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12
너의 초식이 보여 212화
송 대인 사건(2)
문진부도 현장에서 오래 일했고, 시체도 많이 봤었다.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공간에, 이 정도로 화려하게 피 칠해놓은 건 처음이었다.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벽은 물론이고 천장까지 골고루 묻혀 놓았다. 하루가 지나 색은 바랬지만, 그 냄새만은 더욱 지독하여 머리가 욱신거릴 지경이었다.
“그런데 맹 노사, 여기 있는 피가 한 사람 몸에서 나온 피 맞습니까? 너무 많이 묻어 있는데요.”
“켈켈. 인체의 신비지. 한 사람의 몸에 3되(升)가 넘는 피가 들어 있거든. 마음 놓고 뿌리면 이 정도는 나올 거야.”
“그럼 죽은 이가 분명 한 사람이란 거죠?”
“그건 모르지. 한 사람의 몸에서 이렇게 많은 피가 나올 수도 있냐고 물어보면 맞다고 대답할 수 있어. 하지만 여기 있는 피가 꼭 한 사람의 피냐고 물어보면, 모른다고 답할 수밖에.”
즉 여기서 죽은 사람이 몇 명이고, 누구의 피인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었다.
“아까 사람의 뼈와 장기 조각들은 한 사람의 것으로 짐작된다고 들었는데요.”
“분해된 뼈를 대충 조합해 보면 그 정도 되니까. 하지만 그것 역시 추정이지. 확신은 아니야.”
하운평이 피식 웃었다.
“아니, 맹 노사. 그렇게 두루뭉술하게 말하면, 범인을 어떻게 잡습니까?”
“겔겔. 그건 나도 모르지. 바로 네놈들이 할 일이잖아. 그래서 이 사건은 재미있어. 여기서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거든.”
하운평이 물었다.
“범인은 의도적으로 해체시킨 걸까요? 아니면 감정적으로 화가 나서 행했을까요?”
“켈켈.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역시 모르겠다야. 밟은 흔적이 바닥까지 뚜렷한 걸 보면,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밟은 것 같은데, 벽 끝까지 자세하게 피칠한 걸 보면 이성적으로 한 것 같거든. 아니면 어떤 의식을 행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지.”
“맹 노사. 오늘은 정말 도움 안 되네요.”
그의 말을 듣다 보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했다.
하다못해 범인이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고, 희생자의 수가 수십 명일 수도 있었다.
도무지 범위를 좁힐 수가 없었다.
“최소한 이 말은 해줄 수 있다. 희생자는 키가 작은 사람이야. 아마 오 척(尺) 정도?”
“근거는요?”
“열 개로 부러졌지만, 상완골 조각을 맞췄거든. 비율로 봤을 때, 그 정도 키를 가졌을 거야.”
“그것 역시 그간의 경험으로 짐작하신 것뿐이군요. 아무튼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제야 다섯 사람은 밖으로 나갔다.
맹 노사는 곧 이곳을 떠나려 했고, 하운평은 끝까지 따라가서 몇 가지 물어보았다. 그동안 세 사람은 모여서 사건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결론은 누가 죽였는지는 당연히 모르고, 누가 죽었는지, 몇 명이 죽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뜻이네요.”
“왜 죽였는지도 모르지.”
증 포쾌가 조심스레 물었다.
“혹시 뼈를 부순 형태로, 무슨 무공을 사용했는지, 어떤 무공으로 죽였는지 알 수 없습니까?”
문진부가 대답했다.
“발을 구르는 진각의 흔적으로 알 수 있는 무공도 있지. 하지만 내가 볼 땐, 저 흔적은 단순히 세게 밟았을 뿐이야. 더구나 시체를 너무 분해해서 어떤 무공을 사용했는지 알 수도 없고.”
“어쩌면 자신의 무공 흔적을 없애려고 분해한 것일 수도 있겠네요.”
철아진의 말에 증 포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염두에 두어야겠군요. 그럼 혹시 조금 전에 봤던 보물 창고에 몰래 들어갈 수 있는 무공은 뭐가 있을까요? 듣자 하니 종잇장 같은 틈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무공도 있다던데요.”
“전설로 내려오는 무공이 있지. 하지만 보신경(步身輕)이 아무리 뛰어나도, 결국은 사람이야. 실제로 종잇장 사이로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는 화경의 경지를 넘은 절대 고수일진대, 그 정도 수준이면 우리가 잡기 힘들 거야.”
“그렇군요. 휴우. 결국 사건은 원점이네요.”
문진부가 물었다.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야지. 탐문수사(探問搜査)는 해봤나?”
“아, 네. 집안사람들에 질의했고, 그것을 기록한 기록문이 있습니다. 보러 가시죠.”
증 포쾌는 다시 두 사람을 데리고 이동했다.
그는 분명 뛰어난 포쾌였다.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데, 벌써 집안사람들의 증언을 모두 기록해 놓았다. 그리고 실종된 사람인 하도관에 대해서도 일차 조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문진부가 자료를 보면서 중얼거렸다.
“하도관의 키가 오 척 오 치, 맹 노사가 언급한 피해자와 비슷하군. 나이가 스물넷? 이 정도면 굉장히 어린 편에 속하는데, 벌써 별관의 숙주를 맡았어? 솜씨가 좋은가?”
“아니요. 알고 보니 송치악의 친구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송치악이면?”
“송 대인의 막내아들입니다. 나이는 스물둘이고, 이런 말은 조심스럽지만, 공부보다는 기루에 관심이 많은 친구더군요.”
증 포쾌는 또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뒷장에 적혀 있습니다만. 기루에서 놀다가 하도관을 만났고, 뜻이 맞았는지, 여기 숙주로 들였다고 합니다.”
“그럼 송치악과도 얘길 나눠봐야겠군.”
그런데 증 포쾌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쉽지 않을 겁니다. 송 대인이 막내아들인 송치악을 끔찍이 아끼고 있거든요. 그리고 송치악은 절도 사건이나 살인 추정시간에 기루에 있었고, 증인들도 많습니다.”
잠시 후, 하운평이 돌아왔다.
동시에 누군가 찾아왔다.
송 대인이 천포들을 만나고 싶다는 기별을 보낸 것이다.
* * *
천포들은 커다란 방으로 안내받았다.
그곳에는 여섯 사람이 앉아 있었고 다섯 명이 서 있었다.
뚱뚱한 우 추관은 중앙에 앉았고, 바로 옆에 빼빼 마른 노인이 있었다. 굉장히 깐깐해 보이는데, 그가 바로 이 집의 주인, 송 대인이었다.
그의 좌측으로는 집의 살림을 책임지는 총관 두 명이 나란히 앉았고, 이어서 송 대인의 막내아들 송치악, 그리고 집안의 호위를 책임지는 호위대장도 있었다.
송치악의 뒤에는 키가 작은 할머니가 서 있는데, 물어보니 송치악의 유모라고 했다.
그리고 이들을 중심으로 좌우로 호위 무사 네 명이 서 있었다.
송 대인은 눈에서 불을 뿜으며 천포들을 바라보았다.
특히 하운평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소문은 들었소. 하 천포. 성격은 고약하나, 사건 해결만은 최고라고.”
“그렇다고 해두죠.”
“단도직입으로 묻겠소. 황금 두꺼비를 찾을 수 있겠소?”
“살인 사건은요?”
“그건 나중에. 지금 중요한 건 황금 두꺼비요. 살인 사건은 한 사람이지만, 황금 두꺼비를 잃어버린 걸 황궁에서 알게 되면……. 집안사람 모두가 죽을 것이오.”
사실 황제가 무서운 게 아니었다.
그 황제를 떠받드는 인간들이 무서웠다. 그들의 입에서 어떤 간계와 모략이 펼쳐지는지가 두려웠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여섯 사람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간단히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황금 두꺼비를 훔친 사람은 벌써 찾았습니다.”
그의 말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렇게 심각했던 송 대인조차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그, 그, 그가…… 대체 어떤 놈이오? 아니, 찾은 것이 확실하오?”
“그전에 하나 묻고 싶습니다. 황제께서 금두꺼비를 하사하셨다는 걸, 집안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습니까?”
하운평의 질문에 송 대인은 잠시 당황하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내가 벼슬에 있을 때 받은 거요. 그리고 일부로 알리지 않았고, 지금 황금 두꺼비 존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소이다. 기껏해야 여기 있는 총관들과 호위대장 정도뿐.”
“그럼 송 공자님은 몰랐겠군요.”
갑자기 화살이 송치악에게 향했고, 그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식은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었다.
“무, 물론 나도 몰랐소. 하지만 나는 훔치지 않았어. 아, 아버님은 아시지 않습니까? 저는 금두꺼비가 없어질 당시 금오 기루에 있었습니다.”
갑자기 물어봤지만, 누가 봐도 수상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송 대인은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대신 한숨을 쉬면서 대신 설명했다.
“내 아들이 한심하고, 제일 의심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요. 하지만 저놈 말대로, 저놈은 그 전날부터 기루에 있었소. 기루까지 사람을 보내어 확인까지 한 사실이오.”
“마음만 먹으면, 훔칠 수 있는 방법은 여럿 있습니다만…….”
하운평은 여전히 송치악을 의심하는 듯 쳐다봤고, 그것이 기분 나쁜지 송 대인은 날카롭게 물었다.
“내 아들을 의심하는 건 좋소. 그런데 증거는 있소?”
“하하. 지금은 없습니다. 그저 심증만 있을 뿐이죠. 증거는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가!”
하운평은 태평하게 웃었고, 송 대인은 화를 터뜨렸다.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노려봤지만, 하운평은 그저 웃을 뿐이다. 그리고 차분히 말했다.
“자자. 진정하시죠. 사실 중요한 건 따로 있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금두꺼비, 그걸 빨리 찾아야죠. 범인은 그다음에 생각하시죠.”
“…….”
송 대인은 순간 입을 다물었다.
하운평의 말이 맞았다. 금두꺼비만 되찾으면 된다. 다른 것은 나중에 따져도 된다.
송 대인은 이를 악물며 물었다.
“끄응. 그것을…… 찾을 수 있겠소?”
“네. 그런데 돈이 필요합니다.”
참으로 뻔뻔하다.
천포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일이 당연한데, 하운평은 당당하게 돈을 요구하고 있었다.
“뿌드득. 왜 돈이 필요한 거요?”
“당연히 빨리 찾기 위해서지요. 뭐, 돈이 없어도 찾을 수는 있을 겁니다. 언젠가는요.”
참으로 얄미운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급한 사람은 송 대인이었고, 돈은 문제가 아니었다.
“얼마나 필요하오?”
“금두꺼비와 똑같은 무게의 금이 필요합니다. 그럼 최소 열흘 걸릴 테고, 두 배로 주시면 오 일, 만약 세 배로 주시면 내일까지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무슨 이런 계산법이 다 있단 말인가?
총관 한 명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말이 되는 소릴 하시오? 아무리 천포라지만, 너무하는 것 아니오? 사건을 해결해야지. 자기 주머니만 채우자고 술수를 부리다니.”
“네? 제 주머니를 채우다니요? 저는 두꺼비를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한 방법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그럼 말해보시오. 그 돈을 받으면 어떤 식으로 어떻게 사용해서 금두꺼비를 찾겠다는 겁니까?”
사람들의 시선이 하운평으로 향했다.
모두가 궁금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그들의 기대를 보기 좋게 무너트렸다.
“비밀입니다.”
“역시, 사기꾼이야.”
“완전히 억지입니다. 대인.”
“말은 저렇게 하고, 자기 뱃속을 챙길 게 뻔합니다. 어르신.”
총관들은 전부 반대했다. 증 포쾌조차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하운평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송 대인을 바라보았다.
“그만!!”
송 대인은 크게 소리쳤다. 총관들은 입을 다물었고, 송 대인은 그들에게 물었다.
“그럼 자네들에게 그 정도의 돈을 주겠네. 금두꺼비를 찾아올 수 있는가?”
“그건…….”
“흐음. 흠.”
총관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을 다물었다.
송 대인은 한숨을 푹 쉬더니, 하운평을 바라봤다.
“후우우. 좋네. 돈은 주겠네. 황금두꺼비의 무게의 열 배도 줄 수 있어. 찾을 수만 기꺼이 지불하지. 하지만 분명히 얘기하지. 만약 돈만 가져가고, 금두꺼비를 찾지 못한다면……. 그땐, 그대뿐 아니라, 무림맹 전체가 각오해야 할 거야.”
“하하. 당연한 말씀을……. 그럼 열 배로 계산해서 선불로 반만 주십시오. 내일까지 찾아오겠습니다.”
그렇게 돈을 받아냈다.
너무나 뻔뻔한 하우평의 요구에, 철아진은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었다.
* * *
네 사람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하운평은 하품을 하면서 증 포쾌에게 물었다.
“하암. 우리가 며칠간 머물 숙소가 마련되었을 텐데. 어딘가?”
“벌써 숙소로 가실 겁니까?”
“피곤해서 말이야. 잘 자고 잘 먹어야 머리도 잘 돌아가지. 사건도 빨리 해결하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증 포쾌는 웃으면서 안내했다.
송 대인은 부자인 건 분명했다. 이 층짜리 전각을 통째로 내주었고, 이 층에는 숙주와 하녀들까지 대기하고 있었다.
“역시 이런 곳에서는 일할 맛 난다니까. 하암.”
그는 문진부에게 말했다.
“형님. 부탁 하나만 들어주십시오.”
“말하게.”
“그럼…….”
하운평은 입술을 달싹거렸고, 문진부와 전음으로 주고받았다. 문진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고맙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지요. 하암.”
하운평은 손을 흔들면서 이 층으로 올라갔다.
문진부는 증 포쾌에게 말했다.
“증 포쾌. 미안합니다만, 지금 집안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당연하지요. 누구를 만나 보시겠습니까?”
“전부.”
송 대인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일백칠십팔 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