈다.
[하 천포님. 감사합니다. 약속대로 제가 책임지고, 아버님을 설득하겠습니다. 그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믿겠습니다.]하운평은 조용히 그곳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문진부와 철아진이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하운평은 문진부에게 물었다.
“얼마 벌었어요?”
“관리들은 물론, 유지들까지 돈을 걸었더군, 총 다섯 군데에서 판을 벌였고, 족히 은 천 냥은 벌었네.”
“잘됐네요. 오성에게 줄 돈으로 충분하겠어요.”
“그렇지.”
“자아, 그럼 이제 다른 적첩을 해결하러 가 봅시다.”
그는 기지개를 크게 켜며 소리쳤다.
그런데 하운평은 어떻게 은 천 냥을 벌었을까?
반 시진 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 * *
반 시진 전, 비무대에서 결승전이 진행되고 있을 때였다.
챙. 챙. 채쟁.
휘리릭.
비무대 주변으로는 천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하고 있었다.
심지어 자리가 없어서, 근처 집들의 지붕 위에 올라가서 구경했다.
그때 젊은 남자 한 명도 지붕 위로 올라갔다. 그는 멀찍이 비무대를 보면서 조심스레 앞으로 갔다.
주위를 둘러보더니,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비무가 벌써 시작하고 있군요.”
두 명 중 한 명이 슬쩍 쳐다보더니 입을 뗐다.
“저들이 누군지 아는가?”
“모릅니다. 비무대회를 한다기에 와봤습니다.”
“아쉽지만, 이 비무가 마지막이라네. 결승전이거든.”
“이런, 제가 늦었네요.”
젊은 남자는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와 말을 했던 남자, 문진부가 궁금해서 물었다.
“왜 주변을 둘러보는 건가?”
그러자 젊은 남자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흠흠. 사실은 친구한테 들었는데요. 비무를 보면서, 누가 이기는지 내기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그렇지. 하지만 여기가 아니라, 저기 보이는 난지객잔 이 층으로 가야 하네. 거기서 한다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금방 가지 않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거렸다.
“왜 그러나? 다른 할 말이 있는가?”
“사실은 제가 비무나 무림에 대해 잘 몰라서요. 과연 저들 중 누가 이길까요?”
“허허. 내가 말한 대로 돈을 걸 생각인가? 그러다 잃으면, 나를 탓하려고?”
“아닙니다. 절대 그런 일은 없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이어서 조용히 말했다.
“저어, 사실은 한 시진 전에 친구가 돈을 땄다고 자랑을 하더라고요. 우승 후보인 ‘괴력난신 이무송’이 졌는데, 친구는 상대편에 돈을 걸어서 열 배가 넘는 돈을 땄다고요.”
“허허. 그렇지. 그런 일이 있었지.”
“그래서 혹시나 하고 와봤는데, 저들의 이름도 모르잖아요. 혹시 좋은 정보 같은 건 없으세요?”
문진부는 젊은이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깨끗한 인상에 순박하게 보이는 외모였다.
“으음. 사실 하나 있긴 한데.”
“제발 좀 알려주십시오. 만약 틀려도 절대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흐음. 사실은 말이야. 어제 괴력난신을 이긴 사람이 하운평이라네. 저기서 흰옷을 입은 남자지.”
“오오, 정말인가요?”
“그래. 그래서 오늘 많은 사람들이 그가 이길 거라고 예상하고 있지……. 자네는 반대로 걸게. 그의 상대인 초수보가 이긴다에 돈을 걸란 말이야.”
“왜요? 하운평이 괴력난신을 이겼으니, 이번에도…….”
문진부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내가 들었는데, 하운평은 어제 비무로 내상을 크게 입었다더군. 이번에는 분명 질 거야.”
“정말인가요?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절대 알려주면 않겠습니다.”
“뭐, 시합이 끝난 이후에는 알려줘도 상관없다네.”
“그런가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젊은 남자는 몇 번이고 인사하더니, 급히 지붕을 내려갔다. 그리고 객잔으로 달려가서 돈을 걸었다.
아마도 그는 돈을 크게 딸 것이고, 친구들에게 오늘 겪은 일을 모험담처럼 퍼뜨릴 것이다.
‘그럼 하운평이 오늘 진 이유를 납득하겠지. 그리고 초수보가 이겼다는 데 의문을 가질 사람도 없을 테고.’
문진부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일부러 알려준 것이다.
와아아아.
잠시 후, 예정대로 하운평이 쓰러졌다.
관객들은 시합이 끝나자,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문진부와 철아진 역시 지붕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난지객잔으로 가서 이 층으로 올라갔다.
웅성웅성.
“으하하. 이게 도대체 얼마야?”
“어휴. 거기서 질 줄이야.”
“으악. 아까운 내 돈.”
지금이 가장 바빴다. 조금 전 비무 결과에 따라 돈을 배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기에서 이긴 사람들은 웃었지만, 몇 명 되지 않았다. 대부분 억울함을 소리치며 아쉬워했다.
문진부는 배분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조용해졌고 한 사람이 다가왔다.
“하하하. 문 천포님. 오셨습니까?”
“결산을 끝났나요?”
“조금 남아 있지만, 하 천포님께 드릴 건 준비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하오문 분타주 추당산이었다.
추당산은 두 사람을 데리고, 객잔의 뒤편으로 향했다. 작은 방으로 들어갔고, 두툼한 돈주머니를 네 개나 들고 나왔다.
“약속대로 이 할은 제가 먹고, 나머지는 여기 넣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그제야 철아진은 모든 걸 알 수 있었다. 왜 하오문을 끌어들였는지.
그는 문진부에게 물었다.
“도박을 하신 거군요?”
“정확히 말하면, 도박판을 벌인 거지.”
사람들은 도박을 좋아한다.
물론 공식적으론 금지를 하지만, 알게 모르게 도박은 사행되고 있었다. 또 비무를 보면서 누가 내기를 하는 것은 흔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사실 이렇게 작은 비무 대회에서는 큰 내기가 벌어지지 않는다.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작게 할 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오문의 추당산이 끼어들어서 판을 키웠다.
모르면 넘어가지만, 막상 도박판이 벌어진다면 관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부러 괴력난신 이무송이 참여하였고, 돈을 쉽게 벌 수 있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사람들은 점점 모여들었고, 판돈은 점점 커지게 되었다. 마을의 돈 많은 상인이나 관리들까지 참여하면서 판돈의 규모도 커졌다.
그렇게 크고 작은 도박판이 다섯 개나 만들어졌고, 도박의 수수료를 챙겼다. 또 결과를 알고 있기에 하운평 의도대로 돈을 걸기도 했다.
그래서 하운평은 은 천 냥이라는 큰돈을 번 것이다.
철아진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
“이건, 불법 아닌가요?”
“천포가 도박하지 말라는 법 있던가?”
“……아니요.”
“그럼 문제없다네.”
문진부는 철아진의 의문을 일축시켰다.
* * *
마차는 빠르게 달렸다.
하운평은 역시 마차 안에서 푹 쉬고, 문진부와 철아진이 번갈아 가면서 마차를 몰았다.
철아진은 좀 전의 일은 잊어버렸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고, 엄밀히 말하면, 불법도 아니었으니까.
대신 다른 질문이 쏟아졌다.
“혹시 다음 적첩의 내용은 알 수 있을까요? 이번에는 어떤 일로 가는 겁니까?”
천포의 임무를 나타내는 첩에는 다섯 종류가 있었다.
백첩은 일반적인 처리하는 업무이고, 적첩은 이삼일 내로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되는 일이었다.
황첩은 지금 하는 일을 당장 멈추고, 달려와야 할 정도로 급한 일이고, 청첩은 호남성 내의 모든 천포들이 출동할 정도로 중대한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금첩은 오직 황제만 권한을 가지며, 대륙에 있는 모든 천포들이 출동해야 할 일이었다.
물론 금첩이 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