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21
너의 초식이 보여 221화
사부님이 위독하다(2)
당조는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과거 할아버님께서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지. 본인의 지식을 세분화해서 책을 만드시겠다고. 자신의 아는 모든 것을 집어넣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십오 년 전부터 집필을 시작하셨다. 그리고 칠 년 전에 완성하셨지. 혹여나 거기에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님, ‘경진경’ 역시 어디 있는지 모르는 실정이잖습니까?”
“아아, 그렇지. 내가 깜박했구나.”
당수협의 말에 당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운평이 당수협에게 물었다.
“그 경진경이 어디 있는지 왜 모른다는 거지?”
“독선께서는 당시 당문에서 집필하시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셨다. 그래서 그걸 아는 사람을 찾아갔고, 아예 그분 옆에서 경진경을 마무리하셨지. 문제는 집필이 끝난 후에 독선께서 사라지셨고, 경진경을 보관하던 분도 사라졌다는 거야.”
그때였다.
하운평은 버릇처럼 당수협의 마음속을 읽고서 깜짝 놀랐다.
당수협은 진실을 얘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독선이 찾아갔다는 이는 바로 신기수사 봉진태였다.
“설마, 도움을 받았다는 사람이 신기수사 봉진태 어르신이냐?”
“응? 네가 그걸 어떻게……?”
하운평은 아차 하는 마음에 대충 둘러댔다.
“독선 정도의 어르신이 자문을 구할 사람은 흔치 않지. 게다가 신기수사 어르신도 사천에 계시니까…….”
이번에는 당수협이 놀라서 되물었다.
“너, 너, 신기수사 대협이 어디 있는지 알아?”
“그래. 몇 년 전에 만났다. 지금도 거기 있는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당장 가자.”
당수협답지 않게 굉장히 흥분한 상태였다.
독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타났을 때와는 다르게 황급히 뛰쳐나갔다. 그리고 나중에는 당문의 문주까지 하운평에게 달려왔다.
“자네가 정말 신기수사 봉진태 대협의 행방을 알고 있다고?”
“네. 사천성 남쪽에 위치한 홍문에 있습니다.”
“호, 홍문?”
당문의 사람들은 모두 홍문을 알고 있었다. 말을 타고 삼 일만 가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설마 사천성에 계실 줄이야.”
그는 다시 물었다.
“어떻게 알았나? 우린 칠 년이 넘게 찾았는데.”
“저희도 쉽지는 않았지만, 무영문을 통해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아아. 그렇구나.”
사실 당문은 무영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신기수사를 찾을 때도 무영문 쪽에는 일부러 의뢰를 넣지 않았었다.
“그분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는가?”
“그분의 숙소에서 차도 얻어 마셨으니까요. 다시 찾아갈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당장 가지. 아니, 가도 괜찮은가?”
불과 한 시진 차이지만, 대우가 달라졌다. 비교도 안 될 만큼 친절한 목소리였다.
속이 뻔히 보이는 행동이지만, 하운평도 사양할 이유는 없었다. 그도 급했으니까.
“저는 좋습니다. 배 선배님.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그러지.”
“그럼 바로 가시죠. 날아가면 한 시진만에 갈 겁니다. 당문에서도 같이 갈 사람을 열 명 안쪽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당문에서는 당조, 당수협을 비롯하여 절정고수 다섯 명을 준비시켰다.
만에 하나 경진경을 찾는다면, 당문의 입장에서는 최고의 보물이 된다.
당한숙은 그런 기대와 함께 안전하게 가져오길 바랬다. 그런 기대를 받으며, 아홉 사람은 하늘을 날아갔다.
목적지는 홍문이었다.
* * *
무림에서 가장 박학다식하다고 알려진 무인, 신기수사 봉진태.
하운평은 과거에 파해천과 같이 찾아갔었다. 그리고 그 때는 봉진태의 위치를 몰라 파해천이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었다.
그때는 부끄러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홍문은 숲과 산으로 이루어진 곳이고, 지형들이 다 비슷해 보였다. 하늘에서 보면 전부 같아서 구분할 수 없었다.
더구나 봉진태의 숙소는 나무 밑에 숨겨져 있었고, 정확한 지점을 찾기 힘들다.
하운평은 잠깐 고민하다가, 파해천처럼 소릴 질러서 봉진태를 부를 작정이었다.
그런데 배소소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다.”
그녀의 말투와 표정을 보면, 심각해 보였다.
조금 더 다가가니 하운평과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였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고, 낯선 기운도 느껴졌다.
무언가 다름이 느껴지는 이질감.
다른 사람들은 정체를 몰라 당황하지만, 하운평은 이 느낌을 알고 있었다.
과거에 환상기국으로 갔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하운평은 배소소를 불렀다.
“잠깐만요. 배 선배님. 아무래도 천천히 다가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배소소는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아흡 명은 경공을 사용하여 조심스레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그들의 눈이 커졌다.
놀라웠다.
특히 과거에 이곳에 온 적이 있는 하운평이 가장 놀랐다. 그때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과거에는 산과 들, 나무로 가득한 울창한 숲에 아무도 살지 않았다. 오직 신기수사 혼자 외롭게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적어도 백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숲의 나무들을 잘라내고 공터를 만든 뒤, 통나무집 수십 채를 세웠다. 테두리에는 방책을 세운 뒤, 몇몇 사람들이 무기를 소지한 채, 지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산채를 연상케 했다. 더 놀라운 건, 지켜보던 당문 사람들의 말이었다.
“저, 사람들…… 청성파와 아미파 사람들 같은데.”
사실이었다.
그들의 도복에 문양이 있었고, 간간이 보이는 그들의 보법도 그러했다.
하운평은 그들의 마음을 읽으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들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들이 아닌 무언가, 머릿속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만 움직였다.
한두 명이 아닌, 백여 명의 청성파와 아마파 사람들이 그러했다.
반면 나머지 오십 명이 멀쩡해 보였다.
그때 당수협이 당조에게 속삭였다.
“한 달 전,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청성파와 아마파 고수들이 실종되었다고요. 그런데 설마 저런 곳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키는 모습을 보면 강제가 아니라 자발적인 것 같구나.”
“그 말씀은?”
“청성파와 아미파가 이곳에서 무언가 꾸미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거지.”
사천 지역에서 가장 강성한 문파가 당문이었고, 두 번째 세 번째가 청성파와 아미파였다. 그런데 당문 모르게 청성파와 아마파만 이곳에 있다?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직 하운평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으음. 그런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할 때쯤, 변화가 생겨났다.
갑자기 백여 명이 고개를 돌리더니,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곳으로 달리는 모습이 일사불란했고, 하는 행동들이 너무 똑같았다.
어찌나 같은지, 평생 합격술을 익힌 쌍둥이보다 뛰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멀쩡한 오십 명이 천천히 따라갔다. 가만히 보니 그들은 흑의를 입고 있었다.
“우리도 따라가지.”
배소소의 말에 일행들도 그들을 쫓았다.
대략 십 리를 달렸고, 그들이 도착한 곳도 독특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울창한 숲으로 보였지만, 반원 모양의 결계가 보였다.
은은한 노란색으로 안과 겉을 구분해놓았고,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것 같았다.
청성과 아미 백여 명은 인원들은 열과 오를 맞추어 섰다. 그 뒤에 흑의인 오십 명이 섰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몇 사람이 서 있었는데, 하운평도 아는 사람이 있었다.
“모용세가의 백의대주 모용성.”
당수협이 놀라서 물었다.
“모용성? 모용세가를 배신하고 백선회로 파악된 그 사람?”
“맞아.”
당수협은 천학관에 있을 때, 밖으로 나오지 않았었다. 그래서 모용성을 처음 보았고, 하운평은 일행들에게 짧게 설명했다.
“그러니까 저들은 전부 백선회 이라는 거군.”
“그럼 청성파와 아미파도 백선회라고 봐야 할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하운평이었다.
그는 하늘을 가리켰다.
“저는 저기 있는 괴물도 본 적이 있거든요.”
사람들은 고개를 들었고, 입을 딱 벌렸다.
너무 높이 있었고, 아무런 기척을 느낄 수 없어서 몰랐었다.
하늘에는 거대한 문어 모양의 괴생명체가 날아다녔다.
하운평이 짧게 설명했다.
“예전에 모산파 사람들과 있을 때, 본적이 있습니다. 이계에서 온 생명체로 초어(문어)를 닮았지만, 고루잠이라고 합니다. 고루투라는 작은 초어를 생산해 내는데, 그걸로 사람들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착한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나쁜 짓을 저질렀던 일을 알려주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중얼거리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 괴물이 보였고, 저들의 이상한 행동들이 설명이 되니까.
“그럼 저 괴물을 물리칠 방법도 알고 있느냐?”
배소소가 물었다.
하운평은 과거 언령의 힘으로 고루투를 쉽게 제압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어머니 격인 고루잠은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그가 잠깐 생각하는 동안 당조의 목소리가 들렸다. 몹시 흥분한 것 같았다.
“당만, 저놈도 여기 있구나.”
당조뿐 아니라, 당수협을 포함해 당문의 사람들은 모두 분노에 찬 눈빛을 보냈다.
배소소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하운평이 짧게 설명했다.
“당문의 배신자입니다. 천학관에서는 고독을 양성하고 사람들에게 먹였다고 하죠.”
“호오. 그러냐?”
“확실히 이곳은, 백선회 놈들이 일을 꾸미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때도 그랬고, 아마도 이계의 생명체를 불러들이는 것도 적혈주의 장난이겠지.’
사부님 때문에 화가 난 하운평은 가만히 있을 생각은 없었다. 제대로 방해할 작정이다.
하지만 순서가 중요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사부님의 해독이 필요하고, 신기수사의 행방이 중요했다.
그는 당문의 사람들에게 말했다.
“당만은 나중에 잡아도 됩니다. 일단은 독선 님과 신기수사님의 행방을 먼저 찾아야죠.”
“그렇지.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니.”
“그래서 잠깐 확인해 볼 것이 있는데,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하운평은 백선회 무리들에게 다가갔다.
동시에 모용성과 당만, 그 외 사람들의 생각을 읽었다. 그렇게 대충 상황을 파악했고, 결계 안에 누가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신기수사님은 저 안에 계시구나.’
과거 파해천이 같이 가자고 했을 때, 신기수사는 거절했었다. 아직은 안 된다고,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어 나갈 수 없다고 말했었다.
바로 이번 일과 관련이 있었다.
신기수사 봉진태는 몇 해 전부터 이 부근의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강한 지진이 여러 번 일어났고,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걸 알아냈다.
그걸 자세히 조사하려고 자리를 잡았고, 나중에는 이계로 통하는 분열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막지 못한다면 큰일이 날 거라는 걸 알았기에, 분열을 막기 위해 칠 년 이상을 준비한 것이다.
물론 실패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지식을 이용하여 아무도 나갈 수 없는 강력하고 큰 결계도 준비했다.
그렇게 몇 년의 노력 끝에 분열을 막으려는 순간, 그때 백선회가 나타났다.
그들은 이 장소를 최근에 알아냈고, 신기수사와는 반대로 이계의 문을 활짝 열고 싶어했다.
이유는 과거 십천간편을 흡수한 동교를 이용하려 했던 것과 비슷했다. 이계에 있는 동식물과 괴수, 신수들을 이용하려는 의도였다.
“으음. 일단 신기수사를 만나볼까?”
아니다. 생각해 보니, 만날 필요도 없었다.
잘하면 지금 인원들로도 백선회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루투의 사로잡힌 무사들이 백 명이 넘지만, 이쪽에는 배소소가 있다.
그녀가 막아주는 사이, 하운평이 고루잠을 제압한다면 백 명은 무력화시킬 수 있다.
그럼 나머지 놈들은 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서로의 전력을 비교하면, 분명 이쪽이 유리했다.
‘그래. 그럼 이렇게…… 으응?’
하운평을 하늘을 바라봤고,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방금 계획은 포기해야할 것 같았다.
하늘 위에서 한 사람이 날아오고 있었다.
그는 검노 지벽도였고, 세 사람을 더 데리고 있는데, 전부 절정고수 수준이었다.
특히 그들 중에는 남해검문의 손월영도 있었다.
그들의 의도를 읽어보니, 검노를 이용해서 신기수사의 결계를 깨어버릴 속셈 같았다.
검노와 배소소.
만약 이 두 사람이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아니, 승패를 떠나서 이쪽의 전력이 훨씬 떨어진다.
‘아쉽군. 검노가 오기 전에, 싸웠으면 좋았을 걸을…….’
아무래도 신기수사 님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운평은 새롭게 계획을 세웠다.