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15
너의 초식이 보여 215화
흑첩과 반성대도 오성(1)
하운평은 잠깐 숨을 고른 후, 말을 이었다.
[다른 하나는,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겁니다. 물론 대가는 있지만, 선배님 실력이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네놈을 어떻게 믿지?]그러자 하운평은 물었다.
[그럼 뭘 망설이세요? 저를 죽이고, 당장 증손자 송치악에게 가서 말하세요. 당신이 대단한 고수이고, 엄청난 무공을 가르쳐 줄 테니까 같이 도망자 생활을 시작하자고요.] […….] [물론 선배님은 충분히 도망 다닐 수 있겠죠. 하지만 증손자도 그럴까요? 오늘날까지 편안하게 잘 살았는데, 일순간 도망자로 살 수 있을까요?]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송치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나약하고 나태하다. 도망자 생활을 견딜 리 없었다. 무엇보다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증손자만큼은 무림 밖으로 벗어나 편안한 생활을 주고 싶었다.
하운평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게 싫으시면 두 번째를 선택하세요. 송치악은 이 집에서 아주 편안하게 살 수 있으며, 당신의 무공을 가르쳐 줄 수도 있으니까요.”
[……듣고 있다. 자세히 말해봐.]그녀는 하운평의 두 번째 제안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았다.
[선배님은 문밖에 계셨지만, 제가 송 대인에게 말한 것을 들으셨을 겁니다. 송치악의 버릇을 고쳐놓기 위해서 엄격한 무공 스승이 필요하다고 말했었죠. 그리고 제가 소개시켜 주기로 했었고요.]그제야 하운평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하운평은 엄격한 무공 스승으로, 신풍목련을 소개시켜 줄 작정이었다.
잠시 후, 전음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모.
송치악을 이십년 간 키워온 유모가 바로 ‘신풍목화’였다. 그리고 진짜 이름은 ‘위미향’이었다.
“재밌는 제안이긴 한데…… 지금 내 신분은 어쩌고 무공 스승으로 들어오라는 거냐?”
하운평은 미소를 지으며 설명했다.
“살인이 벌어졌으니 범인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건이 마무리될 테니까요. 마침 근처에 적당한 살인범이 있습니다. 혈조수라고 불리는 자며, 혈백조음을 익혔습니다. 마공을 익히기 위해 여러 명을 죽였고, 현재 천포들에게 쫓기고 있는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혈조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자. 이 말이냐?”
“맞습니다. 선배님께서는 그냥 이대로 사라지시면 됩니다. 그럼 제가 알아서 꾸미겠습니다. 진짜 유모는 며칠 전에 이미 죽은 거고, 간악한 혈조수가 유모 역할을 하고 있었던 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 와중에 하도관에게 정체를 들켜서 그를 죽인 거죠.”
“시체를 훼손시킨 이유는?”
“그를 통해 혈백조음을 익혔고, 그 흔적을 없애기 위해 갈기갈기 찢어 죽인 겁니다. 하지만 오늘 저에게 정체가 탄로 나자, 혈조수는 저를 죽이려 했고, 실패하자 도망쳐 버린 겁니다.”
듣고 보니 그럴 듯했다.
“그러니까……. 나는 이대로 사라지면 되겠군. 그리고 무공 스승으로 소개받아서 다시 들어오면 되는 거고.”
“맞습니다. 그럼 여전히 증손자 옆에 있을 수 있으시죠. 버릇도 고치고, 무공도 가르치면서요.”
신풍목화 위미향은 굉장히 흔들렸다.
하운평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했다. 어긋난 모든 걸,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믿어줄까?”
“하하하. 거꾸로 물어보겠습니다. 누가 의심을 할까요? 아시다시피, 송 대인은 저를 신뢰하고 있고, 송 대인이 넘어가면 끝나는 일 아닙니까?”
“좋아. 그럼 그 범죄자인 혈조수는? 그냥 도망갔다고 하면 끝인가?”
“그건 곤란하죠. 만약에 그가 다른 사람에게 잡혀서 헛소리를 하면 곤란하니까요.”
“그럼?”
“제일 좋은 방법은 찾아서 죽이는 겁니다. 선배님이 도와주시면 간단하겠죠.”
“오호호호.”
위미향은 웃었다. 하운평이 원하는 걸 알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를 이용해서 혈조수를 잡겠다는 거구나.”
“이용이라니, 단어가 좋지 않군요. 상부상조. 서로 돕고 돕는 상부상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운평의 말대로 서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몰라도 위미향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사람을 잘 찾고, 쫓을 수 있는 재주. 새외에서 그 재주로 원수들을 찾아 죽일 수 있었다.
그녀는 잠깐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흐음. 혈백조음이라.”
그러더니 갑자기 손을 흔들었다.
쏴아아.
콰쾅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한쪽 벽이 통째로 날아갔다.
마치 손바닥 모양으로 구멍이 생겼고, 소문으로 듣던 혈백조음의 흔적과 비슷했다.
“이 정도면 비슷한가?”
“훌륭합니다 선배님. 이제 증거도 남은 셈이니, 의심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위미향의 이런 행동은 하운평의 두 번째 제안을 받아들였단 걸 의미했다.
그녀는 모습을 감추며 전음을 보냈다.
[좋아. 네 제안을 받아들이겠다. 지금 바로 떠나서 혈조수를 잡아오마. 너는 이곳의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 만약……. 방금 네가 말한 것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네 목을 뽑아버리겠다.] [명심하겠습니다.] [아,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작년에 내 정체의 일부를 송치악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먼 친척이고, 예전에 무공으로 나쁜 짓을 저질렀다고 했었지. 그런데 그놈이 술에 취해서 하도관에게 말했고, 하도관이 건방지게 나에게 협박했었지. 그래서 그를 죽였지. 하지만 그놈도 내가 정확히 ‘신풍목화’라는 건 몰랐다. 어느 누구도 내가 신풍목화라는 걸 아는 사람은 없었어. 너는 어떻게 알아내었느냐?] [전 천포니까요.]그러더니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겠다.
위미향은 상당히 궁금했기에 억지로 알아낼까 고민했다. 하지만 하운평의 꾹 다문 입술을 보고, 그냥 포기했다.
‘기회는 나중에 생기겠지.’
지금은 증손자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곧 떠났고, 그 뒤로 빠르게 정리되었다.
하운평은 문진부를 불러서 상황을 설명했고, 계획대로 밀어붙였다.
다행히 송 대인도 혈조수의 악행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위미향이 남긴 흔적도 신빙성을 한몫했으며, 결국 하도관을 죽인 범인은 혈조수가 되었다.
혈조수가 하운평을 죽이려다 실패하고 도망친 것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우 추관과 증 포쾌도 인정했고, 혈조수가 지은 죄에 이번 살인을 공식적으로 추가할 거라 장담했다.
마지막으로 하운평은 송 대인에게 며칠 후에 무공선생이 찾아올 거란 말을 남기며 이곳을 떠났다.
금일 흑첩을 받았고, 그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움직여야만 했다.
* * *
문진부는 마차를 빠르게 몰았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서 혼자서는 무리였고, 철아진과 하운평이 교대하면서 움직였다. 그렇게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서 이틀 후, 목적지인 미림산에 도착했다.
흑첩의 내용은 간단하면서도 심각했다.
무림맹의 죄수를 호송하는 마차가 습격당했다. 호송 중이던 죄수 열세 명이 탈옥했고, 민간인 사이로 스며든 상황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그들을 잡아야 했고, 근처의 모든 천포들이 이곳으로 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미림산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하운평이 마차에서 내렸다.
“그럼 문진부 선배.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쪽도 수고해.”
하운평은 어디론가 달려갔고, 철아진이 문진부에게 물었다.
“하 선배는 어디로 가는 겁니까?”
“아, 그렇지. 너도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지.”
문진부는 마차를 출발시키면서 물었다.
“며칠 전 반성대도 오성을 만난 것을 기억하나?”
“네. 파사회와 관련이 있다고 하셨죠.”
“맞아. 사실 며칠 전에 파사회의 간부를 한 명 잡았었어. 장로급에 해당되는 인물이었고, 정보를 캐려 했지만, 막상 얻은 것은 별로 없었나 봐. 그래서 상부에서는 작전을 바꾸기로 했네. 그를 일부러 탈옥시키려는 거야.”
“아아. 그럼 저희가 받은 흑첩은…….”
“그래. 조작된 거야. 장로를 보내고, 회주를 잡으려는 계획인 거지.”
철아진은 잠깐 생각한 후에 물었다.
“그럼 반성대도 오성은 무슨 관련이 있는 겁니까?”
“오성을 파사회로 끌어들인 사람이 그 장로였어. 아, 물론 지금 오성은 파사회에 들어간 것을 후회하고, 그 장로를 미워하고 있지만……. 아무튼 겉으로는 장로와 관계가 좋지. 이번에 오성은 파사회의 장로를 이송하는 호송대를 습격하여 장로를 구해내는 역할을 맡았어.”
“오성 대협의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 호송대를 이길 수 있습니까?”
“무공실력으로는 무리지. 하지만 약을 음식에 타서 제압한다는 설정이야. 그리고 장로를 데리고 도망치면서 파사회의 인물들에게 연락하는 거지. 그럼 파사회에서 반응이 있을 거고, 천포들은 장로만 쫓아가면 되지. 천리향을 미리 묻혀놓았거든.”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장로가 회주를 만난다는 보장이 있을까? 아니면 그를 만날 때까지 쫓아가야 하나?
그때 문진부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상부에서는 그 장로가 회주의 아버지, 혹은 친척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네.”
“정말입니까?”
“몇 가지 정황이 있다더군. 아무튼 그 부분은 위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는 우리대로 할 일이 있어. 반성대도 오성이 믿고 찾아온 사람이 하운평이잖아. 그러니 우리는 그와 그의 가족을 챙겨야 할 의무가 있어.”
사실 윗선에서는 오직 파사회의 회주만 잡으려 하지, 반성대도 오성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만약 계획대로 되어 파사회의 회주를 잡았다면? 오성은 어떻게 될까?
천포들이 장로를 일부러 풀어주고 쫓았다는 걸 알아낼 테고, 오성을 의심할 것이다.
거기에 천포들이 그를 보호해 준다면, 확실히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었다. 그럼 오성과 그의 가족들은 잔인하게 살해당할 수도 있었다.
설명을 들은 철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하 선배님이 가신 이유가…….”
“맞아. 그를 보호하기 위해서지. 그리고 이번에는 너의 도움도 필요해.”
“네. 말씀만 하십시오.”
잠시 후 문진부와 철아진 두 사람은 미림산에 도착했다.
이미 수십 명이 넘는 천포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누군가 단상 위로 올라섰다.
“반갑다. 난 이번 사건을 지휘하는 ‘백우선’이다. 흑첩을 받고, 빠른 시일 내에 찾아온 천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사건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면, 정확히 이틀 전, 죄인을 호송하는 마차가 탈취당했다. ‘파사회’ 무리들이 습격한 것으로 짐작되며, 파사회의 장로인 강패수를 비롯하여 열세 명의 죄인이 달아났다. 현재 그중 다섯 명을 붙잡았고, 나머지 놈들을 잡기 위해 귀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힘이 있었다. 위엄이 흘러넘쳤고, 굳게 다문 입술은 매우 단단해 보였다.
그의 이름은 백우선.
이급 천포로서 이번 흑첩의 책임자였다. 그는 절정을 넘는 무공, 공명정대한 성격으로 굉장히 유명한 천포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계속 말했다.
“탈옥한 죄수들은 혈도와 근력이 일부분 파괴되어 무공을 사용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공을 회복할 것이고, 그럼 잡을 확률은 급격히 낮아진다. 그리고 몇몇은 살인, 방화를 저지른 최악의 범죄자들이다. 무공이 없어도 사람들을 해할 수 있으니, 한시라도 빨리 잡아들여야 한다. 알겠나?”
“넵. 알겠습니다.”
천포들은 동시에 소리쳤다.
“도망친 죄수들의 기본 정보는, 따로 나누어 줄 것이고, 모두 완전히 숙지하라. 그리고 우리의 기본 작전은…….”
그는 익숙하게 작전을 설명하고, 지시했다. 그리고 몇 가지 당부를 더하는 것으로 연설을 끝냈다.
시간을 요하는 사건임으로 천포들은 곧바로 수색에 들어갔다.
이번 흑첩이 함정이라는 걸 아는 천포들은 소수였다.
때문에 다른 천포들은 지령을 받고, 다른 죄수들을 잡으러 떠났다.
그런데 문진부와 철아진만은 바로 떠나지 않았다.
호출을 받고, 임시로 설치한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백우선이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