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11
너의 초식이 보여 211화
송 대인 사건(1)
철아진도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지만, 적첩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문진부가 대답했다.
“우린 기본적으로 무림맹의 지시를 받고 있지만, 관의 문제도 적극 도와줘야 할 때가 있다네. 그래서……. 아니야. 일단 직접 보는 게 좋겠군.”
문진부는 적첩을 꺼내어 내밀었다.
철아진은 한 손으로 마차의 고삐를 잡고, 한 손으로 빠르게 읽었다.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으음. 그러니까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겨우 고관대작의 개인 부탁이군요.”
“그런 셈이지.”
철아진은 실망스러웠다.
물론 그도 무림에 갓 출도한 애송이는 아니었다.
천포란 직업이 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고관들의 간섭을 받을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개인적인 일을 시킬 줄이야.
그것도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적첩으로 분류하다니. 이건 조금 심한 것 같았다.
문진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뭘 기대했는지 모르지만, 이게 현실이야. 적응하지 못하겠다면, 일찌감치 다른 일을 찾아보게.”
“아닙니다. 할 수 있습니다.”
철아진은 단호히 대답했다.
실망은 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세상에 비리가 없는 단체가 있던가?
그에게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었다.
* * *
다음 날, 마차는 목적지인 ‘진평’에 도착했다.
안휘성 쪽으로 가는 길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가 진평을 관통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길이 좁고 고르지 못해,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었다.
때문에 진평은 규모가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다.
이곳에서 유명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송인수 대인이었다.
그는 과거 상서(尙書) 정이(二)품을 지냈던 고관이었다.
지금은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의 자식들도 여전히 고위직에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아직 적첩을 보낼 수 있는 권력자였다.
“휴우. 집이 정말 크군요.”
철아진이 중얼거렸다.
그도 표사 일을 하면서 이곳저곳 떠돌았지만, 이렇게 큰 집은 처음이었다.
일단 문의 크기가 높이 삼 장에 넓이가 오 장쯤 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담의 길이는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세 사람은 입구에서 신분을 밝혔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집안에는 호위무사와 하인, 하녀들이 백여 명이 넘었고, 바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곳곳에 관인들도 보였다.
그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고, 세 사람은 넓은 방으로 안내받았다.
잠시 후 창문을 통해 밖을 보던 문진부와 하운평이 중얼거렸다.
“다행이군. 증 포쾌(捕快)가 있었어.”
“우 추관(推官)도 있는데요.”
“송 대인이 정말 대단한가 보군. 엉덩이 무거운 정 칠품이 직접 현장에 나오고 말이야.”
“그러게요.”
곧 방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문진부와 하운평은 웃으면서 그들을 반겼다.
“우 추관님, 오랜만이십니다. 신수(身手)가 더 좋아지셨습니다.”
“허허. 별말씀을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하운평, 문진부 조께서 오셨군요.”
우 추관은 전형적인 안일무사(無事安逸)의 표본이었다.
중앙 진출이나 승진은 포기한 지 오래고, 그의 목표는 오직 ‘현상 유지’였다.
가능한 오랫동안 자리에 머물고 싶었고, 사건이 터져도 가능한 조용히 넘어가길 원했다. 때문에 현장에 나오는 일은 거의 없었다.
만약 그가 나왔다면, 사안이 정말 심각하거나 권력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뿐이었다.
사실 하운평은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같이 일해야 할 사람은 그가 아니라 증 포쾌였다.
“증 포쾌. 반갑군.”
“오랜만에 뵙습니다. 하 천포님. 문 천포님.”
증 포쾌도 눈을 반짝이며, 하운평을 반겼다. 그는 이십 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똑똑하고, 몸이 날래보였다.
하운평이 편하게 물었다.
“단순히 도난 사건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증 포쾌는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했고, 하운평과 몇 번이고 만났었다.
“네. 절도 사건과 동시에 끔찍한 살인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각기 다른 장소에서 벌어지고, 시간도 다르다고 추정되지만, 솔직히 제가 볼 땐 둘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증 포쾌가 세 사람을 안내했다. 그사이에 우 추관은 은근슬쩍 빠졌다.
“먼저 보실 곳은 동천 창고입니다. 송 대인이 가장 아끼는 물건만 보관하는 곳이죠.”
두 개의 정원을 지나서 도착했다.
생각보다 작은 창고였고, 가로세로 다섯 장 정도의 크기에 창문은 없었다.
출입문도 하나만 있었고, 문 앞에는 일류 무사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일단 저 벽은 주철을 몇 겹이나 안에 덧댄 것입니다. 워낙 튼튼하여 웬만한 도검에는 생채기도 나지 않죠. 그리고 문을 지키는 무사들은 모두 일류 고수로 밤낮으로 지키고 있습니다. 알아보니 혹시 집안에 불이 난다 해도 여길 지키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한마디로 두 사람을 거치지 않고는 안에 들어갈 수 없다는 뜻이었다.
“벽의 외부와 내부 모두 조사했지만, 어떤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지붕은 물론이고, 땅속까지 특이한 점은 없었고요. 물건을 잃어버린 날에도 경비 무사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철저한지, 호위무사 한 명이 따라오면서 감시했다.
“보물은 지하에 있습니다.”
호위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벽에 있는 작은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바닥이 갈라지면서 바닥으로 내려가는 길이 열렸다.
“저것도 아무나 당길 수 없습니다. 손잡이를 잡아당기는 압력과 방향을 잘 조절해야 열린다고 하더군요. 조금만 실수해도 경종이 울린다고 합니다.”
“이곳을 열 수 있는 사람은 조사했어?”
“네. 직계 가족 세 명과 경비 조장 두 명. 그 외에는 없습니다.”
지하에 내려가자 위쪽보다 열 배는 큰 공간이 나타났다. 앞쪽부터 차례대로 도자기와 고서, 금괴, 목걸이, 반지 등의 장신구, 심지어 검과 창 같은 무기까지 전시되어 있었다.
증 포쾌가 말했다.
“또 이상한 건, 여기 있는 물건 중에는 딱 하나만 훔쳐 갔다는 겁니다. 황금 두꺼비지요.”
“여기서 제일 비싼 물건인가?”
“아니랍니다. 하지만 매우 귀중한 물건이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들으시겠지만, 황제께서 직접 하사하셨답니다.”
하운평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증 포쾌는 하운평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하 천포님. 정말 이상하지 않습니까? 왜 하필 금두꺼비였을까요? 저기 반대쪽에 있는 도자기 하나만 잘 팔아도 집 몇 채를 살 수 있을 텐데.”
“저건 깨지기 쉬우니까. 두꺼비가 가져가기 쉬워서 그럴 수 있지.”
문진부가 대신 대답했다.
“그럼 반지와 목걸이 같은 장신구를 훔치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
“그것도 그렇군.”
“그리고 범인은 어떻게 창고 안으로 들어왔을까요? 입구는 분명 하나밖에 없고, 벽을 부순 흔적도 없는데요.”
“이제 알아봐야지.”
하운평이 벽을 둘러보면서 대답했다.
문진부는 바닥을 살피고, 벽 사이에 틈이 있는지, 천장은 어떤지 자세히 살폈다.
틈새 하나 벌어짐이 없이 완벽했다.
철아진도 궁금했다.
어디로 들어와서 어떻게 나갔을까?
하운평은 증 포쾌에게 물었다.
“여길 지켰던 호위무사들을 잠깐 만날 수 있을까?”
“당연하지요.”
증 포쾌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조용한 방을 빌려 자리를 잡았고, 그사이 증 포쾌가 두 사람을 데려왔다.
“소개합니다. 번청, 여일남 무사님이십니다. 두 분은 이곳에서 각각 칠 년, 팔 년 일하셨고, 당시 창고를 지키셨습니다.”
하운평은 한 명씩 불러서 질문을 던졌다.
“당시에 자리를 비운 적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그럼 근무 중에 창고 안으로 들어간 사람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열 개가 넘는 질문을 했지만, 그들은 단답형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하운평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증 포쾌에게 살인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벌써요? 다른 사람들은 조사 안 해도 되겠습니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해.”
네 사람은 바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 곳으로 갔다.
* * *
증 포쾌는 구석진 곳으로 안내했다. 창고와 꽤 떨어졌고, 거의 반대편에 있었다.
이곳은 일종의 별관이었고, 방 하나와 창고 하나가 있는 작은 집과 비슷했다.
그들은 곧바로 창고로 들어갔는데 철아진은 깜짝 놀랐다.
사람 것으로 추정되는 피와 내장, 뇌수 등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정말 놀랄 정도로 지저분하고도 끔찍했고, 철아진은 참지 못하고 뒤로 물러섰다.
이런 현장 경험이 풍부한 문진부조차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하운평만은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죽은 사람은 몇 명인지 파악했어?”
“현장이 지저분하긴 하지만, 한 사람일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피의 양은 많으나 다른 것들이 의외로 적었거든요.”
“다른 것들?”
“뼛조각이나 장기 조각들 말입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희생자가 누군지도 알고?”
“사실 그것도 문제인데요. 이렇게 사람을 갈기갈기 찢어놓아 알 방법이 없습니다. 다만 현재 송 대인 집에서 없어진 사람을 추정하여, 희생자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습니다.”
“누군데?”
“하도관. 여기 별관을 담당하고 있는 숙주입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장을 자세히 살폈다.
남들이라면 고개를 돌릴 만한 곳을, 끔찍한 사람 내장들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나 지난 상태였다.
바닥 곳곳에 들러붙은 사람 피부와 뇌수, 내장, 핏자국들은 말라비틀어진 찻잎처럼 쪼그라들었고,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마치 콧속으로 냄새를 넣고, 비트는 것 같았다.
하운평을 제외한 세 사람은 한 번씩 밖으로 나와서 숨을 쉬어야 했다. 문진부가 밖에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켈켈. 이게 누구야. 문진부 아니야? 그 녀석도 같이 왔나?”
코가 빨갛고, 술 냄새를 풀풀 풍기는 노인 한 명이었다.
문진부는 고개를 숙였고, 하운평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맹 노사. 코가 더 빨개지셨네요.”
“켈켈. 너는 더 건방져졌구나. 아무튼 어제 오지 그랬어? 어제는 핏빛이 선명해서 절경이었는데.”
그는 황홀했다는 듯 중얼거렸고, 그 모습이 그리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맹 노사는 철아진을 보면서 물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누군가? 신입 천포야?”
“네. 철아진입니다.”
“켈켈. 앞으로 자주 보겠구만. 나는 호북성의 수석 검시관(檢屍官)이다. 변사자(變死者) 를 볼 때마다 한 번씩 만나게 될거야.”
“잘 부탁드립니다.”
하운평이 그에게 물었다.
“어제 조사 중에 발견된 건 없습니까?”
“켈켈. 싸가지 없는 놈아. 너도 느끼지? 정말 굉장히 흥미로운 사건이야.”
맹 노사는 안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설명했다.
“첫 번째 주목할 점은 변사자를 죽인 방법이야. 크큭. 난 모르겠다.”
“몰라요?”
“그래. 워낙 잘게 잘라놔서 어떻게 죽였는지 모르겠어. 팔다리, 머리, 몸통, 모든 부위를 잘근잘근 밟아서 터뜨리기까지 했더군.”
그는 바닥을 보면서 말했다.
“사람 몸속에서 제일 단단한 두개골부터 허벅지 대퇴골까지, 그것들을 모두 부서뜨렸다. 땅의 흔적을 보면, 진기(眞氣)로 피부와 뼈를 한방에 으깬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범인은 최소한 절정 이상일 거야.”
증 포쾌가 말을 이었다.
“사실 장원(莊園)이 워낙 넓은 데다, 이곳 별관은 사용하지 않는 곳이라 합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삼 장 정도 떨어진 곳에 담이 있고, 그곳에는 호위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는데요. 그들은 아무런 소리도 못 들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켈켈. 그러니까 이상하지. 사람의 비명은 둘째 치고라도, 사람 몸을 이 정도로 밟았으면 어떤 소리라도 났을 텐데 말이야.”
철아진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살인범은 최소한 기를 이용해 주변 소리를 차단시킬 수 있는 정도의 고수란 말씀이시군요.”
문진부가 반박했다.
“아니면, 다른 곳에서 죽인 후, 여기에 버릴 가능성도 있지.”
“켈켈, 그건 아니야.”
맹 노사는 고개를 흔들며, 바닥을 가리켰다.
“이것 봐. 어찌나 세게 밟았는지, 바닥에도 흔적이 남았잖아. 이게 바로 두 번째 흥미로운 점인데. 누군지 몰라도 여기서 사람을 해체시켰어.”
굉장히 잔인하고, 단순하면서도 어려운 사건이었다. 철아진은 살짝 머리가 아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