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20
너의 초식이 보여 220화
사부님이 위독하다(1)
당문은 폐쇄적이다.
정파란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제로 정파와 왕래하지 않는다. 사파와 친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당문, 본파만 위할 뿐이다.
한마디로 당문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만 나서고, 그 외의 일에는 나서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또 그들은 사천 지방에만 머물며, 웬만하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독을 연구하기 위해 운남 쪽으로 드나든다고 알려진 정도였다.
당문을 방문할 때도 다르지 않았다.
누가 방문하든지 까다롭게 굴었다. 보안을 위해서 숙소를 당문 밖에 두었고, 최소 하루는 기다려야 담당자가 만나주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여유가 없었다.
하루를 기다리기는커녕, 지금 당장 독에 대해 알아내야만 했다. 사부님의 목숨이 걸린 일이었다.
“당수협을 찾아왔소.”
천학관에서 만났던 당수협, 그나마 하운평이 당문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당문의 문지기는 심드렁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그러니 저기 왼쪽 건물에서 하루만 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소문으로 듣던 당문의 규칙이었다.
게다가 한 번 말한 후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잡상인을 취급하는 태도였다.
하운평은 한 번 참으며 다시 말했다.
“나는 무림맹의 천포이고, 하남 무적문의 소문주입니다. 열두존자이신 권왕이 제 사부님이시고, 시급한 일이라…….”
“알았습니다. 알았으니까, 저기 건물에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똑같은 말투와 똑같은 어투.
하운평은 점점 화가 났다.
사실 사부님의 이름을 빌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렇게까지 얘기했는데.
‘내 말을 듣지도 않는다? 좋아 그럼 들을 수 있도록 만들 수밖에.’
하운평은 싸늘한 표정으로 문지기에게 다가갔다.
문지기는 우습다는 듯 하운평을 비웃었다.
“다가오면 어쩔 거요? 대사천당문하고 싸우기라도 할거요?”
“못할 것도 없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지기의 멱살을 잡고 던졌다.
부우웅.
콰앙.
문지기는 거꾸로 날아가서 당문의 정문을 부숴 버렸다.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문을 부수고도 한참을 더 날아갔다.
물론 나중을 생각해서 죽이지는 않았다.
관심만 끌 생각이었다. 그리고 반만 성공했다.
작은 소란이 벌어지자, 십여 명의 당문 무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쓰러져 있는 문지기를 보더니, 대꾸도 없이 하운평을 공격했다.
다섯 명은 갖가지 암기를 던졌고, 그 뒤를 이어서 다섯 명이 달려들었다.
하운평은 쉽게 피했다. 하얀 궤적이 펼쳐지면서 암기가 어디로 날아올지 보였다.
그리고 어느새, 바닥에 있는 돌멩이들을 주었다. 그걸 다가오는 당문 무사들에게 뿌렸다.
콰직.
쿠쿵. 콰직.
“크윽.”
“헉.”
단순하지만 빨랐고, 순식간에 쓰러뜨렸다.
역시 죽이진 않았다.
한두 군데 부러뜨리며 전투 불능 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계속 안으로 들어갔다.
배소소는 말없이 하운평을 따랐고, 두 사람은 내전까지 들어갔다.
쉬이익.
쉭.
드디어 진정한 고수들이 나타났다.
절정의 수준에 이른 고수들이 서른 명, 일류 무사들은 백여 명이 나타나 두 사람을 포위했다.
하운평은 특히 그중 한 사람을 주목했다.
오십 대의 연배에 바른 자세와 기품 있는 외모, 그가 당문의 문주 당한숙임을 알 수 있었다.
하운평은 살기가 진동하는 가운데 정중히 포권을 취했다.
당한숙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이제 와서 예의를 취한다? 당문이 아주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구나.”
“우습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급을 요하는 일이라 관심을 끌었을 뿐입니다.”
“그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겠다. 뭣들 하느냐? 어서 저들을 잡아라.”
“네엣.”
당문의 고수들은 각자 자신 있는 것을 준비했다.
독과 암기가 먼저 날아들고, 채찍, 검 등이 쏟아지기 직전이었다.
“진짜 해보겠다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다.”
그때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하운평 뒤에 있던 배소소가 앞으로 나선 것이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차가운 한기가 공기를 얼렸다. 바닥은 벌써 하얗게 얼었고, 장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배소소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올랐고, 그녀를 중심으로 얼음덩어리가 피어났다.
“뒤, 뒤로 물러서라.”
당문의 문주, 당한숙은 놀라서 소리쳤다. 그녀의 기운, 지금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열두존자의 일인, 빙하선녀 배소소.
비록 당문이 고집불통의 대명사이고, 자존심이 하늘 꼭대기에 있지만, 하나의 문파였다.
열두존자, 그중에서 빙하선녀와는 싸울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멸문당한 문파만 스무 곳이 넘었고, 그중에는 대문파도 있었기 때문이다.
‘혹 멸문을 각오하고, 끝장 볼 생각이면 싸울 수 있지만…….’
당한숙은 문주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야만 했다.
게다가 지금 문파 내부에는 고수가 많지 않았다. 모두 운남과 남만으로 내려간 상태였다.
그는 수하들을 뒤로 물리고, 배소소에게 말했다.
“배 선배님이셨군요.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이야기 좀 하자는데, 더럽게 까다롭게 굴더구나.”
“이곳은 당문입니다. 예의를 지켜주십시오.”
“호호호. 당문 놈들은 죽지 않는다더냐?”
지금 상황에서 누구라도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그래야 화해를 할 텐데, 이 두 사람은 자존심이 너무 셌다.
싸우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두 분 모두 진정하시죠.”
그때 하운평이 끼어들었다.
먼저 배소소에게 말했다.
“배 선배님. 이곳 일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저놈들이 까불지 않으면 그러려고 했지.”
그리고 당한숙에게도 말했다.
“문주님께 먼저 사죄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상황을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흥.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면, 예의를 갖추고 절차를 지켰어야지.”
“예의는 지켰지만, 절차를 지키기 힘들었습니다. 급한 일이 있으니까요. 대신 다치신 분들의 치료비는 제가 부담하고, 부서진 물건들도 보상하겠습니다. 은 백 냥 정도면 괜찮을까요?”
당문이 은 백 냥에 아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저렇게 사과를 하니, 당한숙도 살짝 누그러들었다.
“좋아. 사과는 받아들이지. 하지만 아무리 급한 용건이라도 절차는 따라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난입은 용납할 수 없다.”
“타당한 말씀입니다. 분명 제 잘못이지요.”
“그러니 다시 밖으로 나가서 절차를…….”
“죄송하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하운평은 단호히 대답했다. 당한숙 문주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졌다.
“우리가 너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다른 이들도 똑같이 생각할 터. 우리는 이런 선례를 만들 순 없다. 당문은 무작정 요구한다고 들어주는 곳이 아니니, 하루를 기다리던지, 아니면 돌아가라.”
그러자 하운평은 차분하게 대답했다.
“당문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일리에 맞는 말씀이고, 저도 경우가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만……. 지금 제 상황은 워낙 시급해서요.”
“급히 찾아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말한다.”
“제 목숨보다 소중한 사람이 위독합니다.”
“말했듯이, 우리를 찾아오는 대부분이 그렇게 말해.”
당한숙은 차갑게 얘기했고, 하운평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렇겠죠.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열두존자를 데려오지 않았을 테고, 무적문의 소문주도 아닐 겁니다.”
“지금 협박하는 건가?”
“아닙니다. 단지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드리는 것뿐입니다. 게다가 많은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당문의 독 전문가에게 하나만 물어보면 됩니다. 만약 그분께서 모르신다면, 얌전히 떠나겠습니다.”
하나만 물어보면 된다?
아주 가벼운 것이었다.
하지만 가벼운 것에 양보를 한다면, 점점 큰 것을 바라게 된다. 당한숙은 그런 속성을 알고 있었고, 단숨에 거절하려 했다.
그런데 전음이 들렸다.
[문주님. 저 당수협입니다. 개인적으로 저 녀석에 대해 알고 있어서 잠시 끼어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저놈에 대해 알고 있느냐?] [네. 이름은 하운평이고, 권왕의 하나뿐인 제자입니다. 현재 천포를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적문은…….]당수협은 간단히 전해주었다.
당문은 사천 지방에 있어 소문이 비교적 늦은 편이었다. 그래서 당한숙 문주도 권왕이 무적문을 건립했다는 얘기까지는 알고 있었다.
권왕이 제자를 들였으며, 구파일방을 위협할 정도로 세력을 키웠다는 소문은 처음 들었었다.
‘열두존자 하나도 위험한데, 두 명을 보유하고 있는 문파라?’
그 말이 사실이면, 대문파 이상의 존재감이었다. 무조건 안 된다고 말하기에도 곤란했다.
당한숙이 고민할 때, 하운평이 입을 열었다.
“제가 당문에 대해 한 가지 들은 것이 있습니다. 당문은 방문하는 손님은 무조건 하루를 기다려야 하지만, 당문을 후원하는 분들은 특별대우를 받는다고요.”
당문이 외골수고 독불장군이지만, 황실이나 관에게만은 자유로울 순 없었다. 그래서 후원금의 명목으로 그들에는 특별대우를 해준 적이 있었다.
하운평이 그걸 언급한 것이다.
“물론 그런 제도가 있지만, 말 그대로 후원금을 내야 한다. 최소 금 백 냥을 우리 당문에게…….”
“금 이백 냥을 후원하겠습니다.”
당한숙 문주조차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금 이백 냥이면, 당문조차 몇 달을 안 쓰고 모아야 할 정도로 큰 금액이었다.
그걸 내놓겠다니.
이 자리에 있는 당문의 장로들도 놀랐고, 그 정도 돈이면 후원도 괜찮지 않냐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당한숙은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돈을 받고 손님으로 대해준다면…… 혹시 당문이 속물이라 불리진 않을까?’
그때 하운평의 전음이 들렸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강호의 평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작은 금액이라면, 당문이 속물이라 욕하겠지만, 금 이백 냥이면 다르지요. 그렇게 큰돈을 내어야 특별대우를 받는다고 알려지면, 당문을 우러러볼 겁니다.]당한숙은 고민했지만, 하운평의 말이 맞았다.
결국 수하들에게 말했다.
“후원자분들을 안으로 모셔라.”
“네.”
그렇게 하운평과 배소소는 당문의 손님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생각보다 쉽게 들어왔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남아 있었다.
잠시 후, 당수협과 함께 나이 지긋한 노인이 들어왔다.
당수협은 하운평을 알고 있으니, 안내차 들어온 셈이고, 노인이 중요했다.
그는 현 당문에서 독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당조라고 한다. 독에 관해 물어보고 싶다고?”
“네. 저희 사부님이 중독되었습니다. 사실 독인지도 의심스러운 상황인데…….”
하운평은 파해천의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당조는 가만히 설명을 듣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당문에는 이천칠백스물셋의 독의 종류가 보관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가 밝혀낸 독만 오천여 종이 넘는다. 하지만 그걸 전부 통틀어도 네가 말한 독의 증상은 찾을 수 없다.”
“으음.”
“하지만…….”
당조가 약간의 뜸을 들인 후, 입을 열었다.
“어린 시절, 들은 적은 있다. 세상에 있는 독과는 다른 증상을 가진 독도 있다고……. 피부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한다는 것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지.”
“무슨 독입니까?”
“이름은 모른다.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 기억할 뿐.”
“그럼 누가 그런 얘길 하셨습니까?”
“나의 할아버님.”
옆에 있던 당수협이 입을 열었다.
“독선이라 불리는 분이시지.”
독선 당천부.
열두존자의 한명으로 무승과 무신 심연대사와 더불어 가장 연배가 높은 고수였다.
문제는 그는 당문에 있지 않았다.
“독선께서는 이십 년 전에 당문을 떠나셨다. 가끔씩 당문에 오실 때도 있지만, 최근 칠 년 동안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으셨다.”
당수협의 말을 듣고, 하운평은 고민에 빠졌다.
기껏 단서를 찾았는데, 그걸 아는 사람이 어디 있는지 모르다니.
그럼 독선의 뒤를 쫓아야 하나? 벌써 칠 년이나 지났는데?
‘시간만 많다면 찾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부족했다.
그를 찾을 때까지 사부님께서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때 당조가 말했다.
“한 가지 방법은 있다.”
“경청하겠습니다.”
하운평은 눈을 빛을 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